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 6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성인사이트 ‘소라넷’ 메인화면. | ||
무려 6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급 성인 사이트 소라넷은 지난 2004년 6월 이미 경찰의 철퇴를 맞은 바 있지만 단속을 비웃듯 현재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단순히 포르노 사진 등을 게시하던 수준을 넘어 강간 및 불륜, 근친상간, 변태적 성관계 장면을 담은 실시간 동영상까지 제공하는 등 과거에 비해 음란 수위는 한층 높아진 양상을 띠고 있다. 과연 ‘그곳’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국내 최대 규모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소라넷에는 밤낮이 없다.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이라는 슬로건처럼 사이트에는 일탈과 성적 욕망에 목마른 이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열혈 마니아들의 지지를 업고 소라넷은 카페, 앨범, 몸캠채팅, 야설게시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 수년째 국내 성인 사이트의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라넷은 메인화면에 ‘성인컨텐츠 제공이 합법인 미주 일본 호주 유럽 등지의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또 이용약관에 나와 있는 법령에 따르면 ‘법 법률 법령 관계법령 명령 규칙 등은 모두 미국 법률 및 그 하위 법률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 국내 경찰의 단속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회원 가입이 무료일 뿐 아니라 간단한 신상만 작성하면 가입이 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미성년자에게도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인터넷에 나도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만 사용하면 초등학생이라도 회원이 될 수 있을 정도. 소라넷에는 수십 개의 성인 사이트·콘텐츠 배너광고가 올라와 있는데 이들 콘텐츠나 광고가 이 사이트의 새로운 수입 루트로 알려져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들은 타인의 사생활이나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도촬(몰래 촬영)해서 유포한 과거의 음란 사이트와 달리 자의적으로 또는 서로 합의하에 게시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앨범방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은밀한 신체 부위와 정사 사진이 주를 이룬다. 이 방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새로운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들 사진은 각각 평균 1만여 건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애인이나 배우자를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음란 수위가 높을수록 회원들로부터 강력한 추천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 각종 게시판에 회원들이 올려놓은 노출 사진들. | ||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특정 작가나 회원들은 ‘마니아’층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좀 더 자극적인 사진을 빨리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회원들은 ‘둘만이 아는 은밀하고 비밀스런 장면이나 성생활을 익명의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에 더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게시물들이 단지 남의 사생활 및 신체를 엿보는 도구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호기심은 ‘관전’의 수준을 넘어 직접 ‘짜릿한 체험’을 원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스와핑이나 섹스파트너 모집이 가장 대표적인 예.
게시글들을 보면 회원들이 부부나 연인끼리의 실제 성관계 장면을 첨부해 스와핑 혹은 3S(2 대 1 섹스) 파트너를 구하는 데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는 ‘애인과 와이프를 공유하자’며 노골적으로 파트너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사이트에는 ‘분당. 34세, 29세. 178, 75/162, 53. 외모, 매너 준수. 대졸. 전문직 커플임. 스왑(스와핑) 원함’, ‘32/30. 유학파. 강남. 3S. 마르지 않은 여성 원함’ ‘레즈 성향 있는 고학력. 미모의 여성만’처럼 신체조건이나 외모는 물론 학력과 직업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만남을 원하는 이들의 게시물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피부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한 30대 남성은 애인과의 정사 사진을 올린 뒤 “애인이 까다로와서 아무나 안 된다”며 “건장하고 애인을 잘 리드할 수 있는 분, 섹스스킬이 뛰어난 호남형 남성을 원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몸에 흉터나 문신이 있거나 너무 과격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사절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주종 관계를 설정해놓고 성관계를 갖는 SM(새디즘과 마조히즘의 첫 자를 딴 조어)성향의 섹스파트너를 원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난 추세다. 간혹 ‘능력 있는 멜돔(상대를 학대하면서 성적쾌락을 얻는 남성)임. 경제적 지원 가능’ ‘팸섭(학대를 당하면서 성적쾌락을 느끼는 여성)구함. 고액 조건’이라는 내용도 눈에 띄는 걸로 보아 돈이 오가는 ‘거래’도 이뤄짐을 추측할 수 있다.
사이트 측은 게시되는 소설에 대해 ‘성인들의 성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진 픽션이며 작품들에서 다루는 성범죄나 여성에 대한 강간 등의 표현은 전적으로 작가 개인의 상상에 의한 것으로 일반적인 행태나 현실로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상당수는 자신의 글이 소설이 아닌 ‘실제 경험담’임을 밝히고 있다. 특히 불륜과 근친상간 등 ‘금지된 관계’는 물론이고 강간살인, 집단섹스, 약물상태에서의 성관계, 성고문을 다룬 글에는 온갖 성적 언어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가 포함돼 사이버 공간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소라넷의 진화(?)는 끝이 없다. 최근 이 사이트는 ‘포르노 무비’방까지 개설, 회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올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무비방은 한국, 일본, 서양 무비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된 동영상은 한국 비디오만 900여 개에 달한다. 2~3분 분량으로 자체 제작된 무비는 대부분 시리즈로 되어 있는데 무려 5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상당수다.
내용은 외국 포르노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몰카와 애인 간 정사는 기본이고 불륜, 원조교제를 넘어 급기야 성폭행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제목도 ‘주부 겁탈기’ ‘○○대학교 퀸카 ××’ ‘백조의 섹스일기’ ‘발정난 여자친구 길들이기’ ‘엄마친구와 대낮에…’ ‘고수부지 카섹스 리얼몰카’ 등 하나같이 자극적이다. 이들 동영상에는 얼굴은 물론 신체의 은밀한 부위까지 ‘노모자이크’ 상태로 드러나 있으며 다른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감상평이 곁들여진 댓글이 달리는 것이 기본이다.
일각에서는 소라넷 같은 음란 사이트가 극성을 부리는 것을 성에 개방적인 세태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고강도의 음란·변태물에 쉽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건강한 성관념이 자신도 모르게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정기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늘어가는 음란 사이트에 경찰도 적잖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눈치다. 2년 전 소라넷을 집중 단속한 바 있는 강남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소라넷이 최근 수위를 높여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수시로 사이트를 점검하는 등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란사이트를 완전히 뿌리뽑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 실제로 소라넷은 경찰의 단속 조짐이 보일 때마다 잠정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은근슬쩍 다시 운영하는 수법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IP주소를 바꾸어가며 운영하기 때문에 필터링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만큼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사이트 내에서 일어나는 회원들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서버를 호주와 일본, 캐나다 등 여러 곳에 두고 있는 데다가 운영자마저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