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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연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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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연재</description>
        <language>ko-KR</language>
        <lastBuildDate>Fri, 02 Oct 2026 13:28:50</lastBuildDate>
        <pubDate>Fri, 02 Oct 2026</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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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연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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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북한’이라는 두 글자가 빠진 평화론]]></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993</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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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2 Oct 2026 13:28:50]]></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군의 날인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면서 “남북 관계의 매듭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앞으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얽힌 매듭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2/1790905355619237.jpg"/> 신율 명지대 교수평시라면 이런 대통령의 언급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 ‘평시’가 아니라는 데 있다. 9월 21일 MDL(군사분계선) 이남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지뢰로 인해 중상을 입은 사건은 지금이 평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조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장병들과 국민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물론 장기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유엔사마저 해당 사건을 북한군 지뢰에 의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이 부상 군인에 대한 위로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은 채 긴장 완화를 역설하고 있으니, 상당수 국민들이 정부의 대응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일각에서는 아직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는데, 이런 논리에도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첫째, 유엔사가 이미 북한군 지뢰에 의한 사건으로 판단했고 우리 군도 더 이상 현장 조사는 없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더 기다리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둘째,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의 공개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의 갈등에는 매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서도 우리 군인이 중상을 입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왜 이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잘못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안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북한에 의한 지뢰 사건에 대한 대응 또한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여기서 현 정부는 국민들이 2015년 목함 지뢰 사건을 잘 기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시에는 사건 발생 6일 뒤에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 지뢰에 의한 사건이라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이런 대응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현 정부의 대응 방식과 2015년 당시의 대응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비교를 통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보더라도 정부의 대응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사건 발생 당일인 9월 21일, 대통령은 부상 장병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메시지를 신속하게 발표했는데, 여기까지는 적절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대통령은 지뢰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지난 9월 2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야 비로소 부상 장병을 거론했지만 여기에서 ‘북한’이라는 두 글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긴장 완화’를 주장하고 나서니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이재명 정부가 평화를 추구하는 것도 국가정보원이 성사 가능성 50%라고 밝힌 미북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역할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군이 국가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이유는, 국가가 끝까지 자신들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군이 작전 과정에서 전사자가 발생했을 때 그 몇 배의 보복을 가하고, 또 다른 작전을 펼쳐서라도 시신을 가지고 나오는 이유는, 국가가 군인들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지금 이재명 정부가 우리 군에 과연 어느 수준의 믿음을 주고 있는지 되짚어 볼 시기다. 강한 군대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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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⑤] 은행서 막힌 수십만 달러, 주인은 누구?]]></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95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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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1 Oct 2026 14:05:1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범죄 피의자 밀항 △자금세탁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연재 순서] [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 [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 [마피아의 심부름꾼 ③] "술 상자에 돈 넣어 경찰에 바쳤다" [마피아의 심부름꾼 ④] 난투극 도망자 밀항, 경찰관은 알고 있었다…녹취 속 그날 대화[마피아의 심부름꾼 ⑤] 은행서 막힌 수십만 달러, 주인은 누구?[일요신문] 2021년 6월 초, '장 회장' 측이 진행하던 해외송금 한 건이 은행 문턱에서 막혔다. 액수는 수십만 달러 규모였다."결제가 통과되지 않았어. 다시 처리해."장 회장의 지시에 박 안톤(가명)은 다시 송금 절차를 밟았다. 은행이 요구한 서류를 준비하고, 송금이 처리됐는지 확인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그 뒤로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해외송금 문제를 둘러싼 대화가 반복됐다. '500,000_USD_SALES_INVOICE.pdf' 등 각종 송금·거래 관련 서류도 수시로 주고받았다. PDF뿐 아니라 내용을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DOC·DOCX 형태의 송장 파일도 함께 오갔다.송장에 적힌 액수는 적지 않았다. 50만 달러(약 6억 8000만 원), 60만 달러(약 8억 1400만 원) 등 거액이었다.두 사람의 메시지 대화 내용을 보면 실제 물품 거래보다 '돈을 은행에서 통과시키는 일'에 신경 쓰는 모습이 반복된다. 물품 수량이나 선적 일정, 통관 여부보다는 송금 승인 여부와 서류 보완 문제를 확인하는 대화가 훨씬 두드러졌다.은행 측이 추가로 서류와 항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잦았다. 구체적인 지급 목적, 상품 종류와 원산지, 서비스 제공자의 주소와 소재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가 연관됐는지 여부 등을 소명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1/1790815037761144.jpg"/> 장 회장 측의 자금 이동과 관련해 제보자가 증거자료로 경남경찰청에 제출한 현금 사진. 사진=독자 제공#러시아 회사 돈이 왜 한국에…"또 터키(튀르키예)야?""파나마.""이스탄불로 적혀 있는 것 같은데."어떤 때는 거래 상대방의 소재지마저 뒤섞였다. 수십만 달러짜리 송장을 다루면서 거래 상대가 튀르키예인지 파나마인지, 왜 이스탄불이 적혀 있는지를 서로가 알지 못했다.안톤은 일요신문에 이 작업의 실체가 '자금세탁'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물품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해외로 돈을 옮겼다는 설명이다.실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뉴욕지점이 이들의 송금을 자금세탁방지(AML) 등 금융 규정에 따라 심사한 뒤 처리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장 회장과 안톤이 "돈이 통과되지 않았다" "다시 처리하라"며 끊임없이 송금을 시도했음에도 해외 금융기관이 거래를 멈춰 세운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1/1790815048462364.jpg"/> 장 회장과 박 안톤(가명)이 주고받은 메시지 일부. 60만 달러짜리 송장과 수정 가능한 DOCX 파일이 오갔고, 다른 대화에서는 송금이 막히자 "다시 시도하라"는 장 회장의 지시가 등장한다. 사진=독자 제공특히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류에서 'JANSAN LOGISTICS S.A.'라는 회사가 반복해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조세회피처로 널리 알려진 파나마에 주소를 둔 회사다. 2021년 5월 두 사람은 JANSAN 관련 PDF와 회사 서류를 주고받으며 "체코 쪽 여자가 직접 할 거야" "주주들의 여권 사본이 필요하다" 등 대화를 나눴다. 역시 통상적인 무역거래에서 오갈 법한 대화가 아니었다.수상한 자금 흐름은 해외로 돈을 보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국내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현금으로 입금한 흔적도 확인됐다.일요신문이 확보한 하나은행 통장에는 2020년 3월 27일 현금 8107만 원이 입금된 내역이 찍혀 있다. 함께 전달된 계산 자료에는 '1210×67,000=81,070,000'이라고 적혀 있다. 미화 6만 7000달러를 달러당 1210원으로 계산한 액수다.안톤은 이 거래에 대해 러시아 수산회사 '아마람바(Амарамба)'를 통해 달러를 환전한 뒤 장 회장 측 계좌에 입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아마람바는 러시아 수산회사다. 외견상 한국이나 장 회장과 안톤이 함께 경영한 경남 김해시 식품회사 R 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러시아 회사의 달러가 국내에서 원화 현금으로 바뀌어 장 회장 측 계좌로 들어간 셈이다.러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20년 5월 아마람바 소유 선박 '에코파시픽'은 허용된 어획량을 초과해 살아있는 게 30톤(t) 이상을 잡은 혐의로 현지 연방보안국(FSB) 국경수비대에 적발됐다. 러시아 당국이 추산한 피해액은 8700만 루블(약 14억 원) 이상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1/1790815060273288.jpg"/> 러시아 매체 포트뉴스는 2020년 5월 러시아 수산회사 아마람바 소유 선박 ‘에코파시픽’이 허용량을 초과해 살아있는 게 30톤을 잡았다가 현지 연방보안국(FSB) 국경수비대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포트뉴스 갈무리#안톤뿐만이 아니었다장 회장 측 자금세탁 작업에 직접 동원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안톤뿐만이 아니다.일요신문은 지난 9월 식품회사 R 사 전 직원인 고려인 '로마'(익명)를 직접 만났다.로마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R 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회계나 자금 업무를 맡은 직원이 아니었다. 소시지 관련 현장 업무와 배송을 맡았다.그런 로마에게 어느 날 장 회장 측에서 연락이 왔다. '여권을 꼭 챙겨' 자신에게 오라는 지시가 뒤따랐다.장 회장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로마 자신의 이름으로 위임장이 준비돼 있었다고 한다. 위임 대상은 '스타라인'과 '오션드림'이라는 회사였다. 로마는 두 회사 어느 곳에서도 일한 적 없고, 존재마저 몰랐던 회사였다.로마는 장 회장 지시에 따라 2020년 부산 하나은행을 찾아갔다. R 사 회계 담당자 최 아무개 씨, 장 회장의 보조인 허 아무개 씨도 동행했다.은행에서 잠시 대기하자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한국어가 서투른 로마는 영문도 모른 채 서류 두세 군데에 서명했다.그러자 돈이 나왔다. 무려 '100만 달러'(약 14억 원)였다.로마는 그 현금을 차량에 실어 장 회장 측에 가져다줬다고 증언했다.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왜 자신이 대신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장 회장이 제일 위 사람이었잖아요. 가라고 하면 그냥 알겠다고 했죠. 그냥 가서 사인하고 돈만 받아오면 되는 일이라고 했어요."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로마는 2022년 1월 24일 같은 부산 하나은행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약 80만 달러였다. 첫 방문 때처럼 회계 담당자가 동행했다. 그 외 김 아무개 씨와 러시아계 한 인물도 같이 갔다. 창구 직원도 첫 방문 때와 같은 여성이었다.이번에도 로마는 서류에 서명한 뒤 돈을 받아 차량에 싣고 장 회장 측에 전달했다.두 차례를 합하면 약 180만 달러(약 24억 원)다.이 증언이 눈에 띄는 이유는 로마의 역할 때문이다.안톤은 장 회장과 직접 사업하며 해외송금과 송장 작업에 관여했던 내부자다. 이에 비해 로마는 소시지와 배송 업무를 하던 일반 직원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근무하지도 않는 회사 명의 위임장을 들고 여권으로 신원을 확인한 뒤, 두 차례 거액을 찾아 장 회장 측에 전달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1/1790815071974116.jpg"/> 경남 김해시에 있는 식품회사 R 사 공장. 장 회장과 안톤이 함께 경영했던 곳으로, 전 직원 로마는 이곳에서 장 회장 지시를 받아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심부름을 했다고 증언했다. 사진=김지영 기자#송치된 장 회장, 돈의 실체는…안톤은 2024년 10월 경남경찰청에 장 회장의 자금세탁과 허위문서 작성 의혹을 제보했다. 장 회장 및 회사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송장과 해외송금 관련 서류 등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하지만 수사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약 1년이 지난 뒤에는 이미 냈던 자료를 다시 정리해 제출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톤은 "사건을 제보할 때 장 회장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번역 내용을 모두 제출했는데 또 다시 내야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경남경찰청은 안톤의 최초 제보로부터 약 2년 만인 지난 9월 중순 장 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적용 혐의 가운데 하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이 밖에 또 다른 혐의 한 건도 함께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사건을 창원지검에 최근 송치했다"며 "추가로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1001/1790815082882848.jpg"/> 제보자가 장 회장과 올레크 칸이라고 지목한 이들이 함께 찍은 과거 사진. 제보자들은 올레크 칸을 한국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사진=독자 제공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돈은 도대체 누구의 돈이었을까.안톤은 장 회장이 움직인 자금의 실체가 러시아 올레크 칸과 관련된 범죄은닉자금이라고 주장한다.'올레크 칸'. 러시아 극동 수산업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올레크 칸을 살인교사와 밀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그가 해외로 도피하자 국제수배 대상에 올렸다. 우리나라 사정당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장 회장이 올레크 칸이 지명한 '국내 러시아계 조직의 수괴'로 파악됐다는 내용도 담겼다.안톤 주장대로라면, 장 회장이 여러 해외 법인과 다른 사람 명의의 회사, 위임장 등을 이용해 올레크 칸과 관련된 자금을 국내외로 옮기는 역할을 한 셈이다.로마의 경우 자신이 두 차례 찾아온 약 18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하지만 그의 증언에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로마는 "2020년 무렵 김해 R 사 공장에서 올레크 칸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장 회장 지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액의 돈을 찾아오던 시기와 비슷한 때, 러시아에서 도피 중이던 올레크 칸을 장 회장이 운영하던 공장에서 목격했다는 뜻이다.장 회장과 안톤 사이에서는 △수십만 달러짜리 송장과 수정 가능한 인보이스 △파나마 법인 관련 자료가 반복해서 오갔다. △일부 송금은 해외 금융기관 심사에서 중단됐고 △러시아 수산회사 자금으로 설명되는 달러가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돼 장 회장 측 계좌로 들어갔다. △R 사의 일반 직원이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회사의 위임장을 들고 두 차례에 걸쳐 약 180만 달러를 찾아 장 회장 측에 전달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경남경찰청은 장 회장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남은 것은 돈의 실체와 성격이다.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만 달러씩 움직인 돈이 어디에서 시작돼 누구를 거쳐 어디로 향했는지, 그리고 그 흐름의 끝에 정말 올레크 칸이 있었는지. 사건은 창원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갔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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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④] 난투극 도망자 밀항, 경찰관은 알고 있었다…녹취 속 그날 대화]]></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859</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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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2 Sep 2026 16:16:22]]></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범죄 피의자 밀항 △자금세탁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연재 순서] [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 [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 [마피아의 심부름꾼 ③] "술 상자에 돈 넣어 경찰에 바쳤다" [마피아의 심부름꾼 ④] 난투극 도망자 밀항, 경찰관은 알고 있었다…녹취 속 그날 대화[일요신문] "모르겠다"장 회장과 유착 의혹 등에 휩싸인 부산경찰청 소속 A 경감은 지난 8월 11일 "김해 난투극 피의자 1명이 밀출국한 게 맞는지"를 묻는 일요신문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밀출국한 인물은 밀레닌 알렉산드르, 별칭 '사샤'로 불린 남성이다. 그는 2020년 6월 20일 경남 김해 도심에서 벌어진 고려인 집단 난투극에 가담한 64명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에 붙잡히지 않고 도주했다.A 경감은 '사샤 도주'와 관련해 "뜬소문이 많다"며 "(안톤이) 관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 예전 수사받을 때 정확히 제보했으면 됐을 텐데, 왜 이제 와서 부산에 있는 나를 계속 끌어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고백 들은 경찰의 이상한 반응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 경감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박 안톤(가명)이 사샤 밀항을 도왔고, 이를 A 경감에 직접 털어놓았었기 때문이다.이는 2024년 7월 16일 안톤과 A 경감 통화 녹취에서 확인됐다. 현직 경찰에게 자신의 밀항 조력 사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장면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A 경감의 반응도 눈에 띈다. A 경감은 사샤가 도망친 수법 정도에만 호기심을 뒀을 뿐이다. 주범 격 피의자인 사샤의 밀항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나 진상 확인을 시도하지 않았다.안톤 : 요트에 태우려고 보트를 샀던 거고. 그 사람이 보트를 타고 러시아까지 가야 했어. 요트가 러시아까지 갈 수가 없어서, 중간에 요트에서 그 사람을 하선시키면 거기서 누가 데려가기로 돼 있었거든.  A 경감 : 결국 그 사람이 여기서 어떻게 떠난 거야? 요트 타고? 보트 타고? 안톤 : 요트 타고 갔지. 내가 그 요트에 보트를 실어줬어. A 경감 : 근데 그 요트는 사샤가 가지고 있는 거야?안톤 :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범죄 핵심 피의자인 사샤의 밀항 관련 대화는 1분도 채 이어지지 않았다.대화는 곧바로 안톤이 별도로 접촉한 '경찰관 추정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안톤은 경기 안산에 사는 지인의 소개로 이들을 만났다고 털어놨다.A 경감 : 무슨 경찰? 명함 줬어? 아니면 뭐 다른 거라도?안톤 : 걔네가 뭘 주겠냐. 내가 전에 말했던 안산에 사는 지인 있잖아.A 경감 : 그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거야? 그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르고?안톤 : 경찰이 누구였는지는 나도 몰라.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젊고, 한 명은 나이 든 사람이었어.A 경감 : 경찰이 맞긴 해?안톤 : 모르지. 제복도 안 입고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안산에 사는 지인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해줬어.A 경감 : 음….안톤 : 난 아무 것도 몰라. 명함도 안 주더라고. 너도 명함 안 주잖아.안톤의 말을 들은 A 경감은 다른 사람 말고, 자신하고만 소통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핵심 피의자의 밀항을 도왔다고 실토한 인물에게 자진 출석을 권유하거나, 관련 첩보를 관할 수사팀에 넘겨 정식 수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적어도 이 대화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A 경감 : 지금은 아무도 만나지 마. 일단 우리끼리 얘기 좀 더 해보고 나서 '네 문제'를 창원에 정식으로 접수할지 결정하자고.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말고 만나지도 마. 우리 둘만 얘기해. 나중에 문제 생기면 골치 아파질 수 있어.안톤 : 에이, 소문 날 수가 없어. 이 일에 대해선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데.대화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네 문제'는 안톤이 장 회장의 범죄 혐의를 경남경찰청에 정식 제보할지 여부를 뜻한다. 현직 경찰관인 A 경감이 장 회장 관련 제보나 신고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만류하려 하는 듯한 모양새다.안톤과 A 경감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을 격의 없이 묻는 것은 물론, 관내 불법 PC방 단속 정보와 주변 인물 동향까지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 공적인 단속 정보와 사적인 안부가 뒤엉킨 기이한 관계였다. 두 달 뒤인 2024년 9월 14일 나눈 대화에서도 이 같은 정황은 고스란히 드러난다.A 경감 : 요즘 일은 많지?안톤 : 어, 일 엄청 많아. 너희 쪽은 어때?A 경감 : 우린 그냥 조용해. 아참, 거기 PC방 하나 단속 떴었어? 돈 뺏겼대?안톤 : 무슨 PC방?A 경감 : 거 왜 있잖아, 게임하는 데.안톤 : 글쎄, 내가 알기로는 지금 아무도 영업 안 할 텐데.A 경감 : 근데 걔네는 어떻게 지낸대? 난 아무 말도 안 하긴 했는데, 저번에 걔네가 차 타고 가서 문을 열어봤더니 사람이 한 명도 없더래. 방금 막 문 닫은 것처럼. 근데 PC방 새로 생겼고 컴퓨터도 완전 새 거래. 신축처럼 해놨던데, 어떻게 그렇게 된 거지?안톤 : 나도 모르지.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2/1790052845021147.jpg"/> A 경감과 박 안톤이 장 회장 측 변호사와의 연락 및 소송 문제를 두고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A 경감은 "장 회장 측 변호사를 만났다"고 밝히며 "수요일까지 기다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진=독자 제공#A 경감, 거리 뒀다더니…"내가 필요해""(안톤이) 내게 먼저 접근해서 뭔가 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안 해줬다. 아마 나를 통해 장 회장과 뭔가 해보려고 했을 테지만, 경찰관으로서 어느 한쪽을 도울 수는 없었다."A 경감은 일요신문에 이렇게도 말했다. 안톤이 자신에게 먼저 접근해 장 회장과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본인이 거부했다는 취지다.그러나 안톤과 A 경감의 2025년 2월 22일 메신저 대화를 보면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A 경감 : 먼저 변호사가 장 회장과 이야기할 거야. 장 회장이 동의하면 네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줄게.안톤 : 나는 (장 회장이) 내게 줘야 할 돈과 내 동의 없이 명의를 변경한 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거야. 변호사와 연락하지 않아도 돼. 나는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전부 법원을 통해 처리할 거야.A 경감 : 수요일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안톤 : 아니, 난 기다리지 않을 거야.A 경감 : 한 시간 뒤에 전화할게.안톤 : 전화하지 마. 통화할 수 없어.A 경감 : 나는 장 회장 측 변호사와 만났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보게 하자.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보자.안톤이 장 회장과 경영분쟁을 겪으며 소송에 나서려 하자, A 경감은 "수요일까지 기다려줄 수 있냐"며 이를 늦추려 했다. 안톤이 경찰관인 본인에게 먼저 접근해 도움을 구했지만, 자신은 응하지 않았다는 A 경감의 설명과 정반대다.오히려 이 대화만 놓고 보면, A 경감이 먼저 나서 장 회장이 곤란해질 법한 상황을 막으려 한 정황으로 읽힌다. 특히 A 경감이 장 회장 측 변호사까지 직접 만나 조율에 나섰다는 대목은 경찰관의 통상적인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2/1790052906598052.jpg"/> A 경감과 박 안톤이 장 회장 관련 사안을 두고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A 경감은 "내가 필요한 일"이라며 "장 회장이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독자 제공또 다른 메시지에선 더욱 석연찮은 대화가 오갔다. A 경감은 먼저 안톤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이후 안톤이 "이건 내가 필요한 게 아니야"라고 선을 긋자, A 경감은 "그래, 내가 필요해"라고 답했다. 이어 "장 회장이 아마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르는 것 같아"라고도 부연했다.안톤 : 이건 내가 필요한 게 아니야.A 경감 : 그래, 내가 필요한 거지. 그는 아마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르는 것 같아.안톤 :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그래, 내가 필요한 거지" 등 발언은 A 경감이 이 문제를 단순한 제3자의 일로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특히 장 회장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까지 우려하는 듯한 표현은 A 경감이 단순 중재자를 넘어, 장 회장 쪽 사정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2/1790052916137448.jpg"/> 부산광역시 연제구의 부산경찰청 청사 전경. 사진=김지영 기자#안톤 "A 경감 비위 의혹 재수사해야"현재 안톤은 A 경감을 둘러싼 비위 의혹 전반에 대해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서 부산경찰청이 A 경감 비위 의혹을 입건 전 종결 했지만, 기존 조사 과정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을 충분히 진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다시 조사가 이뤄진다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반면 A 경감은 사샤 밀항과 관련해 자신이 수사나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선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담당을 했거나 수사를 했거나 관련 업무를 하지도 않았고 관할 지역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특히 안톤과 통화 녹취에 대해서는 "혐의 내용이 구체적이었다면 내가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적어도 보고서를 쓰든 뭐든 남겨뒀을 것"이라며 "왜 이제 와서 녹음을 공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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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간첩과 월척]]></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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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Mon, 21 Sep 2026 17:09:1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변호사로서 간첩 사건을 맡았던 적이 있다. 