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밀한 스와핑 장면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온나라가 스와핑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제공=B2E프로덕션 | ||
어두운 밤.
창 밖에 설치된 카메라의 앵글이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을 향하고 있다(정확히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펜션).
몇 쌍(여섯 쌍)의 남녀가 거실 이곳저곳에서 정답게 대화를 나눈다.
그중 몇몇 남자는 웃통을 벗고 있다.
장면2.
얼마 후 여자들이 옆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는다.
처음에는 쑥스러운지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었다가 이내 이마저도 모두 벗어 알몸이 된다.
거실에 있던 남자들은 이미 나체 차림이다.
장면3.
음악에 맞춰 몇몇 남녀는 부둥켜 안고 블루스춤을 춘다.
춤을 추던 남녀 가운데 몇몇은 몸이 달아올랐는지 옆방으로 사라진다.
소파에 누워 오럴섹스까지 즐기는 남녀도 있다.
지난 10월16일 오전 공중파 방송인 MBC-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르노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무려 20분간 나왔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의 충격은 야한 장면 때문만은 아니었다. 화면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부부라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부부끼리 파트너를 바꿔 섹스를 즐기는 세칭 ‘스와핑’이 이뤄진 현장이었던 것이다.
충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화면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사회적 신분 때문이었다. 모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었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또다른 충격이었다. 이날 MBC가 <아주 특별한 아침>을 통해 방송한 이 필름은 원래 9시간짜리였다. 그러나 방송사측이 주요 장면을 발췌, 20분 분량으로 줄여 방송했다.
이 사건의 전모와 함께 경찰, 그리고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계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희대의 사건인 이 스와핑 장면을 촬영한 주인공은 MBC-TV <생방송 아주 특별한 아침>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을 맡고 있는 B2E프로덕션 프로듀서인 이아무개씨(26). 그는 지난 10월5일 경기도 이천의 한 펜션에 잠입, 이 같은 충격적인 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이씨는 한 달 전부터 스와핑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수개월 전 우연하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발견한 음란성 글이 이번 촬영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이씨가 주목한 음란성 글은 겉으로 보기엔 야사(야한 사진)나 야동(야한 동영상)을 제공하는 일반 성인사이트를 홍보하는 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문제의 글을 올린 진원지를 추적했다.
이씨가 찾아낸 사이트는 ‘로즈가든(www.Spicylose.com)’이라는 성인 사이트였다. 이씨는 게시판을 통해 이곳이 스와핑 사이트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거야!” 당시 이씨는 이 사이트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도 포르노비디오처럼 엽기적인 스와핑을 벌이는지 궁금했다. 찍기만 한다면 특종이라고 직감했다. 결국 회사가 맡고 있는 <생방송 특별한 아침>을 통해 스와핑 현장을 공개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이런 생각으로 로즈가든 홈페이지를 뒤진 이씨는 사이트 안에서 ‘짜경모 다이어리’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여기에 접속한 이씨는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일반 회원 자격으로 가입한 부부들이 올린 스와핑의 경험담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던 것.
이씨는 사이트 일반 회원으로 가입해 스와핑이 이뤄지는 ‘D-데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초짜로 가입한 이씨에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정식 멤버로 인정받기 위해선 결혼 사진 첨부가 필수적이고 또한 운영자에게 홈페이지 내에서도 활발하게 회원 활동을 하는 스와핑 마니아로 검증이 돼야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홈페이지 운영자와 몇 차례 이메일을 나누고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과 교감을 쌓은 이씨는 지난 10월5일 기회를 얻게 됐다. 이날 오전 ‘짜경모 다이어리’ 운영자가 “오후에 경기도 이천의 한 펜션에 회원들이 모이기로 했다”고 귀띔해 준 것이었다. 이씨는 부랴부랴 카메라 스태프들을 소집시켜 문제의 장소로 향했다.
이씨의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이날 밤 10시부터.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여섯 쌍의 부부들이 방안으로 들어가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한 꺼풀씩 벗어 던지기 시작한 것. 속옷 차림이 된 이들은 파트너를 바꿔 가며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대부분 마주 서서 진한 키스를 나누면서 귀엣말을 속삭였고, 그중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끈끈한 오럴섹스를 즐기는 커플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집단 난교가 벌어진 것은 새벽 1시 무렵. 맘에 드는 상대를 골라 각자 방으로 향한 것이었다. 이후 세 시간여 동안 각 방에서는 신음과 교성이 끊이질 않았다. 이씨가 이 현장을 찍은 분량은 6mm 테이프 10개. 무려 9시간 동안 벌어진 ‘아담과 이브들의 합창’을 담은 것이다.
다음은 이씨의 취재 에피소드.
사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이씨는 지난 10월16일 <아주 특별한 아침>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필름 편집에 들어갔다. 방송용으로 공개할 만한 장면 편집에 사흘을 꼬박 세웠다. 그러나 지난 10월14일 느닷없이 일이 터졌다. ‘짜경모…’ 운영자가 강남경찰서에 스와핑 관련 조사를 받으러온 것.
강남경찰서 역시 노래방 등에서 스와핑이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한 달 이상 이씨를 주목하고 있던 것이었다. 기자들이 이를 놓칠 리 만무했다. 어느틈에 눈치를 챈 한 방송사에서 그날 밤 ‘펜션 스와핑’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이씨측은 10월16일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현장을 첫 공개하려는 계획을 앞당겨 지난 10월15일 문제의 스와핑 장면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