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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연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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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연재</description>
        <language>ko-KR</language>
        <lastBuildDate>Fri, 24 Jul 2026 11:34:26</lastBuildDate>
        <pubDate>Fri, 24 Jul 2026</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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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연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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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장관의 아이패드, 그리고 내 차의 자율주행]]></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00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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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4 Jul 2026 11:34:2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2010년 봄, 한 장관이 공식 브리핑장에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도 않은 물건을 들고 나왔다.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자출판 육성 방안을 설명하며 애플의 1세대 아이패드를 꺼내 “이걸로 하니 참 좋다”고 감탄한 것이다. 문제는 그 시절 아이패드가 전파법상 형식등록을 거치지 않아, 해외에서 사 온 물건이 공항 세관에서 압수당하던 때였다는 데 있었다.“일반 국민이 들여오면 밀수인데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대놓고 써도 되느냐”는 공분이 터졌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무대와 소품만 바뀐 같은 연극이 다시 상연되고 있다. 이번 소품은 아이패드가 아니라 자동차, 정확히는 자동차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다.7월 10일 테슬라코리아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 라이트’의 국내 배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배포지로 한국을 택한, 상징성이 작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 5월 국산차를 모두 제치고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차가 바로 테슬라 모델Y다. 그런데 정작 그 모델Y를 산 사람들 대다수는 이번 배포 대상에서 빠졌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4/1784855718219241.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900만 원이 넘는 값을 치르고 자율주행 옵션을 살 수는 있지만, 그 기능은 켜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차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가 만든 같은 이름의 차인데 어떤 차는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어떤 차는 못 바꾼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놀랍게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태생’이다.대상 차량이 애초에 많지 않기도 하지만, 국내 2000명이 넘는 테슬라 오너가 모인 대표 카카오톡 단체방을 둘러봐도 실제로 FSD 라이트를 받았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 대규모 적용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중에서 필자는 오래전 구매 당시부터 FSD 옵션을 넣은 초기 미국산 모델을 몰고 있어, 순차 업데이트가 내 차에 닿기를 기다릴 수 있는 처지다.회사의 약속 하나만 믿고 값을 미리 치른 뒤 몇 해를 묵묵히 기다린 사람에게 먼저 차례가 오는 것은 그 나름의 순리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순서를 정한 것은 그 기다림이 아니다. 내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것 하나다. 더 많이 팔린 중국산 모델Y를 산 이웃들은 더 새 차를 몰면서도 아예 대기 줄 밖에 서 있다.순서를 기다리는 쪽이든 아예 줄 밖에 선 쪽이든, 지금 우리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먼저 받은 이들의 영상이다. 초기 리뷰는 화려하다. 의정부에서 부산까지 451km를 단 한 번의 개입 없이 달렸다거나, 폭우로 차선이 지워진 길에서 스스로 가상의 차선을 그려 주행했다는 식이다.그러나 같은 영상들을 끝까지 보면 아직 한계도 또렷하다. 하이패스 앞에서 차선을 고르지 못해 결국 사람 개입이 필요하고, 점멸등 앞에서는 과하게 멈춰서 뒤차를 당황시키며, 빗줄기가 굵어지면 ‘일시적 사용 불가’를 띄우고 스스로 물러나기도 한다. 애초에 FSD 라이트가 구동되는 3세대 하드웨어는 카메라 화질도 연산 성능도 4세대에 크게 못 미친다. 큰 모델을 압축해 옮긴 것이 원본과 같을 수도 없다.그런데 중국산이 빠진 이유는 이런 하드웨어의 한계가 아니다. 국내에 팔리는 중국산 모델3와 모델Y는 이미 미국산 최신 차종과 같은 4세대 하드웨어를 얹고 있어, 연산 성능만 보면 부족할 것이 없다. 진짜 장벽은 서류에 있다. 미국산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안전기준 상호인정 조항 덕분에 미국 기준을 통과한 것만으로 국내에서도 자기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반면 중국산 차량은 유럽식 국제기준으로 인증됐고, 이 기준은 차선 변경을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손수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허용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무역협정이 어느 도로에서 손을 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셈이니, 소비자로서는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이쯤 되면 오래된 의심 하나가 고개를 든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려 정부가 규제의 빗장을 서둘러 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예 현대차와 국토부를 합친 ‘현토부’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그런데 이 장면도 낯설지 않다. 16년 전, 아이폰은 모든 휴대전화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 ‘위피(WIPI)’를 얹도록 한 규정 탓에 첫 출시국 명단에서부터 빠졌고, 국내 진입은 2년 가까이 늦어졌다.그사이 삼성과 LG는 대응 전략을 짤 시간을 벌었다. 훗날 이석채 당시 KT 회장은 사내 이메일에서 “혁신의 아이폰을 도입했지만, 우리는 두 재벌회사가 그렇게 강력한 차단에 나설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삼성전자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아이폰 도입 유보를 요청했고 SK텔레콤이 실제로 이를 미룬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규제 당국이 음모를 꾸민 것은 아니었지만, 경직된 규제가 결과적으로 자국 산업의 방패가 되었고 그 그늘에서 기업이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물론 이 의심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국내 규정이 따르는 국제 안전기준 자체가 운전대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방식을 아직 허용하지 않아, 국토부가 마음대로 빗장을 열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조차 지금도 테슬라 FSD의 신호 위반과 악천후 성능을 조사하는 마당이니, 생명이 걸린 영역에서 정부가 신중한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그러나 신중함이 곧 멈춰 서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유럽 도로에서 쌓인 수백만km 주행 데이터를 검증한 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이 주는 환상을 걷어내고 '운전자가 감독하는 보조 기능'임을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비로소 문을 열었다.다시 16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그 소동에는 뜻밖의 반전이 있었다. 여론이 폭발한 바로 다음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용 무선기기를 1인당 1대에 한해 전파인증에서 면제하겠다고 밝혔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해외 직구 인증 면제 제도가 그렇게 태어났다. 다만 뒷맛은 씁쓸하다. 규제가 스스로 앞서 나아간 것이 아니라, 여론이 터진 뒤에야 등 떠밀리듯 열렸기 때문이다.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제도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이슈가 터지기 전에, 스스로 판단해 열 수 있을 것인가. 16년 전 그 브리핑장이 그러했듯,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자동차 한 대도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비추고 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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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공적입양체계 1년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길어진 절차에 ‘애착 형성기’ 놓치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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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3 Jul 2026 14:58:2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아기는 생후 16개월이던 4월 17일에야 우리 집에 왔어요. 그전까지 시설에 있었고, 결연된 뒤 집에 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처음 만난 뒤 석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시설로 만나러 다녔는데, 제가 다녀간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저를 밀어내기도 했고요.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간은 정말 짧아야 합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23957684.jpg"/>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결연·입양허가가 늦어지면서, 가정을 기다리는 영유아의 시설·위탁 돌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사진=ChatGPT 생성예비 입양부모 A 씨는 첫째에 이어 둘째 입양을 준비하면서 민간입양과 공적입양체계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첫째는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했고, 둘째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을 앞두고 민간입양기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던 중 결연심사를 앞두고 공적체계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공적입양체계 결연위원회를 통해 아이와 결연된 첫 가정이기도 하다.A 씨가 공적입양체계 안에서 둘째 아이와 결연이 된 것은 2025년 10월이었다. 그러나 아이 얼굴을 처음 본 것은 석 달 뒤인 2026년 1월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A 씨 집으로 온 것은 다시 석 달가량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2025년 1월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입양 절차에 들어간 지 약 1년 3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입양 절차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입양허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첫째는 고민 기간을 제외하고 입양 확정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둘째의 경우 현재까지도 입양허가가 나지 않아 절차가 이미 그보다 길어졌다.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예비 입양가정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길어진 절차와 불투명한 심사 과정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69724650.jpg"/> 입양가족 어린이들이 가족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입양가족연대에 따르면 6월 기준 가정을 기다리는 아동은 248명, 이들을 기다리는 예비 입양부모는 756가정에 달한다.2022년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첫째를 입양한 김지원 씨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에 맞춰 둘째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은 △입양신청 △범죄경력조회 △예비 양부모 기본교육 수강 △예비 양부모 가정환경 조사 △자격심의 △결연심의 △결연통보 △아동 첫 만남 및 결연확인서 발급 △법원 입양허가와 임시양육 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김 씨는 신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격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이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김 씨는 “처리 기한이 넘어갔는데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무엇이 적정선인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현장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전환 이후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지방자치단체, 결연위원회, 법원 등으로 나뉘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병행할 수 있던 절차도 기관 간 협의와 심의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고, 업무 기준과 운영 매뉴얼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면서 처리 기간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행정 절차 장기화로 결연과 입양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운영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181621289.jpg"/>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보육사가 베이비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예비 입양부모의 기다림보다 더 큰 문제는 가정을 만나지 못한 채 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영유아기 애착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가정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안정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 토론회에서 정상경 변호사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제35조가 입양 절차에서 신속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후 12개월 미만은 영아가 주양육자와 애착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정서적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라며 “영유아기 시기의 애착 형성은 아이의 발달과 성격 형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아이가 집에 오기 전까지 시설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교사들과 대체교사의 돌봄을 받았다”며 “결연 후에는 저희 부부까지 일주일에 세 차례 아이를 만나러 가면서 아이가 여러 양육자를 접해야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시설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온 뒤에는 동네 산책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손을 먼저 흔들며 아는 척을 하는 아이로 바뀌었다”며 “가정과 시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현재 입양대상아동을 위탁 양육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아이가 이제 두 살 반이 되어 가는데 저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분리불안도 보인다”며 “이 아이가 나중에 입양이 확정돼 다른 가정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분명 골든타임이 있다. 아동 최우선의 원칙으로 본다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부도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현장의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 보완 방침을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 충분히 빨라지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절차의 지연을 줄이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유임 국가아동권리보장원장도 “예비 입양가정이 절차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 속에서 아동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공적입양체계 시행 첫해 드러난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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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고전 읽기와 논나맥싱]]></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89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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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6 Jul 2026 11:53:28]]></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금 생각해보니 젊은 날 읽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읽은 게 아니었다.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다투는 아들, 집안을 챙기기는커녕 자식들을 이리저리 버려두고 자기 욕망에만 끌려 다니는 욕심덩어리 아버지, 지참금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속을 끓이다가 애도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아내들, 젊은 날 카라마조프가는 이상하고도 이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16/1784166231560590.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 이해하기 싫은 작품이었는데 그 때도 주목했던 인물은 이반이었다. 이반은 복잡한 세상을 합리성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재단, 설명하려 하는 인물이다. 세상은 얼마나 무정하고 불합리한가. ‘신이 있다면 그럴 수 없으니 신은 없다. 그리고 신이 없으면 모든 게 허용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성적인 인간 이반이 자기 기준의 칼날에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운 번역이 나왔다고 해서 다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들었다. 줄거리는 그대로였는데 왜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영혼을 본 느낌이었을까. 내가 달라진 것이다. 마치 젊은 날 전쟁터에서 헤어진 친구를 황혼녘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진가를 알아보고 환대하는 느낌! 고전엔 그런 힘이 있다. 나는 미친 듯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모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놓고 아버지와 상속 분쟁을 했던 첫째아들, 드미트리가 다시 보였다. 아버지가 욕망한 여인을 사랑해서 질투에도 눈이 먼 그는 여기저기에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떠들고 다닌다. 아버지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나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억울함과 분노로 날뛸 만한데 그런데 그가 바뀐다.감옥에서, 법정에서, 유배 길에서 아버지를 닮은 불같은 성격은 차분해지며 운명처럼 다가온 누명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가 저주받은 가문 때문에, 젊은 날의 열정 때문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엔 정화가 있었다. 다시 고전 읽기의 바람이 불고 있단다. 우연히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오랜만에 손석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코너 이름도 ‘오래된 대답’이란다. 거기에서 그는 돈키호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가웠다. 게스트는 돈키호테를 무모한 꿈을 꾸고 불가능한 길로 뛰어든 낭만기사라고 설명한다. 그런 이가 그립다고. 정말 돈키호테는 무모한 꿈을 꾼 광인이기만 할까. 돈키호테의 광기는 종교개혁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더 가혹하게 인간을 억압했던 시대에 대한 반항인 것은 아닐까. 그 시대는 미친 사람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시대였으니. 돈키호테는 존재하지도 않은 가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라 믿으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라고 칼을 겨눈다. 그 광기는 광기라기보다 교회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종교재판장으로 넘겨졌던 시대에 대한 고발은 아니었을까.  정말 세상이 빠르게 돌아간다. 그 세상이 만들어내는 것을 얻겠다고 시류를 타다가도 문득 올라오는 물음이 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이 내 속도, 내 박자인가, 하는 물음.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떠밀듯 밀려오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내 속도, 내 박자를 고려하여 내 생각대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겠다. 그것은 얼마 전 ‘우먼센스’에서 소개한 논나맥싱의 정신과도 통한다. 논나맥싱(Nonna Maxxing), 네모난 화면에서 벗어나고 효율이나 이득의 관점에서도 벗어나 할머니처럼 느긋하고 따뜻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란다. 빵을 굽고, 손수 밥상을 차리고, 천연소재의 편안한 옷을 입고, 화초를 키우고, 뜨개질을 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리듬과 박자를 찾아가는 그런 류의 삶 말이다. 돈키호테가 말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진실하고도 절박한 말이다. 권력이 규정하는 인간,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인간이 아니라 내가 아는 나, 내가 알아가고자 하는 나, 그것이 고전을 읽고 논나맥싱을 추구하는 삶 속에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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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선관위 사태와 장윤기 사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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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0 Jul 2026 14:07:0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선거관리위원회 사태와 고 이채원 양을 무참히 살해한 장윤기 사건은 모두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선관위 사태는 헌법상 독립 기관인 국가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린 사건이었다.그런데 이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사라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윤기의 범행 실체가 경찰의 부실 대응, 혹은 고의적 부실 대응 의혹 속에서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제도에 대한 신뢰는 또 한 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가 중대한 까닭은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이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와 공화주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인데, 그중 법치주의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작동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10/1783647090866061.jpg"/> 신율 명지대 교수제도에 대한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하루빨리 사태를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만일 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선관위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장윤기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문제해결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현재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검찰 개혁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과연 진정한 검찰 개혁인지는 의문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보완수사권을 박탈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실제로 이번 장윤기 사건도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단순 살인 사건으로 기소될 뻔했었다. 더욱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이번처럼 사건의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피해자 보호와 유가족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이에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로 재수사를 담당하는 주체는 결국 경찰이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수사를 한다고 해도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이번 사건처럼 내부에서 스스로 사건의 성격을 축소하거나 잘못 판단했던 문제를 자체적으로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조직의 행위와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런데도 마치 숙제하듯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국민의힘이 보완수사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강경한 저항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결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총사퇴가 국회의장 혹은 본회의 표결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데, 그럼에도 이런 결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그저 암담함을 느낄 뿐이다.지금 정치권은 진정한 민생이 무엇인지부터 되새겨야 한다. 진정한 민생이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제도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원하고 있는데, 그런 구체적인 노력 없이 민생만을 외친다면 이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 양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진영 논리 자체를 민생으로 여기는 듯하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item>
