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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기획 시리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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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기획 시리즈</description>
        <language>ko-KR</language>
        <lastBuildDate>Wed, 09 Sep 2026 13:58:45</lastBuildDate>
        <pubDate>Wed, 09 Sep 2026</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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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기획 시리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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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62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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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9 Sep 2026 13:58:4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 러시아 마피아 유착 △ 총기 은닉 △ 범죄 피의자 밀항 △ 자금세탁 △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연재 순서][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마피아의 심부름꾼 ②] 2020년 고려인 난투극, 사라진 한 사람[일요신문] “안톤, 여기로 와!”경남 김해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일단락되고, 불과 몇 시간 지난 2020년 6월 21일 새벽. 박 안톤(가명)은 장 회장과 마주했다.“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장 회장이 욕설을 쏟아냈다. 그의 손엔 실탄이 든 권총이 들려 있었다.한국에서 권총이라니. 안톤의 고백은 이제 시작이다.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날 밤 김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한국에서 포커 치려면 세금 내라”시간을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으로 돌려보자.2020년 6월 13일 오후 6시 10분. 고려인의 수도권 폭력 조직인 이른바 ‘안산파’ 무리는 경남 김해의 한 당구장을 찾아갔다. 당구장 안쪽에는 사설 포커 도박장이 운영되고 있었다.“팔다리 잘리고 싶지 않으면 돈 내놔!”안산파는 당구장 주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매달 세금 명목의 상납금을 내라고, 따르지 않으면 ‘팔과 다리를 자르겠다’는 협박도 뒤따랐다.다음날 새벽, 안산파 조직원들은 차량 4대를 몰고 경남 창녕으로 향했다. 이들이 노린 건 또 다른 사설 도박장. 방 안에 있던 피해자는 급습한 조직원 5명에게 끌려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조직원 20여 명이 서 있었다.“뻔뻔한 XX. 한국에서 포커 치려면 우리한테 세금을 내야지. 매달 수익금 30%야.”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안산파 간부의 섬뜩한 경고가 이어졌다.“너…잘 생각해라.”곧장 사장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안산파 조직원들이 남자를 에워싸고 머리와 몸통을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조직원은 도박장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뒤졌다.피해자는 두들겨 맞다 앞니 3개가 빠졌다. 그래도 돈은 건네지 않았다. 돈을 내는 순간, 끊을 수 없는 상납 관계가 시작될 수 있었다.일주일 뒤인 6월 20일, 안산파는 조직원들을 끌어 모았다. 안산은 물론 인천, 충남 아산, 경북 경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인원을 결집했다.안산파의 결집 소식은 부산·경남의 지역 세력에도 들어갔다. 고려인 ‘김해 동상동파’(이후 ‘남부파’)가 ‘안산파와의 전쟁’ 채비에 돌입했다. 안산파가 손댄 도박장들이 실은 남부파에 매달 상납금을 내던 곳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2836988671.jpg"/> 2020년 6월 20일 경남 김해에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100명 규모 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 1명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2020년 6월 20일 오후 10시 15분. 장소는 김해 부원동의 한 야외주차장.어두운 밤, 주차장으로 차량 9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먼저 자리를 잡은 쪽은 남부파. 차 문이 열리자 야구방망이와 철근, 각목, 회칼을 든 조직원들이 잇달아 내렸다. 남부파 조직원들은 모두 같은 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싸우는 도중에도 '한 식구'임을 구분하기 위한 표시였다.얼마 뒤 안산파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이들 손에도 야구방망이와 칼 등이 들려 있었다.안산파 37명과 남부파 27명, 총 64명. 남부파가 먼저 움직였다. 차량으로 주차장 입구를 막은 뒤 철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안산파 쪽으로 달려들었다.안산파는 물러서지 않았다.“싸워!”안산파 한 간부가 남부파 조직원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외쳤다.“제대로 싸우란 말이야!”각목과 야구방망이를 든 양측 조직원들이 주차장 곳곳으로 흩어지며 눈 깜짝할 사이 뒤엉켰다. 마구 휘둘러진 흉기에 승용차 보닛과 문짝들이 잇달아 내리찍혔다. 공사장 주변에 산재해 있던 벽돌과 화분도 무기가 됐다.누군가는 달아났고, 누군가는 쫓았다. 차들이 뒤엉킨 주차장 곳곳에서 쇳소리와 고성이 터졌다. 현장을 빠져나가려던 승용차 조수석 쪽으로도 온갖 흉기가 날아들었다.60여 명이 뒤엉킨 난투극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경찰이 발견하면서 일단락됐다.