간첩은 북한에 포섭된 한국인이었다. 그는 동해안의 군부대와 초소들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탈북자들의 삶을 확인하고 촬영했다. 군사지도와 작전계획을 빼내어 북으로 보냈다. 그가 국가정보원의 수사관 앞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 옆에 입회했다. 그는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그와 구치소에서 단 둘이 있을 때였다.“증거가 다 북한에 있는데 법원이 어떻게 유죄판결을 내리겠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잖아?”그는 재판 시스템을 꿰뚫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 그는 간첩행위를 한 게 맞았다. 나는 순간 흔들렸다. 그를 도와 법정에서 증거를 부인하고 북한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에 관해 입증해 보라고 트집을 잡을 수 있었다. 간첩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었다. 간첩인 그를 그렇게 무죄로 만드는 게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 수행인 것일까.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1/1789954876948351.jpg"/> 엄상익 변호사나는 장교로 최전방 철책선 부대에서 근무했다. 눈 덮인 전선에서 순찰을 돌면서 북한군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국가안보는 법치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었다. 간첩의 법정투쟁 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자백을 하고 감형을 받는 게 어떻습니까?”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다음날 바로 해고됐다. 나는 국정원의 전신인 안전기획부의 대공수사국에서 법률적 자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영업사원같이 매일 정보를 수집하러 나갔다. 어쩌다 간첩이 잡혔다고 하면 월척을 낚은 듯한 축제 분위기였다. 지하실에서 몇 날 며칠이고 조사가 계속됐다. 어느 날 아침 한 대공 수사관과 다방에서 얘기를 나누었다.“간첩을 잡는다는 건 백사장에서 바늘 한 개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덫을 쳐놓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죠. 그렇게 잡은 간첩이 우리 선생님이에요. 그 체험담이 대공 수사의 교과서가 되죠. 그런데 지식만 가지고 안 돼요.”그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물고기를 잡을 때 레이더나 어군탐지기를 쓰잖아요? 간첩도 마찬가지예요. 감으로만 안 되고 그들이 하는 통신을 파악해야 해요. 바로 잡지 않고 몇 년이고 추적하죠. 뿌리가 보일 때까지죠.”안기부 지하 조사실에서 고참수사관과 둘만 있었던 적이 있다. 그림자가 진 것 같은 기다란 얼굴이었다. 그가 침묵하다가 내게 말했다.“중앙정보부 시절 조직에 들어와서 오랫동안 대공 수사를 했어요. 간첩은 말이죠. 잡는 게 아니에요. 만드는 거였어요.”가슴이 섬뜩했다. 대학 시절 강이라는 재일교포 유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신문에 그의 사진이 실렸다. 그 옆에는 유학생간첩단 간부라고 굵은 활자가 박혀 있었다. 그가 억울하다고 내게 호소했다. 누가 옳은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안기부에 근무하던 시절 조직을 개조하기 위해 일곱 명 남짓으로 꾸린 TF에 차출됐다. 오래 근무한 간부인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대공 수사망은 멸치 그물같이 촘촘해요. 그런데 멸치 그물에 우연히 문어나 다른 큰 고기들이 잡혔죠. 윗분들은 간첩보다 그걸 더 좋아하는 거야. 우리야 선주가 좋아하는 걸 잡아다 바칠 수밖에 없잖아?”안기부장이 1년도 못 되어 경질되는 바람에 개혁은 흐지부지됐다. 그 후 몇 차례 정권이 바뀌면서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왔다. 이번에 형법을 개정해서 간첩죄의 대상에 북한뿐 아니라 외국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허술한 그물코가 존재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우연히 찍은 사진 속에 군사시설이 포함됐을 때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 외국에서의 공모나 연락, 지시 등은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이다.새로 만든 법 그물을 쥔 경찰에게 실적의 유혹도 선주의 주문도 있을 것이다. 변호사인 나 역시 구치소에서 직업의식과 국가관 사이의 갈림길에 섰고 국가관을 택했다. 월척을 기다리는 지하 조사실에 이제는 경찰이 앉아 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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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⑥] 범인 추정 '발자국' 감정 기록은 없었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82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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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Mon, 21 Sep 2026 13:48:1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8년 대구 장미비디오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피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흔 5점을 발견했다. 쉽게 말해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5점이다. 경찰은 일부 족흔에 자를 대 크기를 측정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이 족흔을 피의자로 지목됐던 이민형 씨의 신발과 대조했다는 기록은 수사기록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족흔을 감정했다는 기록조차 없다. 이 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지난 4월 법원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 경찰청과 대구경찰청에 관련 기록을 요청했다.경찰청에서 돌아온 답변은 ‘부존재’였다.#경찰청 “감정 의뢰·실시 내역 부존재”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1/1789954316081423.png"/> 1998년 1월 3일 장미비디오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족흔. 당시 실황조사서엔 방바닥에서 ‘피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흔적 5점’이 발견됐다고 기록돼 있다. 사진=경찰 수사기록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피해자 A 씨가 가게 안쪽 방에서 흉기에 찔려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숨졌다.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 감식에 나섰다. 당시 작성된 실황조사서에는 피해자 혈흔과 함께 ‘피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적혀 있다.실황조사서(1998. 1. 3.자)“가게 바닥과 방안 바닥에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약 7점과 방바닥에는 피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흔적이 5점이 발견되고….”(수사기록 58쪽)장판 위에 남아 있던 발자국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찰은 일부 족흔에 자를 대 길이를 측정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문제는 그다음이다.  통상적으로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발견됐다면, 그 문양과 크기를 분석해 신발 종류와 치수를 확인하는 후속 감정이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수사기록에선 현장감식 이후 이 족흔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족흔을 감정기관에 의뢰했는지, 실제 감정이 이뤄졌는지,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도 찾을 수 없다.재심청구서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됐다. “당시 경찰은 해당 족흔을 토대로 문양을 통해 신발의 종류를, 길이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자 경찰청 과학수사계 등에 감정을 의뢰했을 것으로 보이나, 기록 어디에도 그 결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박 변호사는 당시 족흔 감정의 실제 실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월 법원을 통해 경찰청과 대구경찰청에 대구남부경찰서·제50보병사단 헌병대가 의뢰한 지문 및 족흔 감정 내역과 결과를 송부해 달라고 신청했다.돌아온 답변은 ‘부존재’였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족적’에 대한 감정 의뢰 내역과 경찰청 감정 실시 내역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물론 사건 발생 후 28년이 지난 만큼 그사이 관련 기록이 소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98년 1월 3일 사건 당일 작성된 실황조사서 이후론 경찰·군경찰·군검찰 수사기록 어디에서도 족흔의 감정 의뢰나 실시 여부, 후속 처리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현장 족흔의 감정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이 씨의 번복된 자백이나 목격자들의 엇갈린 진술과 달리, 범인을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핵심 물증’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범행 전 곤색 체육복과 흰색 운동화를 구입해 갈아 신은 뒤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반면 피해자의 아들은 “범인이 검정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을 살펴봐도 범인이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는 증언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경찰도 이 씨가 말한 운동화를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박 변호사는 “현장에 족흔이 5점이나 남아 있었고 일부는 크기까지 측정했다. 이를 제대로 감정했다면 이 씨의 자백과 피해자 아들의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이 현장 흔적과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현장엔 금품 물색 흔적 없어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1/1789954772696977.png"/> 1998년 1월 3일 장미비디오 내부를 촬영한 현장사진. 비디오테이프 진열대 안쪽에 붉은색 소형 금고가 닫힌 상태로 놓여 있다. 사진=경찰 수사기록족흔과 달리 실제 감정 결과가 남아 있는 물증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게 안에 있던 철제금고다. 이 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금고에서 현금 6만 7000원을 꺼냈다고 자백했다. 이 씨의 자백대로 범인과 피해자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였다면, 현금이 있는 위치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물색 흔적이 있어야 자연스럽다. 또, 피해자 아들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금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면 금고를 만진 흔적이 남아야 한다.그러나 사건 현장에서는 금품을 찾기 위해 가게나 방 안을 뒤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실황조사서(1998. 1. 3.자)“이불과 베개가 널려져 있는 것 외에 피의자가 동방안을 뒤진 흔적은 발견할 수 없으며….”(수사기록 59쪽)같은 내용은 군경찰 수사기록에서도 반복된다. 1998년 1월 12일 검증조서에는 경찰의 1차 실황조사 때뿐만 아니라 군경찰의 현장검증에서도 “금품 물색 흔적은 볼 수 없었음”이라고 적혀 있다.새로 확보된 현장 영상에서도 소형 금고는 비디오 진열대 안쪽에 닫힌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이 확인된다. 경찰이 금고에 남은 지문을 채취했지만 현출된 지문 2점은 모두 피해자 남편의 것이었다. 이 씨와 일치하는 지문은 없었다.#“피 많이 묻었다”…혈흔 검출 안돼금고에서 이 씨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면 혈흔은 어떨까. 범인은 피해자를 흉기로 13차례나 찔렀다. 이 과정에서 범인의 몸이나 옷에 다량의 피가 튀었을 가능성이 크다.실제 이 씨도 자백 과정에서 피해자를 찌른 뒤 “오른손과 칼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범행 약 18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대구역 화장실에서 변기에 고인 물로 손과 칼을 씻었다고 했다.경찰은 1998년 1월 6일 이 씨의 양손 손톱 10개와 이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정색 구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혈흔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LMG(Leucomalachite Green) 검사와 루미놀 검사를 실시했다.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이 씨의 손톱과 구두 어느 곳에서도 혈흔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 같은 감정 결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이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 당시 착용했다고 진술한 곤색 체육복과 흰색 운동화, 범행에 사용했다는 칼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씨의 자백과 피해자 아들 등 관련자들 진술, 현장검증 결과 등을 종합해 강도살인을 유죄로 판단했다.그런데 2025년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가 진행한 혈흔 재현실험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실험 참가자 6명은 한 손을 돼지 피에 담갔다가 약 18시간 동안 자연 건조한 뒤, 고인 물로 씻어내는 방식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이 씨의 자백처럼 한 차례만 세척한 뒤 추가로 손을 씻지 않은 실험군에서는 LMG와 루미놀 검사 모두 혈흔 반응이 나타났다. 물이나 비누로 여러 차례 추가 세척을 진행한 다른 실험군에서도 일부 루미놀 반응이 확인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21/1789954986687518.png"/> 피가 묻은 족흔. 다만 피의자로 지목됐던 이민형 씨의 손에선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 사진=경찰 수사기록물론 재현실험이 실제 범행 상황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이 씨가 대구역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추가로 손을 씻었을 가능성이 있다. 1998년 당시 사용된 루미놀 시약의 민감도가 현재보다 낮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당시 이 씨의 손에 피가 묻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 박 변호사는 “혈흔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 씨의 손과 구두 모두에서 혈흔이 나오지 않았다면 적어도 그 자백이 실제 범행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 객관적 물증을 바탕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유죄를 뒷받침할 물증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객관적인 물증으로 자백을 검증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실제 감정 결과가 자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자백과 목격자 진술을 가릴 수 있었던 현장 족흔은 제대로 검증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접촉 없이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범죄는 현장에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현장 수사관들은 범인과 피해자, 범인과 물건, 물건과 물건 간의 접촉으로 생긴 미세한 흔적들을 쫓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다. 이를 가리켜 ‘범죄의 재구성’이라 부른다.28년 전, 대구 장미비디오 살인사건을 맡았던 수사기관은 과연 현장이 말해주는 그 흔적들을 제대로 쫓았을까.]]></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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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금지되지 않았다면, 모두 허용된 것인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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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8 Sep 2026 11:47:31]]></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스마트폰을 열어 앱 하나를 실행한다. 오늘의 미션이 뜬다. 네이버에서 어느 식당을 검색해 메뉴 가격을 확인하고 그 숫자를 입력하라고 한다.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정답을 넣으면 5원이 적립된다. 커피 한 잔 값을 모으려면 수백 번을 반복해야 하는 돈이지만, 사람들은 매일 그 앱을 연다. 이것이 이른바 앱테크다.간단한 미션에 소액의 보상을 붙여 이용자가 매일 앱을 찾게 만드는 기법으로, 커머스 경쟁이 극심해진 시장에서 재방문율과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검증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 익숙한 풍경이 지금 형사 사건이 되어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네이버는 올해 2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했고, 그 사실이 9월 초 알려졌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8/1789694077684768.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문제 삼은 것은 토스 앱의 출석 체크 미션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상품이나 장소를 검색하게 하고, 상품 상세 페이지 하단의 태그나 가게의 메뉴 가격, 도보 이동 거리 같은 정보를 찾아 입력하면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런 유입이 하루 수백만 건에 이르며 스토어와 플레이스의 검색 순위를 흔들었다고 본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관련 업체들에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토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즉시 멈췄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토스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검색 알고리즘이라는 말이 나오면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사건의 구조는 조금도 복잡하지 않다. 골목에 식당이 하나 있다고 하자. 사장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5원씩 쥐어주며 가게 앞에 잠깐 줄을 서달라고 부탁한다. 배가 고파서 온 사람이 아니라 그저 5원을 받고 잠시 서 있다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골목을 지나던 진짜 손님의 눈에는 그 줄이 보인다. 줄이 길면 맛집이라고 믿는다.옆집은 손님이 실제로 만족해서 다시 찾아온 가게인 데도, 눈에 보이는 줄이 짧다는 이유로 밀려난다. 네이버 검색이 하는 일이 바로 이 줄의 길이를 세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찾는지를 관심의 신호로 읽어 순위에 반영한다. 평상시라면 합리적인 방식이나, 포인트를 노린 검색은 그 전제를 깬다. 사려는 것도 아니고 가려는 것도 아닌 손짓이 숫자로는 관심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피해는 세 방향으로 번진다. 첫째는 이용자다. 5원을 벌었지만, 그 대가로 내일 자신이 의지할 검색 결과의 정확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둘째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자영업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9월 9일 입장문을 내고, 정직한 상품과 진짜 후기로 상위권을 지켜온 가게가 하루아침에 5, 6위 밖으로 밀려나며 순위가 몇 계단만 내려가도 매출이 30~40% 증발한다고 주장했다.떨어진 순위를 메우려 광고비를 더 써야 하는 이중고도 함께 지적했다. 자신이 동의한 적 없는 경쟁에 끌려 들어가 통행료를 무는 셈이다. 셋째가 검색 플랫폼이다. 검색 사업자의 유일한 자산은 결과를 믿을 만하다는 이용자의 신뢰인데, 그 신뢰가 바깥에서 들어온 힘에 의해 침식된다.여기서부터가 이 사건의 예민한 지점이다. 토스가 한 일 가운데 어느 한 조각도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것은 자유다. 그 행동에 보상을 주는 것도 위법이 아니다. 서버를 침입하지도, 봇을 돌리지도 않았다. 행동 하나하나는 흠잡을 데가 없는데 그것이 쌓인 총합만 조작에 가까워지는 구조, 이것이 바로 모호한 경계를 파고드는 방식이다. 규칙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틈을 정확히 찾아내 그 안에서만 움직이는 설계는 우연이 아니라 능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방향에 따라 혁신이 되기도 하고 차익거래가 되기도 한다.둘을 가르는 기준은 새로운 가치가 생겨났는가이다. 토스가 공인인증서와 계좌번호의 벽을 허물었을 때는 없던 편의가 생겼다. 이번에는 무엇이 생겼는가. 특정 가게의 순위가 올라간 만큼 다른 가게가 내려갔고, 광고 예산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총합은 제로에 가깝거나 신뢰의 훼손만큼 마이너스다. 반면 이익은 한 곳으로 모인다. 미션의 대가로 이용자에게 나가는 돈은 5원이지만, 업계에서 같은 한 건은 광고주에게 수십 원대에 거래된다.그 차액을 중개사와 대행사가 나눠 갖는다 해도, 이 미션이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상품이자 앱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를 떠받치는 지표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 이 숫자는 곧 기업 가치다. 정작 그 광고가 실제로 노출되는 무대는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검색 결과 화면이다. 남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인프라를 자신의 광고 지면으로 되팔면서 비용은 그 인프라와 그 위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면, 이것을 실험이라 부르기는 어렵다.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같은 요구를 받은 다른 업체들은 멈췄고 토스는 멈추지 않았다. 무해했다면 대응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더 아픈 대목은 토스 자신의 전례다. 토스는 지난해 10월 자사의 리워드 광고 링크가 카카오톡에서 차단된다며 카카오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올해 7월 취하하기는 했지만, 그때 토스가 내세운 논리는 플랫폼이 남의 트래픽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피해자일 때 꺼내 든 원칙이 자신이 원인일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도구다.물론 네이버 쪽에도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몇 백만 번의 무의미한 클릭에 순위가 흔들린다면 그 알고리즘의 취약성 역시 검증받아야 할 대상이다. 검색 순위가 곧 광고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자가 자사 생태계의 질서를 지키겠다고 나설 때, 거기에 이해관계가 섞여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기술적 차단이나 협의라는 길을 두고 형사 고소를 택한 것이 최선이었는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며 위법성은 확정되지 않았다.그럼에도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법정 밖에 있다. 법이 아직 금지하지 않은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준법의 문제가 아니라 성숙의 문제다. 경직된 금융 관행을 흔든 토스의 이력을 아끼는 사람일수록 지금의 방식에 마음이 불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규제가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과, 그 영역에서 스스로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일은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앞의 것은 스타트업의 미덕이고, 뒤의 것은 인프라가 된 기업의 책임이다. 하루 수백만 건의 검색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순간, 토스는 이미 뒤쪽 책임까지 요구되는 자리에 서 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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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③] "술 상자에 돈 넣어 경찰에 바쳤다"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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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16 Sep 2026 15:33:4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범죄 피의자 밀항 △자금세탁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연재 순서][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마피아의 심부름꾼 ③] "술 상자에 돈 넣어 경찰에 바쳤다"[일요신문] 2020년 7월 초. 박 안톤(가명)은 경남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며칠 전 경남 김해에서 벌어진 고려인 64명이 뒤엉킨 집단 난투극 이후, '김해 남부파 두목' 사샤가 경찰 추적을 피해 도주한 뒤였다.경찰은 안톤에게 물었다. 왜 안톤 명의의 승용차가 사샤 등 도주자들에게 넘어갔는지, 왜 안톤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그들이 사용했는지 추궁했다. 안톤은 굳게 입을 닫았다. 자신이 장 회장에게 차량 열쇠와 유심카드를 넘겼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조사가 끝난 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산경찰청 소속 A 경감이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며칠 뒤 안톤은 다시 경찰에 불려갔다. 경찰은 사샤의 행방을 물으며 "범인을 숨기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안톤은 이날 역시 침묵을 지켰다.경찰서를 나온 뒤 A 경감한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이제 끝났으니 걱정하지 마."그로부터 얼마 뒤, 장 회장이 안톤을 찾았다. 또 심부름이었다. 이번에는 총도, 차량도 아니었다.'돈'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6/1789526776616893.jpg"/> 박 안톤이 장 회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경남 김해에 있는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 전경. 사진=남경식 기자#"500 받아서 A 경감 갖다줘""회계담당자인 최 과장한테 500 받아서 A 경감에게 전해."안톤은 장 회장 지시대로 최 과장에게 갔다. 금고가 열렸다. 최 과장은 하나은행 봉투에 5만 원권 100장을 넣어 안톤에게 건넸다. 500만 원이었다.안톤은 오후 6시쯤 A 경감이 근무하던 부산경찰청 인근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였던 커피숍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안톤은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다.잠시 뒤 A 경감이 나타났다. 안톤은 곧장 A 경감에게 5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A 경감은 봉투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고 증언한다.두 사람은 40~50m 떨어진 다른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안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샤 문제였다. 자신의 차와 휴대전화 번호가 사샤 일행에게 넘어간 사실을 경찰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안톤은 A 경감에게 정말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A 경감은 다시 안심시켰다고 한다."다 잘 됐으니 신경 쓰지 마."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6/1789526821471443.jpg"/> 박 안톤은 2020년 부산경찰청 소속 A 경감에 세 차례에 걸쳐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한 번은 부산경찰청 부근 한 사설 주차장(사진)에서 A 경감을 만나 돈을 줬다고 했다. 사진=김지영 기자#"도움은 올레크 칸이 받고 돈은 내가…"돈 심부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약 3개월 뒤인 2020년 10월 5일쯤. 이번 장소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장 회장의 아파트였다.장 회장은 집 안 금고를 열었다. 미화 100달러짜리 지폐 100장, 1만 달러(약 1300만 원)가 나왔다.장 회장은 안톤이 준비한 흰 봉투에 달러를 넣었다.두 사람은 2020년 당시 장 회장 조카가 대표였던 R 사(2022년부터 장 회장이 대표이사) 법인차량인 제네시스를 타고 부산의 한 고층건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장 회장은 안톤에게 A 경감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러시아 수사당국이 '킹크랩 왕'으로 불린 올레크 칸에 대해 수배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의 정보가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얘기였다.