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마 탐구] 블루치퍼, 최강마 판도 뒤엎을까

이병주 경마전문가 2019-08-09 조회수 888
[일요신문] 블루치퍼는 지난 7월 28일 오너스컵(GⅢ) 대상경주에서 2위마 백문백답을 무려 10마신이나 따돌리는 압승을 거두며 부산경마장 최강자에 오른 마필이다. 
 
‘블루치퍼’가 지난달 28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오너스컵 대상경주에서 압승하며 사실상 부산경마장 최강자로 등극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현재 대한민국 최고 마방 김영관 조교사 소속이지만, 데뷔 당시는 라이스 조교사 소속이었다. 데뷔전부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팬들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1200m에서 선행으로 낙승을 거뒀는데, 기록이 무려 1분 12초 5가 나온 것이다. 당시 건조(3%)주로였음을 감안해 볼 때 엄청난 기록이었다. 초반에 뛰어난 스피드로 선행에 나선 후 막판에도 탄력적인 걸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2위 마를 4마신이나 따돌렸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출전마 8두 중 8위라는 수모를 겪었다. 경남도민일보배 대상경주였는데, 출발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옆 말과 부딪쳤고, 이후에는 바깥으로 기대며 주행 불량을 보이며 꼴찌로 통과한 것이다. 당시 단승식 배당이 1.4배로 압도적 인기를 모았는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 

한 달 후에 펼쳐진 세 번째 경주에서는 다시 제 모습을 찾으며 우승했다. 이번에도 1200m였는데, 2위마 파이니스트워리어를 3마신 따돌리며 선행으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출발도 빨랐고, 사행하는 모습 없이 안정된 주행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주로에서 사라졌다. 특별한 질병 없이 컨디션 난조로 휴양과 재입사를 반복했는데, 훈련만 하고 경주에는 나서지 못했다. 그 사이 소속조를 옮겼다. 라이스에서 김영관으로 마방을 바꾼 것이다. 블루치퍼의 마주 최병부는 명마 트리플나인의 마주로 유명한 친 김영관파다. 데뷔는 라이스에서 했지만, 크게 뛸 재목으로 판단한 이후 김영관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4월 드디어 복귀전을 치렀다. 무려 1년 4개월 만에 치르는 경주였는데, 필자를 비롯한 많은 팬들은 블루치퍼의 존재 자체를 잊었을 정도로 휴양기간이 길었다. 그런데 복귀전 모습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최외곽 12번 게이트에서 쉽게 선행을 나선 후 종반에 괴력을 발휘하며 13마신 차 압승을 거뒀다. 막판 100m를 남겨두고는 이효식 기수가 일어서서 제어할 정도였다. 장기휴양을 거쳤고, 소속조를 옮기면서 완전히 걸음이 터진 느낌이었다. 이때부터 진짜 강자의 포스를 풍겼다고 할 수 있다. 

이후에 펼쳐진 2등급 경주에서도 12마신 차 압승을 거뒀고, 1군 무대 첫 도전에서도 외곽선입으로 6마신 차 낙승을 거뒀다. 차이는 6마신이었지만, 느낌은 60마신이었다. 막판 150m부터 붙잡고 들어오며 내용상으로는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다. 

1군 강자들과의 첫 대결이었던 오너스컵 대상경주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출발이 가장 빨랐지만, 무리한 선행을 피하고 따라가는 전개를 펼친 후, 4코너부터 선두에 나선 끝에 10마신 차 대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인기 1위였고, 필자도 우승 유력마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압승을 거둘 줄은 전혀 몰랐다. 1군 대상경주에서 10마신 차로 이긴다는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대상경주 우승을 계기로 블루치퍼는 부산경마장 최강자로 등극했다. 현재 레이팅은 118로 4위지만, 트리플나인(130)과 투데이(126)는 휴양으로 개점휴업상태고, 돌아온포경선(121)은 이번 오너스컵에서 17마신 차의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사실상 부산챔피언은 블루치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매우 높다. 티즈나우(TIZNOW)와 딕시시티(DIXIE CITY)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마 티즈나우는 현역에서 연도대표마와 3세 수말챔피언, 4세 수말챔피언에 올랐고, 평균 우승거리도 1862m로 상당히 긴 편이다. 씨수말로 전향한 후 2008년 리딩사이어 3위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 11두의 자마가 도입되었는데, 그중에 아임유어파더와 티즈플랜이 1군까지 올랐다. 모마 딕시시티는 현역에서 블랙타입 1승, 3위 3회를 거두며 23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인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블루치퍼는 데뷔전부터 5번 연속 1200m만 뛰었다. 그러나 1400m 1군 첫 도전에서도 압승을 거뒀고, 1600m로 늘어난 오너스컵 역시 압승을 거뒀다. 즉 거리가 늘어나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뛰게 될 1800m나 2000m도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질주습성 변경에 성공한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단거리 1200m에서는 워낙 능력이 특출나다 보니 선행으로 쉽게 우승했는데, 상대가 강해지고 거리가 늘어나면서 선입으로 변경했는데, 대성공이었다. 이전보다 안정감이 좋아졌고, 경주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도 향상되었다. 

앞으로 펼쳐질 코리아컵과 그랑프리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서울의 최강자들과 겨루지 않았지만, 이번 오너스컵에서 보여준 능력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지난 부산광역시장배에서 돌콩이 우승했는데 3위를 했던 뉴레전드에게 2.5마신밖에 못 이겼다.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뉴레전드보다 블루치퍼가 훨씬 강하다고 보기 때문에 간접비교를 했을 때 블루치퍼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돌콩은 현재 5세로 지금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반면, 블루치퍼는 4세로 지금부터 1년간이 최고의 전성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올 하반기는 블루치퍼가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강자였던 청담도끼, 돌콩, 문학치프 판도를 뒤엎을 유력한 마필이 될 것으로 본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선입으로 변경에 성공했고, 530㎏의 거구에도 주행자세가 부드럽고, 결정적으로 명장 김영관 소속이란 점에서 기대치를 한껏 높여보고 싶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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