                <item>
            <title><![CDATA[[일요칼럼] 딸기코를 본 인공지능은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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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Jul 2026 14:29:24]]></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6월 11일 저녁 MBC 뉴스 시간이었다. 모니터 앞에서 10년 차 경력의 홍 변호사가 말하고 있었다.“5000쪽짜리 기록을 AI(인공지능)가 단번에 파악하고 법률 서면도 써 줍니다.”그의 표정이 씁쓸했다.“AI가 최소한 100명의 변호사 역할을 거뜬히 해내요.”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3/1783042458318309.jpg"/> 엄상익 변호사자료검색이나 정리, 그리고 패턴화되어 있는 법률문서는 이제 AI를 이길 수 없다. 변호사의 종말이 온 것일까. 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 왔다. 40년 변호사의 직감을 AI가 가졌을까. 마음을 비우고 재판에 임하면 나는 몇 분 안에 판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감한다.그 외에도 있다. 실제로 했던 사건을 예로 들겠다. 20여 년 전 한 살인범의 변호를 맡았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한 여대생이 납치되어 잔인하게 살해됐다. 배경은 준재벌급 회장 부인의 살인 청부였다. 재판이 진행되던 어느 날이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살인범을 만났다. 곱슬머리에 작은 눈이었다.“사모님이 보낸 대리인이 면회를 왔어요. 시나리오를 짜왔더라고요. 사모님 부분은 빼달래요. 내가 혼자 미행을 하다가 실수로 죽인 단독범행으로 진술하래요.”그가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그러면 사모님은 무죄가 되고 저는 과실치사죄로 가벼운 형을 살고 나갈 수 있대요. 시키는 대로 하면 50억 주겠대요.”그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도와주시면 섭섭지 않게 보수를 드리겠습니다.”공범이 되자는 것이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가 법정에서 절규했다.“사흘 만에 산에 버려진 딸을 찾았어요. 한이 서렸는지 한쪽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 엄마가 그 눈을 감겨주니까 이번에는 다른 눈을 번쩍 떴어요. 그 딸이 지금 공원묘지에 있어요.”고민했다. 침묵하면 돈이 들어온다. 말하면 벌을 받는다. 업무상비밀누설죄다. 법률서면에 그들의 음모를 적었다. 여대생의 영혼에 빙의해서 절규를 담았다.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 살인범과의 관계를 끝내고 일요신문에 내막을 폭로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180만의 조회수에 도달했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들은 나를 형사고소하고 네 개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회장 사모님과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었다.그와는 반대의 사건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8세짜리 두 아이를 납치한 사건이 나오고 있었다.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 유괴범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유괴범의 변호사였다. 아이들을 납치해 포천 쪽으로 가는 차 안에서였다. 어둠이 내리면서 아이들이 찡찡거렸다. 위험한 순간이었다.그런 때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극도로 예민해진 납치범은 혼란스러웠다. 저녁도 먹지 못했다. 운전하는 그의 앞에 도로변의 이벤트 상점이 보였다. 그는 차를 세우고 딸기코와 노랑머리를 샀다. 포천의 폐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그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면서 삐에로가 됐다. 아이들이 하하 웃었다. 수사 기록에 없던 딸기코 부분을 변론서에 부각시켰다.아이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납치범 대신 사정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오히려 내 딸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재판 날 아버지는 딸을 안고 법정에 나왔다. 아이가 납치범을 본 순간 “안녕”하며 반가운 표정이었다. 재판장을 향해 “저 아저씨 좋아”라고 했다. 납치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그는 사업을 하다가 막판에 몰린 폐병환자였다. 어제는 요즈음 나의 파트너가 된  인공지능에게 물어 보았다. 피해자의 절규를 느낄 수 있느냐고. 인공지능은 자기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글에 영혼을 갈아 넣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말 자체의 의미를 모른다고 했다. 그런 인공지능에게 변론서를 맡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판사에게 인공지능이 쓴 글은 감동을 줄 수 없다. 피해자를 찾아가 대신 빌어주는 것, 그것도 기계는 할 수 없다. 뉴스에서 인공지능 하나가 100명의 변호사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나는 말하고 싶다. 100대의 인공지능이 변호사 한 명의 양심을 대신할 수 없다고.※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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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③] 법·제도 밖 경계선지능인…국가 지원 체계는 언제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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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1 Jul 2026 13:47:4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수년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률과 종합 지원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장애인 지원 체계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비장애인을 전제로 설계된 정책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탓에, 상당수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이 조례를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개별 사업 중심의 산발적 지원에 머물러 지역별 편차가 크고 생애주기별 지원도 단절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69916764722.jpg"/>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지자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ChatGPT 이미지 생성경계선지능인은 현행 법체계상 장애인복지법이나 발달장애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별도의 국가 차원 법률도 없어 대부분 지원사업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교육·복지·고용 등 여러 정책 영역과 맞닿아 있지만 어느 한 제도에서도 충분히 포괄되지 못하는 셈이다.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가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조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2025년 국회에서 열렸던 ‘느린학습자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총 128개 지자체·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제정된 상태다.그러나 조례 제정이 곧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도 별도의 예산이나 사업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단기 프로그램 위주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 이재경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은 아동·청소년과 청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의 배경으로 분절된 전달체계를 꼽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각각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정책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며 “학교 시기 지원과 성인기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중앙부처 차원의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은 시설 보호 아동,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일부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경계선지능 아동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 체계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064117060.jpg"/> 서울시가 2024년 12월 민간 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과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서울시 제공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식 개선과 지원 사업은 오히려 민간 영역이 주도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청년재단 등 민간 기관이나 일부 기업 등은 경계선지능인 인식 개선 캠페인과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 사업은 지속성과 지역 간 형평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해외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경숙 평택시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의 법제화 필요성과 정책방향: 국내외 제도 비교 분석’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경계선지능인을 정책 개념으로 인정해 직업훈련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역시 학습자의 다양한 인지 특성을 고려하는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기반 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경계선 수준의 성인의 학력 보완과 언어교육,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성인을 위한 보편적 평생교육의 권리화 모델로 평가된다.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위의 개별 사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기 지원에 머물지 않고 취업과 직업훈련, 자립생활, 평생교육까지 연계되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경계선지능인 규모와 특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교육·복지·고용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172164814.jpg"/> 2025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현재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에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조기 발견 및 맞춤형 지원, 교육·고용·복지 연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교육청, 민간 영역에 분산돼 있던 지원을 국가 차원의 체계로 묶기 위한 취지다.관련 단체들은 법안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처럼 경계선지능인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며 “통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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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배움을 외주 줄 수는 없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596</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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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6 Jun 2026 13:57:5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요즘 기업 이사회나 경영진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하나 있다.“저희도 AI(인공지능) 도입을 완료했습니다.”실제로 지난 1~2년 사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발표하는 AI 관련 보도자료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연간 사업 보고서에는 생성형 AI 활용 사례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도입’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당수 기업에서 AI 도입의 의미는 Microsoft 365 Copilot 라이선스를 구매했거나, 임직원 ChatGPT 계정을 개설해 사용을 권장했거나, 특정 업무에 AI 보조 도구를 시범 적용했다는 수준에 그친다.구독 버튼을 눌렀다는 것과 진정으로 AI를 도입했다는 것이 같은 말처럼 통용되는 세상이 됐다. 이 지점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다. 나델라는 지난 6월 14일 X(옛 트위터)에 짧지만 밀도 있는 글을 올렸다.“생태계 없는 프론티어는 불안정하다(A frontier without an ecosystem is not stable).”그가 이 글에서 설명하는 AI의 본질은 과거 어떤 소프트웨어와도 다르다. 엑셀, ERP, CRM처럼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써온 디지털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작업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증폭기였다. 사람이 명령하면 작업을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도구가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없었다.그런데 AI는 처음으로 사람과 디지털 시스템 사이에 진정한 쌍방향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사람이 AI를 쓰면서 피드백을 주고, 그 피드백이 AI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정교해진 AI가 다시 사람의 판단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주는 구조다. 나델라는 이것을 ‘인지적 순환(Cognitive loop)’이라고 부르며, 이 순환을 기업 안에서 소유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AI 시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이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AI 전략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경로가 존재한다. 하나는 외부 AI의 능력을 빌려 쓰는 방식이다. 챗봇으로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생성형 AI로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코딩 보조 도구로 개발 속도를 높이는 식이다. 효율은 즉각적으로 오르고, 비용 절감 효과도 수치로 확인된다. 그런데 그 도구를 걷어냈을 때 회사 안에 무엇이 남는가를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공급자가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종료하면, 회사가 그 AI 위에 쌓아온 효율은 그대로 공급자의 플랫폼에 귀속되고 만다. 이것이 단순한 이론적 위험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가 올해 초에 있었다. OpenAI는 기업 고객이 자사의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공해온 ‘AgentKit’ 플랫폼을 오는 11월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개월에 걸쳐 내부 자동화 업무를 구축해온 기업들은 갑작스럽게 이전 비용과 재설계의 부담을 떠안았다.다른 하나는 AI를 쓰면서 회사 자체가 더 똑똑해지는 방식이다. 직원들의 업무 판단, 고객 대응 패턴, 예외 처리 기준, 실패와 성공의 맥락이 AI 시스템 안에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그 AI가 다시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나델라가 말하는 ‘학습 루프(Learning loop)’다. 그는 이것을 “사용할수록 복리처럼 커지는 기업의 새로운 지식재산”이라고 표현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6/1782437612984199.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가장 핵심적인 테스트는 이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AI 모델을 내일 다른 것으로 교체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우리 회사의 판단 기준, 숙련된 직원들의 노하우, 업무 처리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는가. 남아 있다면 AI 주권을 가진 것이고, 사라진다면 도입이 아닌 특정 AI 회사에 의존 관계를 만들어온 것에 가깝다.미국 금융기업 모건 스탠리는 약 2만 명의 자문역이 일상 업무에서 자사 AI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노련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투자 판단과 포트폴리오 운용 기준이 지속적으로 시스템 안에 쌓이는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AI 코딩 도구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우버는 연간 AI 예산 전체를 단 4개월 만에 소진하고 직원 1인당 월 사용 한도를 설정해야 했다. 나델라가 이 경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꺼낸 비유가 1990년대의 세계화다.“세계화 초기를 생각해보라. 아웃소싱으로 산업 전체의 역량이 텅 비어버린 경우를.”이 문장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날카롭게 와닿는다. 우리는 그 세계화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경험한 나라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많은 기업이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생산과 조달을 해외로 이전했고,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줄고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고, 수십 년에 걸쳐 체득한 제조 숙련 기술이 사라졌으며, 그 공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AI가 만들어낼 두 번째 공동화는 더 조용하고, 더 빠르며, 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업들이 내부의 판단 체계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전문성을 외부 AI 모델에 계속 넘기면서 활용에만 그친다면, 그 지식은 점차 소수 빅테크의 인프라 안에 녹아들고, 정작 개별 기업과 산업 안에는 의존성만 남게 된다. 나델라가 “소수의 AI 기업이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가고 개별 산업의 전문성은 상품화된다”고 경고하는 배경이다.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클라우드와 AI 생태계를 가진 기업이기에, 나델라의 발언을 냉소적으로 읽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담긴 말이라고 해서 틀린 말이 되지는 않는다. OpenAI AgentKit의 갑작스러운 종료 예고, 거대한 AI 비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구조 조정에 나선 기업들의 사례는 나델라의 주장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같은 위험을 증언하고 있다. 핵심은 어느 플랫폼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플랫폼 위에서 학습 루프를 내 것으로 만드는 구조를 갖추느냐 여부다.중요한 것은 AI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런 선택지는 없다.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다. 나델라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일은 AI에게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배움 자체를 AI 회사에 외주 줄 수는 없다.”AI를 도입했느냐 마느냐를 따지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지금 쓰고 있는 AI 서비스가 내일 당장 사라진다면, 우리 회사 안에 무엇이 남는가. 우리의 판단력인가, 우리의 전문성인가, 우리만의 노하우인가. 아니면 정기 결제가 멈추는 순간 함께 사라질 효율인가. 세계화가 만들어낸 산업 공동화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AI가 만들어낼 지식의 공동화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올 것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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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②] ‘경계선지능’ 청년들 학교 밖 나오면 일자리 문턱 못 넘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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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24 Jun 2026 10:51:4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인인 A 씨(남·20)는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학창 시절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통학이 가능한 전문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이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한 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외출은 심리·언어·인지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A 씨의 어머니인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어려워해 전공과 관계없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올해는 진학에 실패했다”며 “지금은 사실상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691391712.jpg"/> 경계선지능인들은 성인이 된 후 사회에 나와서도 취업 및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인다. 학습 지원과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는 취업과 자립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 지원체계 틈새에서 이들을 뒷받침할 제도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진학과 구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직업 훈련과 취업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가 발주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4%는 자녀 또는 가족인 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취업 중이라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4.5%였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고용동향 기준으로 2026년 3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3%였다.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하지 못한 이유로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7.