안톤은 당시 장 회장이 이렇게 불평했다고 기억한다."도움은 올레크 칸이 받고 돈은 내가 줘야 하니…."약속장소 주차장에는 A 경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 회장과 A 경감, 안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한 남성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올레크 칸의 장남 알렉산드르 칸이었다. '올레크 칸'. 러시아 마피아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리는 남성이다. 러시아 사법당국에서 '살인교사'와 '밀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해외로 도피해 국제수배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안톤은 장 회장과 A 경감, 알렉산드르 칸이 건물 안 소파에 앉아 약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기억한다. 자신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다고 한다.알렉산드르 칸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장 회장과 A 경감, 안톤은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때 장 회장이 안톤에게 말했다."A 경감에게 달러를 전해줘."안톤은 자신이 들고 있던 1만 달러가 든 흰 봉투를 A 경감에게 건넸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6/1789526846617606.jpg"/> 올레크 칸은 러시아 마피아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리는 남성이다. 러시아 사법당국에서 '살인교사'와 '밀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해외로 도피해 국제수배 대상에 올랐다. 사진=독자 제공 #"올레크 칸이 누구냐"…열흘 뒤 경찰서에서 나온 질문이상한 장면은 그로부터 열흘쯤 뒤 다시 이어졌다.2020년 10월 15일께 안톤과 장 회장은 김해의 한 경찰서로 불려갔다. 김해 집단 난투극과 관련한 조사였다. 경찰은 장 회장이 아닌 올레크 칸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집단폭행사건의 배후가 올레크 칸이냐?"“올레크 칸이 누구냐?”"올레크 칸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안톤은 올레크 칸이 가끔 R 사 공장에 들러 사우나를 하곤 했으며, 킹크랩 사업가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그리고 다시 엿새가 지났다. 2020년 10월 21일. 경찰의 날이었다. 안톤은 이날도 장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A 경감에게 300만 원을 가져다줘. 술도 같이 사서 가져가."안톤은 회사 회계담당자에게서 현금 300만 원을 받았다. 돈은 흰 봉투에 넣었다. 이어 R 사의 법인카드로 위스키와 보드카 등 약 70만 원어치의 술을 샀다.오후 무렵 안톤은 부산경찰청 인근 사설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A 경감이 기다리고 있었다.안톤은 지난 2월 초 일요신문 취재진과 함께 해당 사설 주차장에 갔다. 그곳에서 했던 안톤의 증언에 따르면 A 경감은 자신의 흰색 SUV 차량 뒤쪽으로 갔다. 트렁크 문이 열렸다. 안톤은 그 안에 위스키와 보드카가 든 상자를 실었다.이어 주머니에서 300만 원이 든 봉투를 꺼내 A 경감에게 건네려 했다. 그러자 A 경감은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그냥 박스(위스키와 보드카 담긴 상자)에 넣어둬."안톤은 현금 봉투를 술 상자 안에 넣었다. 두 사람은 악수했다. 안톤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안톤 주장대로라면 2020년 7월부터 10월 사이 A 경감에게 전달된 돈은 세 차례다.500만 원, 1만 달러, 300만 원과 약 70만 원어치 주류.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6/1789526855602299.jpg"/>  박 안톤과 장 회장이 동업을 했던 R 사에서는 다량의 현금도 보유했다. 사진은 그 일부. 사진=독자 제공 #5년 뒤 꺼낸 이야기이 돈 이야기가 수면 위로 나온 것은 약 5년 뒤였다.2025년 11월 9일 안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식의 '공직자 비리 제보서'를 작성해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안톤은 제보서 첫머리에 이렇게 적었다."제가 한낱 고려인 동포로서 엄청난 용기를 내 대한민국 대통령님께 글을 올립니다."그는 장 회장 측의 보복이 두려워 제보를 망설였다고 했다. 제보 내용은 A 경감에게 건넸다는 돈만이 아니었다.안톤은 자신이 장 회장의 지시를 받아 러시아제 권총 두 자루와 탄약을 보관·전달했고, 범죄 피의자의 도피와 밀항에도 관여했다고 자백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행위까지 함께 적은 셈이다.안톤은 이후 부산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며 A 경감에게 돈을 세 차례 전달했다고 진술했다.하지만 수사는 안톤이 기대한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말을 못하는 안톤에게 경찰이 배치한 러시아어 조사 통역관이 다름 아닌 장 회장의 다른 사건 통역인이었다. 안톤은 통역관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제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차례 이상 조사를 받은 뒤에야 교체됐다.안톤은 위스키 등을 살 때 썼던 신용카드의 결제 내역 등을 경찰에 제공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용카드 결제내역과 별개로 위스키 등 제품 구매 영수증을 요구했다. 안톤은 카드사와 판매처 등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5년 전 영수증을 찾기란 무리였다.결국 부산청은 2026년 4월 이 사안을 무혐의로 입건 전 종결했다. 통지서에 적힌 이유는 '증거불충분이 명백하다' 한 줄이 전부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6/1789526863934474.jpg"/> 부산광역시 연제구의 부산경찰청 청사 전경. 사진=김지영 기자 #A 경감 "안톤 주장은 지어낸 이야기"  A 경감은 일요신문 취재진에게 △2020년 무렵 장 회장과 교류한 사실 △이전부터 장 회장 등 무리와 유착 의심을 받아온 사실 △러시아 등 구소련권 지인들로부터 위스키 등을 선물 받은 사실 등은 인정했다.그는 "제가 (장 회장 뒤를 봐준다는) 오해는 여러 차례 받았다"면서도 "제가 예전에 러시아 쪽을 담당했고, 친한 사할린 쪽 사람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공도 차고 그래서 오해를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스키 등은 러시아 친구들이 자기 나라 갔다 오면 작은 거 한 병 들고 와서 선물 삼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A 경감은 안톤의 주장을 놓고는 "지어낸 이야기다. 내가 굳이 뭐 하러 장 회장 쪽과 직접적인 거래를 했겠느냐"라며 "(안톤이) 내가 장 회장과 친하고 안 친하고를 떠나서 인간관계 형성 배경에 대해 잘 모를 거다"라고 강조했다.이어 "장 회장이 친한 척을 하니까 나를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으로 아는 것 같은데, 나는 누구 한쪽을 도와줄 수도 없고 그런 능력도 없다"며 "(안톤이) 나를 물고 늘어지면 뭔가 풀리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경감은 '장 회장을 건실한 사업가로 볼 수 있는지' 물음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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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위기를 만드는 사람, 떠안는 사람]]></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67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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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1 Sep 2026 11:10:17]]></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네팔은 세계의 어머니 산,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나라다. 그 네팔에 뜬금없는 대홍수를 보고 뜬금없지 않다고 느끼는 데엔 죄책감이 있다. 자연을 좀먹고 이룩한 문명을 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인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기후 위기라고까지 표현해도 무방한 엄청난 기후변화, 그로 인해 영구적 동토층인 줄 알았던 히말라야의 빙하까지 녹아내리고, 그와 함께 무너져 내리는 암석들이 히말라야의 품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덮친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최첨단 문명, 그 문명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과, 문명의 그늘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죄책의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이를 어찌할까. 그러나 걱정은 잠시이고 현실은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에 손이 가고, 또 별 생각 없이 무기를 만드는 업체의 주식에 투자를 한다. 우리 삶의 그런 행태를 보면 실제로는 답을 찾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는 대홍수의 증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히말라야의 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들이 증후를 알았다고 문명의 도시로 피난할 수 있었을까.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11/1789090023943798.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세계는 하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굴러가고 있다. 자연적으로도, 문명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서로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드러나는 것보다도 훨씬 깊은 관계인데 문제는 위기를 만든 사람과 위기로 인해 다치고 있는 존재가 다르다는 데 있다.그중에 우리 눈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한 세계 질서의 붕괴다.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의 이익’이라는 그의 기치가 노골화될수록 그것은 미국의 이익이라기보다 트럼프의 이익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드는데, 많은 미국인들에게도 그 의심은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트럼프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전쟁도 불사하는 무서운 지도자다. 그러나 모든 것은 돌고 도는 법.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져 마구 힘을 행사하게 되면 그 힘은 언젠가 자신을 친다. 트럼프가 일으킨 미국-이란전쟁, 그것이 지금 트럼프의 위기, 중간선거의 위기로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이야기를 알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들여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늘려 죽인 그 강도는 테세우스에 의해 그가 자행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는다. 그것이 어찌 신화 속의 이야기이기만 하겠는가. 평화롭던 호르무즈 해협을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길목으로 만든 것은 누가 뭐래도 트럼프다. 만만치 않은 이란의 저항의 부딪치자 멈추는 법을 모르는 트럼프는 그가 가진 힘으로 할 수 있는 협박 방식을 찾아내고 있었다. 당장 우리 앞에 떨어진 것은 강력한 파병 요구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기만 이재명 정부에게 엄청난 난제를 안긴 것이다.파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파병을 한다면 어떤 수준에서 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와 무리 없이 잘 지냈던 이란은 벌써 우리를 향해 어떤 몸짓도 전쟁 참여로 보겠다고 선언했다. 비전투 수색임무일지라도 이란에 대한 전쟁 참여로 간주하여 심각한 대가와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란은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답은 있는가.점점 커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세계,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 당장은 내 문제로 보이지 않는 일이 어느 날 내 문제가 되어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일은 개인사에 있어서도 흔한 일이다. 가슴이 막히고 기가 막히는 그런 상황이 오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그럴 때 내가 하는 한 방식은 걸레질이다. 걸레를 빨아서 바닥을 빡빡, 문지르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드러난다.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당하는 거지, 하는 배짱도 생긴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다 보면 앓고 있었던 문제들이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선명해지는 것만 같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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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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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9 Sep 2026 13:58:4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 러시아 마피아 유착 △ 총기 은닉 △ 범죄 피의자 밀항 △ 자금세탁 △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연재 순서][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일요신문] “안톤, 여기로 와!”경남 김해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일단락되고, 불과 몇 시간 지난 2020년 6월 21일 새벽. 박 안톤(가명)은 장 회장과 마주했다.“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장 회장이 욕설을 쏟아냈다. 그의 손엔 실탄이 든 권총이 들려 있었다.한국에서 권총이라니. 안톤의 고백은 이제 시작이다.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날 밤 김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한국에서 포커 치려면 세금 내라”시간을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으로 돌려보자.2020년 6월 13일 오후 6시 10분. 고려인의 수도권 폭력 조직인 이른바 ‘안산파’ 무리는 경남 김해의 한 당구장을 찾아갔다. 당구장 안쪽에는 사설 포커 도박장이 운영되고 있었다.“팔다리 잘리고 싶지 않으면 돈 내놔!”안산파는 당구장 주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매달 세금 명목의 상납금을 내라고, 따르지 않으면 ‘팔과 다리를 자르겠다’는 협박도 뒤따랐다.다음날 새벽, 안산파 조직원들은 차량 4대를 몰고 경남 창녕으로 향했다. 이들이 노린 건 또 다른 사설 도박장. 방 안에 있던 피해자는 급습한 조직원 5명에게 끌려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조직원 20여 명이 서 있었다.“뻔뻔한 XX. 한국에서 포커 치려면 우리한테 세금을 내야지. 매달 수익금 30%야.”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안산파 간부의 섬뜩한 경고가 이어졌다.“너…잘 생각해라.”곧장 사장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안산파 조직원들이 남자를 에워싸고 머리와 몸통을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조직원은 도박장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뒤졌다.피해자는 두들겨 맞다 앞니 3개가 빠졌다. 그래도 돈은 건네지 않았다. 돈을 내는 순간, 끊을 수 없는 상납 관계가 시작될 수 있었다.일주일 뒤인 6월 20일, 안산파는 조직원들을 끌어 모았다. 안산은 물론 인천, 충남 아산, 경북 경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인원을 결집했다.안산파의 결집 소식은 부산·경남의 지역 세력에도 들어갔다. 고려인 ‘김해 동상동파’(이후 ‘남부파’)가 ‘안산파와의 전쟁’ 채비에 돌입했다. 안산파가 손댄 도박장들이 실은 남부파에 매달 상납금을 내던 곳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2836988671.jpg"/> 2020년 6월 20일 경남 김해에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100명 규모 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 1명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2020년 6월 20일 오후 10시 15분. 장소는 김해 부원동의 한 야외주차장.어두운 밤, 주차장으로 차량 9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먼저 자리를 잡은 쪽은 남부파. 차 문이 열리자 야구방망이와 철근, 각목, 회칼을 든 조직원들이 잇달아 내렸다. 남부파 조직원들은 모두 같은 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싸우는 도중에도 '한 식구'임을 구분하기 위한 표시였다.얼마 뒤 안산파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이들 손에도 야구방망이와 칼 등이 들려 있었다.안산파 37명과 남부파 27명, 총 64명. 남부파가 먼저 움직였다. 차량으로 주차장 입구를 막은 뒤 철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안산파 쪽으로 달려들었다.안산파는 물러서지 않았다.“싸워!”안산파 한 간부가 남부파 조직원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외쳤다.“제대로 싸우란 말이야!”각목과 야구방망이를 든 양측 조직원들이 주차장 곳곳으로 흩어지며 눈 깜짝할 사이 뒤엉켰다. 마구 휘둘러진 흉기에 승용차 보닛과 문짝들이 잇달아 내리찍혔다. 공사장 주변에 산재해 있던 벽돌과 화분도 무기가 됐다.누군가는 달아났고, 누군가는 쫓았다. 차들이 뒤엉킨 주차장 곳곳에서 쇳소리와 고성이 터졌다. 현장을 빠져나가려던 승용차 조수석 쪽으로도 온갖 흉기가 날아들었다.60여 명이 뒤엉킨 난투극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경찰이 발견하면서 일단락됐다.사흘 뒤, 김해 도심 한복판에서 고려인 수십 명이 난투극을 벌였다는 사실이 전국에 보도됐다. 경남경찰청과 김해중부경찰서는 100명 규모의 합동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해 양측 조직원 총 64명 가운데 63명을 붙잡았다.검거된 조직원들은 우발적 싸움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순 시비로 인한 충돌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안산파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 ‘R파’의 하위조직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간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연락망을 갖추고 있었다. 간부가 지시를 내리면 조직원들이 주변 조직원들에 다시 연락해 모이는 식이다. 난투극 당일 안산과 인천, 충남 아산, 경북 경주 등에 흩어져 있던 조직원들을 김해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됐다.2020년 11월 26일 창원지법 형사7단독 박규도 판사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파 핵심 간부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 다른 조직원들에게는 징역 8개월에서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3642288722.png"/> 현장 CCTV에는 조직원들이 흉기를 들고 범행을 모의하는 모습도 찍혔다. 영상=경남경찰청 제공그런데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남부파의 진짜 배후다.난투극 당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망친 단 한 사람, 즉 경찰이 유일하게 검거에 실패한 인물 ‘밀레닌 알렉산드르’. 별칭은 ‘사샤’. 남부파의 우두머리다. 김해 난투극 사건으로 열린 9건의 재판에서 사샤는 김해 지역 세력의 간부급으로 지목됐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난투극 전 조직원을 모은 것도, 같은 색 장갑을 준비한 것도 모두 그였다. 하지만 사샤는 이 사건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정확히는, 처벌할 수 없었다.안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위스키 상자 속 권총과 고무보트2020년 6월 20일 사건 발생 4시간쯤 뒤인 다음날 새벽 2시 김해. 안톤은 장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회사로 와!”당장 오라는 말에 급히 회사로 간 안톤은 그곳에서 사샤를 봤다고 했다. 장 회장도 있었다. 안톤은 무슨 상황인지 영문도 모른 채 장 회장이 내놓은 음식을 먹었다. 그러자 장 회장은 또 다른 심부름을 시켰다.“부산 텍사스에 가서 사람 2명을 데려와.”심부름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을 땐 새벽 5시쯤이었다. 장 회장은 여전히 회사에 있었다. 그런데 장 회장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사샤를 겨냥하는 듯한 말을 하던 장 회장 손엔 러시아제 마카로프 권총이 있었다. “안톤, 네가 갖고 있어.”장 회장은 “실탄이 들었다”며 권총을 검은 비닐로 쌌다. 이윽고 프랑스산 ‘루이스’ 양주 상자를 가져와 권총을 비닐째 넣은 뒤 안톤에게 건넸다.“숨겨둬.”안톤은 그 상자를 자신의 차량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숨겼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4444454111.jpg"/> 박 안톤은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있던 이튿날 새벽, 장 회장으로부터 권총이 든 위스키 상자를 받았다고 했다.  사진=박 안톤 제공러시아 사할린 출신의 장 회장은 한국으로 귀화한 뒤 국내 고려인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중앙아시아 식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장 회장이 한국에 갖고 있는 공장만 4곳. 2024년에는 국회에서 열린 유라시아 관련 정책 포럼에 유라시아 출신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톤이 일요신문에 제보한 장 회장 모습은 번듯한 사업가와 사뭇 달랐다.안톤은 난투극 직후뿐 아니라, 이틀 지난 6월 23일에도 총기 한 자루를 더 챙겼다. 사샤의 집 부엌 싱크대 아래 검은 비닐과 테이프로 싸인 권총이었다. 이 총도 첫 번째 총 옆, 차량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넣어 보관했다. 역시 장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그로부터 이틀쯤 뒤에는 사샤의 동거인으로부터 탄약을 더 받았다. 그리고 다시 이틀쯤 뒤 장 회장 지시로 총기와 탄약을 박○○(장 회장 회사 직원)에게 넘겼다. 안톤의 김해 집 주차장 인근에서, 갈색 종이 쇼핑백에 권총 2자루와 탄약을 담은 상태로.  이는 안톤이 지난 4월 경찰에 제출한 러시아어 자필 진술서에도 담긴 내용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4266206594.jpg"/> 박 안톤이 경찰에 제출한 총기 관련 자필 진술서. 사진=박 안톤 제공“장 회장은 내게 모든 것을 박○○(장 회장 회사 직원)에게 넘기라고 말했습니다. 박○○이 우리 집 주차장으로 찾아왔고, 나는 그에게 실탄용 권총 두 자루와 탄약이 들어 있는 꾸러미를 건넸습니다. 그 뒤 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내가 박○○에게 권총을 어디에 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내의 여자형제 집에 숨겼다고 말했습니다.본 진술서는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함.박 안톤(가명)서명2026.04.02안톤은 장 회장이 경남 거제에 사샤의 은신처를 마련해줬다고도 증언한다.“그날(2020년 6월 20일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다음 날) 사샤에게 제 차와 휴대전화 유심을 줬습니다. 사샤는 거제에 있다가 밀항해 한국을 떠났어요.”밀항에는 배가 필수다. 안톤은 직접 부산에서 고무보트를 구입해 수영만 요트장에 가져다놨다. 사샤가 몰래 한국을 뜰 수 있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안톤을 불렀다. 사샤의 행방과 그가 안톤 명의의 차량과 휴대전화 유심을 쓰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안톤은 아무 진술도 하지 않았다.그 무렵 경찰은 집단 난투극에 가담한 이들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돼 있다는 첩보를 확보해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다.“조직원들은 대부분 (러시아)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서 입을 꾹 다물고 얘길 하지 않는다. 우두머리가 국내에 있는지 본국에서 지시를 하는 건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된다.”#안톤 vs 장 회장 식품회사 놓고 소송전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6176923079.jpg"/> 박 안톤이 장 회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경남 김해에 있는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 전경. 사진=남경식 기자안톤과 장 회장은 현재 식품회사 소유권과 운영권 등을 놓고 민형사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안톤이 장 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일요신문에 각종 의혹을 증언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그의 고백만으로 장 회장의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일요신문은 장 회장 본인과 핵심 측근들에게 지난 7월부터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장 회장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는데도 어째서인지 한국어가 서툴다. 안톤과는 늘 러시아어로 대화했고, 재판 등 필요한 자리엔 통역사를 대동했다.지난 7월 말 일요신문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도 장 회장은 러시아어로 몇 마디를 한 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넘겼다. 해당 직원은 “김 아무개 본부장에게 (전화를 건 일요신문 기자에게) 연락하라고 하겠다”고만 했다.연락이 닿은 김 본부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밀항, 자금세탁, 경찰관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며 “우리는 그 사람(안톤)과 어떤 방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이후 장 회장과 김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일요신문은 보름쯤 뒤 장 회장이 있는 김해 식품회사로도 직접 찾아갔지만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이 “(장 회장과는) 사전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다”고만 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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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용혜인 파문'이 다시 불러낸 위성정당의 모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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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4 Sep 2026 14:00:24]]></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정치권은 때 아닌 위성정당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16대 국회부터는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에 지명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그런데 용혜인 후보자가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16대 국회 이후 이어져 온 이 관례가 깨질 상황에 놓였다.물론 진보 진영이 기존의 정치적 관례를 깬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원내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다는 관례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깨졌기 때문에 용혜인 의원의 이번 행보만을 유독 새삼스럽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4/1788485776362864.jpg"/> 신율 명지대 교수이 글에서는 용혜인 의원에게 의원직과 장관직,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용혜인 의원이 본의 아니게 정치판에 ‘기여한 점’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이른바 ‘위성정당’ 문제가 그것이다.용혜인 의원은 8월 31일 소셜미디어(SNS)에 “당 소속 유일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라고 적었다. 필자는 이런 용혜인 의원의 언급에 위성정당이 가진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판단한다.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그리고 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 추천 몫) 등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여기에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은 없다. 용혜인 의원의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은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등과 함께 새진보연합을 구성한 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했기 때문이다.이는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통해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대표가 의원 배지를 단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서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표했다면 결과적으로 기본소득당 역시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과 추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추론’과 ‘해석’일 뿐, 구체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주장은 아니다.