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물을 대관하는 일부 조기축구회 등 시민들 중 학교 안팎에서 흡연을 해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일요신문] 경기도 외곽의 한 초등학교. 주말 아침마다 이곳 운동장은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펼쳐집니다. 건강을 위해, 또한 친목을 위해 모인 아저씨들은 아침녘부터 공차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요즘 화가 머리끝까지 날 지경입니다. 건강과 취미생활을 위해 모여 축구하는 게 도대체 뭐가 그리 잘못됐냐고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아저씨들이 축구시합 중간 쉬는 시간, 혹은 경기를 마치고 두런두런 모여 피워대는 담배 때문입니다.
한 초등학교 교문 기둥에 ‘흡연금지’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이곳 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말에도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을 찾아 캐치볼도 하고 공도 차지요. 그런데 학교 운동장을 대관해 쓰는 조기축구회 회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학교 안팎에서 담배를 핍니다. 수차례 회원들에게 항의도 했지만, ‘학교가 쉬는 날에 구석에서 담배 피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되레 따져 물어 시비가 붙을 뻔도 했죠. 다들 아이가 있는 부모일 텐데 씁쓸해지더군요.”
또 다른 주민 B씨는 교육당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시설을 대관해주는 교육청에 몇 차례 민원도 넣어봤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시정 조치에 힘쓰겠지만 주말에 이들을 단속할 여력은 없다’는 말 뿐입니다. 최소한 학교 운동장 대관을 주관하는 교육청 측에서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흡연을 꾀하는 단체나 시민들에 대해선 ‘패널티’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일요신문i>가 실제 그 문제의 초등학교를 주말에 찾았을 때도 몇몇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교문 앞에 모여 흡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몇몇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있었습니다.
교문 앞에는 앞서 민원의 영향인 듯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주세요!’ 라는 큼직한 경고문이 선명하게 붙어있었지만, 아저씨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조기축구회.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시설물을 대관해 사용하는 조기축구회나 동호회의 체육행사에선 이 같이 흡연으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이 즐비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는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네티즌도 꽤나 많습니다.
현재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선 공립학교 시설물에 대한 외부 대관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국민 건강 증진과 편의 도모를 위해 저렴한 이용료만을 받고 운동장을 비롯한 시설들을 대관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각 지자치단체에선 학교 시설물 이용 및 개방에 대한 규칙과 조례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이 규칙을 준수해야겠죠.
|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10조(사용허가의 취소 등) ① 학교장은 사용자의 사용행위로 인하여 학교의 교육활동과 학교시설의 유지·보존 및 활용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하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 · · 7. 학교에 취사도구를 반입하거나, 학교에서 취사, 음주, 흡연행위를 하는 경우 · · · |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라 학교 안팎은 금연구역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현행 조례만으로도 앞서의 흡연행위를 하는 조기축구회는 사용허가를 취소하는 조치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애초부터 학교는 법에서 규정한 ‘금연구역’입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에 세부적으로 다 명시돼 있죠.
이건 학생들이 쉬는 주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교내는 물론 학교 정문에서부터 50m까지 금연구역입니다. 즉 교문 밖에서도 학교 주변은 흡연 단속 구역이란 말이죠.
전국의 조기축구회를 비롯한 시민 여러분! 아무리 주말이라도 학교 안팎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겠습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