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 심리로 1차 조정기일이 열렸다. 이날 노소영 관장만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출석하지 않은 채 대리인단만 참석했다. 1시간가량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양측은 합의 없이 ‘빈손’으로 돌아섰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6월 15일 2차 조정기일을 잡았다. 2차 기일엔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직접 출석할 전망이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하면 2024년 4월 항소심 변론 이후 약 2년 만이다.

핵심 쟁점은 SK(주) 주식을 재산분할에 포함시킬지 여부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부부 각자의 고유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노 관장 측은 “수십 년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며 내조했기 때문에 최 회장이 기업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따라서 SK 주식 역시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고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6월 15일 열리는 2차 조정에서도 양측 합의가 불발되면 조정 절차는 종료된다. 이후엔 정식 소송 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T&C Foundation) 이사장과 관련해 사용했던 막대한 자금과 그 출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등 소송을 담당했던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김 이사장과 관련해 계좌 이체 등으로 수백억 원을 ‘지출’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2024년 5월 30일자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김 이사장 부모 등에게 지출한 내역은 크게 7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최태원 회장-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사이에 2010년 아이가 생겨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학비 5억 3400만 원 지출. 이를 감안하면 2020년~2024년 6월까지 학비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임.
2. 서울 한남동 소재 건물 토지 매입 및 신축 비용 301억 6500만 원 지출. 김 이사장과 자녀 실제 무상 거주.
3.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중이던 2018년 티앤씨재단이 설립됐으며, 최 회장이 티앤씨재단에 2018년 1월 10일부터 2022년 9월 6일까지 110억 9900만 원 이체.
4. 2020년 10월 21일부터 2021년 12월 28일까지 N 사에 39억 7400만 원 이체. 김희영 이사장 지시에 따라 기획된 전시를 주관하는 N 사에 지출.
5. 2016년 7월 29일부터 2019년 7월 8일까지 김 이사장 부모에게 36억 원 이체, 이후 김 이사장 부모가 약 25억 원 변제. 미회수금은 약 11억 원인데 이후 변제한 기록이 없음.
6. 2015년 10월 29일부터 2019년 12월 12일까지 김 이사장에게 10억 원 이체.
7. 최 회장의 신한은행 계좌 142억 원 중 상당부분, 국민은행 계좌 13억 원 중 상당부분 김 이사장 관련 소비. 어디에 소비했는지는 불특정. 또 다른 국민은행 계좌 204억 원 중 매월 2000만 원 생활비.

하지만 이 같은 지출 내역들 가운데 ‘4. 2020년 10월 21일부터 2021년 12월 28일까지 N 사 39억 7400만 원 이체. 김희영 이사장 지시에 따라 기획된 전시를 주관하는 N 사에 지출’ 대목에선 의문이 남는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티앤씨재단은 2018년 1월 설립됐다. 자산총액은 10억 원. 청소년 장학지원 사업과 미술품 임대사업, 예술품 및 기념품 판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N 사는 2015년 10월 설립됐다. 전시 및 행사대행업, 아트컨설팅업, 미술품 도소매업 및 미술품 임대업 등을 주로 한다.
의문은 최 회장이 무슨 명목으로 N 사에 ‘39억 7400만 원’을 이체했느냐는 점이다. 서울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김희영 이사장 지시에 따라 기획된 전시를 주관’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이사장이 운영하는 티앤씨재단은 N 사에 이와 별도로 약 4000만 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티앤씨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티앤씨재단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티앤씨재단은 2020년 N 사에 3476만 원, 2021년에 500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모두 3976만 원이다.
그렇다면 티앤씨재단이 N 사에 3976만 원을 지급한 까닭은 뭘까. 이와 관련해 SK 측은 “2021년 티앤씨재단이 주최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 관련 용역이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이 같은 전시용역비 3976만 원과 최 회장이 N 사에 39억 7400만 원을 이체했던 시기가 2020년~2021년으로 겹친다. 그렇다면 최 회장는 왜 N 사에 약 40억 원을 이체했을까. 이에 대해 SK 측은 “사인(私人) 간의 거래로 확인이 어렵다”고만 했다.
일요신문은 최 회장이 N 사에 거액을 이체한 이유 등에 대해 묻고자 N 사 민 아무개 대표 측에 여러 차례 연락했다. 하지만 N 사 측은 6월 9일 “우리 회사 지침 상 내부적인 거래처 등을 외부에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한편 SK 측은 일요신문이 질의한 △최 회장이 김 이사장 부모에게 2016년~2017년 36억 6000만 원을 빌려준 이유와 미회수금 11억 원 변제 여부 △2015년~2019년 김 이사장에게 이체된 10억 원 사용처 △최 회장이 김 이사장 부모(36억 6000만 원)와 김 이사장(10억 원)에 이체한 돈이 김 이사장 모친 명의의 ‘나인원 한남’ 매입 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 △최 회장의 신한은행 계좌 142억 원, 국민은행 계좌 13억 원 중 상당부분 김 이사장이 소비한 명목 등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개인적인 사항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