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 결과는 추론이나 해석으로 설명돼서는 안 된다. 대의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국회나 다른 국가 기관에 위임해 국가를 운영하게 하는 체제인데, 권리를 위임하려면 위임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 그 자체이지, 그 구성 정당들을 보고 투표했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더구나 위성정당 명칭 자체가 민주당을 쉽게 연상시키는 ‘더불어민주연합’이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는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한 당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당과 같은 군소 정당을 보고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정당 투표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렇다면 소수 정당의 어려움을 주장할 수도 없다. 유권자가 확실히 선택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에 대해 이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확보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더라도, 이들 소수 정당의 권익과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당위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위성정당을 통해 당선된 군소 정당 의원들이 소속 정당에 원대복귀 하더라도 거대 정당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소수 정당만의 특징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드물었고, 심지어 위성정당 해산 이후 모(母)정당과 합당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 정당의 후보가 위성정당을 통해 의원이 된 이후 자신의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상황이 이러니 위성정당이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인데, 위성정당을 통해 의회에 진출한 정당들이 ‘소수 목소리’의 존속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과 같이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른 정당들이 현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정치권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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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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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2 Sep 2026 15:27:1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범죄 피의자 밀항 △자금세탁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일요신문] "반성합니다. 더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경남 창원교도소. 한 남성이 수감돼 있다. 이름은 박 안톤(가명). 198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2014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경남 김해에서 모 식품회사를 운영하다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안톤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지 않는다. 처벌도 각오했다. 하지만 밝히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마피아, 밀항, 총기, 경찰과 뇌물…."영화나 외국 이야기가 아니다. 안톤 자신이 김해와 부산 등지에서 실제 겪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단순 목격자도 아니었다. 직접 권총을 숨겼고, 마피아의 밀항을 도왔으며, 현직 경찰관에게 수차례 금품까지 전달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는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그 모든 일을 지시한 인물. 이른바 '장 회장'(58)이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얻고 국내에서 식품사업 등을 하는 남성이다. 그러면 도대체 두 사람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488298067.jpg"/> 2020년 6월 20일 경남 김해에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100명 규모 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 1명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장전된 권총둘의 인연은 2018년 시작됐다. 안톤이 김해에서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를 차리고, 장 회장이 자금 일부를 투자하며 동업자 관계가 됐다.그러던 중 2020년 6월 20일 오후 10시경 발생한 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김해 도심 한복판에서 고려인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경기 안산 기반 '안산파'와 영·호남 기반 '남부파'의 전쟁, 경찰은 100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이날 유일하게 도피에 성공한 인물은 '밀레닌 알렉산드르', 별칭은 '사샤'였다. ‘마피아의 심부름꾼’이던 안톤의 고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난투극 직후인 2020년 6월 21일 새벽 2시쯤,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장 회장의 호출이었다. 안톤은 곧장 장 회장이 있는 식품회사로 갔다. 사샤가 그곳에 있었다."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장 회장은 실탄이 장착된 총기를 들고는 사샤를 비난했다. 남부파의 우두머리가 바로 장 회장이었다.총기는 곧 안톤 손에 쥐어졌다. 이어 사흘쯤 뒤, 장 회장 지시를 받은 안톤은 사샤 거처에서 또 다른 총기를 챙기며, 한동안 두 자루의 권총을 보관해야 했다. 안톤의 차량과 휴대전화 유심은 사샤 일행에게 넘어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06104302.jpg"/> 안톤은 김해 고려인 집단 난투극 당시 유일하게 도주에 성공한 인물이 밀항하는 데에 관여했다고 고백한다. 그에 따르면 도주한 핵심 피의자는 요트를 타고 한국을 빠져 나갔다. 핵심 피의자의 밀항 출발지였던 부산 수영만 요트장. 사진=김지영 기자 ■ 밀항과 위스키그 무렵 경찰도 분주히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안톤을 불러 사샤의 행방을 캐물었다. 안톤 명의의 차량과 휴대전화 번호가 도주자들에게 사용된 경위도 추궁했다.안톤은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의문투성이였다. 경찰은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파악하고도, 왜 그 번호를 쓴 사샤를 추적하지 못했을까.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 안톤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산경찰청 소속 A 경감이었다. 그가 안톤을 안심시켰다."걱정 마. 아무 일 없을 거야."그로부터 이틀쯤 뒤, 안톤은 장 회장의 또 다른 심부름을 맡았다. 회사 회계 담당자에게서 현금 500만 원을 받아 A 경감에게 전달하라는 지시였다.이에 안톤은 부산에서 A 경감을 만나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후에도 장 회장 지시로 두 차례에 걸쳐 A 경감에게 위스키 등 금품을 줬다고 주장한다.A 경감은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다. 그러나 안톤과 A 경감의 사적인 관계는 두 사람의 통화 녹취에서 분명히 확인된다.안톤 : (사샤는 밀항하려고) 요트 타고 갔지. 내가 그 요트에 보트를 실어줬어.A 경감 : 근데 그 요트는 사샤가 가지고 있는 거야?안톤 :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김해 집단 난투극 사건에서 유일하게 도주에 성공한 사샤를 밀항시킨 인물이 다름 아닌 안톤이었다. A 경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36167526.jpg"/> 안톤은 장 회장과 해외송금 관련 업무를 자주 진행했다. 안톤은 이를 '자금세탁'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실제 이들 메시지에서 수취인 또는 송금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회사는 'JANSAN LOGISTICS S.A'. 대표적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를 주소로 둔 곳이다. 사진=독자 제공 ■ 조세회피처와 뉴욕"또 터키(튀르키예)야?""파나마.""(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적혀있는 것 같은데…."장 회장과 안톤은 늘 바빴다. 두 사람은 해외송금과 인보이스를 놓고 이런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50만 달러(약 7억 원)가 한 번에 오가기도 했다."오늘 보내.""그래."장 회장이 송금 여부를 결정하면 안톤이 움직였다. 송금이 막혀 장 회장이 다시 처리하라 지시하면, 안톤은 일단 따랐다.안톤은 이 일의 실체가 '자금세탁'이었다고 말한다. 정상 무역거래처럼 서류를 꾸며내 해외로 돈을 옮겼다는 것이다.실제 안톤이 장 회장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여럿이다. 수취인 또는 송금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회사는 'JANSAN LOGISTICS S.A'. 대표적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를 주소로 둔 곳이다.일부 송금은 아예 가로막히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AML) 등 미국 금융 규정에 따른 고위험 거래 심사를 거쳐 해당 송금의 처리를 중단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68438793.jpg"/> 안톤이 장 회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경남 김해에 있는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 전경. 사진=남경식 기자■ 토사구팽과 내부고발"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고생했으니 휴가 좀 다녀와."2022년 초, 장 회장이 안톤을 격려했다. 안톤은 모처럼 한 달의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휴가를 마치고 돌아 와보니 자신의 회사 자리가 사라져 있었다. 휴가 직전 지인에게 회사 돈 4000만 원을 빌려준 게 발단이었다. 이 횡령 사건이 그가 지금 창원교도소 수의를 입고 있는 사유다.안톤도 반격에 나섰다. 2024년 10월, 경남경찰청에 장 회장의 자금세탁과 허위 문서 작성 의혹을 제보했다. 그간 장 회장과 주고받아온 메시지와 송장 등 여러 증거를 통째로 넘겼다.하지만 수사는 기이하게 흘러갔다. 13개월 남짓 지났을 무렵, 새로 바뀐 수사관으로부터 당혹스러운 연락이 왔다."앞서 제출한 증거 자료가 확인되지 않으니 다시 보내 달라."경찰에 낸 물증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안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같은 자료를 다시 제출한 상태다.'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A 경감 건도 마찬가지였다. 안톤은 장 회장 지시로 그에게 현금과 위스키 등을 건넸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 측은 한국어를 못하는 안톤에 대한 조사를 위해 통역관을 배치했다.그런데 경찰 측이 배치한 통역관은 다름 아닌 장 회장의 다른 사건 통역인이었다. 안톤은 통역관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차례 이상 조사를 받은 뒤에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부산경찰청은 이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입건하지 않고 종결했다.안톤이 이처럼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태도와 싸우고 있던 2024년 12월. 장 회장은 대외적으로 번듯한 사업가 모습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열린 '국제질서의 재편과 유라시아를 향한 새로운 도전' 정책포럼 발제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93759145.jpg"/> 러시아 국영방송의 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프'는 2024년 2월 13일 극동 지역 어획권을 둘러싼 마피아 조직 실태를 보도했다. 여기서도 '장 회장'은 현지 마피아 조직 최상위급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체스니 데텍티프 갈무리 ■ '장 회장' 위의 남자2024년 2월 13일 러시아 국영방송 범죄·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프'는 극동 지역 어획권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해외 자금 은닉 실태를 다뤘다.방송은 관련 범죄조직의 구성원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여기서 '최상위급' 핵심 인사로 익숙한 남성이 나온다.   장 회장이다. 현재 그는 왜 러시아가 아닌 한국에 있을까.  국내 수사기관도 관련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사정당국의 '국내 러시아 마피아 활동 사항' 문건은 한 예다.문건에 따르면 2020년 김해 집단 난투극 이후 안산파와 남부파는 오히려 한 팀이 됐다. 그 통합 세력의 '수괴'가 '장 회장'이다.특히 장 회장은 불법 도박과 고리 사채업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샤 역시 장 회장 세력의 주요 인물로 적시됐다. 문건에는 그 외 "러시아 현지 마피아가 한국 진출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등도 보고돼 있다.그런데 장 회장이 정점이 아니었다. 러시아 방송과 국내 사정당국은 이들 조직의 전체 우두머리로 동일한 한 남성을 가리킨다.'올레크 칸'. 러시아 마피아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올레크 칸을 살인교사와 밀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그가 해외로 도피하자 국제수배 대상에 올렸다. 국내 사정당국은 그가 해외 자산을 한국으로 옮기고자 장 회장을 한국 조직의 수괴로 지명했다고 보고 있다.안톤의 고백이 국내 사정당국 문건, 러시아 현지 탐사보도와 여러 지점에서 겹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611262137.jpg"/> 국내 사정당국은 물론 러시아 국영방송 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브'는 일제히 러시아 마피아 조직 우두머리로 '올레크 칸'을 꼽는다. 장 회장은 그의 오른팔 역할이자 조직의 핵심 인사다. 사진=독자 제공  일요신문은 일련의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당사자인 장 회장으로부터 직접 듣고자 시도했다. 그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사무실까지 찾아 갔다. 하지만 장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사정당국 작성 문건, 통화 녹취와 메시지, 금융자료 등을 하나씩 대조하며 이들의 행적을 연속 보도한다.총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있는지, 사샤는 어떻게 한국을 밀항으로 빠져나갔는지, 현직 경찰관에게 건너간 수상한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파나마 등지를 오간 수십만 달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두목' 올레크 칸과 '한국 수괴' 장 회장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등을 경남 김해와 부산 현지에서 추적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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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30년 뒤 다시 질문 앞에 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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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7 Aug 2026 14:24:32]]></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6년 8월 26일 오후 2시 35분경이었다. 서울 서초동 법원 주변엔 무더운 공기 속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도 차량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과 재벌 회장에 대한 선고가 곧 있을 예정이었다.나는 그 옆을 지나 서울형사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으로 들어갔다. 무거운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법대 앞 피고인석에서 재벌 회장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김영일 재판장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김우중 피고인!”대우그룹 회장을 불렀다. 김우중 회장이 한 발 앞으로 나와 섰다. 기름기 없는 하얀 머리가 그를 더욱 늙어 보이게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27/1787791176147808.jpg"/> 엄상익 변호사“김우중 피고인은 잠수함기지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습니다.”그 순간 방청석에 있던 한 남자가 손을 번쩍 쳐들고 일어났다. 볼이 움푹하게 들어간 노동자풍의 30대 남자였다.“재판장님! 김우중은 중동의 근로자를 착취한 사람입니다. 회장 자격이 없습니다.”그의 목소리가 법정의 공기를 갈랐다. 법정 경비원들이 번개같이 달려와 그의 턱을 잡고 팔을 비틀었다. 그는 끌려 나가면서 악을 썼다. 법정이 다시 조용해지자 김영일 재판장이 말을 계속했다.“대통령이 뇌물죄로 처벌되는 마당에 재판부는 재벌 회장인 피고인 역시 용서받아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형과 함께 2628억 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뇌물로 받은 돈을 국가에 바치라는 의미였다.“피고인 김우중을 징역 2년에 처한다.”실형이 선고됐다. 대통령에게 돈을 바친 다른 재벌 회장들이 얼굴이 허옇게 변한 채 얼어붙었다. 나는 하루 8시간씩 진행되는 그 재판을 30회 동안 빠짐없이 방청석에 앉아 기록하며 보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 3차 공판 무렵이었다. 문영호 검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노태우 피고인은 대통령 취임 시 도덕성이 높은 신뢰받는 정부, 그리고 정직과 진실을 역설하셨는데 기억합니까?”“그랬습니다.”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초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저는 재산이라고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선산이 있을 뿐입니다. 재산적 가치는 6억 원 정도입니다. 대통령이 끝날 때까지 단 한 평의 땅도 늘리지 않겠습니다. 그 외 재산도 단 일원도 더 가지지 않겠습니다.”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었다. 문 검사의 신문이 계속되고 있었다.“정직과 진실을 주장하던 분이 재벌들로부터 받은 돈들을 통치 자금으로 강변하시는데 그러면 자신이 깨끗해진다고 생각하십니까?”묵묵히 바닥을 내려다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고개를 들었다.“저 자신이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모두가 나의 책임입니다. 그들이 와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준 사람이 뇌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대통령 재임 중 쓰다 남은 비자금 2200억 원은 나중에 어디에 쓰려고 하셨습니까?”“통일을 앞두고 보수 혁신 세력 간 대립이 격화될 것에 대비해 그 돈으로 건전한 보수세력을 지원하려고 했습니다.”“그러면 그렇게 쓰셔야지 왜 퇴임 후에도 그 돈을 따로 챙겨 이리저리 숨겨놓으셨습니까?”그 말에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시 추징 선고가 된 비자금은 전액 국고에 완납됐다는 보도를 봤었다. 나는 그것으로 깨끗이 끝난 줄 알았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의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에서 숨겨둔 불법 자금이 또 드러났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도중 노 전 대통령 부인의 자필 비자금 메모가 클로즈업되는 걸 봤다.  대통령은 그때 대답하지 못했다. 30년이 흘러, 이번엔 그의 부인과 자녀들이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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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끊긴 망과 잠긴 문서, 두 개의 갈라파고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378</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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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1 Aug 2026 11:00:41]]></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얼마 전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문의를 받았다. 개발자가 아닌 연구원 세 명이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가며 사내 연구 문서를 검색하고 분석하는 로컬 AI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정작 가장 어려운 문제는 AI가 아니라는 것이다.회사 문서에는 문서보안(DRM)이 걸려 있고, 장비는 인터넷이 영구 차단된 내부망에 있었다. 문서를 장비에 넣을 공식 경로가 없어 궁리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회사 PC에서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최첨단 AI를 다루는 프로젝트의 병목이 파일 하나 옮기는 일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전국의 연구소와 기업에서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21/1787268190846074.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이 풍경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 보안 규제 체계가 만든 필연이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2013년 방송사와 금융사를 동시에 멈춰 세운 3·20 사이버테러를 겪으며, 금융당국은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끊는 망분리를 사실상 의무화했다. 상시적 사이버 위협에 노출된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이해할 만한 처방이었다. 문제는 그 처방이 위험을 분석해 통제를 설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단 자체를 규정에 못 박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규제가 결과 대신 수단을 지정하면 조직은 그 수단의 실효성을 고민할 이유가 없어진다. 감사 체크리스트에 망분리 적용이라고 적히는 순간 보안 담당자의 일은 끝난다.여기에 책임 구조가 겹친다.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보안 담당자가 살아남는 길은 사고를 막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규정을 다 지켰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망분리와 문서보안은 방어 도구이기 이전에 완벽한 면책 도구다. 인터넷도 끊었고 문서도 암호화했다는 것만큼 강력한 알리바이는 없다. 반면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설계하는 보안은 사고가 나면 왜 그렇게 했느냐는 추궁을 남긴다. 판단에 대한 보상은 없고 처벌만 있는 구조에서는 가장 경직된 통제가 언제나 이긴다.그 비용은 보안 예산이 아니라 생산성으로 지불된다. 두 대의 PC, 자료 전송 대기, 협업 도구의 부재, 그리고 이제는 AI 활용의 원천 차단까지. 더 역설적인 것은 공식 경로가 막힐수록 이메일 반출이나 화면 촬영 같은 그림자 경로가 늘어나 실질 보안이 오히려 나빠진다는 점이다. 앞의 연구소 사례가 정확히 그렇다. 규정은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우회로가 자라난다.흥미로운 것은 15년 가까이 어떤 보안 논쟁도 흔들지 못한 이 체제에 균열을 낸 것이 보안 논리가 아니라 AI였다는 사실이다. 망분리 환경에서는 생성형 AI를 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금융위원회는 2024년 8월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며 자율보안과 결과책임이라는 원칙을 내걸었다.국가정보원도 기밀, 민감, 공개로 정보 등급을 나누고 등급에 따라 보안을 차등 적용하는 국가 망 보안체계(N2SF)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들어 공공기관 실증 사례가 축적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통신과 금융에서 이어진 대형 보안 사고들이 차단 위주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도 전환을 재촉했다. 세계적 흐름인 제로 트러스트, 즉 경계가 아니라 신원과 데이터를 중심에 두는 보안으로의 이동이 한국에서도 마침내 시작된 셈이다.같은 일이 문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앞의 연구원들이 문서를 장비에 넣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다음에 만나는 벽이 있다. 문서의 상당수가 아래아한글, 즉 hwp 파일이라는 것이다.1989년 태어난 아래아한글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부심이자, 30년 넘게 정부 공식 문서의 사실상 표준으로 군림해 왔다. 민원 서식도, 보도자료도, 연구 보고서도 hwp였다. 워드도 PDF도 바꾸지 못한 이 관행은 국제 표준과 동떨어진 폐쇄형 포맷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런데 그 벽에 금을 낸 것 역시 개방성 논쟁이 아니라 AI였다.대통령이 직접 정부 업무보고에서 공문서는 가장 양질의 데이터 자산인데 대부분 아래아한글로 작성돼 AI가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올해 정부 문서유통 시스템에서 hwp 첨부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AI가 분석할 수 있는 개방형 포맷인 hwpx로 일원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온나라시스템에 이 조치가 전면 적용됐고, 공직자 메일 시스템도 오는 10월부터 뒤를 따른다. 30년 관행이 무너지는 데 필요했던 것은 결국 AI가 못 읽는다는 한마디였다.망분리와 아래아한글은 닮은꼴이다. 하나는 네트워크의 갈라파고스였고 하나는 문서의 갈라파고스였다. 둘 다 나름의 역사적 맥락에서 출발했고, 한번 규정과 관행으로 굳어진 뒤에는 어떤 논리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AI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둘 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안 논리도 개방성 논리도 하지 못한 일을 AI가 해낸 것이다.이는 AI가 특별히 강력한 논리여서가 아니라, AI 활용이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격상되면서 현상 유지의 비용이 처음으로 변화의 비용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갈라파고스는 논리가 아니라 비용 앞에서만 문을 연다.그러나 제도는 문서 한 장으로 바뀌어도 사람을 움직이는 셈법은 그렇지 않다. 판단했다가 사고가 나면 내 책임이라는 계산이 그대로인 한, 현장은 새 제도 아래에서도 가장 방어적인 해석을 택할 것이다. 포맷이 바뀌어도 첨부 관행과 서식 문화가 그대로면 데이터의 개방은 서류상의 개방에 그친다. 자율보안이 진짜로 작동하려면 결과책임 못지않게 합리적 판단에 대한 면책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사고 제로가 아니라 위험의 합리적 관리를 성과로 인정하는 문화 말이다.연구소의 세 연구원은 오늘도 문서 반입 경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AI를 쓸 수 없으니 사내에 AI를 직접 들여오겠다는 그들의 시도는, 어찌 보면 망분리 체제가 낳은 한국 특유의 우회 혁신이다. 그 창의성이 규제를 우회하는 데가 아니라 연구 자체에 쓰이는 날이 와야 한다. 벽에 문을 내는 일은 벽을 세우는 일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벽들이 지금 하나씩 흔들리고 있다. 한국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벽을 쌓는 능력이 아니라 문을 설계하는 능력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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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부동산 정책과 수도권 민심]]></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279</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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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4 Aug 2026 13:55:22]]></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요즘은 가난하지도 않은데 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대도시에서는 생각보다 많다. 도대체 저 돈을 내고 어떻게 살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월세를 내면서도 별 동요 없이, 그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삶의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있어서 월세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선택 아닌 선택인 경우다. 최악은, 월세로 내몰리는 것이다. 전세가 없어서, 전세로도 살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내몰리는 삶, 전세시장이 좁아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세시장이 이렇게 급격하게 사라져갈 수 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만만치 않은 월세를 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깊은 한숨, 그 근원에 있는 것 중에 바로 비거주 1주택자까지 겨냥한 세금 폭탄이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세제 개편은 그 방향만으로도 기류를 바꾸는 무서운 것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14/1786670365966584.