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24일 중우회 모임에서 77세 생일을 맞은 ‘포스코 대부’박태준 명예회장이 이구택 현 회장, 김만제 전 회장 (왼쪽부터)과 건배를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비롯해 황경로 전 회장(중우회장), 김만제 전 회장(현 한나라당 의원), 정명식 전 회장, 안병화 전 사장(전 상공부장관) 등. 이날 백운대에 모인 인사는 모두 1백29명이었다.
이들이 백운대에 모인 까닭은 포스코 출신 임원들의 친목모임인 중우회의 가을 정기모임이 열린 때문이었다. 특히 이날 이곳에서는 포스코 창업자인 박 명예회장의 희수 잔치가 함께 열렸다.
사우회 성격인 중우회 모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모임이 실질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의 모임이란 점 때문. 특히 중우회는 지난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포스코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견제세력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중우회는 지난해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유상부 전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뒤 회원 80명 이상이 나서 “유 전 회장의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포스코 경영 및 경영진에 대해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게다가 당시 탄원서에 서명했던 중우회 회원들은 현직 포스코 회장이 로비설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포스코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포스코의 ‘대부’격인 박태준 명예회장도 유상부 당시 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창업자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비리에 연루된 현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 중우회에 참석한 전·현직 포스코 임원들. | ||
이날 모임에서 이구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포철의 주인없는 민영화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었다”며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경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원래 중우회 모임은 중우회 자체에서 경비를 대고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날 모임은 이구택 회장이 호스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희수를 맞은 박 명예회장의 생일과 중우회 행사가 겹친 것에 대해 중우회측과 포스코측은 “우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식순에서 박 명예회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순서도 있었고, 박 명예회장도 이에 대한 감사의 인사말을 전해 우연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다. 일설에는 이구택 회장이 박 명예회장에게 “희수를 축하하는 사적인 자리와 중우회 모임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박 명예회장이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굳이 나눌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 행사를 함께 치르게 됐다는 것.
중우회 모임에 참석한 박 명예회장의 건강은 매우 좋아 보였다. 그는 인사말에서 “초청해줘서 고맙다”란 말과 함께 ‘나라경제가 어렵다’는 요지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선 중우회 신입 회원들과 새로 포스코 임원이 된 간부 사원들도 중우회 YB멤버로 일일이 소개됐다.
▲ 광양제철소의 영빈관인 백운대. | ||
눈길을 끄는 것은 불참 회원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박태준 명예회장과 불편한 관계가 빚어졌던 조말수 전 사장은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또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중우회 회원들로부터 비토를 받았던 유상부 전 회장도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S 시절 포스코 회장을 지낸 정명식 전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 참석, 다음날 골프 모임에 나갔다. 김만제 의원도 이날 행사에서 건배 제의를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중우회 OB멤버들의 평균연령은 64.3세. 특별회원인 YB들은 62.4세. 모두 머리가 희끗했지만 이들은 자신이 모셨던 상사 앞에서 다들 머리를 숙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박 명예회장처럼 올해 희수를 맞이한 회원도 5명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