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비정규직이 70.7%로 정규직(26.8%)보다 훨씬 높았으며, 종사 직종은 서비스업(34.1%)이 가장 많았다.  경계선지능인인 B 씨(여·24)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의 도움으로 꾸준히 사회성 훈련과 또래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청년재단의 단기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B 씨의 어머니인 홍세영 씨는 ‘일요신문i’에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을 많이 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이 속도에 맞게 기다려주고 적응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업무 성과도 낼 수 있는데 요즘 기업들은 일반 청년들도 경력자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833689018.jpg"/>  대구 달서구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4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업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에 적응하고 일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경계선지능인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업무 수행(41.5%)과 대인관계(29.3%)를 꼽았다.실제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들은 업무 지시를 이해하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경계선지능인이라 소개한 27세 청년이 “처음 취업했지만 일을 알려줘도 이해 속도가 느리고 기억력이 낮아 입사 일주일 만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직장 상사가 업무와 관련해 질문하는 것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909958498.jpg"/>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계선지능인 일자리 준비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최근 들어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은 경계선지능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진단검사와 상담, 사회성 프로그램, 직업 체험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청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한 지역도 늘고 있다.하지만 지원 수준과 내용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상당수 사업이 단기 프로그램이나 체험 위주에 머물러 있고, 지속적인 취업이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인 직업 훈련 과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지만 이러한 한계의 배경에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별도의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은 등록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 훈련이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일반 청년 취업시장에서는 인지·사회성 특성으로 인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생애주기별로 경계선지능인을 만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포괄하는 기본법이나 종합 지원체계는 없다”며 “결국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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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안정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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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9 Jun 2026 10:30:19]]></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축구의 묘미는 역시 투혼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투혼의 힘을 보여준 작은 나라의 골키퍼가 화제다. 카보베르데, 그런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온몸을 던져 골을 막는 장면은 투혼이야말로 운동의 예술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명장면들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9/1781829126096670.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할머니가 자신을 키웠다고,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참 좋아했을 거라고 말하는 보지냐를 보니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의 안정감이 보였다. 보지냐가 말한다. 가난한 우리는 열정과 사랑으로 축구를 한다고. 안정감이야말로 사랑과 열정을 통합해내는 투혼의 뿌리다. 부자인 우리 축구단은 멘탈코치까지 두게 되었다. 한덕현 멘탈코치, 그가 말한다. 우리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안정적(Stable)이라며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란다. 하던 대로, 안정감에서 오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감을 잃으면 상황판단도 쉽지 않고 집중력도 생기기 않는다. 안정감은 그렇게 드러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알고 있다. 마음이 안정감을 잃으면 균형이 깨진다는 사실을. 때로는 깨진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서도 안정감을 찾아가는 자신만의 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큰 자산이다.  지금 사는 집을 처음 보았을 때 집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앞이 훤한 밝은 1층! 화단도 있고 햇빛도 좋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반가웠다. 무엇보다도 공기가 좋고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봄이 되자 그 화단 빈 곳에 어느 할머니가 상추를 심고, 쑥갓을 심고, 고추를 심었다. 잘 가꾼 텃밭에 할머니가 맨 줄을 따라 피어나는 호박꽃까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이었다. 창문을 열고 있는데 그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텃밭이 참 정갈하네요.” 나로서는 인사를 건넨 것이었는데 할머니 반응이 놀라웠다. “너, 누구니? 왜 거기에 있어. 그 집은 내가 아들 살라고 사준 건데. 빨리 나와.” 놀랐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되물었다. “아드님이 누군데요?” “우리 아들 OO이!”“OO 씨, 어디 계세요? OO 씨 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저기 와, OO이!”물론 아들은 거기 없었다. 두 번을 그렇게 당하고 나니 안 되겠다 싶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그 할머니를 알고 있었다. 4층에 사는 할머니인데 자기에게도 그랬다는 것이었다. 아들 내외가 3층에 살았는데 이사를 갔단다. 자신에게 그 아들 전화번호가 있으니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겠단다.그러고 나서는 정확하게 일주일, 할머니는 나와 마주쳐도 소란을 부리지 않았다. 아마 아들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 같고, 아들의 말에는 반응할 만큼 일상이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주일 뒤 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그냥 베란다 문을 닫아버렸다. 불쾌했다. 왜 저런 할머니를 혼자 두는가. 생각해보니 그 물음은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불쾌한 감정이 일으킨 것이다. 그 할머니의 망상의 원천 혹은 발작버튼은 아들이 살아야 할 집에 다른 사람이 산다는 것이었다. 아들, 기억이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꼭 붙들고 있는 그 이름 OO이….역지사지의 기본은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물음부터 바뀐다. 우리 부모님이 저랬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만일 내가 저렇게 된다면? 물음이 바뀌니 나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피해자 연대를 만들어 그 할머니의 삶을 통제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몰고 싶지 않았다. 새벽 5시부터 하루에도 대여섯 번은 나와 일군 그 할머니의 텃밭은 정갈하다. 상추도, 쑥갓도, 호박도, 토란도 잘 자라고 있다. 그렇게 생명들을 잘 돌볼 수 있다면 그 할머니는 나름 안정적인 것이다. 그래서 정리했다. 피해자로 살지 않기로. 마주치지 않으면 할머니의 발작버튼은 작동되지 않으니 할머니가 보이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기로 했다. 할머니가 몽학선생이 된 것이다. 안정감을 회복하는 일, 모든 일의 근본 같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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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①] ‘경계선지능’ 아이들 손 내밀 곳 없는 교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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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Jun 2026 14:23:1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고등학생 자녀를 둔 곽미라 씨(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서울 부대표)는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조금 늦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한글 쓰기를 어려워하고 또래보다 학습 속도가 느렸으며 심리·정서 검사에서 관심군 이상 판정을 받아 심리·언어 치료를 받았지만, 단순한 발달 지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와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정밀검사를 통해 IQ 73 수준의 경계선지능 진단을 받았다.곽 씨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학과를 나와 교사로 일했지만 내 아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어 자괴감이 들었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조기 개입과 치료를 놓쳐 내가 아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3521982010.jpg"/> 경계선지능인은 통상적으로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인은 일반적으로 평균보다 낮은 인지 기능 탓에 학업이나 직장 생활, 사회 적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정의는 없지만 통상 지적장애(IQ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복지 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024년 정부의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자료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정부는 지능지수 정규 분포를 적용할 경우 전체 인구의 13.59%, 약 69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 수 기준으로는 약 78만 명 규모다.경계선지능은 장애처럼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해 학령기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은 단순히 ‘조금 늦된 아이’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 정도로 여기고, 학교 역시 단순한 학습 부진이나 적응 문제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한 16년 차 초등교사는 ‘일요신문i’에 “한 반에서 1~2명은 경계선지능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판정 사실을 학부모가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체육 시간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수학이나 과학처럼 이해력과 처리 속도가 필요한 과목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며 “같은 계산 문제를 풀어도 빠른 학생은 4~5분이면 끝낼 양을 이런 학생은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경계선지능인 딸을 둔 홍세영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우리 딸의 수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며 “다른 아이들이 30분이면 끝낼 과제를 우리 아이는 2~3시간은 해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금 늦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부담이 커지면서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말했다.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5년 9월 발행한 ‘경계선지능 학생의 실태 분석을 통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는 “이들은 일반 학급에 배치돼 수업을 받지만 추상적 개념 이해, 문제해결력, 기억력, 주의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등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며 학업과 적응 모두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4606259695.jpg"/>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의 어려움은 학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 적응, 나아가 학교폭력 노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경계선지능인 아들이 있는 송연숙 씨(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는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이 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교우관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해주려고 동네 보육반장 역할을 자처해 반 애들을 불러 함께 놀게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세영 씨도 “학교에서 섬 같은 아이였다”며 “함께 밥을 먹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없었다”고 말했다.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늦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갈등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문제는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학업과 교우관계 등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경계선지능은 법적으로 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상당수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일반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곽미라 씨의 아들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두 차례 탈락을 경험했다. 곽 씨는 “우리 아이는 경계선지능 외에도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어 선정됐지만 경계선지능만 있는 아이들은 선정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담임교사가 추천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를 밟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어렵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서로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우리 아들은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초등학교 때 특수학급에 다녔는데 아이가 장애 정도가 더 심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더니 언젠가 ‘나는 바보인가 보다’라고 말하더라”며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실제로 현행 교육체계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현행 교육 정책은 이들을 명확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법, 특수교육법, 학습 부진 학생 대책 등이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경계선지능 학생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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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정점식 원내대표, ‘강성 보수’ 그늘 벗어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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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2 Jun 2026 13:59:4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정점식 의원이 선출됐다. 정 의원은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정치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가 현재의 국민의힘을 상당 부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점식 의원을 지지한 다수 의원들이 친윤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만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처한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대목은 한동훈 의원, 오세훈 시장, 유의동 의원이 나란히 당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강성 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합리적 보수 내지 중도 보수로 평가받는 정치인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고려하면 강성 이미지가 짙은 현재의 지도부 아래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상승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6월 1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자신들의 언행이 비로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1/1781185208274741.jpg"/> 신율 명지대 교수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6월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ARS 방식의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1.6%, 민주당 지지율은 40.4%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매우 반길 만한 결과다.그런데 6월 1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해당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5%였다. 두 여론조사 사이의 차이는 조사 방식과 응답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가 자동으로 질문하는 ARS 조사에는 정치적 고관여층이 주로 응답하는 반면,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 면접 조사에는 중도층이나 무당층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물론 두 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점도 있다. 첫째, 대통령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급락하고 있다는 점. 둘째,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통점은 과거 지지 정당을 밝히기를 꺼렸던 보수 유권자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이러한 해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출구 조사가 다수 지역에서 빗나간 이유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만일 어떤 지역에서는 진보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렸다면, 이는 출구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그러나 출구 조사가 빗나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출구 조사 응답 과정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한 다수의 유권자가 자신의 선택을 숨기거나 다르게 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이렇듯 샤이보수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동훈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합리적 보수 후보가 당선되고, 이후 언론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한동훈 의원과 같은 합리적 보수에게 집중되자,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자신의 후보 선택과 이념 성향을 숨겨왔던 보수층이 이제는 ‘떳떳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장동혁 대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대신 한동훈 의원이나 오세훈 시장이 전면에 부각되자 자신들이 보수임을 보다 당당하게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는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그 방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보수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item>
                <item>
