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측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10월 19일 오후. 나영석 PD와 CJ E&M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 ‘배우 정유미 씨와 불륜 관계’라고 명시한 허위 정보 작성자를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영석 PD는 지라시가 유포되기 전부터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해외에서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석 PD 측 관계자는 “그동안 쉬지 않고 일해 온 나영석 PD가 10년 만에 유럽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나갔다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해외에 체류하고 있지만 강력한 법적 대응을 원했고 회사 측도 이에 공감해 빠르게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 PD 역시 귀국하는 대로 변호인과 협의해 경찰 수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경찰서가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에 소장을 제출한 것 역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맥락에서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 정유미 씨 이미 피해자 조사 완료
한편 이보다 앞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정유미 씨는 이미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정유미 씨의 소속사 매니지먼트숲은 18일 “사실무근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하고 큰 상처를 준 행위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며 고소장 제출 계획을 알린 바 있는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지난 22일 자정 즈음 매니저와 함께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언론의 눈을 피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정 즈음 피해자 신분인 정 씨가 매니저 한 명만 데리고 와서 조사를 받고 갔다”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아 밤늦게 불렀다고 들었다. 해당 내용을 만들어 유포한 이를 처벌해 달라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일요신문’ 단독 보도 직후 정유미 씨 소속사 역시 “조사를 받은 게 맞다, 선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나영석 PD, 정유미 씨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점을 감안해 신속한 수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사건을 한 곳으로 모아 함께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영석 PD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정 씨는 강남경찰서에 각각 소장을 제출했던 것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합치는 안이다. 사건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정유미 씨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청으로 옮겨 함께 수사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 정유미 인스타그램
지라시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나 PD와 정유미 씨가 불륜 관계이고, 이 때문에 나 PD가 CJ E&M 측과 재계약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허위 내용이 담긴 지라시가 카카오톡 등 SNS에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7일 오후 이를 주고받은 유포자들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이미 비교적 이른 시간대에 해당 내용을 주고받은 사람들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나 PD 측 관계자는 “당시 유포에 참여했던 이들을 시작으로 작성자를 찾아 올라가는 경찰 수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라시 유포로 기소될 이들의 규모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 유포자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이를 처음 만든 불상의 유포자를 잡는 것이 수사의 목표이기 때문.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나영석 PD가 낸 소장 등에는 중간 유포자가 아니라, 최초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 지라시 누가 작성? CJ E&M도 피해자 가능성
이제 막 시작한 수사지만, 수사팀 안팎에서는 ‘악의적인 지라시 내용’을 감안할 때 CJ E&M에 악의적인 감정을 품은 이가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지라시에는 나영석 PD가 재계약이 힘들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나 PD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CJ E&M 측도 스타 PD인 나영석 PD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CJ E&M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던 배우 이서진 씨 등이 함께 거론된 점까지 감안할 때 같은 업종의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만들어 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수사 과정에서 CJ E&M이 추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인도 인격체이기 때문에 명예가 훼손된 여지가 있다고 보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CJ E&M을 흠집 내려고 한 의도가 확인된다면 처벌의 강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 빠른 대응에도 수사 두세 달 이상 걸릴 듯 허위 지라시 작성자 확인까지는 두세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통상 SNS를 통한 정보 유통 흐름 확인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 사이버 수사에 밝은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 – 검찰 영장 청구 – 법원 영장 발부 - 카카오톡 등 SNS 자료 협조까지 한 번의 지라시 유포를 확인하기 위해 적게는 5일, 주말이 포함되면 많게는 1주일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사이버 수사에 밝은 검찰 관계자 역시 “SNS에 대화 내용이 보관되는 기간이 전보다 줄어들어 수사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수사 속도가 SNS를 통한 유포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은 게 우리나라 법체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