사흘 뒤, 김해 도심 한복판에서 고려인 수십 명이 난투극을 벌였다는 사실이 전국에 보도됐다. 경남경찰청과 김해중부경찰서는 100명 규모의 합동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해 양측 조직원 총 64명 가운데 63명을 붙잡았다.검거된 조직원들은 우발적 싸움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순 시비로 인한 충돌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안산파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 ‘R파’의 하위조직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간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연락망을 갖추고 있었다. 간부가 지시를 내리면 조직원들이 주변 조직원들에 다시 연락해 모이는 식이다. 난투극 당일 안산과 인천, 충남 아산, 경북 경주 등에 흩어져 있던 조직원들을 김해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됐다.2020년 11월 26일 창원지법 형사7단독 박규도 판사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파 핵심 간부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 다른 조직원들에게는 징역 8개월에서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3642288722.png"/> 현장 CCTV에는 조직원들이 흉기를 들고 범행을 모의하는 모습도 찍혔다. 영상=경남경찰청 제공그런데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남부파의 진짜 배후다.난투극 당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망친 단 한 사람, 즉 경찰이 유일하게 검거에 실패한 인물 ‘밀레닌 알렉산드르’. 별칭은 ‘사샤’. 남부파의 우두머리다. 김해 난투극 사건으로 열린 9건의 재판에서 사샤는 김해 지역 세력의 간부급으로 지목됐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난투극 전 조직원을 모은 것도, 같은 색 장갑을 준비한 것도 모두 그였다. 하지만 사샤는 이 사건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정확히는, 처벌할 수 없었다.안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위스키 상자 속 권총과 고무보트2020년 6월 20일 사건 발생 4시간쯤 뒤인 다음날 새벽 2시 김해. 안톤은 장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회사로 와!”당장 오라는 말에 급히 회사로 간 안톤은 그곳에서 사샤를 봤다고 했다. 장 회장도 있었다. 안톤은 무슨 상황인지 영문도 모른 채 장 회장이 내놓은 음식을 먹었다. 그러자 장 회장은 또 다른 심부름을 시켰다.“부산 텍사스에 가서 사람 2명을 데려와.”심부름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을 땐 새벽 5시쯤이었다. 장 회장은 여전히 회사에 있었다. 그런데 장 회장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사샤를 겨냥하는 듯한 말을 하던 장 회장 손엔 러시아제 마카로프 권총이 있었다. “안톤, 네가 갖고 있어.”장 회장은 “실탄이 들었다”며 권총을 검은 비닐로 쌌다. 이윽고 프랑스산 ‘루이스’ 양주 상자를 가져와 권총을 비닐째 넣은 뒤 안톤에게 건넸다.“숨겨둬.”안톤은 그 상자를 자신의 차량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숨겼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4444454111.jpg"/> 박 안톤은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있던 이튿날 새벽, 장 회장으로부터 권총이 든 위스키 상자를 받았다고 했다.  사진=박 안톤 제공러시아 사할린 출신의 장 회장은 한국으로 귀화한 뒤 국내 고려인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중앙아시아 식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장 회장이 한국에 갖고 있는 공장만 4곳. 2024년에는 국회에서 열린 유라시아 관련 정책 포럼에 유라시아 출신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톤이 일요신문에 제보한 장 회장 모습은 번듯한 사업가와 사뭇 달랐다.안톤은 난투극 직후뿐 아니라, 이틀 지난 6월 23일에도 총기 한 자루를 더 챙겼다. 사샤의 집 부엌 싱크대 아래 검은 비닐과 테이프로 싸인 권총이었다. 이 총도 첫 번째 총 옆, 차량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넣어 보관했다. 역시 장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그로부터 이틀쯤 뒤에는 사샤의 동거인으로부터 탄약을 더 받았다. 그리고 다시 이틀쯤 뒤 장 회장 지시로 총기와 탄약을 박○○(장 회장 회사 직원)에게 넘겼다. 안톤의 김해 집 주차장 인근에서, 갈색 종이 쇼핑백에 권총 2자루와 탄약을 담은 상태로.  이는 안톤이 지난 4월 경찰에 제출한 러시아어 자필 진술서에도 담긴 내용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4266206594.jpg"/> 박 안톤이 경찰에 제출한 총기 관련 자필 진술서. 사진=박 안톤 제공“장 회장은 내게 모든 것을 박○○(장 회장 회사 직원)에게 넘기라고 말했습니다. 박○○이 우리 집 주차장으로 찾아왔고, 나는 그에게 실탄용 권총 두 자루와 탄약이 들어 있는 꾸러미를 건넸습니다. 그 뒤 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내가 박○○에게 권총을 어디에 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내의 여자형제 집에 숨겼다고 말했습니다.본 진술서는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함.박 안톤(가명)서명2026.04.02안톤은 장 회장이 경남 거제에 사샤의 은신처를 마련해줬다고도 증언한다.“그날(2020년 6월 20일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다음 날) 사샤에게 제 차와 휴대전화 유심을 줬습니다. 사샤는 거제에 있다가 밀항해 한국을 떠났어요.”밀항에는 배가 필수다. 안톤은 직접 부산에서 고무보트를 구입해 수영만 요트장에 가져다놨다. 사샤가 몰래 한국을 뜰 수 있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안톤을 불렀다. 