            <title><![CDATA[[일요칼럼] 판사는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28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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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5 Jun 2026 14:02:3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어떻게 법원 청사에서 그럴 수가 있어?”모임에서 한 원로 법조인이 말했다. 지난 5월 김건희 사건을 맡아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장이 죽었다. 지인들에게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어떤 게 힘들었을까. 전두환을 재판했던 재판장의 말이 떠올랐다.“끊임없이 욕하는 전화가 걸려 오더라구. 내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야.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갔어. 그러다 어느 순간 공격이 딱 끊기더라구. 뭔가 집단적인 세력이 있어.”법무장교 동기생인 대법관이 있었다. 그가 대법관 시절 내게 이런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내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계속 협박을 하고 따라다녀. 집요해. 겁이 나는 거야.”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05/1780623111735206.jpg"/> 엄상익 변호사그가 소름이 끼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퇴근할 때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면 주위부터 살펴. 그 사람이 있나 해서 말이지. 그리고 차 문이 열리자마자 단거리선수처럼 냅다 집으로 도망가. 대법관 체면에 이래서 되겠어?”그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집 문 앞에서 화살을 맞은 판사도 있잖아? 나는 요새 양복 안에 짧은 몽둥이를 넣고 다녀. 위기가 닥치면 싸워야지 뭐.”고등법원장을 지냈던 분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했다. 실력도 인품도 모자람이 없는 분이었다. 그가 고소를 당했다. 형사 앞에서 상대방에게 물어뜯기는 대질조사를 앞두고 삶을 포기했다. 판사들에겐 목숨 같은 것이 자존심이다. 그게 상처가 날 때는 죽고 싶을 것이다. 법무장교 동기인 변호사와 저녁을 먹을 때였다. 그는 판사 시절 불같은 성격이었다. 거짓말을 참지 못했다.“내가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에 누가 와서 내 사무실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렀어. 소방차 여러 대가 출동하고 빌딩 전체로 불이 번질 뻔했어.”그의 표정이 어두웠고 음식 앞에서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범인은 10년 전 민사사건 의뢰인이야.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 불만을 말한 적도 없고. 계속 반성해 보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심사되던 날 법원 앞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군중들이 법원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박살나고 기물들이 부서졌다. 폭도가 판사실이 있는 복도를 다니면서 문을 발로 차며 판사 이름을 불렀다. 그 일을 당한 판사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집단적으로 자존심을 다친 내면에서 피가 흘렀을 것이다.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 왔다. 법정에서 수많은 판사의 모습을 지켜봤다. 대부분이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밤을 새워 판결문을 쓰면서 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들은 자존심 하나를 먹고 그 자리를 지킨다.밀밭에 가라지가 섞여 있었다. 법정에서 노인에게 무식하다며 눈알을 부라리는 판사를 봤다. 더 무서운 경우도 있었다. 억울한 당사자가 손가락을 잘라 판사에게 보낸 경우가 있었다. 그 판사는 “왜 이걸 내게 보냈죠?”라고 했다. 인간을 보지 않고 기록만 보는 미숙아도 많았다. 그들의 목표는 상급심에서 칭찬받을 판결문이 전부다. 가라지들이다. 소수지만 사법부 전체를 흙탕물로 만든다. 30년 동안 법관을 해 온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판사는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바로 앞에 살인범을 놓고 그 눈을 똑바로 보면서 사형선고를 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봐. 누가 그 일을 하고 싶겠어? 그렇지만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반면 이런 재판장도 봤다. 연쇄 살인범에 대해 형을 선고하는 법정이었다.“사형선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판사 생활 30년 동안 사형을 선고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기징역에 처하기로 했습니다.”나는 그를 보면서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법관이 됐다. 고요하던 법조계에 풍랑이 일고 있다. 분노가 판사석에 앉아 있다. 법의 실종이다. 판사들이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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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AI를 만든 자가 바티칸에서 한 고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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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9 May 2026 15:58:48]]></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난 5월 25일 세계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자신의 첫 번째 회칙(回勅)을 발표한 바티칸 시노드 홀 단상에, 추기경과 신학자들 사이에 33세의 무신론자 AI(인공지능) 연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세계 최전선의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공동 창립자인 크리스 올라(Chris Olah)가 교황의 초대를 받아 연설자로 선 것이다.종교와 테크놀러지,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계가 한 무대 위에서 만난 이 순간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우리 시대가 AI라는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9/1780020368565113.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회칙의 이름은 ‘Magnifica Humanitas’. 우리말로 ‘웅장한 인류애’다. 1891년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선언했던 레오 13세의 ‘Rerum Novarum(새로운 사태)’ 발표 135주년에 맞춰 발표된 이 문서는, 4만여 단어 245개 항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혁명을 오늘날의 새로운 사태로 규정한다.핵심 메시지는 간결하다. 인간은 기술에 의해 ‘최적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며, 기술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위한 도구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회칙이 AI의 ‘무장 해제(Disarming)’를 요구한다는 점인데, 이는 기술의 폐기가 아니라 AI가 지정학적 패권 경쟁, 상업적 독점, 군사적 살상 목적에 동원되는 구조 자체를 해체하자는 요구다.또한 AI 서비스 뒤에서 유해 콘텐츠를 검수하는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와 희토류 광산 노동자들의 희생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로 규정하며, AI의 혜택을 논하기 전에 그 기반에 깔린 보이지 않는 인간 노동부터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올라의 연설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했다. 그는 먼저 AI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한 진실을 꺼냈다.“앤트로픽을 포함한 모든 최전선 AI 기업은, 때로 옳은 일을 하는 것과 충돌하는 인센티브와 제약 구조 안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상업적 생존의 압박, 연구 경쟁의 압박, 지정학적 압박, 그리고 보다 오래된 인간적 욕망인 자부심과 야망까지. 자신들이 만드는 기술의 위험성을, 교황 앞에서 직접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AI 기업의 이해관계 바깥에 있는 외부의 비판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I 개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것을 말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에 의해 굽혀지지 않는 도덕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그가 제시한 세 가지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첫째는 AI가 대규모 일자리 대체를 가져올 경우, 그 피해가 집중될 글로벌 남반구의 빈곤층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AI 개발이 소수의 부유한 국가에 집중된 현실에서, 그 열매를 공정하게 나눌 메커니즘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둘째는 AI가 일상에 깊이 파고들 때 인간과 가정, 사회가 어떻게 ‘번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덕적 상상력의 문제다. 이는 기업 연구실이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의 의미와 삶을 성찰해온 종교와 인문학 전통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라고 그는 말했다.셋째는 AI의 본성 자체에 대한 물음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연구팀이 AI 내부를 들여다볼수록 “기쁨, 만족, 두려움, 슬픔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내부 상태를 발견하며 미스터리하고 불안한 무언가와 마주치고 있다”고 고백했다.여기서 흥미로운 긴장이 생긴다. 회칙은 ‘AI 시스템은 경험하지 않으며, 기쁨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런데 같은 무대에 선 연구자는 AI 내부에서 기쁨, 두려움, 슬픔에 기능적으로 상응하는 상태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회칙은 신학적 확신 위에서, 올라는 경험적 불확실성 위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의 언어는 다르지만 이 불일치는 앞으로 AI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될 것이다.회칙 자체는 두 개의 성경적 은유로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하나는 ‘바벨탑’이다. 인간이 신의 도움 없이 오직 기술의 힘만으로 하늘에 닿으려 한 오만의 상징으로, 교황은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를 절대적 가치로 삼아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하는 현대 기술 자본주의를 이에 빗댔다. 다른 하나는 느헤미야의 ‘예루살렘 성벽 재건’이다. 하향식 명령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벽돌 한 장씩 쌓아 올린 협력의 모델로, 기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물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앤트로픽이 바티칸의 도덕적 권위를 빌려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이른바 ‘포프워싱(Pope-washing)’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항공기 제조사 Boom의 CEO 블레이크 숄은 회칙이 기술 혁신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한 시각이며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고, 테크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AI를 ‘미스터리한 자의식’을 가진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지나친 의인화라는 냉소도 나왔다.반대쪽에서는 도덕적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며 진짜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감사 권한과 노동자 보호 제도라는 더 날카로운 지적도 있다. 이 비판들은 저마다 타당한 지점을 건드린다. 도덕적 상상력을 먼저 앞세울 것인가, 기술의 실증적 현실에서 출발할 것인가.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교리의 내용보다 이 ‘만남’ 자체가 아닐까 싶다. 신앙에 기반한 도덕 공동체와, 그 신앙을 공유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기술의 윤리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인정한 AI 기업 창립자가 같은 무대에 선 것이다. AI 개발자 스스로가 “우리 내부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외부의 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결국 이 모든 논쟁을 꿰뚫는 질문은 하나다. AI는 우리가 만든 ‘도구’인가, 아니면 우리가 키워낸 ‘존재’인가. 도구라면 책임은 설계자와 사용자에게 있다. 키워낸 존재라면 무엇을 가르쳤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했는지까지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교황청과 AI 연구자만의 것이 아니다.AI를 매일 쓰는 사람, 도입을 결정하는 기업, 정책을 만드는 정부 모두가 이미 이 선택의 한 구간을 맡고 있다.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우리가 만드는 것의 의미를 아직 모른다”고 고백하며 외부의 눈을 요청한 이날, 그 질문은 바티칸의 석조 벽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도달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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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④] “범인은 아빠랑 술 마신 사람” 7세 아이는 누굴 목격했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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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8 May 2026 17:07:3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일곱 살 아이는 비디오 가게 안쪽에 딸린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점심으로 엄마와 함께 짜장라면을 나눠 먹은 후였다. 평온했던 하루는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들이닥치며 순식간에 깨졌다.남자는 엄마의 가슴에 맥가이버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돈 갚아.”엄마는 “못 갚는다”며 방 안으로 도망쳤다. 남자는 방 안까지 따라 들어와 엄마를 찔렀다. 그러고는 금고에서 돈을 꺼내 가방에 넣고 도망쳤다. 스포츠 머리의 남자는 며칠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들은 범인을 “가게에 3번이나 왔었고 아버지와 술도 마셨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경찰 조사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그런데 이틀 뒤 현장 인근에서 잡힌 범인은 이 진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인물이었다. 체포된 남자는 만 20세의 탈영병 이민형. 피해자 가족과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 타인이었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관련기사 “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수사 초기엔 면식범 소행 의심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344406463.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취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이 사건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직접 목격자는 방 안에 있던 피해자의 일곱 살 아들 A 군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두 시간 뒤, 아이는 경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A 군의 진술조서(1998. 1. 3.자)문: 진술인은 목격할 당시 상황을 상세히 말하시오.답: 제가 방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고 어머니가 가게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정리하고 있던 중 20대로 보이는 남자 1명이 들어와 저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검정계통의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접는 칼(일명 맥가이버칼)을 가지고 어머니 가슴에 들이대고 “돈을 갚아라” 하자 저의 어머니가 “돈을 갚지 못한다” 하며 제가 있는 방으로 도망하여 들어오자 뒤를 따라 들어와 어머니 가슴 및 옆구리 부분을 가지고 있던 칼로 찌르고 다시 가게로 나가 돈통에 있던 돈을 꺼내 들고 왔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도망갔습니다.(수사기록 29쪽)문: 진술인은 어머니를 칼로 찌른 20대 남자를 보면 알 수 있는가요. 답: 알 수 있습니다. 문: 진술인 20대 남자를 평소 알고 있었는가요. 답: 며칠 전에도 가게에 왔었습니다.(수사기록 29, 30쪽)적어도 사건 직후 A 군의 기억 속 범인은 낯선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범인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경찰이 아버지에게 한 질문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피해자 남편의 진술조서(1998. 1. 3.자)문: 진술인의 아들 진술에 의하면 범인은 진술인의 가게에 3번이나 온 사람으로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답: 지금 조사관의 이야기를 듣고 3번 왔다는 이야기를 처음 알았습니다.문: 아들은 범인이 진술인의 집에 와서 가게에서 진술인과도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요. 답: 우리 애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 말은 믿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사기록 49쪽)경찰은 “범인이 돈을 갚으라고 했다”는 A 군의 진술을 토대로 부부의 채무 관계를 파악했다. 피해자의 남편은 건설업에 종사했고 피해자는 비디오 가게를 하면서 살림을 꾸렸다. 먹고 사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4000만여 원의 빚도 졌다.문: ㅇㅇ건업(사채업자)에서 이자나 원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지 않았나요. 답: 지금부터 약 5개월 전에 ㅇㅇ건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고 있었는데 그 뒤에 약 2~3개월 전까지 계속 독촉을 받다가 처가 골치가 아픈지 담보로 잡혀 있는 주택을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한 뒤부터는 독촉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수사기록 43, 44, 45쪽)문: 진술인이나 처가 ㅇㅇ건업으로부터 협박이나 강요를 당하지 않았나요.답: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ㅇㅇ건업 주인이 저에게 전화를 하여 “이것들이 까불고 있어”라며 주택을 팔아 치우겠다는 말을 몇 차례 했고… 나머지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습니다.(수사기록 45쪽)경찰은 채무관계 외에 피해자 부부가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했다.문: 진술인이나 처가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있나요. 답: 처나 저는 원한을 살 만한 관계가 있는 사람은 없고 약 5개월 전에 박ㅇㅇ이란 사람이 노임 54만 원을 받으러 왔는데 돈을 주지 못하니까 부인과 같이 와서 가게에 앉아서 돈을 줄 때까지 못 가겠다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고 당기다가 제가 뺨을 때렸으며 약 1개월 전쯤 그 사람이 저의 가게에 온 것을 처로부터 꾸중을 듣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수사기록 46, 47쪽)처음엔 경찰도 채무관계에 의한 면식범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월 5일부터 수사 흐름이 바뀌었다. 경찰이 현장 인근에서 탈영병 이민형 씨를 거동 수상자로 체포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찰은 체포 당시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이 씨를 이 사건 범인으로 강하게 의심했다.당초 난항을 겪던 수사는 이 씨 체포 이후 급물살을 탔다. 곧바로 밤샘 조사가 시작됐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들 앞에서 나체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설상가상 방송사 카메라까지 들이닥쳤다. 결국 이 씨는 자백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281918413.png"/> 이민형 씨가 수갑은 찬 채 피해자의 아들과 대면하는 모습. 그림=이민형 자백 이후 경찰은 손에 수갑이 채워진 이 씨를 A 군과 대면시켰다. 이 자리에는 A 군의 삼촌과 아버지의 친구도 함께했다. 경찰은 A 군에게 이 씨를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보여줬다. 그 뒤 A 군은 이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진다. 수사와 재판에서 초기 진술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통상 법원도 기억의 휘발성을 인정해 진술 내용이 조금 달라지는 부분은 고려한다. 하지만 “3번이나 봤던 사람”이 “처음 본 사람”이 되는 건 단순히 기억이 흐려지는 것과는 다르다.이 사건 이민형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이 대면 방식 자체가 식별 절차의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피의자를 보여주는 순간, 아이에게는 수사기관이 이미 결론을 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권위 있는 어른이나 수사기관, 가족이 특정 결론을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확인을 거듭하면, 아이가 그 내용을 자신의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A 군은 수사 초기 자신이 본 범인의 특징을 충분히 기록하거나 묘사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이 씨와 대면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결론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기억을 구성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경찰이 이 씨와 대면 당시 A 군에게 보여줬다는 촬영 영상이 무슨 내용인지는 수사 기록에 적혀 있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영상의 내용에 따라 A 군 진술의 신빙성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자백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면, 일곱 살 아이에게는 이 씨가 범인이라는 강한 암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목격자 진술과 닮아간 자백이 사건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이 씨의 자백과 A 군의 증언이었다. 그런데 당시 수사 기록을 보면 A 군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은 처음부터 일치했던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점차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사건 직후 A 군이 경찰에 진술한 범인은 가게에 세 차례 왔던 인물로, 가게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정리하고 있던 피해자를 칼로 위협한 후 피해자가 방 안으로 도망치자 뒤따라 들어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적혀 있다. A 군은 1998년 1월 12일 현장검증과 1월 22일 군 경찰 조사에서도 범인의 동선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599650082.png"/> 1998년 1월 3일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장미비디오 가게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금고를 포함한 현장에선 이민형 씨의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이 씨의 자백도 이후 A 군의 초기 진술과 비슷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씨는 체포 직후인 1월 6일엔 “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 피해자를 위협했고 일어나려는 피해자를 뒤에서 잡아 칼로 찔렀다”고 했다. 그러나 1월 22일 조사에선 “비디오 가게에 들어갔을 때 피해자가 가게 안에 있었고, 협박하자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길래 이를 따라가 방 안에서 찔렀다”고 말을 바꿨다.가방에 대한 진술도 바뀌었다. 1회 신문조서와 현장검증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가방이 2회 신문조서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이 씨는 “처음 진술할 땐 ‘가방과 옷가지를 대구역 사물함에 보관했다’고 했는데 이후 수사관이 불러 ‘피해자의 아들이 범인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고 해서 다시 ‘그 말이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 등 재심 사건을 심리한 법원들이 허위자백 가능성을 판단할 때 주목했던 점과 비슷하다. 당시 법원들은 수사를 거듭할수록 자백 내용이 변하거나 구체화된 것에 대해 ‘피의자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자백하는 과정에서 생긴 모순을 제거하고, 범행 당시 현장 및 객관적 정황에 진술을 끼워 맞추는 과정’으로 봤다.이렇게 이 씨의 자백 내용이 바뀌었다. 사건 7개월 뒤 A 군의 법정 증언도 또 한 번 달라졌다.A 군의 법원 증인신문조서(1998. 8. 11.자)문: 당시 증인은 방 안에 짜파게티를 먹고 TV를 보고 장난감을 갖고 놀았나요. 답: 장난감을 쥐고 있었습니다. 문: 엄마가 방 밖에 있다가 방에 들어왔나요. 답: 방 안에 있었습니다.문: 그 전에 피고인과 엄마가 홀에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나요. 답: 예.(공판기록 145쪽)문: 범인이 들어올 때 엄마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답: 부엌에서 걸레를 빨고 있었습니다.(공판기록 146쪽)A 군은 이후 이뤄진 추가 현장검증에선 범인이 들어올 당시 피해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명시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912661406.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현장검증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격했다며 재연하는 모습.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1998년 당시 군사법원은 A 군과 이 씨의 진술 번복이 유죄 판단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사건 재판부는 “두 사람의 진술에 경찰, 군사법경찰, 법정 등을 거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A 군이 만 6세의 어린 나이였더라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고, 기억력이 뛰어나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 씨의 자백 중 심리적인 부분이 생생하다는 점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반면 박 변호사는 이 사건 유죄 판단이 목격자 진술과 피의자 자백에 기대고 있는 만큼, 두 증거의 신빙성을 재심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 군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달라졌고, 가방 소지 여부나 현장의 지문·혈흔 등 객관적 물증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범인 지목과 자백이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진술과 자백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 변호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심리를 통해 이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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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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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2 May 2026 10:51:5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왜 내 인생이 니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들린다.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주인공 황동만이 자신을 무시하며 설교하려고만 드는 최 대표를 향해 폭발하며 외치는 절규의 말이다. 심취해서 보고 있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얘기다.주인공 황동만은 사고뭉치다. 다친 고양이 수술을 위해 겁도 없이 사채를 쓰는 남자, 2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막판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남자,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출세할 때마다 속이 소란해지며 불안한 남자, 그래서 가위도 잘 눌리는 남자, 그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정신과를 다니면서도 영화의 꿈을 버리지 못해 영화판을 빙빙 도는 남자, 그래서 종종 위악적으로 구는 남자!