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서울의 자가 점유율은 44%(2024년 주거실태조사)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56%의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살지 않고 월세든, 전세든 세를 주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조세의 정상화라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그 발표만으로도 일파만파 도시의 삶의 파장을 만들고 있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란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든 집에 살지 못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고 살지 않는다고 사는(Buying)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직업 때문에 세를 주고 움직일 수도 있고, 교육 때문에, 병 때문에, 부모 봉양 때문에, 혹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등등의 여러 이유로 집을 떠나 세를 살 수도 있다. 정부는 살지 못하는 이유가 합리적일 때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하나하나 구제해 주겠다고도 한다. 그렇게 예외가 많으면 그것이 예외인가, 원칙이 이상한 것이지! 무엇보다도 그 많을 예외들을 하나하나 평가해서 통제하고자 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놀랐다. 자유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그동안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해갔던 거주이전의 사유를 갑자기 국가에게 제시하고, 그 사유가 합리적인지, 아닌지 평가받고 구걸해야 하는가. 자기 집에서 살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를. 자유는 그런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진보 정권만 들어서면 집값이 춤을 춘다. 종부세가 생길 만큼 집값이 오른 때는 노무현 정권 때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그때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에너지는 집값을 가파르게 밀어올렸다. 그리고 엄청난 세금고지서 그리고 또 정권이 바뀌었다.기억하는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개표하던 그 밤, 그 새벽을. 서초, 강남 송파의 개표결과가 반영되며 0.73% 표차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0.73%, 평소 같으면 무시해도 좋을 그 숫자가 민심이 된 것이다. 어쩌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의회의원을 투표할 때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시장에는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성향까지 접게 만든 부동산 민심이었고, 결과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집이 흔들리면 삶이 흔들린다. 전월세 시장이 이렇게 흔들리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고가주택의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보지 않는 것 같다. 그 틈을 타고 중산층과 서민층이 살 수 있는 집값도 죄다 올라서 이제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는 정말 어려워졌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정부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보유세가 낮다고 하는데 집과 관련된 세금 전체를 살펴봐도 그럴까. 그리고 이것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동일한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보유세가 오르는 비율. 매년 50%씩 보유세가 오르는 도시가 또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삶의 안정성의 중요한 지표가 되지 않을까.※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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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존재 자체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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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7 Aug 2026 11:50:4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쿠데타를 무려 3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앞으로 또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 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 되겠나.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이 발언은 8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가운데 육사 출신들이 세 차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발언을 들으면서 검찰 폐지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7/1786066955237137.jpg"/> 신율 명지대 교수10월이면 검찰이 폐지된다. 현 여권은 검찰을 폐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검찰의 조작 기소’를 들었다. 물론 검찰의 폐해는 존재했고, 조작 기소 역시 일부 있었을 것이다. 이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팩트다. 육사도 문제를 일으켰으니 통폐합 대상이 되고 검찰도 문제를 일으켰으니 폐지하겠다는 것을 보면, 문제를 일으킨 조직은 아예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것이 현 정권의 사고방식인 모양이다.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구조적 측면에서 찾아내고 구조를 바꿀 생각을 해야지,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조직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은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주장처럼 검찰에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검사들이 있었겠지만 전체 검사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소수의 검사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이들을 축출하고, 이들이 활개 칠 수 있었던 구조를 바꾸면 될 일이다. 그런데 검찰 전체를 문제 삼아 조직을 없애 버리면, 그동안 묵묵히 일해 온 수많은 검사와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왜 그토록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또한 이렇게 기관을 없애 버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경찰이 모든 수사권을 독점하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독점은 선관위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사관학교 통폐합도 마찬가지다. 폐지나 통합보다는 정치군인들이 준동할 수 있었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개혁에 힘써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잠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으로부터 수십 년간 온갖 박해를 받은 민주화의 상징이다.그런 대통령들조차 쿠데타의 중심에 육사가 있었다고 해서 육사 폐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하나회’를 척결하고, 군 내부에 사조직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것이야말로 쿠데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구조적 접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이렇듯 육사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육사에 재학 중인 생도들과 육사를 졸업한 뒤 폭염 속에서도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육군 장교들이, 국가로부터 자신들이 잠재적 쿠데타 세력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방과 안보에 위험 요소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여기에 더해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 육군·공군·해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운영하는 사례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국방부는 ‘협력 체계 구축’과 ‘스마트 강군’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통령 발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들이 내세운 주장이 여전히 타당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국민의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치안과 국방 관련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검찰 폐지부터 사관학교 통폐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을 재검토하기를 바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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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⑤] ‘체육복’부터 ‘귀공자’까지…세 간접목격자의 엇갈린 진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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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7 Aug 2026 11:20:3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장미비디오 밖에도 목격자 3명이 있었다. 범행의 직접 목격자는 아니지만 가게 인근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성을 봤다고 진술한 인물들이다. 지문이나 범행 도구 등 객관적 물증이 없었던 이 사건에서 목격자들의 진술은 당시 수사기관이 범인의 동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간접 목격자 세 명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렸다는 점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7140146473.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취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기록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무기수 이민형 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형성된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사람이 목격한 남성이 과연 ‘동일인’이 맞느냐는 것이다.#짙은 남색 체육복을 입은 20대 중반의 남자목격자들은 각각 다른 곳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를 목격했다고 했다. 먼저 A 씨는 사건 발생 당일인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쯤, 창문 너머로 장미비디오 가게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남성을 본 목격자다.A 씨 진술조서(1998. 1. 4.자)문: 장미비디오에서 어떤 남자가 나오던가요.답: 키가 약 170cm 정도이고 머리형은 스포츠보다 약간 긴 편이고 짙은 남색 종류의 추리닝을 입었으며 나이는 약 20대 중반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문: 그때가 몇 시쯤 되었는가요.답: 15:00가 조금 넘었는 것 같습니다. (수사기록 85쪽)경찰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 차림새를 ‘짙은 남색 체육복’으로 특정했다. A 씨는 남자가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 오는 것처럼 매우 태연해 보였다고 했다. 주머니에 손까지 넣은 채 말이다. 이는 혼비백산 상태였기에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이 씨의 자백과는 사뭇 다르다.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A 씨는 남성에게서 특이점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A 씨의 진술엔 용의자의 생김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담기지 않았다.문: 그 남자가 손에 무엇을 들고 있지 않았는가.답: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것을 알고 있는가 하면 그때 그 남자가 비디오 가게 문을 닫고 나서 약국 쪽으로 내려갈 때 두 손을 추리닝 주머니에 넣고서 내려갔습니다.문: 남자가 나올 때 어떠한 행동을 하면서 나오던가요. 답: 제가 보았을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갖다주고 나오는 사람처럼 가게 문을 열고 나와서 닫고 난 후 약국 쪽으로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갔다면은 제가 더 유심히 보았을 것입니다. 아주 태연하였습니다.(수사기록 85~86쪽)문제는 사건의 직접 목격자인 피해자 아들이 증언한 범인의 모습과 A 씨가 본 남자의 외양이 다소 달랐다는 점이다. A 씨의 진술을 정리하면 용의자는 ‘스포츠머리보다 약간 긴 머리’에 ‘짙은 남색 종류의 추리닝’을 입었으며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키 170cm의 20대 중반 남성’이었다.반면, 피해자의 아들은 범인에 대해 ‘짧은 스포츠머리’에 ‘검정색 옷을 입고 검정색 구두를 신은 아저씨’로 ‘가방을 들고 와 돈을 챙겨 도망쳤다’고 진술한 바 있다. A 씨가 본 남성이 범인이라면 피해자 아들이 본 가방은 가게 문을 연 순간 사라진 셈이 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6624366914.png"/> A 씨가 목격했다는 짙은 남색 체육복에 피해자 아들이 진술한 검정색 구두를 신으면 다음과 같은 차림새가 된다. 박준영 변호사는 “부자연스러운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재심청구서목격 시간도 모호하다. A 씨는 남성을 본 시각에 대해 “15시가 넘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문답에선 “15시경 장미비디오 앞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피해자가 순찰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신고가 접수되고 순찰차가 출동해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오후 3시경’ 순찰차 목격과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남성 목격 사이의 선후관계는 이 진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A 씨가 본 시각이 실제로는 신고·출동보다 앞섰다면, 그가 본 남성은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나는 범인이 아니라 범행 이전에 가게를 찾은 일반 손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태연히 걸어 나왔다는 진술에 비춰보면 A 씨가 본 남자는 범행 전 가게를 찾은 일반 손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A 씨는 자신이 본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하거나 의심된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고, 남성을 본 시간도 얼굴의 특징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했다. 결국 ‘체육복을 입은 남성이 범인’이라는 초동 추정은 그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A 씨의 진술은 당시 수사기관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특정하는 최초 단서로 채택돼 이후 수사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해당 진술이 어떤 논리로 신빙성을 인정받았는지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카센터 앞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두 번째 목격자는 B 씨다. 학원을 가던 B 씨는 사건 발생 약 1시간 20분 뒤인 오후 4시 30분쯤 카센터 모퉁이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한 남성을 봤다고 했다.B 씨 진술조서(1998. 1. 8.자)문: 그 일시 및 장소를 말하시오.답: 1998. 1. 3. 16:30경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소재 ㅇ카센터의 모퉁이입니다.문: 어떤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던가요.답: 곤색 체육복에 상의는 가죽잠바 같은 것을 입고 있고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B 씨는 자신이 본 남성에 대해 “남들보다 인상이 너무 강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남성의 외양에서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는 A 씨와는 대조적이다.문: 어떻게 하여 그 사람을 보게 되었는가요.답: 제가 학원을 가면서 보니까 인상이 너무 남들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제가 똑똑히 보아 두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B 씨의 진술이 작성된 것은 이 씨가 체포된 지 사흘 뒤인 1월 8일이다. 용의자가 곤색 체육복을 입었다는 전단지 내용을 본 뒤 카센터 앞에서 본 남자를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사건 이후 노출된 정보가 목격자의 기억에 끼어들어 원래 기억과 뒤섞이는 현상을 ‘사후정보효과’라고 한다.문: 진술인이 제보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답: 저녁에 학원에 갔다가 온 후 전단지가 집에 있는 것을 보니까 곤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보고 혹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제보를 하게 되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어쩌면 A 씨와 B 씨가 같은 사람을 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곤색 체육복은 당시 학교에서 흔히 맞춰 입던 색상으로, 주거지 인근에서 일상복처럼 착용하던 통상적 차림이기도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7681382539.png"/> 당시 현장 내부 구조도. 피해자의 혈흔과 범인의 족적흔이 남아있다. 자료=수사기록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가죽점퍼다. B 씨가 본 남성은 “체육복 위에 가죽잠바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씨의 압수물 목록에는 가죽점퍼 같은 것이 전혀 없었고, 수사기록 어디에도 이 씨가 가죽점퍼를 구매했다거나 착용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또 하나 의문은 B 씨가 본 남성의 행동이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범인은 피해자를 흉기로 13회나 찔러 살해했다. 몸이나 옷에 피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범행 직후 서둘러 현장을 벗어나려 했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B 씨의 진술대로라면 범인은 범행 1시간 20분이 지난 후에도 현장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대낮에 발생한 강력범죄로, B 씨가 남성을 목격한 장소 역시 사람들 왕래가 예상되는 지점으로 보인다”며 “범행으로부터 1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범인이 현장 인근에 머물렀다는 설명이 자연스러운지 의문이 남는다”고 반문했다.#‘귀공자 타입’의 호리호리한 남자세 번째 목격자는 C 씨다. 인근 다방에서 일하던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오후 2시쯤 오토바이를 타고 관문시장 골목을 지나던 중 한 젊은 남성을 목격했다. C 씨가 본 20대 초반의 남자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귀걸이를 한, 소위 말하는 ‘귀공자 타입’이었다.C 씨의 진술조서(1998. 1. 6.자)문: 진술인이 배달을 하면서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은 20대 초반의 남자 1명을 보았다는데 사실인가요. 답: 예, 사실입니다.문: 그 일시와 장소를 말하시오.답: 1998. 1. 3. 14:00경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소재 새마을금고 못 미쳐 시장골목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으며, 재차 가게 내에서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조금 전에 본 그 남자가 커피를 마시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문: 그때 당시 그 남자를 본 기억을 말하시오. 답: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 귀공자 타입으로 잘 생겼으며 몸이 호리호리하고 귀걸이를 왼쪽에 하고 있어…(수사기록 144~146쪽)“며칠 뒤 경찰에서 강도살인 용의자를 잡았다고 하며 와 보라고 해 경찰서에 가보니 그때 보았던 남자였다.”(수사기록 242쪽)초기 진술 당시 C 씨는 자신의 기억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그는 ‘귀공자 타입’ ‘호리호리한 체격’ ‘귀걸이 착용’ 등 남성 외모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남자를) 오늘 다시 봐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옷차림에 대해서도 “검정색 계통의 캐주얼 외투와 검정색 일자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C 씨 진술에는 앞서 A 씨와 B 씨가 말한 곤색 체육복이나 가죽점퍼가 등장하지 않았다.그런데 C 씨의 기억은 법정에 와서 다소 흐려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찰서에서 본 이 씨가 목격 당시와 같은 겉옷을 입고 있었느냐”는 검찰관의 질문에 “얼굴은 확실한데 옷은 기억에 없다. 잘 모르겠다”고 번복했다. 이어 “시장과 다방에서 남성을 제대로 봤느냐”는 군판사의 질문엔 “스쳐봤지만 시장에서 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C 씨 증인신문조서(1998. 8. 11.자)군판사 배순도재판장에게 고하고 증인에게문: 비번이라는 경찰관이 와서 20대 초반의 츄리닝(곤색)을 입은 사람을 봤냐고 물어왔는가요. 답: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낯선 사람, 수상한 사람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제가 20대 초반의 사람이 귀걸이 하고 인상이 굉장히 찬 사람을 보았다고 얘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문: 다방에서 확실히 보았나요. 답: 스쳐봤지만 시장에서 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경찰에서 대질 시 시장에서 본 옷과 경찰서에서 본 옷이 맞던가요. 답: 옷은 잘 기억이 없습니다.(공판기록 154, 155쪽)C 씨가 목격 사실을 경찰에 처음 알린 경위도 분명하지 않다. C 씨는 목격자 제보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동네에 수사본부가 차려져 파출소 경찰관과 대화를 하다가 목격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가 법정에 와서는 “당일 ‘비번’인 경찰관이 다방에 찾아와 수상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서 답했다”고 말을 바꿨다. 주목할 점은 이 씨가 체포되기 전 수사기록엔 C 씨의 진술이 없다. C 씨의 말을 들었다는 경찰관의 진술이나 비번 경찰의 다방 탐문에 관한 수사보고 등 그 어떠한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사 자료에 따르면 C 씨는 이 씨가 붙잡힌 뒤 등장한 목격자였고, 경찰서 안에서 수갑을 찬 이 씨와 일대일로 대면했다. 목격 당시의 독립적인 기억과 대조할 만한 사전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을 마주하고 동일인 여부를 판단한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6941451020.png"/> 이민형 씨가 수갑을 찬 채 C 씨와 대면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 씨는 C 씨와 피해자의 아들을 대면했다. 그림=이민형 박 변호사는 “C 씨의 진술이 실제 현장 관찰에 기초한 목격이라기보다  범인이 이 씨로 특정된 이후 형성된 인상에 집중해 구성된 진술일 수 있다”며 “앞서 피해자의 아들 사례와 마찬가지로 ‘암시에 의한 동의’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 씨는 강도살인 용의자를 잡았다는 말을 듣고 경찰서로 가 이 씨를 만났다. 반면 당시 군사법원은 C 씨 진술을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인정했다. C 씨가 범행 약 1시간 전 현장 인근에서 이 씨를 두 차례 봤고, 그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시 여인숙에 있었다는 이 씨의 알리바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재판부는 C 씨가 좁은 시장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서행하며 이 씨를 가까이서 본 데다, 약 20분 뒤 다방에서 다시 마주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씨가 희고 갸름한 얼굴에 왼쪽 귀걸이를 한 눈에 띄는 외모였다는 점도 들었다.재판부는 그러면서 “아직 미혼의 젊은 여자인 C 씨가 이러한 점 때문에 피고인을 눈여겨보았고 그 인상착의를 분명히 기억하게 됐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 직후부터 법정까지 같은 취지의 진술을 이어온 점까지 종합해, C 씨의 진술은 일반적인 목격 진술보다 “훨씬 더 강한 신빙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네 사람이 본 남자는 같은 사람이었을까세 사람과 범행을 직접 목격한 피해자의 아들까지 네 사람의 진술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1998년 1월 3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관문시장 골목에 검은색 외투와 일자바지를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 나타났다. ‘귀공자’같이 생긴 남자는 시장 골목을 지나 인근 다방에 들어가 차도 한 잔 마셨다. (C 씨의 진술)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곤색 체육복을 입은 남자가 장미비디오 문을 열고 나왔다.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 나오는 사람처럼 태연했던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인근 약국 쪽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A 씨의 진술)비슷한 시각 장미비디오 안으로 짧은 스포츠머리의 흉측한 얼굴을 한 20대 남성이 들어왔다. 검은색 구두를 신고 한 손에 가방은 든 남자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돈통에서 돈을 꺼내 가방에 넣어 달아났다. (피해자 아들의 진술)범행 약 1시간 20분 뒤인 오후 4시 30분, 장미비디오에서 멀지 않은 카센터 모퉁이에서 곤색 체육복 위에 가죽점퍼를 걸친 남성이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B 씨의 진술)피해자 아들을 제외한 세 사람은 범행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낯선 남성을 봤을 뿐이다.그렇다면 네 사람이 본 남자는 정말 한 사람이었을까. 서로 다른 남성에 대한 목격담이 수사 과정에서 하나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그 남자가 이민형 씨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했을까. 사건 발생 28년 만에 재심에 나선 이 씨는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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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볼썽사나운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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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31 Jul 2026 11:42:29]]></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귀가하던 여고생의 뒤로 그가 다가왔다. 팔로 목을 감고 어두운 구석으로 끌고 갔다. “살려주세요”라는 절박한 비명이 울렸다. 지나가던 고교 남학생이 뛰어갔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여고생 옆의 20대쯤의 청년이 말했다.“이 여학생이 많이 아픈가 봐요. 119에 연락해 주세요.”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31/1785461716953848.jpg"/> 엄상익 변호사남학생이 스마트폰 번호를 누를 때였다. 왼쪽 목에 칼날이 박혔다. 그들 두 명을 살해한 20대 청년은 유유히 사라졌다. 2026년 5월 5일 밤에 있었던 장윤기 사건의 보도 내용이다. 그 범행 며칠 전에도 장윤기는 스토킹을 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간을 하고 그 여성을 죽이려다가 실패했다.장윤기가 살던 원룸에 ‘리얼돌’이 있었다. 유방과 성기 부분이 잘려져 있었다. 그가 쓰던 휴대폰에는 여중생의 은밀한 부분이 불법 촬영된 사진들이 가득했다.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오면서 살인범들을 직접 대해왔다. 장윤기를 보면서 예전에 만났던 한 살인범이 떠올랐다. 그는 겉으로는 순박해 보이는 40대 중반의 가장이었다. 매주 교회에 나갔다. 텃밭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이웃 노인들에게 가져다주었다.그의 이면은 전혀 달랐다. 그는 밤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 골목을 지나가다 창문이 열려 있는 집이 있으면 들어가 강간을 했다. 여러 건의 살인도 있었다. 구치소에서 만난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밤중에 길을 걸어가는 데 앞에서 두 남자가 얘기를 하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내 고향을 욕하더라고요. 기분이 나빠졌죠. 그런데 계속 앞에서 떠들더라고요. 그래서 길바닥에 있는 벽돌을 주워서 한 명 뒤통수를 깠어요. 다른 한 명은 놀라서 도망갔고요. 계속 벽돌로 내리쳤는데 나중에는 철썩철썩 하고 묵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라고요. 죽었어요. 일어나 그냥 갔죠. 그 외에도 내가 죽인 사람들이 더 있어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다 지났어요.”그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양심의 가책 같은 거 말이죠.”“남들은 양심이 아프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내가 왜 그럴까요? 