전경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전경련에 가입한 은행은 KB국민·부산·신한·우리·IBK기업·KEB하나·KDB산업·수출입·SC제일·씨티은행 등 10곳이다. 증권·보험사 등을 합친 금융권 회원사는 총 52곳이다.
국책은행의 전경련 탈퇴 선언에 이어 일부 시중은행도 전경련 탈퇴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그런데 대부분 은행은 1970~1980년대에 가입했다고 추측만 할 뿐 전경련에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 가입일자 관련 자료가 있지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경련 가입 배경에 대해서도 대부분 은행들은 “당시 구체적인 상황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 명단을 살펴보면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당시에는 너도 나도 전경련에 가입하던 분위기라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은행권의 입장 대변은 전경련이 아닌 전국은행연합회(은행연)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은행연이 소개한 주요 기능에는 ‘사원은행 경영개선 및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대정부 정책제안’과 ‘금융기관 대외홍보 및 공동이익을 위한 조치의 수립·실시’가 포함돼있다. 16개 은행이 모두 은행연에 가입한 만큼 영향력에 있어서도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특이한 건 은행연도 전경련 회원사라는 점이다. 은행연 관계자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가입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은행권 입장 대변은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전국은행연합회도 전경련 회원사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은행권이 전경련을 통해 얻는 실익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전경련이 대기업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과 관계를 맺고 대기업 대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 그러나 은행권은 이마저도 부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영업은 영업부 직원들이 하는 것”이라며 “전경련에 출석하는 몇 명을 통해 대출이 이뤄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전경련을 통해 정책을 제안하면 은행연합회 단독으로 제안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클 수는 있다”며 “그러나 그 효과가 은행권에 어느 정도 실익으로 돌아가는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금융권이 전경련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은행이 전경련에 내는 회비는 매년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억 원을 납부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한참 떨어져 발언권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전경련 회장단에서도 금융권 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재계가 금융권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게 가입 권유를 했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이 국가단체도 아니고 강제로 가입시킨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은행들은 전경련에 가입해 있으면서도 목적과 장점이 불분명하다. 은행권이 탈퇴를 논의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으로 인해 전경련 이미지가 나빠지기도 했지만 실익도 없이 매년 회비를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탈퇴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탈퇴를 논의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 무게가 실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은 다른 회원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내부에서 탈퇴를 검토 중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사들 위치는?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경련 빈자리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역할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르면 반기 기준 매출 170억 원 이상인 기업은 대한상의에 의무적으로 회원이 된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도 대부분 대한상의 회원이다. 그러나 대한상의 내에서 은행권의 영향력은 높지 않다. 은행권 역시 대한상의에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부분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원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원사는 16만 곳에 이르고 회비도 규정으로 정해져있어서 특정 회원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회원사들에게 세미나, 강연 등을 제공하고 회원사들의 입장을 정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주로 소상공인의 대변 역할을 해 금융권 입장에서도 중요한 단체로 보이지 않는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