“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때는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황동만의 철학, 아니 행태다. 그러니 얼마나 망가지는 일이 자연스럽겠는가. 그 황동만의 매력은 뭘까. ‘낄끼빠빠’가 안 되는 그는 아무도 부르지 않는데 친구들 사이에 끼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데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그러다가 폭발해 진심으로 싸운다. ‘무직’이라는 말에 가장 심장이 빨리 뛴다는 그는, 맞다, 덜 자랐다.최고의 배우 오정희가 그의 진면목을 단박에 알아본다. 언제나 화려한 여주로서 세상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기를 즐기는 오정희는 몇십 년 만에 만난 딸이 황동만과 사귀는 것을 보고 일침을 가한다. “무능한 남자는 거세당한 남자와 같다, 네 눈에만 괜찮은 남자니 헤어지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의 빈자리로 인해 생긴 두려움과 싸우며 단단해진 딸은 단호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2/1779408023038325.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그럼 내 눈에 괜찮은 남자 만나지 엄마 눈에 괜찮은 남자 만나요?”평소 변은아는 느리고 조용하다. 그래서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종종 자기를 향해 선을 넘는 사람들을 두고만 보지 않는다. 조용한 사람이 당차면, 그렇다, 힘이 있다. 그녀는 9살 때 엄마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삶에는 늘 바람이 부는 법이지만 감당하기 힘든 비바람을 만나 두려움을 짊어지고 생존해야 했던 아이는 종종 자기 속으로 숨어들어 자기를 지켰다. 그 덕에 그녀는 타인을 관찰하는 힘을 길렀고, 자기의 힘을 아는 청년이 되었다.그런 그녀가 황동만에게서 본 것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는 것. 그녀가 말한다.“감독님은 천 개의 문이 다 열려있는 인간인 것 같아요. 한 개의 문도 열어보지 못한 인간이 쓴 글을 보면 지겨워요.”그런데 왜 황동만의 글은 늘 2% 부족했을까. 변은아에게 진심인 황동만이 변은아에게 고백한다. 주인공은 나보다 멋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변은아가 말한다.“감독님이 훨씬 멋져요. 훨씬 동물적이고 훨씬 따뜻하고.”멋져 보이려고 꾸며 만든 주인공은 멋지지 않다. 멋진 인간은 멋져 보이려 하지 않는다. 멋져 보여야 한다는 관념이 감옥이 되어 멋진 ‘나’를 가둔 것이다. 털어내야 하는 것, 관념이다. 관념을 털어내지 못하면 덩어리진다.사람이 외모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 덩어리로 보인다는 변은아는 아이들이 예쁜 이유를 “감정이 덩어리지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는 덩어리진 감정을 직시하는 여인이다. 덩어리진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져 그 사람을 삼킨다.젊은 시절 도스토옙스키는 자주 이렇게 말했단다.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 드라마 작가 박해영은 그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를 관계의 상처를 통해 보고, 보여주고, 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하다. 인간이 수수께끼일까. ‘나’라고 하는 존재가 수수께끼일까.푼다는 것은 맺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맺히고 덩어리지게 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상처라 부른다. 불안, 두려움, 우울, 분노, 절망, 의심, 경멸…. 나는 주로 어떤 감정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당신은 어떤 감정의 창이 익숙한가.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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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임박한 지방선거 변수는?]]></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0878</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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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5 May 2026 13:38:1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이제 3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변수로는, 일단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를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변수가 될지는 의문이다.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은 55.5%인데, 이를 상회한 경우는 총 세 번 있었다. 이 중 두 번은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고, 한 번은 민자당(국민의힘의 전신)이 승리했다.이런 점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선거 승패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의 근거는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세대별 투표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4050 세대의 투표율이 중요한데, 유독 이 세대에서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15/1778809969569507.jpg"/> 신율 명지대 교수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조사 4월 통합본(매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보면, 4월 한 달 동안 민주당을 가장 많이 지지한 세대는 4050 세대였다. 40대의 61%, 50대의 63%가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다.이들 세대의 대통령 지지율을 살펴보면, 40대는 81%, 50대는 82%에 달했다. 이 정도면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들의 성향이 이러니, 4050 세대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는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이들 세대는 대략 전체 유권자의 36.8%를 차지한다.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는 2030 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4050 세대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평균 투표율은 39.3%, 30대는 44.3%에 그친다. 반면 역대 지방선거에서 40대 투표율은 54.6%, 50대의 평균 투표율은 64.8%다.60대 이상의 평균 투표율 71%보다는 낮지만, 상당한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4050 세대의 투표율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언급할 점은, 전국에서 4050 세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경기도라는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4050 세대보다 무려 1.6배나 많은 4050 세대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또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 역시 4050 세대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 세대의 움직임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또 다른 변수를 꼽자면, ‘조작기소 특검’ 문제를 들 수 있다. 해당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 논란에 얼마나 많은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동의하느냐에 따라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정될 수 있다. 물론 해당 특검법안에 대해 청와대는 시기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특검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어, 해당 특검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또 다른 변수로는 장기보유 특별 공제 문제를 비롯한 부동산 이슈를 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부동산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지역에 국한돼 있어, 선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불거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 배당금’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일부 언론이 해당 문제를 거론하며 기업의 초과 이윤을 국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김용범 실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 배당하는 방안 검토’”라고 강조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그러나 해당 발언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는 미지수다. 김용범 실장의 발언에 대해 여론이 받은 충격이 워낙 컸기에,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도층이나 보수층의 우려가 쉽게 해소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남은 기간 동안 네거티브 캠페인 역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네거티브 공세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감성적으로는 이러한 캠페인의 내용이 유권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수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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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모르겠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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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8 May 2026 13:49:5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내 나이 65세 때 지하철 카드가 나왔다. ‘지공 거사’가 됐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이라는 말이다. 국가가 주는 선물에 마음이 흐뭇했다. 젊은 시절 5년간 전후방 부대에서 국방의무를 이행했다. 그리고 20대부터 벌기 시작해서 또박또박 세금도 냈다. 노인이 됐다는 기념으로 국가에서 주는 따뜻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노인 나라로 들어섰다.탑골공원 뒷골목의 가난한 노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 봤다. 가난한 노인들이 공짜 지하철을 타고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무료급식소 앞이었다. 노인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200명만 비빔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허겁지겁 뒤늦게 나타난 노인 바로 앞에서 줄이 끝났다. 그 노인은 돌아서서 한참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야 이 개XX들아.”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08/1778204438367610.jpg"/> 엄상익 변호사소리치는 노인의 눈가에는 물기가 고이고 있었다. 노인들이 무료로 먹는 비빔밥의 원가를 알아보았다. 천 몇 백 원 정도였다. 지하철 요금과 비슷했다. 공짜 지하철이 없으면 그나마 밥을 얻어먹으러 못 올 것 같았다.내 나이 70이 됐다. 실버타운에서 2년간 살아봤다. 내가 변호사인 걸 알고 실버타운 직원이 물었다. 조카가 절도죄로 감옥에 갔다는 것이다. 40년 변호사 경험을 살려 가족과 상담도 하고 법률 서류도 써 줬다. 밤새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장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부탁한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나는 그저 늙은이로 전락해 있었다.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니었다. 40년 법조 경력이 삭제된 느낌이었다.같은 실버타운에 80대 노인이 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부산에서 평생 의원을 해 왔어요. 동해바다의 또 다른 파도가 좋아서 이 바닷가 실버타운으로 왔죠.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썩히면 뭐합니까?”그는 매주 이틀씩 노인들을 진료해 주었다. 어느 날 그가 하소연 했다.“도대체 이럴 수가 있어요? 간호조무사인 직원이 나한테 진료에 대해 일일이 명령을 하는 거예요.”그는 펄펄 뛰었다. 자존심을 다친 것 같았다. 그는 실버타운을 떠났다. 1년 후 그 의사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실버타운의 계단이 어두워서 밤이면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 직원에게 층계참에 등을 하나 달아주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그가 무표정하게 들었다. 잠시 후 돌아서 가는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늙었으면 밤에 디비져 자지 않고 뭐 하러 다니노.”폐차장에 수북이 쌓인 녹슨 자동차들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고급차고 아니고가 구별이 없었다. 나는 이제 75세를 앞에 두고 있다. ‘플랜 75’라는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75세가 되면 정부가 안락사를 권했다. 초고령사회에서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었다.변호사인 나는 강태기 시인이 사는 달동네 임대아파트에 간 적이 있었다. 폐암 4기인 그는 어둠침침한 방에 혼자 누워 있었다. 노인이었다. 썰렁한 방바닥에는 얇은 요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때 묻은 이불이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끼니때가 되면 기어서 싱크대로 다가가 혼자 누룽지를 끓여 먹는다고 했다.그는 버스 정비공으로 있던 소년 시절 두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학 천재였다. 그는 서서히 죽음의 언덕 밑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요의 옆에는 공책과 연필이 놓여 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저는 국가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임대아파트에서 살게 해 줘서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가 있어요. 쌀도 주고 돈도 줍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주민센터에서 사람이 와서 목욕을 시켜줘요.”그의 말은 진심이었다.“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전혀 모릅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그의 복지정책에 대해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노인이 되는 나이를 70세로 하자는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법조문 안에 국가가 노인을 인격으로 대하는 정신이 들어있는 것일까. 아니면 몰래 계산기를 두드린 것일까. 모르겠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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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AI 혁명의 숨겨진 병목, 다시 주목받는 CPU]]></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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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30 Apr 2026 14:43:2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난 몇 년간 AI(인공지능) 혁명의 상징은 단연 GPU였다. 엔비디아(NVIDIA)라는 이름은 어느새 인공지능 그 자체와 동의어처럼 쓰였고, 수조 원을 들여 GPU 클러스터를 확보하는 경쟁이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2026년 현재, AI 인프라의 지형이 조용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차세대 AI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CPU”라는 말이 반도체 공학계와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 주장이 단순한 반전 서사인지, 아니면 기술 구조의 진짜 변화를 가리키는 신호인지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GPU의 강점은 병렬 처리에 있다. 동일한 수식을 수만 개의 데이터에 동시에 적용하는 능력, 이것이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에 GPU가 절대적이었던 이유다. 우리가 ChatGPT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던 시절, AI의 작동 방식은 본질적으로 단방향이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텍스트를 출력한다. 이 구조에서 GPU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역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30/1777514079513840.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그런데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사용자가 “경쟁사 실적을 분석해 투자 전략을 세워줘”라고 지시하면, AI는 스스로 웹을 검색하고, PDF를 해석하고, 코드를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음 단계의 판단 근거로 삼는 다단계 워크플로우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이 과정은 조건 분기의 연속이다.‘만약 A가 막혀 있으면 B로 우회하라’, ‘표가 이미지라면 외부 도구를 호출하라’와 같은 순차적 논리 처리와 시스템 제어는 애초에 CPU가 특화된 영역이다. 아무리 뛰어난 GPU라도 프라이팬이 전화를 걸어 재료를 주문할 수 없듯, 복잡한 판단과 조율의 역할은 구조적으로 CPU의 몫일 수밖에 없다.이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조지아공대와 인텔이 2025년 1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에서 전체 지연 시간의 50%에서 많게는 90% 이상이 GPU가 아닌 CPU의 도구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설치한 최신 GPU 서버가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시간을 그냥 대기하며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업계에서는 이를 ‘GPU 기아(GPU Starvation)’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대한 연산력을 자랑하는 GPU가 CPU가 넘겨줄 다음 명령을 기다리느라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8차선 고속도로 끝에 1차선 톨게이트 하나가 놓인 형국이다. 그렇다면 톨게이트를 더 많이 세우면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이미 전력과 냉각 용량의 한계에 다다른 데이터센터에 발열 덩어리인 CPU를 추가로 밀어 넣을 물리적 공간도, 끌어올 전기도 없다.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칩 설계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여기서 반도체 공학계가 내놓은 해법이 ‘후면 전력 공급(Backside Power Delivery)’ 기술이다. 기존 칩 내부에서는 데이터 신호선과 전력선이 같은 면에 스파게티처럼 뒤엉켜 있어, 전기가 복잡한 경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저항에 의한 전압 강하(IR Drop)가 발생하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열로 바뀌었다.인텔의 18A 공정이 구현한 이 기술은 전력망 전체를 웨이퍼 뒷면으로 옮겨버린다. 골목 안에 뒤엉킨 수도관과 가스관, 통신선을 지하로 매설하고, 골목 공간을 온전히 통행에만 쓰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력 손실과 발열이 줄고, 칩 윗면에 생긴 여유 공간에는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패키징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한 공정 개선이 아니라, 물리적 한계를 우회하는 새로운 건축술이다.시장은 이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했다. 최근 인텔이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23.7%를 뛰었다. 데이터센터와 AI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2% 급등한 것이 방아쇠였다. 그러나 이 변화는 인텔 한 회사의 부활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서버 CPU인 ‘베라(Vera)’를 출시하며 CPU 시장에 뛰어들었고, 35년간 IP 라이선스 사업만 해온 ARM은 처음으로 자체 AI 전용 CPU 개발을 선언했다.아마존(그래비톤), 마이크로소프트(코발트), 구글(악시온)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은 이미 자사 에이전트 트래픽에 최적화된 커스텀 CPU를 자체 설계해 상용 서비스에 투입하고 있다. 단일 하드웨어 독점에서 맞춤형 설계 파트너십으로 밸류체인이 재편되는 흐름이다.이 모든 흐름을 균형 있게 보려면 몇 가지 냉정한 시선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 CPU의 귀환이 GPU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모델 학습이라는 토대는 여전히 GPU 없이 불가능하고, 추론 단계에서도 GPU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다만 에이전틱 환경에서 시스템의 성능을 결정하는 병목이 이동했을 뿐이다. 또한 인텔의 18A 공정 상용화와 주가 반등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모두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공정 혁신은 발표와 양산 사이의 거리가 먼 분야다. 투자의 관점에서든 기술 전망의 관점에서든, 화려한 서사에 쓸려가기보다 실제 양산 일정과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따로 검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어느 시대든 기술의 병목은 돈과 인재와 혁신을 그쪽으로 끌어당긴다. AI 인프라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하드웨어 스펙표 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협업하는 세계가 현실이 될수록, 그 에이전트들의 권한을 어떻게 설정하고 충돌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술 못지않게 중요해진다.칩 설계의 병목은 공학으로 풀 수 있지만, 자율 에이전트들이 만들어낼 사회적 병목은 전혀 다른 종류의 설계를 요구한다. 에이전트가 의료 진단을 보조하고, 채용 후보를 걸러내고, 대출 심사를 처리하는 세상에서 그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AI 인프라의 변화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것은 투자자만이 아니라, 이 기술이 만들어낼 세계 속에서 살아갈 우리 모두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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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해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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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4 Apr 2026 15:15:0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이 세상은 나그네길, 우리는 지구별 여행자다. 때론 지나치게 이 소풍 같은 여행에 몰입해서 여행길이라는 느낌조차 없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안에서 ‘죽음’이 올라와 그것이야말로 나그네 길의 이정표였음을 알려주는 때가 오는 것 같다.  그 ‘죽음’을 형상화한 작가가 있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다. 데미안 허스트를 모르는 이도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해골 작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작가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그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24/1776995606887336.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다. ‘진실은 없어.’는 No Truth를 번역한 것인데, 왜 진실은 없다고 변역했을까. ‘차라리 진리는 없다’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가능한 모든 것을 해보며 자신의 고유한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지 않을지.  해골에 박힌 수많은 다이아몬드는 무엇보다도 다이아몬드로도 가릴 수 없는 ‘죽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작품의 제목이 어째서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일까? 그것은 백금으로 제작된 해골에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고 있는 아들의 창작과정을 본 엄마의 감탄사였단다. 그것이 경이였을까, 기막힘이었을까, 아니면 놀라움이었을까. 아마 그 모두가 아니었을까. 데미안은 우리가 빛나기 위해 장착했던 것, 그러니까 돈과 능력이, 명예와 권력이, 그리고 마침내 꿈과 아름다움, 욕망까지도 실은 해골 위의 다이아몬드임을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믿고 집착했던 것들이 죽음과 함께 재처럼 사라지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음이야말로 이 나그네 길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한 동반자임을. 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겠는가.영원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평생 내 것이라 생각하여 집착했던 것들을 놓아줄 수 있다. 죽음은 희망이거나 절망이 아니다. 그것은 놓을 수 있는 것을 놓게 만드는 스승이며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게 하는 친구다. 