변호사님.”그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런 괴물들을 여럿 만났다. 이상한 건 정신감정을 해도 대부분이 정상으로 판정이 났다. 사이코패스를 보지 못했다.“강간하고도 미안하지 않아요?”“전혀요.”그는 나를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만약 누군가 당신 처나 딸을 강간했다면 어떻겠어요? 한번 상상해 봐요.”그가 머릿속에서 내가 말한 광경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놈은 내가 당장 죽여 버리죠.”“그러면 당신도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가 나를 보았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40년 전 변호사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인간은 본질이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타인을 한 마리의 벌레로 보는 존재들이 있다. 남을 짓밟아 으깨면서 쾌감을 느끼는 괴물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사랑을 베풀면 그들은 교화될까? 나는 이제는 의심한다.다시 장윤기 사건을 본다. 경찰 간부인 그의 아버지가 원룸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말했다.“아들 집에 볼썽사나운 것이 있어 치웠어요.”증거가 될 수 있는 ‘리얼돌’이 사라졌다. 보도 화면에 장윤기가 사용하던 휴대폰들이 불 속에서 타고 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기에 아버지는 다급하게 그랬을까. 장윤기는 피해자 측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와 형만 걱정했다.17세 소녀가 영정사진틀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앞에서 아버지가 오열한다. 장윤기, 그리고 아들의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경찰 간부 아버지. 정작 이 세상에서 가장 볼썽사나운 것은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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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공적입양체계 1년②] 입양 신청 784건 중 완료 3건…‘병목’ 키운 겹겹의 행정 문턱]]></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08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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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29 Jul 2026 16:52:3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현장에서는 단순한 절차 지연을 넘어 제도 운영 방식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입양 절차를 직접 맡으면서 기존에는 없던 행정 절차가 추가되고 업무가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다. 여기에 반복되는 조사와 예측하기 어려운 심사 과정까지 겹치면서 입양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5720409145.jpg"/> 공적입양체계 도입 후 행정 절차 지연 및 절차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두 자녀를 각각 민간입양체계와 공적입양체계에서 입양한 A 씨는 두 체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늘어난 행정 절차를 꼽았다. A 씨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 사회복지사가 위임을 받아 법원에 입양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금은 부모가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며 “입양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예비입양부모에게 아동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제공되지 않아 해당 항목을 공란으로 제출하게 된다. 그러면 법원이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에 보정명령을 내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A 씨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이런 절차까지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없던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3~4주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늘어난 행정 절차뿐 아니라 업무 처리 방식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연이 확정된 뒤에도 결과가 우편으로 통보되는가 하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절차까지 순차적으로 처리되면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반복되는 가정환경 조사도 절차를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예비입양가정은 국내입양분과위원회의 입양 적격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최소 2회 이상의 가정환경 방문 조사를 거친다. 이후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와 임시양육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입양 동기와 양육 능력, 양육 환경 등에 관한 조사를 다시 받는다. 예비양부모는 입양 절차를 밟는 동안 최소 세 차례의 가정환경 조사를 받게 된다. 각 단계에서 이뤄지는 조사가 내용상 상당 부분 중복돼 행정 부담만 늘리고 절차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절차가 길어지는 것 못지않게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비입양부모들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고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더 걸릴지 알기 어려워 긴 시간을 불안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6329557861.jpg"/>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동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절차를 시작한 김지원 씨는 입양 신청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격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적입양체계가) 너무 준비 없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이러한 사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보건복지부가 일요신문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적입양체계가 도입된 2025년 7월부터 올해 7월 24일까지 입양 신청은 784건이었지만 자격 심의를 마친 경우는 119건, 결연 완료는 98건, 법원 입양허가 신청은 64건이었다. 최종 입양이 완료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보건복지부는 “공적입양체계는 아동 최선의 이익 관점에서 단계별로 순차적 절차를 거쳐 아동 특성에 맞는 가정을 신중하게 찾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연 심의와 자격 심의 결과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연이 성사되지 않거나 부결되더라도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받기 어려워 심사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지난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상경 변호사는 “왜 특정 예비양부모와 결연이 된 것인지, 왜 미결연 또는 부결됐는지에 대해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과 예비양부모의 양육 여건 등을 근거로 서면으로 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결연 심의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예비양부모와 국내입양분과위원회 간 신뢰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이에 전문가들은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절차는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5827845018.jpg"/> 국회에서 7월 16일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모습. 사진=입양가족연대 제공 정상경 변호사는 “예비양부모 자격 심의에서 ‘안정적인 양육환경’과 같은 추상적 요건에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행법은 아동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이 입양허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에 앞선 예비양부모 자격 심의 기간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다”며 “자격 심의가 장기간 지연되면 법원의 6개월 결정 기한도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는 만큼, 아동 최선의 이익과 입양 절차의 신속성 확보를 위해 자격 심의 기간에도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절차 개선을 위해 입양 업무 경험이 풍부한 민간 입양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일요신문i’에 “국가가 입양 업무를 60~70년간 민간에 맡겨온 만큼 행정부에는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며 “국가는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고, 결연 등 실무는 경험을 갖춘 민간기관에 위임·위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입양 절차뿐 아니라 입양 이후 사후관리 체계 역시 공적입양체계가 안착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사후관리는 입양 신고일부터 1년간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위탁기관을 통해 총 6회의 대면 상담을 실시하며 아동과 양부모의 적응 및 양육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이 입양 초기 1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춘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영아기 애착 형성과 발달을 고려해 아동이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인 양육 환경에 놓여야 한다는 점에 깊이 동의한다”며 “정부는 아동에게 적합한 가정을 찾기 위한 검토는 충분히 하되,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도록 절차를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4월부터 입양신청 온라인 신청 방식을 개통하고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국내분과심의위원회를 월 1회에서 2~3회 확대 운영하고 결연 확인서를 즉시 발급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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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장관의 아이패드, 그리고 내 차의 자율주행]]></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00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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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4 Jul 2026 11:34:2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2010년 봄, 한 장관이 공식 브리핑장에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도 않은 물건을 들고 나왔다.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자출판 육성 방안을 설명하며 애플의 1세대 아이패드를 꺼내 “이걸로 하니 참 좋다”고 감탄한 것이다. 문제는 그 시절 아이패드가 전파법상 형식등록을 거치지 않아, 해외에서 사 온 물건이 공항 세관에서 압수당하던 때였다는 데 있었다.“일반 국민이 들여오면 밀수인데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대놓고 써도 되느냐”는 공분이 터졌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무대와 소품만 바뀐 같은 연극이 다시 상연되고 있다. 이번 소품은 아이패드가 아니라 자동차, 정확히는 자동차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다.7월 10일 테슬라코리아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 라이트’의 국내 배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배포지로 한국을 택한, 상징성이 작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 5월 국산차를 모두 제치고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차가 바로 테슬라 모델Y다. 그런데 정작 그 모델Y를 산 사람들 대다수는 이번 배포 대상에서 빠졌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4/1784855718219241.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900만 원이 넘는 값을 치르고 자율주행 옵션을 살 수는 있지만, 그 기능은 켜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차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가 만든 같은 이름의 차인데 어떤 차는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어떤 차는 못 바꾼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놀랍게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태생’이다.대상 차량이 애초에 많지 않기도 하지만, 국내 2000명이 넘는 테슬라 오너가 모인 대표 카카오톡 단체방을 둘러봐도 실제로 FSD 라이트를 받았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 대규모 적용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중에서 필자는 오래전 구매 당시부터 FSD 옵션을 넣은 초기 미국산 모델을 몰고 있어, 순차 업데이트가 내 차에 닿기를 기다릴 수 있는 처지다.회사의 약속 하나만 믿고 값을 미리 치른 뒤 몇 해를 묵묵히 기다린 사람에게 먼저 차례가 오는 것은 그 나름의 순리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순서를 정한 것은 그 기다림이 아니다. 내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것 하나다. 더 많이 팔린 중국산 모델Y를 산 이웃들은 더 새 차를 몰면서도 아예 대기 줄 밖에 서 있다.순서를 기다리는 쪽이든 아예 줄 밖에 선 쪽이든, 지금 우리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먼저 받은 이들의 영상이다. 초기 리뷰는 화려하다. 의정부에서 부산까지 451km를 단 한 번의 개입 없이 달렸다거나, 폭우로 차선이 지워진 길에서 스스로 가상의 차선을 그려 주행했다는 식이다.그러나 같은 영상들을 끝까지 보면 아직 한계도 또렷하다. 하이패스 앞에서 차선을 고르지 못해 결국 사람 개입이 필요하고, 점멸등 앞에서는 과하게 멈춰서 뒤차를 당황시키며, 빗줄기가 굵어지면 ‘일시적 사용 불가’를 띄우고 스스로 물러나기도 한다. 애초에 FSD 라이트가 구동되는 3세대 하드웨어는 카메라 화질도 연산 성능도 4세대에 크게 못 미친다. 큰 모델을 압축해 옮긴 것이 원본과 같을 수도 없다.그런데 중국산이 빠진 이유는 이런 하드웨어의 한계가 아니다. 국내에 팔리는 중국산 모델3와 모델Y는 이미 미국산 최신 차종과 같은 4세대 하드웨어를 얹고 있어, 연산 성능만 보면 부족할 것이 없다. 진짜 장벽은 서류에 있다. 미국산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안전기준 상호인정 조항 덕분에 미국 기준을 통과한 것만으로 국내에서도 자기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반면 중국산 차량은 유럽식 국제기준으로 인증됐고, 이 기준은 차선 변경을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손수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허용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무역협정이 어느 도로에서 손을 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셈이니, 소비자로서는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이쯤 되면 오래된 의심 하나가 고개를 든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려 정부가 규제의 빗장을 서둘러 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예 현대차와 국토부를 합친 ‘현토부’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그런데 이 장면도 낯설지 않다. 16년 전, 아이폰은 모든 휴대전화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 ‘위피(WIPI)’를 얹도록 한 규정 탓에 첫 출시국 명단에서부터 빠졌고, 국내 진입은 2년 가까이 늦어졌다.그사이 삼성과 LG는 대응 전략을 짤 시간을 벌었다. 훗날 이석채 당시 KT 회장은 사내 이메일에서 “혁신의 아이폰을 도입했지만, 우리는 두 재벌회사가 그렇게 강력한 차단에 나설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삼성전자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아이폰 도입 유보를 요청했고 SK텔레콤이 실제로 이를 미룬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규제 당국이 음모를 꾸민 것은 아니었지만, 경직된 규제가 결과적으로 자국 산업의 방패가 되었고 그 그늘에서 기업이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물론 이 의심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국내 규정이 따르는 국제 안전기준 자체가 운전대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방식을 아직 허용하지 않아, 국토부가 마음대로 빗장을 열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조차 지금도 테슬라 FSD의 신호 위반과 악천후 성능을 조사하는 마당이니, 생명이 걸린 영역에서 정부가 신중한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그러나 신중함이 곧 멈춰 서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유럽 도로에서 쌓인 수백만km 주행 데이터를 검증한 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이 주는 환상을 걷어내고 '운전자가 감독하는 보조 기능'임을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비로소 문을 열었다.다시 16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그 소동에는 뜻밖의 반전이 있었다. 여론이 폭발한 바로 다음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용 무선기기를 1인당 1대에 한해 전파인증에서 면제하겠다고 밝혔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해외 직구 인증 면제 제도가 그렇게 태어났다. 다만 뒷맛은 씁쓸하다. 규제가 스스로 앞서 나아간 것이 아니라, 여론이 터진 뒤에야 등 떠밀리듯 열렸기 때문이다.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제도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이슈가 터지기 전에, 스스로 판단해 열 수 있을 것인가. 16년 전 그 브리핑장이 그러했듯,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자동차 한 대도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비추고 있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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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공적입양체계 1년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길어진 절차에 ‘애착 형성기’ 놓치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982</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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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3 Jul 2026 14:58:2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아기는 생후 16개월이던 4월 17일에야 우리 집에 왔어요. 그전까지 시설에 있었고, 결연된 뒤 집에 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처음 만난 뒤 석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시설로 만나러 다녔는데, 제가 다녀간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저를 밀어내기도 했고요.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간은 정말 짧아야 합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23957684.jpg"/>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결연·입양허가가 늦어지면서, 가정을 기다리는 영유아의 시설·위탁 돌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사진=ChatGPT 생성예비 입양부모 A 씨는 첫째에 이어 둘째 입양을 준비하면서 민간입양과 공적입양체계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첫째는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했고, 둘째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을 앞두고 민간입양기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던 중 결연심사를 앞두고 공적체계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공적입양체계 결연위원회를 통해 아이와 결연된 첫 가정이기도 하다.A 씨가 공적입양체계 안에서 둘째 아이와 결연이 된 것은 2025년 10월이었다. 그러나 아이 얼굴을 처음 본 것은 석 달 뒤인 2026년 1월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A 씨 집으로 온 것은 다시 석 달가량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2025년 1월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입양 절차에 들어간 지 약 1년 3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입양 절차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입양허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첫째는 고민 기간을 제외하고 입양 확정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둘째의 경우 현재까지도 입양허가가 나지 않아 절차가 이미 그보다 길어졌다.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예비 입양가정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길어진 절차와 불투명한 심사 과정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69724650.jpg"/> 입양가족 어린이들이 가족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입양가족연대에 따르면 6월 기준 가정을 기다리는 아동은 248명, 이들을 기다리는 예비 입양부모는 756가정에 달한다.2022년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첫째를 입양한 김지원 씨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에 맞춰 둘째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은 △입양신청 △범죄경력조회 △예비 양부모 기본교육 수강 △예비 양부모 가정환경 조사 △자격심의 △결연심의 △결연통보 △아동 첫 만남 및 결연확인서 발급 △법원 입양허가와 임시양육 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김 씨는 신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격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이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김 씨는 “처리 기한이 넘어갔는데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무엇이 적정선인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현장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전환 이후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지방자치단체, 결연위원회, 법원 등으로 나뉘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병행할 수 있던 절차도 기관 간 협의와 심의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고, 업무 기준과 운영 매뉴얼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면서 처리 기간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행정 절차 장기화로 결연과 입양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운영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181621289.jpg"/>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보육사가 베이비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예비 입양부모의 기다림보다 더 큰 문제는 가정을 만나지 못한 채 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영유아기 애착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가정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안정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 토론회에서 정상경 변호사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제35조가 입양 절차에서 신속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후 12개월 미만은 영아가 주양육자와 애착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정서적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라며 “영유아기 시기의 애착 형성은 아이의 발달과 성격 형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아이가 집에 오기 전까지 시설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교사들과 대체교사의 돌봄을 받았다”며 “결연 후에는 저희 부부까지 일주일에 세 차례 아이를 만나러 가면서 아이가 여러 양육자를 접해야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시설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온 뒤에는 동네 산책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손을 먼저 흔들며 아는 척을 하는 아이로 바뀌었다”며 “가정과 시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현재 입양대상아동을 위탁 양육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아이가 이제 두 살 반이 되어 가는데 저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분리불안도 보인다”며 “이 아이가 나중에 입양이 확정돼 다른 가정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분명 골든타임이 있다. 아동 최우선의 원칙으로 본다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부도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현장의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 보완 방침을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 충분히 빨라지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절차의 지연을 줄이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유임 국가아동권리보장원장도 “예비 입양가정이 절차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 속에서 아동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공적입양체계 시행 첫해 드러난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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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고전 읽기와 논나맥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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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6 Jul 2026 11:53:28]]></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금 생각해보니 젊은 날 읽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읽은 게 아니었다.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다투는 아들, 집안을 챙기기는커녕 자식들을 이리저리 버려두고 자기 욕망에만 끌려 다니는 욕심덩어리 아버지, 지참금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속을 끓이다가 애도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아내들, 젊은 날 카라마조프가는 이상하고도 이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16/1784166231560590.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 이해하기 싫은 작품이었는데 그 때도 주목했던 인물은 이반이었다. 이반은 복잡한 세상을 합리성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재단, 설명하려 하는 인물이다. 세상은 얼마나 무정하고 불합리한가. ‘신이 있다면 그럴 수 없으니 신은 없다. 그리고 신이 없으면 모든 게 허용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성적인 인간 이반이 자기 기준의 칼날에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운 번역이 나왔다고 해서 다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들었다. 줄거리는 그대로였는데 왜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영혼을 본 느낌이었을까. 내가 달라진 것이다. 