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출근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요신문DB
당시 지도교수를 맡았던 장 아무개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씨의 해외 대학 입학을 돕기 위한 선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봤다. 원래 외국 학술지에 보내려고 했던 논문인데 조 씨의 외국 대학 진학을 위해 (등재가 빠른) 국내 학술지에 보냈다”고 답했다.
논문 첫 장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 교수는 개인적 차원의 손해를 말했지만 문제는 해당 논문이 국가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연구개발과제라는 점이다. 이 논문 초반에는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구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문구와 함께 수행과제 번호가 쓰여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정부 연구개발 분야 예산의 약 25%인 5조 원을 집행하는 연구관리전문기관으로 준정부기관으로 구분된다. 장 교수의 말대로라면 해당 논문 작성에 국가 예산이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이라는 조 씨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논문 게재지까지 바꾼 셈이 된다.
뿐만 아니라 조 씨는 해당 연구에 있어서 주연구원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 관련 법규집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하는 주관연구원은 ‘연구교수’, ‘객원교수’, ‘박사후연구원’ 등으로 나뉜다. 연구교수와 객원교수의 경우 대학교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박사후연구원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전문기관에 일정 기간 전담연구원으로 채용된 이력이 필요하다. 학생 연구원 역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거나 수료한 경우에만 학생연구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학사 이하의 학력을 가진 조 씨가 맡을 수 있는 임무는 보조원급의 연구전담요원 혹은 연구보조원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조원급 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상황을 두고 한 사립대학교 교수는 “제1저자란 해당 연구를 주도하고 논문 작성에 있어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연구원을 말한다.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경우는 솔직히 말해 입시 비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못했다. 또한 해당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는 뜻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전북대학교의 한 교수는 자신의 고등학생 자녀를 농촌진흥청 국가연구과제에 참여시켰다가 적발돼 교육부의 감사를 받고 징계 대상이 됐다. 당시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성년자는 국가연구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단국대학교는 20일 조 씨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보도와 관련, “연구윤리위원회를 이번 주 내로 개최할 예정이며 연구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음을 사과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