무엇보다도 평생 나인 줄 알았던 몸, 그 몸이 해골이 되는 시간이 온다는 사실이 당신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생은 덫으로 가득하다. 그 덫에 걸리지 말라고 부모는 어렸을 적부터 ‘안전’에 신경을 쓰며 나름 성공프레임을 짜주려 한다. 어떻게 하면 전쟁 같은 세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지, 실력을 장착하기 위해 무엇을 시켜야 하며 무엇을 하도록 해야 하는지, 무엇을 방치하면 안 되는지.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 세련된 도시인으로 성장하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에 민감해진다.그리고 내 것이 될 수 있었지만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절망, 분노를 앓느라 정작 덫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었음을 잊게 된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고, 그것들이 ‘나’를 무겁게 하는 덫이었음을 눈치채게 되면 윤동주의 물음이 들어오게 될지 모르겠다.“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쉽게 쓰여진 시’ 중)이번 전시회에서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던 작품은 그의 신작 ‘벚꽃’이다. 그는 엄청나게 큰 캔버스에 찬란한 벚꽃 세상을 그려 넣었다. 벚꽃 세상은 얼마나 화려한가. 그리고 또 얼마나 짧은가. 홀로 침전하며 봄날은 간다는 것을 깊이 받아들이고 있는 자는 꽃피는 세상의 꽃이 되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그는 꽃이 진다는 것을 알지만 허무에 잡혀있지도 않고 영원히 피어있기를 기대하는 소유에 잡혀있지도 않다. 그는 영원한 관계를 바라는 마음 없이 자신을, 사람을,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며 요구하거나 통제하려 들지도 않고 아무에게나 자신의 삶의 고삐를 맡기지도 않는다.시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심코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대로, 시드는 것은 시드는 대로,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는 대로 아픈 것은 아픈 대로 렛잇비!※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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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지방선거보다 부산 북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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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7 Apr 2026 14:37:10]]></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요사이 언론의 주목도를 살펴보면, 지방선거보다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 결과는 중앙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지방 권력을 차지해 봤자 중앙 정치에 그 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 증명해 준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앙 정치에서 민주당이 독주하더라도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모습을 보면, 지방 권력의 한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세간의 관심은 재보궐 선거에 쏠리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7/1776392326428929.jpg"/> 신율 명지대 교수이번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은 최소 12곳에서 최대 15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곳 중 대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민주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공석이 된 지역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다수인 것도 현실이다.그럼에도 최소 3석 정도는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 지역이란, 추미애 의원 지역구인 하남갑,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상욱 의원 지역구인 울산 남갑, 그리고 전재수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갑을 말한다. 하남갑의 경우 위례신도시를 포함하고 있어 지역 정서가 송파나 분당과 매우 유사하다는 의견이 많고, 울산 남갑 역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부산 북갑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 북갑의 경우, 전재수 의원의 ‘개인기’ 덕분에 해당 지역을 민주당이 수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부산 북갑은 여론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의 주목도가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때문이고, 둘째는 국민의힘 PK(부산·경남) 정치인들이 해당 지역구에 대한 국민의힘 무공천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두 가지 이유의 중심에는 한동훈 전 대표가 있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한 전 대표는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을 대신해 보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비중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가 누구와 대결을 벌이느냐 하는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만일 민주당 후보로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나온다면, 한동훈 전 대표 대(對) 이재명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성립하고, 만일 국민의힘이 자객 공천으로 김민수 최고위원을 전략 공천한다면 이는 강성 세력 대 반윤 보수의 대결이라는 의미 부여가 가능해진다. 한동훈 전 대표와 박민식 전 장관이 대결을 벌이면, 지역 연고가 보수의 미래를 이길 수 있는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그런데 이 중 가장 흥미로운 대결 구도는 강성 보수 대 반윤 합리적 보수의 대결 구도다. 이는 보수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가 형성될 경우, 본선에서의 당선도 중요하지만 둘 중 누가 표를 더 많이 얻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하지만 보수표가 갈라질 수밖에 없어, 압도적인 표 차이가 아니라면 여당에게 유리한 판만 깔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서병수 전 의원과 김도읍 의원 같은 PK 지역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무공천을 주장하고, 역시 부산 출신인 곽규택 의원이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을 주장하는 것이다.또한,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부산 민심이 존재할 수도 있다. 즉, 강성 보수 세력에 대한 부산 민심의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런 상황임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히려 이런 주장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만일 지도부가 이런 입장을 계속 견지해 부산 북갑에서 보수가 패배하기라도 하면,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지도부의 이런 행위가 오히려 해당 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의 위상과 입지를 생각하면,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 보수를 더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과거 국민의힘에는 전략적 마인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런 마인드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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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②] 지원 조건 까다롭고 대부분 단발성…결국 부담은 개인 몫]]></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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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15 Apr 2026 11:04:3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는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필요할 때 이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개별 제도의 부족이 아니라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8928025588.jpg"/>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생계비·의료비 지원과 심리 상담, 사례 관리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자기돌봄비 등 현금성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자기돌봄비는 장애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9세 이상 39세 이하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중 중위소득 150% 이하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매월 30만 원(고부담형 4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취업·주거 등 맞춤형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원을 이용하고 싶어도 다양한 기준과 조건에 가로막혀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지원을 받더라도 단발성에 그쳐 실제 돌봄 부담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강하라 씨(31)는 최근 서울시에 자기돌봄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탈락 이유는 가족돌봄으로 인한 부담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버지와 분리된 시간이 필요해 고시원으로 주소를 옮겼기 때문이다. 강하라 씨는 “동거를 하지 않아도 제가 아버지의 주 돌봄자인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지원을 받으려면 그 요건을 맞추는 것이 까다로워 사각지대 안에서도 또 다른 사각지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원을 받더라도 일회성에 그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대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봐온 30대 직장인 A 씨는 긴급생활안전자금 등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고 말한다. 특히 공적 지원보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를 통한 지원을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A 씨는 “대한적십자사, 은행권 등을 통해 민간 지원을 더 많이 받았지만 문제는 모두 단발성이라는 점”이라며 “대부분 분기, 반기 단위로 지원이 끝나 지속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청년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돌봄을 처음 맡는 청년들이 질병 관리나 행정 절차, 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돌봄문화기획사 ‘돌봄온’ 대표이자 17년 동안 조현병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돌본 김율 씨는 “호주의 돌봄자를 위한 정보 포털 ‘케어러 게이트웨이(Carer Gateway)’처럼 국내에서도 정보 접근성이 낮은 영케어러를 포함한 돌봄자를 위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의료진과 소통하는 법부터 질환에 관한 정보, 위기상황 대처 등 돌봄 교육뿐 아니라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교육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9194211979.jpg"/> 2023년 4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6년 3월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은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발굴 체계를 강화하고, 상담·사례관리·자기돌봄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다만 이러한 제도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 정책은 가족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공공은 이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년 개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돌봄 부담 자체가 분산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를 특정 집단의 어려움이 아닌 돌봄 체계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가족돌봄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며 “특정 집단을 따로 떼어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이를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돌봄 주체의 연령과 관계없이 지원하고, 돌봄 부담을 제도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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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미국의 바짓가랑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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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0 Apr 2026 14:43:0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망설였다. 반미로 보일까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 자체가 나의 세대가 70년 넘게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해준다. 사대화된 의식 속에서 미국을 비판하면 지탄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쓰기로 했다.우리 세대는 미국이 보내준 옥수수가루를 먹고 자랐다. 가난했다.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을 끓여 먹었다. 그걸 ‘꿀꿀이죽’이라고 했다. 드럼통 안에서 뻘건 국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미국 아이들이 버린 옷을 입고 자랐다. 미군이 들고 다니던 빨간 깡통에 든 콜라가 신기했다. 그들이 던져준 초콜릿은 천상의 음식이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기를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주는 미군의 파란 눈빛을 오래 기억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0/1775786991301930.jpg"/> 엄상익 변호사소년 시절 해적판 LP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파란 잔디 위의 그림 같은 집이 보이는 영화 속의 미국 풍경은 바로 천국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곳에 가고 싶었다. 그걸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했다. 영어에 목숨을 걸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영혼까지 구원해 주는 나라였다. 미국인 선교사들을 하나님의 대리인쯤으로 알았다.주체성이 없어졌다. 미국이 없으면 한국이 없고 한국이 없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시민권을 따고 으스댔다.얼마 전이다. 한국에 사는 70대의 고교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나는 미국 시민인데 전쟁이 나면 어떻게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죠?”나는 속으로 분노했다. 군대도 안 가고 세금도 안 낸 미국 박사였다.성조기를 들고 광화문광장에 서는 노인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그 시위를 본 미국인이 말했다.“지금은 그런 미국이 아닙니다.”처음으로 미국 구경을 할 무렵이었다. 기차를 타고 저녁 무렵 뉴욕역에 내린 그날을 잊지 못한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바닥에 노숙자들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어차 있었다. 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부자들과 하수구에 사는 노숙자들이 공존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온 청교도의 후손은 달러를 숭배하고 있었다.여의도에 트럼프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 부사장한테서 들었다. 트럼프가 포천에서 골프를 치고, 아파트에 자기 이름을 사용한 대가로 돈을 받아 갔다고 했다. 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국에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를 내라는 것이다. 전직 국가정보원장이 한 얘기다. 미국의 위성사진들을 비싸게 산다고 했다. 공짜가 아니다. 그게 동맹인가. 조폭같이 보호비를 받는 것일까.30대 중반쯤 공무원 자격으로 CIA 본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물었다. 왜 미국은 남의 나라 주권을 침해하느냐고. 쿠바의 바티스타 정권을 실례로 들었다. CIA 간부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 자리에서 CIA 간부는 한국의 법 조항에 대해 조언했다. 조언이라고 했지만 영향력의 행사로 보였다. 미국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에 간섭하는지를 그날 알았다.세월이 흐르고 한국은 이제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미사일과 탱크를 수출하는 나라다. 우리는 스스로 핵을 개발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 세대의 주눅 든 사대 의식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미국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받은 빚에 대해 갚을 만큼 갚았다.지금 트럼프의 미국은 명분도 없이 석유와 이권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남의 나라 지도자를 죽이고, 동맹국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그리고 부활절 오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한다. 한국은 도움이 안 된다고. 충성도가 낮다고. 북한의 핵을 지켜주는 대가를 내라고 한다. 지금의 미국을 보면 교실의 일진 같은 아이가 떠오른다. 주먹으로 아이들을 침묵시킨다. 심지어 부하노릇 한 아이에게서도 삥을 뜯는다.박정희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는 거라고. 고슴도치의 바늘 같은 핵을 가져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미국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형님 형님 해야 합니까.”국가는 그 국민의 영혼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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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①] 꿈 대신 책임…학업·취업 발목 잡힌 청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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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9 Apr 2026 14:00:51]]></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강하라 씨(31)는 기타 강사로 일하며 막 꿈을 펼치려던 20대 중반, 아버지의 부상과 친할머니의 사망을 겪었다. 강 씨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가 됐다.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 할머니가 남긴 집을 둘러싼 친척과의 소송 비용이 한꺼번에 강하라 씨의 어깨에 얹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이혼해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강 씨는 “진로를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야 할 시기에 돌봄을 시작하면서 결국 꿈을 포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내 건강도 나빠졌다. 돌봄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4821758575.jpg"/> 가족돌봄청년의 현실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과 무관함. 사진=chat GPT 생성 이미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Young Carer)’은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 공적 돌봄 체계의 한계가 맞물려 청년이 돌봄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동 비율과 이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특정 개인에게 돌봄이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 사회 진입 시기를 놓치면, 이는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로도 평가된다.202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기반을 둔 한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가족돌봄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13~34세 청년은 약 15만 3000명(1.3%)으로 추정되기도 한다.스스로 가족돌봄청년으로 인식하지 못해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돌봄은 가족의 당위성이라는 문화 안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 찾기도 쉽지 않아 가시화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하라 씨 역시 “돌이켜보면 유년기부터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이었던 어머니를 돌보는 가족돌봄 아동이었지만, 그때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내 삶에서 가족돌봄 주체자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709021183058.jpg"/> 가족돌봄청년 강하라 씨(왼쪽)와 아버지. 사진=강하라 씨 제공2024년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이 돌보는 가족은 중증 질환이나 등록 장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상태가 더 중증화되고, 이에 따라 청년이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3~34세 돌봄청년 4만 3832명은 평균적으로 주당 21.6시간을 가족 돌봄에 할애하고 있었다. 주 돌봄자라고 답한 청년들은 32.8시간을 돌봄으로 보내고 있었다. 이는 학업이나 취업 등 사회활동과 병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시간으로, 돌봄이 청년 개인의 일상을 넘어 삶 전반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011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대장암 3기 판정 이후 돌봄을 시작한 A 씨(32)는 현재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병원 동행과 장루(인공항문) 교체, 가사, 경제적 지원 등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A 씨는 “대학교 때는 학업에 아르바이트, 돌봄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했다”며 “대학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돌봄청년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다. 서울시가 2023년 8월부터 1년 동안 수행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90.8%)이 꼽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4%가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A 씨는 “아버지가 아프신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면서 고등학생 때 급식비가 밀리는 일이 잦았다”며 “긴급생활안전자금 지원 외에는 아버지 암 수술비와 입원비, 생활비 등을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전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5773458422.jpg"/>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청년들이 걷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종현 기자 이 같은 부담은 청년 개인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진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과 돌봄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휴식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강하라 씨는 과로와 수면 부족 등이 겹쳐 쓰러졌고, 혈복강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골감소증에 더해 우울증과 번아웃까지 겹쳤다. 