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심사마 집중분석①] 춘산, 체구는 작지만 뒷심은 ‘짱’

이병주 경마전문가 2020-05-07 조회수 814
[일요신문] 우리나라 경주마는 평균 한 달(4주)에 한 번씩 경주를 치른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약 두 달 보름 정도 경마가 중단돼 모든 마필들의 출전 주기가 엉망이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많은 조교사들이 주행 심사(연습)을 선택했다. 4월 한 달간 서울에서만 무려 768두(69R)가 주행 연습에 나섰다. 부산의 342두(31R)를 포함하면 1100두가 넘는 많은 경주마들이 주행 연습에 참가한 것이다. 유례없는 일이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춘산·에이투제트·아이스펀치·마이티고는 최근 펼쳐진 주행 심사에서 좋은 경주력을 선보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주행 심사는 실전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현재 경주마의 능력을 점검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최근에 펼쳐진 주행 심사(연습)에서 좋은 경주력을 보인 마필들을 집중분석 해본다. 곧 재개될 실제 경주를 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에이투제트(국5·수·최성룡·지용철 부:피스룰즈 모:최초로)

에이투제트는 4월 29일 펼쳐진 주행 심사에서 1분 02초 4의 좋은 기록으로 1위로 합격한 국내산 5군마다. 10번 게이트에서 무난하게 출발하며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 부근에서는 외곽에서 말이 알아서 움직이며 선입권에 가세, 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직선주로에서는 탄력적인 걸음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 구간에 걸쳐 단 한 번의 추진 동작이 없었음에도, 2위권을 5마신이나 따돌리며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데뷔전부터 1300m만 네 번 연속 출전해 2위 두 번과 3위와 4위를 각각 한 번씩 기록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최근 경주에서는 두 번 연속 2위를 기록하며 5군으로 올라갔는데, 경주를 거듭할수록 실력도 향상되고 있어 5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최근의 경주였던 2월 15일 경주에서는 늦은 출발과 동시에 옆의 말과 부딪히며 심하게 방해를 받았음에도 여유 있는 2위를 기록, 뚜렷한 전력향상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마 ‘최초로’는 현역 시절 지용철 마방 소속으로 1군까지 진출했던 뛰어난 능력마였다. 발군의 추입력을 바탕으로 2013년 YTN배 대상 경주를 석권했고, 2011년 코리안 오크스와 2014년 경기도지사배에서는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으로 관리가 잘되고 경주 경험을 쌓는다면 5군 경주는 물론 그 이상의 상위군 경주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아이스펀치(국5·수·김정철·이관호 부:한센 모:윌링미스)

아이스펀치는 데뷔전에서 2위를 기록, 직전 2월 1일 두 번째 경주에서는 뚜렷한 전력향상을 하며 6마신 차 낙승을 거두고 5군으로 오른 국내산 3세마다. 약 3개월 만에 치른 주행 심사(4월 29일)에서 탄력적인 걸음을 과시하며 1위로 합격, 현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출발로 3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 약 150m부터 빠른 중속으로 선두에 나섰다. 마치 한 수 아래를 상대하듯 압도적인 스피드로 쉽게 앞서 나갔다. 직선주로에서도 추진 없이 제어만 했음에도 끝까지 탄력을 이어가며 여유 있게 1위로 골인했다. 1분 02초 3의 빠른 기록이었는데, 전체 경주력은 그 이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혈통적 기대치도 높다. 부마 한센은 현재 ‘대한민국 씨수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모마 윌링미스는 예전에 1군마 미래영웅(39전 11승)을 배출했다. 500kg대의 좋은 체구를 지닌 수말이란 점에서 미래는 분명 밝다고 본다. 다음 경주가 5군 승군전인데, 좋은 컨디션과 경주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춘산(외4·암·이관형·전승규 부:CAIRO PRINCE 모:BETTY'S WISH)

춘산은 데뷔전부터 2연속 입상을 이어가다 3개월 만에 출전한 세 번째 경주에서 8위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다. 4월 29일 펼쳐진 주행 심사에서 막판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1위로 합격, 다음 경주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무난한 출발을 하며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동급 최강의 선행마 ‘라온스톰’이 빠르게 선행에 나섰고, ‘탁트인’과 ‘가온포스’가 그 뒤를 따랐다. 페이스가 워낙 빨라 라온스톰과는 8마신 정도의 큰 차이를 두고 따라갔는데, 막판 탄력적인 추입으로 역전극을 펼쳤다. 가볍게 독려만 했는데 LF(막판200m)가 12초 3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끝걸음이었다. 

필자는 도입 당시에 춘산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미국 2세마 경매에서 5만 5000달러의 고가에 낙찰됐고 혈통도 좋았지만, 체구가 작은(450kg) 암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려 한다. 데뷔전부터 이미 뛰어난 추입력을 발휘했고, 이번 주행 심사에서도 매우 좋은 탄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조교사가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전승규’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본다. 

#마이티고(외3·거·조병태·서봉수 부:RACE DAY 모:레보레이디)

마이티고는 직전 2월 1일 혼합 4군 경주에서 우승하며 3군에 올라간 미국산 3세마다. 당시 1300m 경주에서 외곽 선입 작전을 펼친 후 막판 탄력적인 걸음으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기록도 1분 20초 9(4% 건조)로 매우 빨랐고,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넘치는 우수한 경주력이었다. 

약 3개월 만에 치른 주행 심사에서도 시종일관 추진 없이 제어만 했음에도 1분 00초 7이라는 빠른 기록으로 여유 있게 2위로 골인, 컨디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출발부터 아주 좋았다. 가장 빠른 스타트를 보이며 선두에 나섰다. 4코너에서는 메니히어로와 나란히 선두를 형성했고, 직선주로에서도 잡고만 오면서도 끝까지 탄력을 이어갔다. 선행으로 레이스를 펼쳤고, 추진을 하지 않았음에도 LF가 12초 7이 나올 정도로 끝걸음도 매우 좋았다. 또한 주행 심사를 같이 치른 마필이 모르피스(1군), 심장의고동(1군), 원더풀플라이(2군) 등 매우 뛰어난 능력마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티고의 다음 경주는 3군 승군전인데,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본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이번 주행 심사를 통해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돼, 최강의 편성이 아닌 웬만한 3군 경주라면 입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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