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기술진흥원-서초구청-SH공사-한국콜마홀딩스 특혜의혹...잔머리가 기막혀?
[일요신문] 임진수 기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서초구청-SH서울주택도시공사-한국콜마홀딩스가 서울 내곡동 부지의 매각 매입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 3월 SH공사와 수의계약을 통해 내곡 부지를 매입, 연구소를 건설 중이다.
24일 내곡콜마건설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보금자리주택법에 의해 개발된 공공용지를 정부의 산하기관(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지방자치단체(서초구청),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SH공사) 등이 특정 사기업(한국콜마홀딩스)과 수상한 절차를 거쳐 불공정 매각했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서울 내곡 공공주택지구 자족시설용지 부지공급 계약서(SH공사와 한국콜마홀딩스간 계약) 12조에 따라 SH공사가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9일 만에 ‘후다닥’
비대위 측은 “서초구청이 한국콜마홀딩스를 수의계약 적격업체로 추천하고, SH공사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한국콜마홀딩스는 내곡 부지 매입 의향서를 제출한 적이 없으며 공공개발지구로서의 해당 부지에 대한 SH공사의 매각공고가 없었다. SH공사에서 주장하는 용지 분양 공고문은 해당 부지와 전혀 무관한 위치라는 게 비대위 측이 제기한 첫 번째 의혹이다.
또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내곡부지에 대한 적격업체로 한국콜마홀딩스를 서초구청에 추천한 추천서에는 검증절차가 없었다. 서초구청 역시 한국콜마홀딩스를 SH공사에 수의계약 적격업체로 추천할 때 실수요자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 매각 주체인 SH공사도 수의계약 시 실수요자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는 게 비대위 측이 제기한 두 번째 의혹이다.
이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추천서를 작성하고 이 추천서를 서초구청이 SH공사에 수의계약 적격업체로 추천할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2015년 12월 7~15일로 단 9일이라는 게 비대위 측이 제기한 세 번째 의혹이다.
이와 함께 내곡 부지가 당초 6,909㎡에서 8,127㎡로 면적이 변경되었는데 국토부 고시일(2016년 6월 15일) 6개월 전에 한국콜마홀딩스가 서초구청에 제출한 매입의향서(2015년 12월 3일)에 이미 국토부 고시 확정변경 면적이 적시되어 있다는 게 비대위 측이 제기한 네 번째 의혹이다. 비대위는 이 부분을 내부 부정거래로 보고 있다.
비대위 측은 이 같은 네 가지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콜마홀딩스-서초구청-SH공사 사이에 오고간 수의계약 추천 관련 공문서 사본과 국토부의 택지공급 승인서 사본을 공개했다.
# 불공정한 수의계약...“첨부서류 조차 없어”
비대위 측은 지방자치단체장 추천 수의계약업체 선정절차를 비교하면서 한국콜마홀딩스 내곡 부지 수의계약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의 수의계약의 경우, ▲SH에서 지자체장에게 추천 대상업체 의뢰 ▲부지매각을 인터넷이나 신문 등에 공고 ▲용지공급 추천대상자선정 지침안 작성 ▲지침에 따라 서류심사 및 심의 등을 통해 업체 선정 ▲다수의 업체가 적격업체로 선정되었을 시 SH공사에서 추첨 통해 최종업체 계약 등 투명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한국콜마홀딩스 내곡 부지 수의계약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내곡부지 매입 적격자로 한국콜마홀딩스 추천서 발행 ▲한국콜마홀딩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추천서와 매입 추천을 위한 민원신청서 서초구에 제출 ▲서초구, 공급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부지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문서첨부해 수의계약 적격업체로 추천 등 이 모든 과정을 단 9일 만에 ‘후다닥’ 끝냈다.
또한, 비대위 측은 SH공사가 수의계약 대상업체 선정절차 및 선정지침을 무시한 채 불공정한 거래를 했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서초구 우면동과 강동구 강일2지구의 경우, ▲신청방법 ▲사업계획서 평가 및 작성지침 ▲추천대상자 선정 및 절차 ▲지정용도 활용비용 및 활용기간제도 ▲사업신청서류 작성지침 ▲택지공급대상자 추천신청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더욱이 공공부지 매각 특성상 전매를 제한했다. 서초구 우면동은 10년을, 강동구 강일2지구는 5년을 제한했다. 자기 활용비율 등을 규제하는 등 특정기업의 사익추구를 강제했다.