아버지 돌봄 비용에 이어 본인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정신적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가족돌봄청년은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립감이 커지고,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우울 경험 비율은 61.5%로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 청년의 우울 비율이 8.5%인 것과 비교하면 약 7배 높은 수준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로 전가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 진입이 늦어지고 이는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노혜진 교수는 “노동시장 진입과 독립 과정에서 돌봄이 충돌할 경우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일시적인 부담을 넘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흔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업과 취업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 등 이후 생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 돌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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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구독 소프트웨어의 황혼에 직면한 진짜 질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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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Apr 2026 15:13:2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난 몇 달 사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심상치 않은 숫자들이 흘러나왔다. 디자인 협업 도구 피그마(Figma),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허브스팟(HubSpot),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65% 이상 하락했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단 며칠 만에 3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재무성과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제품에 결함이 생긴 것도 아니다. 시장은 그 기업들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있었다. 이 현상을 단순한 투자 심리의 과민 반응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투자 전문가들이 즐겨 인용하는 골드만삭스의 차트가 있는데, 미국 신문 산업의 주가가 실제 구독 매출이 무너지기 수년 전인 2002년부터 이미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식 시장은 언제나 파괴를 선반영한다. 지금 SaaS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그 차트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는 점은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1558720705.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문제의 핵심은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1960년대 아메리칸 항공 예약 시스템에서 ChatGPT 직전까지, 지난 60년간의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디지털 파일 캐비닛’이었다. 아무리 정교한 도구를 도입해도 결국 사람이 아침마다 로그인하고, 데이터를 꺼내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써야 했다.그런데 이제 그 캐비닛 스스로 문을 열고 서류를 꺼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출력물’이 아닌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메일과 캘린더, 웹 검색을 스스로 넘나들며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고, 인간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아도 업무 흐름을 완결한다.이 변화가 SaaS 업계에 치명적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동차 회사 주가 수익 비율의 10~20배에 달하는 고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연간 반복 수익(Annual Recurring Revenue)’이라는 마법의 단어 덕분이었다. 한번 도입된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수만큼 구독료가 청구되는 구조, 즉 좌석 기반 요금제가 그 안정성의 토대였다.그런데 캐나다의 한 공공조달 현장 사례가 이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전에는 직원 10명이 각자 계정으로 로그인해 처리하던 서류 업무를 이제는 AI 에이전트 계정 하나가 통째로 대신한다. 기업이 10명분 요금을 낼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 침식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격하지 않다. 1년, 3년 단위의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100좌석을 조용히 10좌석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느리고 소리 없이 진행된다.그렇다면 요금제를 사용량이나 성과 기반으로 전환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인간 심리가 발목을 잡는다. 사용자는 예측 불가한 요금을 극도로 혐오한다.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얼마나 많은 연산을 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뜻밖의 청구서를 받는 경험은 불신을 낳는다.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소개한 열쇠공 이야기가 이 딜레마를 꿰뚫는다. 초보 시절 문 하나를 따는 데 몇 시간씩 씨름하던 열쇠공에게 사람들은 기꺼이 비싼 요금에 팁까지 얹어줬다. 그런데 숙련된 장인이 되어 똑같은 문을 1분 만에 열어주자 오히려 고객들이 그가 청구한 요금에 대해 불같이 항의했다. 땀 흘리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AI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밤새워 만든 엑셀 보고서에는 수백만 원의 월급을 기꺼이 지불하면서, AI가 1분 만에 뽑아낸 동일한 결과물에는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땀'이 보이지 않는 노동은 심리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물론 모든 SaaS 기업이 같은 처지는 아니다. 고객 서비스 티켓 처리처럼 인간의 입력 행위 자체가 서비스의 본질인 소프트웨어는 에이전트의 직격탄을 맞는다. 반면 회계 소프트웨어 퀵북스(QuickBooks)처럼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보관하고 복잡한 법적 규정 준수를 담당하는 ‘기간(基幹)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견고하다.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특정 주의 복잡한 세법 예외 조항을 잘못 적용했을 때 날아오는 수백억 원대 소송 리스크는 기업들이 검증된 소프트웨어를 놓지 못하게 붙잡는다. 이 신뢰는 코드나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질문의 기술, 즉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핵심을 물어야 하는지를 아는 암묵지다. 오픈소스가 하루아침에 복제할 수 있는 종류의 자산이 아니다.그러나 이 내구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반론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세법과 판례를 학습한 오픈소스 AI가 성숙해질수록, 지금 안전해 보이는 영역도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방어에 머무르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파괴자 진영으로 먼저 건너가는 쪽일 것이다. 다만 AI 도구를 선제적으로 통합했음에도 주가 하락과 사용자 이탈을 겪고 있는 피그마(Figma)의 사례는, 기술 수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라야 함을 보여준다.이 지각 변동은 소프트웨어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입력과 기초 회계처럼 화이트칼라 업무의 바닥을 이루던 직종들의 고용 둔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으며, 기본소득 논의가 수년 내에 가장 뜨거운 정치 의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것은 정치적 입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필연적 귀결이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와 신뢰의 속도는 다르다. AI가 순식간에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아도, 그 과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인간은 끝없이 의심하고 수정 지시를 반복한다. 수용의 속도는 결국 신뢰가 결정한다.구독형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는 표현은 사실 절반만 정확하다. 소프트웨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로그인 버튼을 누르던 그 방식이 끝나가는 것이다. 조용히 데이터를 담아두던 캐비닛이 스스로 행동하는 동료로 변모하는 이 전환에서 우리가 진짜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구독할 것인가’가 아니다. ‘기계가 스스로 행동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 존재로 남을 것인가’, 바로 그것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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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③] 탈영병 이민형은 어떻게 살인범이 됐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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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Apr 2026 14:47:0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옥색 수의를 입은 남자가 심사관 앞에 섰다. 심사관이 물었다. “죄를 인정하십니까?” 28년이 넘는 수형생활 동안 규율 한 번 어긴 적 없는 1급 모범수에게 찾아온 가석방의 기회. 만 20세에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곧 쉰을 앞두고 있었다. ‘네’ 한 글자면 이곳을 나갈 수도 있었다. 무기수 이민형 씨는 일말의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저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005677614.png"/> 1998년 1월 6일 언론에 공개된 이민형 씨. 사진=박준영 변호사#학생회장, 탈영병 그리고 살인범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씨는 살인자가 아닌 전교생 지지를 받는 학생회장이었다. 대학에 가진 못했지만 “제대로 살아보겠다”던 스무 살 청년. 졸업 전부터 인쇄소와 공장, 요식업을 전전했다. 성실히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그에게 살인범 낙인이 찍힌 건 순식간이었다.돌아보면 늘 도망쳐야 하는 삶이었다.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엄마는 네 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맡겨진 집에선 밤이 되면 이 씨를 장롱 서랍에 넣었다가 아침이 돼서야 꺼내주곤 했다. 부모님 이혼 후엔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와 함께 고향 경주로 내려와 함께 살았다. 돈은 항상 부족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 이 씨는 아버지가 죽을까 불안에 떨었다.불안은 전염된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새어머니가 떠났다. 두 번째 새어머니가 들어온 뒤엔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다. 결국 온 가족이 야반도주를 해야 했다. 하루는 채권자들이 이 씨의 중학교 앞까지 찾아왔다. 앞장서라는 채권자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한 이 씨는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기. 그는 마음 놓을 곳을 찾지 못한 채 스스로를 혐오하며 탈선을 길을 걷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군 생활마저 쉽지 않았다. 수직적이고 계급적인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씨는 첫 휴가 이후 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족에게 갈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여보세요?”공중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가족 목소리에 이 씨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움보단 아버지를 또 실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그를 짓눌렀다. 이 씨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갈 곳이 없었다.이 씨는 서울과 이천, 진주, 대구 등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경기 이천과 경남 진주는 어릴 적 살았던 곳이었다. 진주에서 며칠을 있다가 버스를 타고 대구역에서 내렸다. 불안한 도피 생활은 계속됐다. 몸은 급격히 망가졌다. 빵이나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잘 곳이 없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다가 동사할 뻔한 이후로는 아파트 단지 지하 배관 사이에서 눈을 붙이곤 했다. 입대 당시 66kg이던 체중은 50여 일 만에 52kg으로 줄었다. 한번은 이틀을 내리 굶고 소주를 마신 후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그런 이 씨도 좋아하는 게 있었다. 바로 만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탈영 기간의 상당 부분을 여러 만화방에서 보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으로 경찰에 체포되던 날(1998년 1월 5일)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 여인숙 인근 만화방에서 빌린 무협지 14권을 밤새워 다 읽은 이 씨는 새로운 책을 보기 위해 또 다른 만화방을 찾았다.밤 10시가 넘어 만화방을 나오는데 도로에서 불심검문 중인 경찰이 보였다. 탈영병 신분의 이 씨는 당황했다. 게다가 당시 50일 넘게 도피 생활을 하던 이 씨는 근처 오락실 등에서 훔친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일순 몸이 얼어붙었다. 무언가 땅에 떨어졌다. 바닥을 울리는 쇳소리에 경찰이 이 씨를 봤다. “야 너 이거 뭐야.”이 씨가 신문지로 감싸 가방 사이에 끼워뒀던 노루발못뽑이(쇠지렛대)였다. 경찰이 다가왔다.이 씨는 거동 수상자로 체포됐다. 그 무렵 경찰은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 대구 대명동 비디오 가게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직접 목격자는 피해자의 어린 아들이 유일했다. 범인이 “돈을 갚으라”는 말을 했다는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 아들 진술로 보아 채무에 의한 살인으로 의심되는데 흉기나 지문 등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흘 가까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체포된 이 씨는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왼손으로 찔렀다는 아들 진술은 잘못됐다”, “아버지가 시킨 것 같다”, “운동화를 신은 것 같다”, “곤색 추리닝” 등.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절도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만 컸다. 그런데 이 씨 옷에서 과도가 나오는 걸 본 형사들 눈이 일제히 그를 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수사 경찰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회의하다가 난리가 났었어요.”“우리 팀이 다 달려들었지. 전부 다. 거기서 바로 (경찰)서로 데리고, 조사받아야 하니까.”증거도 없는데 이미 이 씨가 살인범으로 몰린 분위기였다. 심지어 수사본부 소속 형사 중 한 명은 ‘형사의 감’으로 이 씨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감이 왔죠. 좀. 데리고 들어오니까 ‘어? 점만데’ 이카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이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죠. 점마라고.”“형사들이 그 수사본부 차려놓고 회의하고 있는 중에 싹 들어오니까. 뭐야? 하면서 전부 딱 봤는데. 어? 인상착의하고 뭐 그런 것이. 목격자 진술 이런 게 다 비슷하니까. 그냥 심증으로 간 거지. 그냥.”1998년 1월 6일 새벽 12시 20분. 이 씨는 대구남부경찰서로 인계됐다. “칼로 사람은 찌른 적 있냐.”대구남부경찰서 형사가 물었다. “그런 적 없다”고 하자 “본 사람이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는 압박이 돌아왔다. 이 씨는 탈영 기간 중 저지른 절도를 사실대로 털어놨다. 하지만 살인은 정말 아니었다. 절대로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갑자기 또 다른 형사가 욕설을 내뱉으며 이 씨의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씨는 형사과장실로 끌려갔다고 했다.“방에 들어가자마자 ‘너 같은 전과자 새끼 때문에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간 줄 아냐’면서 뺨을 마구 갈겼습니다. 제가 맞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칼로 사람 찌른 거 다 아니까 솔직하게 가자’면서 웃은 형사도 있었고.”그래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한 형사가 각목을 가져왔다. 그러곤 이 씨 무릎 뒤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린 채 허벅지를 밟기 시작했다. 이 씨에 따르면 형사들은 죽도로 이 씨의 등과 성기를 내려치고 음모를 잡아 뜯으며 “인정하라”고 했다. 중간중간 이 씨 옷을 내려 몸에 상처가 남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체포되기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이 씨는 점점 지쳐갔다.가혹행위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어졌다. 해가 뜨고 형사과장실에서 나와 잠시 쉬던 때였다. 갑자기 방송국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출입 언론사들이 아침 일찍 경찰서를 방문해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확인하는 취재 관행이었다. 불현듯 이 씨 머릿속에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제대로 살고 싶었는데 이런 추한 모습이 전국에 공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조롱하던 사람들, TV로 자신을 보게 될 부모님, 주변인 손가락질 등 갖은 감정이 뒤엉키면서 공포와 절망감이 몰려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583789084.png"/> 이민형 씨는 방송국 카메라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끝났고 죽고 싶었다”고 했다. 그림=이민형“잠시만요!”이 씨는 다급히 형사에게 매달렸다. “카메라 좀 치워주세요.” 반응이 없었다.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절박해졌다. “내가 사람을 찌른 것도 같은데 자백하겠다”며 “시인할 테니 카메라만 치워달라”고 호소했다.#체포부터 사형까지 40일그렇게 이 씨는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당초 경찰은 채무에 의한 면식범 소행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이 씨 검거 이후 방향을 틀었다. 이 씨 죄목은 강도살인. 피해 금액은 약 6만 7000원이었다.이 씨가 군인이었기에 사건은 헌병대로 넘어갔다. 막상 자백은 했지만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이 씨는 수사관이 하는 질문에 무조건 맞다고 했다.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토대로 허위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 사건의 앞뒤가 맞지 않아 진술을 번복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한번은 흉기를 어디에 버렸냐는 추궁에 인근 공원 휴지통이라고 둘러댔다가 정작 현장 검증에서 휴지통 위치를 몰라 수사관이 알려주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피의자신문조서(1998. 1. 12.자)문: 범행 당시 복장을 말해보시오. 답: 곤색 츄리닝(상, 하의)에 흰색 운동화를 신었으며 회색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문: 범행 당시 메고 있던 가방이 회색 가방이 틀림없는가요. 답: 제가 진술을 잘못하였는데 검정색 가방입니다. (수사기록 293쪽)물적 증거는 없었다. 사건 현장 그 어디에서도 이 씨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끝내 범행 도구를 찾지 못했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②] 흉기보다 깊은 상처? 재심청구서를 통해 본 진실). 법원은 “이 씨가 진술을 번복해 증거물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이 씨를 탓했다. 다만 피해자 아들을 비롯한 직·간접 목격자들이 이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1심 재판부인 보통군사법원은 1998년 2월 26일 공소제기 14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첫 공판이 열린 날 결심과 함께 사형을 선고했다. 경찰에 체포된 지 약 40일 만에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 씨의 국선변호인은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다.2심 국선변호인은 죄를 인정하면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 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 9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이 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그해 10월 대법원이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그로부터 28년이 지났다. 지난 2025년 말, 이 씨는 또 한 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죄를 인정하십니까.”가석방 심사관이 물었다. 이 씨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자유를 얻고자, 하지 않았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석방 심사는 또 불허됐다. 그렇게 이 씨는 교도소에서 쉰을 맞았다. 만 20세에 수감됐으니 교도소 안에서 보낸 시간이 바깥세상에서 보낸 시간을 훌쩍 앞선다.기자는 이 씨에게 “가석방 심사 결과가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 “저는 괜찮은데 아버지께서 기대하셨던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조금 걸리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대답은 언제나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원하는 건 진실이다. 이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심리를 통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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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불타는 세계와 두 지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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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7 Mar 2026 14:54:39]]></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27/1774587604745711.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선악의 저편’에서 니체가 한 말이다. 매일 말을 바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초토화에 정치적 생명을 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그 와중에 호르무즈 해협에 기대 항전에 목숨을 건 이란, 이들이 대립하며 세계가 불타고 있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괴물이 아닐 것인가. 석가모니가 가섭 삼형제와 그들의 제자 1000명을 교화할 때 했다던 ‘불의 설법’이 생각난다.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 눈이 불타며, 형상들이 불타며, 모든 느낌도 똑같이 불타고 있다. 무엇으로 불타는가? 탐욕의 불로, 증오의 불로, 미혹의 불로 불타고 있으니….” 세계가 불타고 있다. 무엇으로 불타는가? 욕망의 불로, 증오의 불로, 미혹의 불로 불타고 있다. 2월 28일, 미군이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란의 한 초등학교를 공격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군은 ‘실수’라 했지만, 욕망과 증오와 미혹의 불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오판들을 ‘실수’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도대체 트럼프는 왜 저러는 것일까.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착이 무색하게 세계를 전쟁상태로 몰아넣고도 자기책임은 아니라는 저 방식엔 답도 없는 것 같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 말려든 것처럼 보인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여 축출했듯 이란을 움직이는 지도부를 말살하면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통제하고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그런데 이란의 만만찮은 저항에 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치솟고, 미국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황한 것 같다. 트럼프는 참 묘한 지도자다. 그동안 오바마에게서, 클린턴에게서 심지어 부시 부자에게서 우리가 느꼈던 지도자상이 그에겐 없다. 협상 중에 공격하고, 쉽게 말을 뒤집는다. 말 한마디로 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의 말이 저렇게도 가벼울 수 있을까.강성 지지자들은 그런 행태조차도 유연성이라 한다는데 그조차도 유효기간을 넘긴 모양이다. 집권 후 최저 지지율이 나오고 있으니. 그리고 또 하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남 탓이다. 