마치 젊은 날 전쟁터에서 헤어진 친구를 황혼녘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진가를 알아보고 환대하는 느낌! 고전엔 그런 힘이 있다. 나는 미친 듯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모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놓고 아버지와 상속 분쟁을 했던 첫째아들, 드미트리가 다시 보였다. 아버지가 욕망한 여인을 사랑해서 질투에도 눈이 먼 그는 여기저기에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떠들고 다닌다. 아버지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나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억울함과 분노로 날뛸 만한데 그런데 그가 바뀐다.감옥에서, 법정에서, 유배 길에서 아버지를 닮은 불같은 성격은 차분해지며 운명처럼 다가온 누명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가 저주받은 가문 때문에, 젊은 날의 열정 때문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엔 정화가 있었다. 다시 고전 읽기의 바람이 불고 있단다. 우연히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오랜만에 손석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코너 이름도 ‘오래된 대답’이란다. 거기에서 그는 돈키호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가웠다. 게스트는 돈키호테를 무모한 꿈을 꾸고 불가능한 길로 뛰어든 낭만기사라고 설명한다. 그런 이가 그립다고. 정말 돈키호테는 무모한 꿈을 꾼 광인이기만 할까. 돈키호테의 광기는 종교개혁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더 가혹하게 인간을 억압했던 시대에 대한 반항인 것은 아닐까. 그 시대는 미친 사람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시대였으니. 돈키호테는 존재하지도 않은 가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라 믿으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라고 칼을 겨눈다. 그 광기는 광기라기보다 교회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종교재판장으로 넘겨졌던 시대에 대한 고발은 아니었을까.  정말 세상이 빠르게 돌아간다. 그 세상이 만들어내는 것을 얻겠다고 시류를 타다가도 문득 올라오는 물음이 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이 내 속도, 내 박자인가, 하는 물음.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떠밀듯 밀려오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내 속도, 내 박자를 고려하여 내 생각대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겠다. 그것은 얼마 전 ‘우먼센스’에서 소개한 논나맥싱의 정신과도 통한다. 논나맥싱(Nonna Maxxing), 네모난 화면에서 벗어나고 효율이나 이득의 관점에서도 벗어나 할머니처럼 느긋하고 따뜻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란다. 빵을 굽고, 손수 밥상을 차리고, 천연소재의 편안한 옷을 입고, 화초를 키우고, 뜨개질을 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리듬과 박자를 찾아가는 그런 류의 삶 말이다. 돈키호테가 말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진실하고도 절박한 말이다. 권력이 규정하는 인간,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인간이 아니라 내가 아는 나, 내가 알아가고자 하는 나, 그것이 고전을 읽고 논나맥싱을 추구하는 삶 속에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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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선관위 사태와 장윤기 사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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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0 Jul 2026 14:07:0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선거관리위원회 사태와 고 이채원 양을 무참히 살해한 장윤기 사건은 모두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선관위 사태는 헌법상 독립 기관인 국가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린 사건이었다.그런데 이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사라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윤기의 범행 실체가 경찰의 부실 대응, 혹은 고의적 부실 대응 의혹 속에서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제도에 대한 신뢰는 또 한 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가 중대한 까닭은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이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와 공화주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인데, 그중 법치주의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작동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10/1783647090866061.jpg"/> 신율 명지대 교수제도에 대한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하루빨리 사태를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만일 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선관위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장윤기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문제해결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현재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검찰 개혁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과연 진정한 검찰 개혁인지는 의문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보완수사권을 박탈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실제로 이번 장윤기 사건도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단순 살인 사건으로 기소될 뻔했었다. 더욱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이번처럼 사건의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피해자 보호와 유가족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이에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로 재수사를 담당하는 주체는 결국 경찰이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수사를 한다고 해도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이번 사건처럼 내부에서 스스로 사건의 성격을 축소하거나 잘못 판단했던 문제를 자체적으로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조직의 행위와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런데도 마치 숙제하듯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국민의힘이 보완수사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강경한 저항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결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총사퇴가 국회의장 혹은 본회의 표결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데, 그럼에도 이런 결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그저 암담함을 느낄 뿐이다.지금 정치권은 진정한 민생이 무엇인지부터 되새겨야 한다. 진정한 민생이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제도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원하고 있는데, 그런 구체적인 노력 없이 민생만을 외친다면 이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 양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진영 논리 자체를 민생으로 여기는 듯하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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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딸기코를 본 인공지능은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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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Jul 2026 14:29:24]]></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6월 11일 저녁 MBC 뉴스 시간이었다. 모니터 앞에서 10년 차 경력의 홍 변호사가 말하고 있었다.“5000쪽짜리 기록을 AI(인공지능)가 단번에 파악하고 법률 서면도 써 줍니다.”그의 표정이 씁쓸했다.“AI가 최소한 100명의 변호사 역할을 거뜬히 해내요.”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3/1783042458318309.jpg"/> 엄상익 변호사자료검색이나 정리, 그리고 패턴화되어 있는 법률문서는 이제 AI를 이길 수 없다. 변호사의 종말이 온 것일까. 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 왔다. 40년 변호사의 직감을 AI가 가졌을까. 마음을 비우고 재판에 임하면 나는 몇 분 안에 판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감한다.그 외에도 있다. 실제로 했던 사건을 예로 들겠다. 20여 년 전 한 살인범의 변호를 맡았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한 여대생이 납치되어 잔인하게 살해됐다. 배경은 준재벌급 회장 부인의 살인 청부였다. 재판이 진행되던 어느 날이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살인범을 만났다. 곱슬머리에 작은 눈이었다.“사모님이 보낸 대리인이 면회를 왔어요. 시나리오를 짜왔더라고요. 사모님 부분은 빼달래요. 내가 혼자 미행을 하다가 실수로 죽인 단독범행으로 진술하래요.”그가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그러면 사모님은 무죄가 되고 저는 과실치사죄로 가벼운 형을 살고 나갈 수 있대요. 시키는 대로 하면 50억 주겠대요.”그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도와주시면 섭섭지 않게 보수를 드리겠습니다.”공범이 되자는 것이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가 법정에서 절규했다.“사흘 만에 산에 버려진 딸을 찾았어요. 한이 서렸는지 한쪽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 엄마가 그 눈을 감겨주니까 이번에는 다른 눈을 번쩍 떴어요. 그 딸이 지금 공원묘지에 있어요.”고민했다. 침묵하면 돈이 들어온다. 말하면 벌을 받는다. 업무상비밀누설죄다. 법률서면에 그들의 음모를 적었다. 여대생의 영혼에 빙의해서 절규를 담았다.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 살인범과의 관계를 끝내고 일요신문에 내막을 폭로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180만의 조회수에 도달했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들은 나를 형사고소하고 네 개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회장 사모님과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었다.그와는 반대의 사건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8세짜리 두 아이를 납치한 사건이 나오고 있었다.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 유괴범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유괴범의 변호사였다. 아이들을 납치해 포천 쪽으로 가는 차 안에서였다. 어둠이 내리면서 아이들이 찡찡거렸다. 위험한 순간이었다.그런 때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극도로 예민해진 납치범은 혼란스러웠다. 저녁도 먹지 못했다. 운전하는 그의 앞에 도로변의 이벤트 상점이 보였다. 그는 차를 세우고 딸기코와 노랑머리를 샀다. 포천의 폐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그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면서 삐에로가 됐다. 아이들이 하하 웃었다. 수사 기록에 없던 딸기코 부분을 변론서에 부각시켰다.아이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납치범 대신 사정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오히려 내 딸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재판 날 아버지는 딸을 안고 법정에 나왔다. 아이가 납치범을 본 순간 “안녕”하며 반가운 표정이었다. 재판장을 향해 “저 아저씨 좋아”라고 했다. 납치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그는 사업을 하다가 막판에 몰린 폐병환자였다. 어제는 요즈음 나의 파트너가 된  인공지능에게 물어 보았다. 피해자의 절규를 느낄 수 있느냐고. 인공지능은 자기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글에 영혼을 갈아 넣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말 자체의 의미를 모른다고 했다. 그런 인공지능에게 변론서를 맡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판사에게 인공지능이 쓴 글은 감동을 줄 수 없다. 피해자를 찾아가 대신 빌어주는 것, 그것도 기계는 할 수 없다. 뉴스에서 인공지능 하나가 100명의 변호사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나는 말하고 싶다. 100대의 인공지능이 변호사 한 명의 양심을 대신할 수 없다고.※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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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③] 법·제도 밖 경계선지능인…국가 지원 체계는 언제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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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1 Jul 2026 13:47:4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수년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률과 종합 지원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장애인 지원 체계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비장애인을 전제로 설계된 정책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탓에, 상당수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이 조례를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개별 사업 중심의 산발적 지원에 머물러 지역별 편차가 크고 생애주기별 지원도 단절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69916764722.jpg"/>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지자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ChatGPT 이미지 생성경계선지능인은 현행 법체계상 장애인복지법이나 발달장애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별도의 국가 차원 법률도 없어 대부분 지원사업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교육·복지·고용 등 여러 정책 영역과 맞닿아 있지만 어느 한 제도에서도 충분히 포괄되지 못하는 셈이다.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가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조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2025년 국회에서 열렸던 ‘느린학습자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총 128개 지자체·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제정된 상태다.그러나 조례 제정이 곧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도 별도의 예산이나 사업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단기 프로그램 위주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 이재경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은 아동·청소년과 청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의 배경으로 분절된 전달체계를 꼽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각각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정책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며 “학교 시기 지원과 성인기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중앙부처 차원의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은 시설 보호 아동,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일부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경계선지능 아동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 체계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064117060.jpg"/> 서울시가 2024년 12월 민간 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과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서울시 제공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식 개선과 지원 사업은 오히려 민간 영역이 주도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청년재단 등 민간 기관이나 일부 기업 등은 경계선지능인 인식 개선 캠페인과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 사업은 지속성과 지역 간 형평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해외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경숙 평택시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의 법제화 필요성과 정책방향: 국내외 제도 비교 분석’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경계선지능인을 정책 개념으로 인정해 직업훈련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역시 학습자의 다양한 인지 특성을 고려하는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기반 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경계선 수준의 성인의 학력 보완과 언어교육,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성인을 위한 보편적 평생교육의 권리화 모델로 평가된다.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위의 개별 사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기 지원에 머물지 않고 취업과 직업훈련, 자립생활, 평생교육까지 연계되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경계선지능인 규모와 특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교육·복지·고용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172164814.jpg"/> 2025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현재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에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조기 발견 및 맞춤형 지원, 교육·고용·복지 연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교육청, 민간 영역에 분산돼 있던 지원을 국가 차원의 체계로 묶기 위한 취지다.관련 단체들은 법안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처럼 경계선지능인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며 “통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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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배움을 외주 줄 수는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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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6 Jun 2026 13:57:53]]></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요즘 기업 이사회나 경영진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하나 있다.“저희도 AI(인공지능) 도입을 완료했습니다.”실제로 지난 1~2년 사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발표하는 AI 관련 보도자료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연간 사업 보고서에는 생성형 AI 활용 사례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도입’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당수 기업에서 AI 도입의 의미는 Microsoft 365 Copilot 라이선스를 구매했거나, 임직원 ChatGPT 계정을 개설해 사용을 권장했거나, 특정 업무에 AI 보조 도구를 시범 적용했다는 수준에 그친다.구독 버튼을 눌렀다는 것과 진정으로 AI를 도입했다는 것이 같은 말처럼 통용되는 세상이 됐다. 이 지점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다. 나델라는 지난 6월 14일 X(옛 트위터)에 짧지만 밀도 있는 글을 올렸다.“생태계 없는 프론티어는 불안정하다(A frontier without an ecosystem is not stable).”그가 이 글에서 설명하는 AI의 본질은 과거 어떤 소프트웨어와도 다르다. 엑셀, ERP, CRM처럼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써온 디지털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작업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증폭기였다. 사람이 명령하면 작업을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도구가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없었다.그런데 AI는 처음으로 사람과 디지털 시스템 사이에 진정한 쌍방향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사람이 AI를 쓰면서 피드백을 주고, 그 피드백이 AI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정교해진 AI가 다시 사람의 판단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주는 구조다. 나델라는 이것을 ‘인지적 순환(Cognitive loop)’이라고 부르며, 이 순환을 기업 안에서 소유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AI 시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이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AI 전략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경로가 존재한다. 하나는 외부 AI의 능력을 빌려 쓰는 방식이다. 챗봇으로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생성형 AI로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코딩 보조 도구로 개발 속도를 높이는 식이다. 효율은 즉각적으로 오르고, 비용 절감 효과도 수치로 확인된다. 그런데 그 도구를 걷어냈을 때 회사 안에 무엇이 남는가를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공급자가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종료하면, 회사가 그 AI 위에 쌓아온 효율은 그대로 공급자의 플랫폼에 귀속되고 만다. 이것이 단순한 이론적 위험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가 올해 초에 있었다. OpenAI는 기업 고객이 자사의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공해온 ‘AgentKit’ 플랫폼을 오는 11월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개월에 걸쳐 내부 자동화 업무를 구축해온 기업들은 갑작스럽게 이전 비용과 재설계의 부담을 떠안았다.다른 하나는 AI를 쓰면서 회사 자체가 더 똑똑해지는 방식이다. 직원들의 업무 판단, 고객 대응 패턴, 예외 처리 기준, 실패와 성공의 맥락이 AI 시스템 안에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그 AI가 다시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나델라가 말하는 ‘학습 루프(Learning loop)’다. 그는 이것을 “사용할수록 복리처럼 커지는 기업의 새로운 지식재산”이라고 표현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6/1782437612984199.jpg"/>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가장 핵심적인 테스트는 이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AI 모델을 내일 다른 것으로 교체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우리 회사의 판단 기준, 숙련된 직원들의 노하우, 업무 처리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는가. 남아 있다면 AI 주권을 가진 것이고, 사라진다면 도입이 아닌 특정 AI 회사에 의존 관계를 만들어온 것에 가깝다.미국 금융기업 모건 스탠리는 약 2만 명의 자문역이 일상 업무에서 자사 AI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노련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투자 판단과 포트폴리오 운용 기준이 지속적으로 시스템 안에 쌓이는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AI 코딩 도구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우버는 연간 AI 예산 전체를 단 4개월 만에 소진하고 직원 1인당 월 사용 한도를 설정해야 했다. 나델라가 이 경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꺼낸 비유가 1990년대의 세계화다.“세계화 초기를 생각해보라. 아웃소싱으로 산업 전체의 역량이 텅 비어버린 경우를.”이 문장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날카롭게 와닿는다. 우리는 그 세계화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경험한 나라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많은 기업이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생산과 조달을 해외로 이전했고,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줄고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고, 수십 년에 걸쳐 체득한 제조 숙련 기술이 사라졌으며, 그 공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AI가 만들어낼 두 번째 공동화는 더 조용하고, 더 빠르며, 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업들이 내부의 판단 체계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전문성을 외부 AI 모델에 계속 넘기면서 활용에만 그친다면, 그 지식은 점차 소수 빅테크의 인프라 안에 녹아들고, 정작 개별 기업과 산업 안에는 의존성만 남게 된다. 나델라가 “소수의 AI 기업이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가고 개별 산업의 전문성은 상품화된다”고 경고하는 배경이다.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클라우드와 AI 생태계를 가진 기업이기에, 나델라의 발언을 냉소적으로 읽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담긴 말이라고 해서 틀린 말이 되지는 않는다. OpenAI AgentKit의 갑작스러운 종료 예고, 거대한 AI 비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구조 조정에 나선 기업들의 사례는 나델라의 주장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같은 위험을 증언하고 있다. 핵심은 어느 플랫폼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플랫폼 위에서 학습 루프를 내 것으로 만드는 구조를 갖추느냐 여부다.중요한 것은 AI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런 선택지는 없다.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다. 나델라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일은 AI에게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배움 자체를 AI 회사에 외주 줄 수는 없다.”AI를 도입했느냐 마느냐를 따지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지금 쓰고 있는 AI 서비스가 내일 당장 사라진다면, 우리 회사 안에 무엇이 남는가. 우리의 판단력인가, 우리의 전문성인가, 우리만의 노하우인가. 아니면 정기 결제가 멈추는 순간 함께 사라질 효율인가. 