하지만 서초구 내곡동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추천서 1매, 내곡동 부지 매입을 위한 민원신청서 1부 외에 법인인감증명서 등의 첨부 서류가 없었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비대위 측은 ▲불공정 수의계약 절차 ▲매입 추천서를 위한 민원신청서 부실 ▲분양 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의계약 진행 ▲국토부의 지구단위 변경 승진 전 계약 ▲민원 제출 문서상 내곡 부지 매입의사는 한국콜마, 수의계약 대상자는 콜마홀딩스 추천 ▲매입 규제제한 전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매입추천서의 추천사유는 한국콜마종합기술원, 서초구는 입지계획을 통합기술원으로 추천 등 부지계약 전 과정에 걸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부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옛 사저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대표이사 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2008년 영남대 관선이사와 재경동문회장을 맡은 바 있다.
내곡 부지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2012년부터다. 서초더샵포레와 서초포레스타 등 수천세대의 대단위(4,521세대) 보금자리다. 한국콜마 연구소 부지 50~70m 내에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서울시립 장애 어린이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 같은 대단위 아파트가 자리를 잡은 곳에 뜬금없는 연구소가 들어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연구소 자체가 화학적 실험을 통해 유해물질 가스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대의 뜻을 모아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아파트를 지을 때만 해도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주거지의 기능을 갖춘 곳으로 알고 입주했는데 이 연구소가 들어서면서부터 쾌적한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며 “원래의 녹지공간을 주민에게 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10년 실시설계 당시 내곡지구 국토부 환경평가에서 전체 자족시설용지의 3분의 1 가량을 공원으로 설계했다. 따라서 원래대로 녹지공간을 되돌려주고 나머지 공간에는 상가와 편의시설을 유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 한국콜마홀딩스 “사실과 다르다”
한국콜마홀딩스 측은 비대위 측과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콜마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제기하는 연구소의 유해물질 배출 문제와 관련, “13개 연구소 중 9개 연구소가 화장품 연구소로 유해물질을 쓰지 않는다”며 “다만 연구소 중 제약관련 2개의 연구소가 있는데,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다. 이미 만들어 진 것을 가지고 와서 하나의 성분만 바꾸면 되는 연구소다.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다양한 장치로 유해물질 배출을 차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관계기관 공문서에 한국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가 혼용되어 사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자회사들이 모여서 통합연구소를 이루었기 때문”이라며 “지주사의 개념을 이해하면 이 부분은 충분히 설명이 된다. 한국콜마에서 지주사가 생기고 자회사가 생기다 보니까 쓰는 용어가 한국콜마기술연구원이라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SH공사가 공기업인데 이런 식으로 처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내곡 부지가 당초 6,909㎡에서 8,127㎡로 면적이 변경된 것과 관련, “SH공사가 자투리 땅이 안 팔리니까 다 사줄 수 있겠느냐고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6909㎡ 땅에 대해서는 국토부 승인이 되어 있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국토부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부 계약을 했다”며 “SH공사와 서초구청도 공지를 내는 등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절차에 맞게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3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의 의견에 따라 설계도 변경했다. 하지만 4차 설명회 때 비대위가 결성되면서 소통이 진행되지 못했다. 유해물질, 설계변경 등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풀고 싶은데 자리가 없었다”며 “잘못된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알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계약자는 한국콜마홀딩스이지만 입주하는 회사는 한국콜마 등이다. 설명회도 한국콜마가 했다”고 반박했다.
비대위 측은 한국콜마홀딩스 측이 ‘SH공사와 서초구청이 절차에 맞게 진행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SH가 일반분양한 공고문을 보면 내곡지구는 단독주택과 문화시설 분양한 것이지 자족부지를 매각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10월 20일 공공청사 부지 1,827㎡를 자족부지로 지구단위 변경시켜서 8,127㎡로 매각 계획을 세운 것인데 한국콜마홀딩스는 12월 7일 매입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응수했다.
ilyopres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