그에게서 세계를 이끄는 최강국 지도자로서의 품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 그가 미국의 중심이라는 것은 미국의 시대가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닐는지. 그런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는 오히려 희망 같다. 트럼프가 왜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는 것을 두려워하겠는가. 확실히 물가안정을 통해 서민의 삶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아니다. 물가가 올라 생활이 고단해져 공화당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시민들의 표가 두려운 것이다. 정말 투표가 희망이고,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은 국민이 위임해 준 것이라며 국무회의를 공개했다. 자신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데 어떻게 뒤에서 딴지를 걸 수 있겠는가. 그는 코스피를 올리는 방식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낸 방식에서 “이재명은 합니다”가 얼마나 힘이 있는 문장인지 증명하고 있다.모든 국민들의 관심이면서 역대 정부들이 실패하는데 익숙했던 집값도 잡을까. 자기 집부터 팔고 시작했으니 그 결연한 의지는 부정할 수 없는데, 대선 전 그의 말,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는 말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큰일은 큰일대로 빈틈이 없게, 할 수 있는 일은 괜히 시간 끌지 않고 바로바로! 그런 그가 이제 자동차 5부제 시행을 알렸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하지만 곧 민간으로 확대될 것 같다. 불편하지만 따라야 할 것 같다. 미국이든 우리든 지지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는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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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감정’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민주당]]></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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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0 Mar 2026 11:57:30]]></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이른바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 같다. 아니, 통과 예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면 개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그리고 이른바 사법 개혁 법안으로 불리는 법왜곡죄나 재판소원법을 통과시킬 당시에도 민주당은 늘 국민의 기본권을 내세우며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당위론적으로는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토를 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말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민주당이 그토록 민생을 외쳤다면,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진즉 통과시켰어야 했다. 야당 탓을 하지 말고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통과시켰어야 했다는 말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20/1773970313784450.jpg"/> 신율 명지대 교수바로 얼마 전 스토킹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만일 관련 법 정비가 진즉 이뤄졌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은 민생과 직결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도 밀접한 법안이다. 생존권 보장이 국민 기본권의 근본이기 때문이다.기본권을 위한다면서 정작 생존권 관련 법안을 아직도 잠재우고 있는 국회, 아니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그 ‘국민’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민주당은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민주당에 의해 통과될 예정인 검찰 개혁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해당 ‘개혁안’에는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관련 조항은 빠져 있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특사경, 곧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 폐지 문제다. 특사경이란 특정 분야의 위법행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행정부 소속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곧, 수사 전문 인력이 아닌 일반 공무원에게 특사경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법적 지식과 수사 역량은 구조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압수·수색과 인신 구속, 체포 등의 강제 수사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이유에서 검사의 지휘권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실제로 특사경 운영 책임자 65명은 지난해 11월 대검찰청과의 회의에서 “특사경 제도 운용의 안정화를 위해 검사의 지휘·감독을 강화하고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특사경 스스로가 검사의 지휘·감독권 강화를 요구하는데, 국민 기본권을 위한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민주당은 이들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걱정되는 부분은, 민주당이 혹여 ‘감정’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검찰 악마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3월 8일과 9일 “개혁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면서 “초가삼간 태우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직 교수이자 진보 성향 단체 민변 출신인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전 자문위원장 역시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사안임에도 균형 잡힌 토론보다 감정적 접근이 앞서고 있다”면서 “보완 수사 필요성을 말하는 검사들의 발언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악마화의 언어”라고 했다.민주당이 ‘감정’을 ‘개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우려를 비단 필자만 제기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언급이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이런 식으로 소위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지금까지의 검찰이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부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무조건 악마화하고 무장해제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만이 '절대 선'이고 상대는 악마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오늘날의 다원주의 사회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민주당 구성원들은 인식했으면 좋겠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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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법관의 아픈 양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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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3 Mar 2026 19:45:19]]></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대법원장이 한강에 투신’2005년 1월 18일 조선일보 1면 톱기사였다. 죽음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왜 죽었을까. 기사들은 노환으로 비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기사를 보면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가 군사재판을 받을 당시 나는 수도권의 법무장교였다. 나는 전두환의 심복인 이학봉 중령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김재규를 영웅시하는 여론이 퍼지고 재판은 한없이 지연되는 거야. 시위의 움직임이 있었어. 우리는 겁이 났지. 그래서 내가 담당 대법관을 찾아갔어. 사건을 잘 처리해 주시면 나중에 그 신세를 잊지 않겠다고 했어.”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3/1773366225689195.jpg"/> 엄상익 변호사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후 김재규 사건을 심리하던 대법관들의 운명이 갈렸다. 법령 해석이 잘못됐다면서 이견을 말한 대법관 5명이 쫓겨났다. 신군부에 협조한 대법관은 사법부 수장이 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법원장이 김재규를 담당한 주심 대법관이었다. 대법원에서 그가 판결을 확정하자 곧 김재규의 사형이 집행됐다. 죽음의 배경은 법관의 아픈 양심이 아니었을까.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 때였다. 나는 하루 8시간씩 30일 동안 그 재판을 보면서 기록했다. 국제적인 시사 잡지에서 나의 방청기를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후 나는 초안을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바로 담당 재판장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발표한 초안을 손에 들고 있었다.“법정에서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걸 빼달라고 하기 위해서 왔어요.”나는 메모한 공책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분명히 그가 한 말이었다.“저는 뺄 수 없습니다.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쓰는 건 저의 일입니다.”그 무렵 나는 민정비서관을 지낸 사람으로부터 청와대에서 재판장에게 사형선고를 주문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었다. 정치재판을 맡은 재판장은 예민해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심리하는 법정이었다. 나는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장의 변호인이었다. 국정원 예산 일부가 청와대로 간 걸 나는 뇌물로 보지 않았다. 최후 변론에서 나는 재판장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독일에서는 판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적용했을 경우 그 판사가 7년 이하의 징역을 살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 판사는 성역이었다. 청와대와 거래해도, 판결의 방향을 조정해도, 개인적 출세를 위해 법을 왜곡해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이 재판이 후일 흔들리지 않는 법치의 닻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담당 재판장이 무거운 표정이었다. 1·2심의 판사들은 모두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관은 달랐다. 나는 대법관이라고 천부적인 능력이나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대법관만 전혀 다른 판단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런 때면 권력과 거래한다는 의심이 들었다.40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해 오면서 법의 밥을 먹어왔다. 얼마 전 나와 친한 한 대법관 출신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이제 판사도 재판 잘못하면 벌 받아야 할 것 같아. 너무 엉터리 판결이 많아.”진지한 얼굴이었다. 깊은 경험에서 나온 무게 있는 말이었다.  이번에 ‘법왜곡죄’가 국회를 통과했다. 고의로 법을 왜곡해 판결을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이 걸렸다. 나는 형법 조문 하나가 이 나라 사법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권력에 영합하면 높은 자리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닥없는 지옥으로 떨어질 위험성도 생겼다. 그럴 때 판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소되어 있다. 담당 판사들은 재판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훗날 법왜곡죄로 고발당할 걸 걱정할 것이다. 법왜곡죄의 조문은 판사들이 똑바로 하라는 경고 메시지다. 사법의 독립은 어떤 판결을 하든 무풍지대에 살라는 보호막이 아니다. 법왜곡죄가 무서운 판사는 법관 자격이 없다.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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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③] 교사 자격·안전 기준 한계…학생 보호 장치 우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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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5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가 늘면서 학생 보호 측면에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사 자격 요건, 시설 안전 기준, 폐원 시 학생·학부모 보호 등 학교 교육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교육 현장에 대한 교육 당국의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학생의 교육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599597987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학원은 학교와 달리 교사 자격증이나 전공 요건이 필수는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 강사는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전공에 상관없이 채용이 가능하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아동학대 전력이 없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학년별 교과 수업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 역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 교육은 교과 지식 전달뿐 아니라 생활지도와 사회화 과정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교육”이라며 “학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기능이 대체적으로 빠져 있는 만큼 학교 교육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다만 교사 자격증 여부만으로 교육의 질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교사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부분이 있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165160441.jpg"/> 서울의 한 대형마트 층별 안내도. 미인가 국제학교가 입점해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시설 기준에서도 학교와 학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육시설법 등에 따라 학교 부지와 건물 확보, 체육시설, 보건실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일정 면적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가 건물이나 심지어 대형마트에 입주해 학교 형태 교육을 운영하는 사례도 확인됐다.안전 기준 역시 차이가 있다. 학교는 ‘교육시설 안전 및 유지관리법’ 등에 따라 교실 구조, 계단과 복도 안전 기준, 창문 추락 방지 장치 등 세부적인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소방시설 설치와 기본적인 건축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해 학교와 같은 수준의 안전 관리 체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폐원 시 학생 보호 장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학원은 휴원이나 폐원을 할 경우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운영자가 갑자기 문을 닫을 경우 교습비 환불이나 학습 연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2024년 인천 송도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는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수업이 중단됐는데, 학부모들의 교습비 환불 요구에도 학교 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게다가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다른 교육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피해 학생 수는 100여 명, 금전적 피해 규모는 약 3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교육부 관계자는 “담당 교육지원청에는 수사권이 없어 폐원 이후 교습비 환불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개인이 민사 소송이나 소비자 보호 절차 등을 거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25096172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내부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 교육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와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와 유사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학생 보호 장치와 관리 기준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하태욱 교수는 “최근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제도 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부는 인가받은 학교 테두리 안뿐 아니라 학교 밖 교육 현장까지 아우르는 교육 전반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장승혁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교육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교육적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선택권 보장을 억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원천적인 배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다만 이들 기관이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게 교육 당국의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공교육 신뢰성이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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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②] ‘학교 간판’ 단 학원, 제도 틈새 파고든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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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2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교육청에는 어학원 등 학원 형태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중·고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영미권 교과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한 수업을 운영하며 사실상 학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는 대안교육기관이나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학원법 체계 안에 들어가 있는 현재 구조가 제도적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6677279736.jpg"/>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는 대다수가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이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일요신문i’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을 분석한 결과, 25곳이 교육청에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학원으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 형태는 1곳, 교육청 등록 대안학교는 1곳이었다. 사업자등록은 확인되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서 학원 등록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기관도 6곳 있었다.이렇게 미인가 국제학교 상당수가 학원으로 등록하고 운영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학원과 학교 설립 절차의 차이와 국제학교 교육 수요 증가를 꼽는다. 국내에서 국제학교로 인가를 받으려면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교지와 교사 등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학원은 비교적 간단한 등록 절차로 설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학원 형태로 등록한 뒤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208590187824.jpg"/>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등록 형태와 지역 분포.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실제로 이번에 분석한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은 국제학교 교육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4곳, 인천 2곳이었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 상당수가 몰려있었다.학원으로 등록된 25곳의 교습 과정은 대부분 ‘외국어’ 또는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외국어 외에도 보습학원(국어·과학·논술), 진학지도 등으로 복수 등록된 곳들도 있다. 실제 운영은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 등 학교처럼 교과 중심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등록 형태는 어학원으로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등록한 교습과정 범위 내에서만 교습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일요신문i’가 서울 서초구의 ‘국제학교’ 이름을 단 한 학원에 입학 상담을 받아본 결과, 학원 관계자는 “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예술·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스페인어 수업도 추가로 들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학원은 교육청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 어학원으로 등록된 곳이다. 학원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할 경우 교육청의 시정명령이나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학원비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교습비 범위 내에서만 수강료를 받을 수 있다. 교재비 등 기타 경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비용 징수는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는 학비 외에 입학기부금 등의 별도 비용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법 제15조는 등록·신고한 교습비 등을 초과해 징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17조에 따라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5991501368.jpg"/> 서울 서초구·성동구에  위치한 학원으로 등록 미인가 국제학교 전경. 사진=김정아 기자 문제점은 개별 학원의 법 위반 가능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 지위는 학원에 머물러 있는 구조 자체가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 당국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며 “학교처럼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학원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은 학원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지만, 국제학교처럼 학년 체계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형태까지 명확히 규율하는 별도의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학교 규제는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관리 기준도 제한적인 ‘제도 사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원은 학력 위주의 교사학습 과정만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로 볼 수 없다”며 “공교육 내에서는 생활지도나 사회화 과정도 자격을 갖춘 교사를 통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고, 교육 당국의 지도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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