세계화가 만들어낸 산업 공동화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AI가 만들어낼 지식의 공동화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올 것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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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②] ‘경계선지능’ 청년들 학교 밖 나오면 일자리 문턱 못 넘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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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24 Jun 2026 10:51:4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인인 A 씨(남·20)는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학창 시절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통학이 가능한 전문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이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한 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외출은 심리·언어·인지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A 씨의 어머니인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어려워해 전공과 관계없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올해는 진학에 실패했다”며 “지금은 사실상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691391712.jpg"/> 경계선지능인들은 성인이 된 후 사회에 나와서도 취업 및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인다. 학습 지원과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는 취업과 자립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 지원체계 틈새에서 이들을 뒷받침할 제도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진학과 구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직업 훈련과 취업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가 발주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4%는 자녀 또는 가족인 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취업 중이라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4.5%였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고용동향 기준으로 2026년 3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3%였다.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하지 못한 이유로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7.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비정규직이 70.7%로 정규직(26.8%)보다 훨씬 높았으며, 종사 직종은 서비스업(34.1%)이 가장 많았다.  경계선지능인인 B 씨(여·24)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의 도움으로 꾸준히 사회성 훈련과 또래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청년재단의 단기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B 씨의 어머니인 홍세영 씨는 ‘일요신문i’에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을 많이 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이 속도에 맞게 기다려주고 적응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업무 성과도 낼 수 있는데 요즘 기업들은 일반 청년들도 경력자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833689018.jpg"/>  대구 달서구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4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업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에 적응하고 일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경계선지능인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업무 수행(41.5%)과 대인관계(29.3%)를 꼽았다.실제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들은 업무 지시를 이해하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경계선지능인이라 소개한 27세 청년이 “처음 취업했지만 일을 알려줘도 이해 속도가 느리고 기억력이 낮아 입사 일주일 만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직장 상사가 업무와 관련해 질문하는 것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909958498.jpg"/>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계선지능인 일자리 준비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최근 들어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은 경계선지능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진단검사와 상담, 사회성 프로그램, 직업 체험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청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한 지역도 늘고 있다.하지만 지원 수준과 내용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상당수 사업이 단기 프로그램이나 체험 위주에 머물러 있고, 지속적인 취업이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인 직업 훈련 과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지만 이러한 한계의 배경에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별도의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은 등록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 훈련이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일반 청년 취업시장에서는 인지·사회성 특성으로 인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생애주기별로 경계선지능인을 만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포괄하는 기본법이나 종합 지원체계는 없다”며 “결국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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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일요칼럼] 안정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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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9 Jun 2026 10:30:19]]></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축구의 묘미는 역시 투혼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투혼의 힘을 보여준 작은 나라의 골키퍼가 화제다. 카보베르데, 그런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온몸을 던져 골을 막는 장면은 투혼이야말로 운동의 예술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명장면들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9/1781829126096670.jpg"/> 이주향 수원대 교수할머니가 자신을 키웠다고,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참 좋아했을 거라고 말하는 보지냐를 보니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의 안정감이 보였다. 보지냐가 말한다. 가난한 우리는 열정과 사랑으로 축구를 한다고. 안정감이야말로 사랑과 열정을 통합해내는 투혼의 뿌리다. 부자인 우리 축구단은 멘탈코치까지 두게 되었다. 한덕현 멘탈코치, 그가 말한다. 우리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안정적(Stable)이라며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란다. 하던 대로, 안정감에서 오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감을 잃으면 상황판단도 쉽지 않고 집중력도 생기기 않는다. 안정감은 그렇게 드러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알고 있다. 마음이 안정감을 잃으면 균형이 깨진다는 사실을. 때로는 깨진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서도 안정감을 찾아가는 자신만의 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큰 자산이다.  지금 사는 집을 처음 보았을 때 집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앞이 훤한 밝은 1층! 화단도 있고 햇빛도 좋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반가웠다. 무엇보다도 공기가 좋고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봄이 되자 그 화단 빈 곳에 어느 할머니가 상추를 심고, 쑥갓을 심고, 고추를 심었다. 잘 가꾼 텃밭에 할머니가 맨 줄을 따라 피어나는 호박꽃까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이었다. 창문을 열고 있는데 그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텃밭이 참 정갈하네요.” 나로서는 인사를 건넨 것이었는데 할머니 반응이 놀라웠다. “너, 누구니? 왜 거기에 있어. 그 집은 내가 아들 살라고 사준 건데. 빨리 나와.” 놀랐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되물었다. “아드님이 누군데요?” “우리 아들 OO이!”“OO 씨, 어디 계세요? OO 씨 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저기 와, OO이!”물론 아들은 거기 없었다. 두 번을 그렇게 당하고 나니 안 되겠다 싶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그 할머니를 알고 있었다. 4층에 사는 할머니인데 자기에게도 그랬다는 것이었다. 아들 내외가 3층에 살았는데 이사를 갔단다. 자신에게 그 아들 전화번호가 있으니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겠단다.그러고 나서는 정확하게 일주일, 할머니는 나와 마주쳐도 소란을 부리지 않았다. 아마 아들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 같고, 아들의 말에는 반응할 만큼 일상이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주일 뒤 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그냥 베란다 문을 닫아버렸다. 불쾌했다. 왜 저런 할머니를 혼자 두는가. 생각해보니 그 물음은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불쾌한 감정이 일으킨 것이다. 그 할머니의 망상의 원천 혹은 발작버튼은 아들이 살아야 할 집에 다른 사람이 산다는 것이었다. 아들, 기억이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꼭 붙들고 있는 그 이름 OO이….역지사지의 기본은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물음부터 바뀐다. 우리 부모님이 저랬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만일 내가 저렇게 된다면? 물음이 바뀌니 나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피해자 연대를 만들어 그 할머니의 삶을 통제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몰고 싶지 않았다. 새벽 5시부터 하루에도 대여섯 번은 나와 일군 그 할머니의 텃밭은 정갈하다. 상추도, 쑥갓도, 호박도, 토란도 잘 자라고 있다. 그렇게 생명들을 잘 돌볼 수 있다면 그 할머니는 나름 안정적인 것이다. 그래서 정리했다. 피해자로 살지 않기로. 마주치지 않으면 할머니의 발작버튼은 작동되지 않으니 할머니가 보이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기로 했다. 할머니가 몽학선생이 된 것이다. 안정감을 회복하는 일, 모든 일의 근본 같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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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①] ‘경계선지능’ 아이들 손 내밀 곳 없는 교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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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Jun 2026 14:23:1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고등학생 자녀를 둔 곽미라 씨(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서울 부대표)는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조금 늦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한글 쓰기를 어려워하고 또래보다 학습 속도가 느렸으며 심리·정서 검사에서 관심군 이상 판정을 받아 심리·언어 치료를 받았지만, 단순한 발달 지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와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정밀검사를 통해 IQ 73 수준의 경계선지능 진단을 받았다.곽 씨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학과를 나와 교사로 일했지만 내 아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어 자괴감이 들었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조기 개입과 치료를 놓쳐 내가 아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3521982010.jpg"/> 경계선지능인은 통상적으로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인은 일반적으로 평균보다 낮은 인지 기능 탓에 학업이나 직장 생활, 사회 적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정의는 없지만 통상 지적장애(IQ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복지 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024년 정부의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자료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정부는 지능지수 정규 분포를 적용할 경우 전체 인구의 13.59%, 약 69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 수 기준으로는 약 78만 명 규모다.경계선지능은 장애처럼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해 학령기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은 단순히 ‘조금 늦된 아이’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 정도로 여기고, 학교 역시 단순한 학습 부진이나 적응 문제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한 16년 차 초등교사는 ‘일요신문i’에 “한 반에서 1~2명은 경계선지능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판정 사실을 학부모가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체육 시간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수학이나 과학처럼 이해력과 처리 속도가 필요한 과목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며 “같은 계산 문제를 풀어도 빠른 학생은 4~5분이면 끝낼 양을 이런 학생은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경계선지능인 딸을 둔 홍세영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우리 딸의 수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며 “다른 아이들이 30분이면 끝낼 과제를 우리 아이는 2~3시간은 해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금 늦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부담이 커지면서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말했다.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5년 9월 발행한 ‘경계선지능 학생의 실태 분석을 통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는 “이들은 일반 학급에 배치돼 수업을 받지만 추상적 개념 이해, 문제해결력, 기억력, 주의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등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며 학업과 적응 모두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4606259695.jpg"/>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의 어려움은 학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 적응, 나아가 학교폭력 노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경계선지능인 아들이 있는 송연숙 씨(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는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이 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교우관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해주려고 동네 보육반장 역할을 자처해 반 애들을 불러 함께 놀게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세영 씨도 “학교에서 섬 같은 아이였다”며 “함께 밥을 먹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없었다”고 말했다.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늦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갈등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문제는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학업과 교우관계 등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경계선지능은 법적으로 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상당수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일반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곽미라 씨의 아들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두 차례 탈락을 경험했다. 곽 씨는 “우리 아이는 경계선지능 외에도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어 선정됐지만 경계선지능만 있는 아이들은 선정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담임교사가 추천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를 밟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어렵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서로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우리 아들은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초등학교 때 특수학급에 다녔는데 아이가 장애 정도가 더 심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더니 언젠가 ‘나는 바보인가 보다’라고 말하더라”며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실제로 현행 교육체계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현행 교육 정책은 이들을 명확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법, 특수교육법, 학습 부진 학생 대책 등이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경계선지능 학생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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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정점식 원내대표, ‘강성 보수’ 그늘 벗어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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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2 Jun 2026 13:59:45]]></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정점식 의원이 선출됐다. 정 의원은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정치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가 현재의 국민의힘을 상당 부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점식 의원을 지지한 다수 의원들이 친윤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만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처한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대목은 한동훈 의원, 오세훈 시장, 유의동 의원이 나란히 당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강성 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합리적 보수 내지 중도 보수로 평가받는 정치인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고려하면 강성 이미지가 짙은 현재의 지도부 아래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상승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6월 1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자신들의 언행이 비로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1/1781185208274741.jpg"/> 신율 명지대 교수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6월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ARS 방식의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1.6%, 민주당 지지율은 40.4%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매우 반길 만한 결과다.그런데 6월 1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해당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5%였다. 두 여론조사 사이의 차이는 조사 방식과 응답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가 자동으로 질문하는 ARS 조사에는 정치적 고관여층이 주로 응답하는 반면,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 면접 조사에는 중도층이나 무당층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물론 두 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점도 있다. 첫째, 대통령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급락하고 있다는 점. 둘째,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통점은 과거 지지 정당을 밝히기를 꺼렸던 보수 유권자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이러한 해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출구 조사가 다수 지역에서 빗나간 이유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만일 어떤 지역에서는 진보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렸다면, 이는 출구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그러나 출구 조사가 빗나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출구 조사 응답 과정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한 다수의 유권자가 자신의 선택을 숨기거나 다르게 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이렇듯 샤이보수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동훈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합리적 보수 후보가 당선되고, 이후 언론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한동훈 의원과 같은 합리적 보수에게 집중되자,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자신의 후보 선택과 이념 성향을 숨겨왔던 보수층이 이제는 ‘떳떳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장동혁 대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대신 한동훈 의원이나 오세훈 시장이 전면에 부각되자 자신들이 보수임을 보다 당당하게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는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그 방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보수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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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일요칼럼] 판사는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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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5 Jun 2026 14:02:36]]></pubDate>
            <category><![CDATA[일요칼럼]]></category>
            <author><![CDATA[hardout@ilyo.co.kr | 이동섭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어떻게 법원 청사에서 그럴 수가 있어?”모임에서 한 원로 법조인이 말했다. 지난 5월 김건희 사건을 맡아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장이 죽었다. 지인들에게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어떤 게 힘들었을까. 전두환을 재판했던 재판장의 말이 떠올랐다.“끊임없이 욕하는 전화가 걸려 오더라구. 내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야.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갔어. 그러다 어느 순간 공격이 딱 끊기더라구. 뭔가 집단적인 세력이 있어.”법무장교 동기생인 대법관이 있었다. 그가 대법관 시절 내게 이런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내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계속 협박을 하고 따라다녀. 집요해. 겁이 나는 거야.”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05/1780623111735206.jpg"/> 엄상익 변호사그가 소름이 끼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퇴근할 때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면 주위부터 살펴. 그 사람이 있나 해서 말이지. 그리고 차 문이 열리자마자 단거리선수처럼 냅다 집으로 도망가. 대법관 체면에 이래서 되겠어?”그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집 문 앞에서 화살을 맞은 판사도 있잖아? 나는 요새 양복 안에 짧은 몽둥이를 넣고 다녀. 위기가 닥치면 싸워야지 뭐.”고등법원장을 지냈던 분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했다. 실력도 인품도 모자람이 없는 분이었다. 그가 고소를 당했다. 형사 앞에서 상대방에게 물어뜯기는 대질조사를 앞두고 삶을 포기했다. 판사들에겐 목숨 같은 것이 자존심이다. 그게 상처가 날 때는 죽고 싶을 것이다. 법무장교 동기인 변호사와 저녁을 먹을 때였다. 그는 판사 시절 불같은 성격이었다. 거짓말을 참지 못했다.“내가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에 누가 와서 내 사무실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렀어. 소방차 여러 대가 출동하고 빌딩 전체로 불이 번질 뻔했어.”그의 표정이 어두웠고 음식 앞에서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범인은 10년 전 민사사건 의뢰인이야.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 불만을 말한 적도 없고. 계속 반성해 보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심사되던 날 법원 앞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군중들이 법원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박살나고 기물들이 부서졌다. 폭도가 판사실이 있는 복도를 다니면서 문을 발로 차며 판사 이름을 불렀다. 그 일을 당한 판사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집단적으로 자존심을 다친 내면에서 피가 흘렀을 것이다.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 왔다. 법정에서 수많은 판사의 모습을 지켜봤다. 대부분이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밤을 새워 판결문을 쓰면서 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들은 자존심 하나를 먹고 그 자리를 지킨다.밀밭에 가라지가 섞여 있었다. 법정에서 노인에게 무식하다며 눈알을 부라리는 판사를 봤다. 더 무서운 경우도 있었다. 억울한 당사자가 손가락을 잘라 판사에게 보낸 경우가 있었다. 그 판사는 “왜 이걸 내게 보냈죠?”라고 했다. 인간을 보지 않고 기록만 보는 미숙아도 많았다. 그들의 목표는 상급심에서 칭찬받을 판결문이 전부다. 가라지들이다. 소수지만 사법부 전체를 흙탕물로 만든다. 30년 동안 법관을 해 온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판사는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바로 앞에 살인범을 놓고 그 눈을 똑바로 보면서 사형선고를 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봐. 누가 그 일을 하고 싶겠어? 그렇지만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반면 이런 재판장도 봤다. 연쇄 살인범에 대해 형을 선고하는 법정이었다.“사형선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판사 생활 30년 동안 사형을 선고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기징역에 처하기로 했습니다.”나는 그를 보면서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법관이 됐다. 고요하던 법조계에 풍랑이 일고 있다. 분노가 판사석에 앉아 있다. 법의 실종이다. 판사들이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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