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만한 오승환(왼쪽)과 추신수. 대표팀에선 함께 뛴 적 있지만 상대팀 선수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했던 적은 있지만 상대팀 선수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클랜드와의 원정 4연전을 마치고 17일 밤 11시에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했다는 추신수는 “오클랜드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 비행기로만 4시간 넘게 걸렸다”면서 “몸은 피곤해도 부시스타디움을 밟으니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경험하는 인터리그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0.231로 낮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출루율 0.487로 출루왕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종아리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해 지난 14일부터 정상적으로 출전하며 팀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중이다. 오승환은 2승, 평균자책점 1.57로 한일 끝판왕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탈삼진(47) 행진을 이어간다면 2013년 팀 동료 트레버 로젠탈이 기록한 팀 내 순수 불펜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108탈삼진)까지도 넘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추신수와 오승환은 필드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인 19일 낮 경기 이후 저녁 약속도 잡았다. 이때 추신수가 오승환에게 한 말. “한국과 일본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이곳 메이저리그가 최고지?” 오승환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럼, 메이저리그가 최고지. 야구만 잘하면 다른 건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아.”
추신수는 평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매력적인 팀으로 꼽았었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 같은 지구(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터라 카디널스를 자주 접했었던 추신수는 야구장 시설은 물론 팬들까지 깔끔한 매너를 보이는 카디널스에 오승환이 입단한다는 사실을 알고 묘한 인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승환은 추신수에게 한인은 물론 한국 식당이 거의 없는 세인트루이스에서의 생활에 대한 고단함을 토로했다.
“여긴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야구장에 오면 관중들이 꽉꽉 들어찬다. 그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이미 클리블랜드, 신시내티에서 오승환과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추신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 공도 정말 잘 던지고”라는 말로 오승환을 위로한다.
두 선수의 대화 주제가 이번엔 슬럼프를 겪고 있는 박병호에 대한 얘기로 전환됐다. 추신수는 최근 박병호와 전화 통화를 하며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승환은 “병호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프로 입단 초기에도 투수들의 빠른 공에 애를 먹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빠른 공에 완벽히 적응했고, 이내 무서운 강타자가 돼 있었다”면서 “잠시 흔들리다가 곧 돌아올 것”이라며 박병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은 추신수의 팀 훈련이 시작되자 짧은 만남을 정리했다. “이따 통화하자”는 말과 함께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친구들의 해후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