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의 법조&인생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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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조선머슴
텔레비전 챈널을 돌리다 보면 가끔 독특한 종교방송을 만난다. 조선말 존재했던 강증산이란 인물을 신봉하는 것 같다. 강증산이란 뿌리에서 태극도나 증산도 대순진리등 여러 종교가 가지를 펼쳐나갔다. 종교단체 내부의 소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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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껴도 뺏길 땐 뺏겨
변호사를 갓 개업했을 때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재벌회장을 지낸 사람이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밤새껏 기록을 읽고 판례와 법률을 검토하고 의견서를 작성했다. 필요한 정보도 파악해서 넣었다. 정성을 다해 만든 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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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나의 법률사무실을 찾아온 김 목사와 근처 식당에서 김치전골을 시켜놓고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김목사는 예순 세 살에 혼자 하는 작은 기독교 잡지를 만들어 하고 있었다. 그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맛보고 나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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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열쇠
영국작가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라는 책을 다시 들췄다. 표지에 적힌 이런 글이 나에게 묻고 있었다. ‘너는 왜 사는가? 네가 추구하던 인생이란 무엇인가? 네가 얻고자 하는 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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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세타
호주의 골드코스트에서 만났던 칠십대쯤의 노인이 있었다. 그는 오십대 부도가 나서 이민을 갔다고 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부터 시작했다. 얼마 후 작은 편의점을 차렸다. 구석에 작은 방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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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점 주인의 지게철학
논현역 일번 출구를 나오면 오래된 가구점이 나온다. 70년대 말 강남이 개발되고 주택이 들어서면서 처음생긴 가게였다. 서구취향의 집들이 들어설 때 집주인들은 집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가구들을 원했다. 그런 호경기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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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을 둘러싼 굿판
어느 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한 겨울인데도 송전탑이 설 자리에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마을 노인들이 그곳에 들어가 결사적인 반대 투쟁을 하는 모습이었다. 노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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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쟁이 목사의 행복
퇴근시간의 지하철 4호선이 황혼에 물들기 시작한 동작대교위를 건너가고 있었다. 나는 김목사와 나란히 손잡이를 잡고 서서 납색강물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칠십대의 그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잡지를 만들고 있었다. 취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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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의 행복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다.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그중 재연드라마 부분을 촬영하기 위해 방송국 스텝진과 촬영장인 인천의 연안부두로 간 적이 있었다. 크레인과 조명시설을 탑재한 트럭과 단역과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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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비를 좋아하던 노인
흐르는 세월 속에서 여러 사람이 저세상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 죽음을 앞두고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그가 소유한 부동산과 재산목록이 적힌 종이쪽지를 손에 틀어쥐고 죽음을 부인하는 분이 있었다. 온몸에는 이미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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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두 길
다석 류영모 선생은 교장도 하고 솜틀가게도 하다가 냇물이 흐르는 북한산 자락에 작은 집을 짓고 경전을 읽는 노후생활을 시작했다. 기독교철학적면에서 그의 깊이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그는 매일의 명상을 일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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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隱者)였던 스승변호사
살아가면서 우연히 만나 그 삶의 모습을 따르게 되는 선배들이 있다. 삼십여년 전 변호사 일을 배우기 위해 정동교회 앞 빌딩에 있는 개인법률사무소를 몇 달 나간 적이 있다. 작달막한 키에 작은 눈이 반짝이는 아버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