사샤의 행방과 그가 안톤 명의의 차량과 휴대전화 유심을 쓰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안톤은 아무 진술도 하지 않았다.그 무렵 경찰은 집단 난투극에 가담한 이들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돼 있다는 첩보를 확보해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다.“조직원들은 대부분 (러시아)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서 입을 꾹 다물고 얘길 하지 않는다. 우두머리가 국내에 있는지 본국에서 지시를 하는 건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된다.”#안톤 vs 장 회장 식품회사 놓고 소송전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8/1788876176923079.jpg"/> 박 안톤이 장 회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경남 김해에 있는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 전경. 사진=남경식 기자안톤과 장 회장은 현재 식품회사 소유권과 운영권 등을 놓고 민형사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안톤이 장 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일요신문에 각종 의혹을 증언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그의 고백만으로 장 회장의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일요신문은 장 회장 본인과 핵심 측근들에게 지난 7월부터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장 회장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는데도 어째서인지 한국어가 서툴다. 안톤과는 늘 러시아어로 대화했고, 재판 등 필요한 자리엔 통역사를 대동했다.지난 7월 말 일요신문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도 장 회장은 러시아어로 몇 마디를 한 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넘겼다. 해당 직원은 “김 아무개 본부장에게 (전화를 건 일요신문 기자에게) 연락하라고 하겠다”고만 했다.연락이 닿은 김 본부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밀항, 자금세탁, 경찰관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며 “우리는 그 사람(안톤)과 어떤 방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이후 장 회장과 김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일요신문은 보름쯤 뒤 장 회장이 있는 김해 식품회사로도 직접 찾아갔지만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이 “(장 회장과는) 사전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다”고만 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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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마피아의 심부름꾼 ①] 총기와 밀항, 그리고 돈세탁]]></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548</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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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2 Sep 2026 15:27:1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 '장 회장'과 수감 중인 옛 동업자 '박 안톤'(가명). 이들은 한때 식품사업을 함께한 평범한 동업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 관계는 틀어져 법적 소송전을 벌였다. 그런데 두 사람 관계를 되짚어가면 △러시아 마피아 유착 △총기 은닉 △범죄 피의자 밀항 △자금세탁 △현직 경찰관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의혹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통화 녹취 및 휴대전화 메시지, 금융 관련 자료, 사정당국 작성 문건 등을 토대로 ‘장 회장-박 안톤’ 두 사람 주변에서 2020년부터 벌어진 사건과 의혹 전말을 서울과 부산, 김해 등지에서 9개월 동안 추적했다.[일요신문] "반성합니다. 더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경남 창원교도소. 한 남성이 수감돼 있다. 이름은 박 안톤(가명). 198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2014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경남 김해에서 모 식품회사를 운영하다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안톤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지 않는다. 처벌도 각오했다. 하지만 밝히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마피아, 밀항, 총기, 경찰과 뇌물…."영화나 외국 이야기가 아니다. 안톤 자신이 김해와 부산 등지에서 실제 겪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단순 목격자도 아니었다. 직접 권총을 숨겼고, 마피아의 밀항을 도왔으며, 현직 경찰관에게 수차례 금품까지 전달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는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그 모든 일을 지시한 인물. 이른바 '장 회장'(58)이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얻고 국내에서 식품사업 등을 하는 남성이다. 그러면 도대체 두 사람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488298067.jpg"/> 2020년 6월 20일 경남 김해에서 고려인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100명 규모 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 1명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장전된 권총둘의 인연은 2018년 시작됐다. 안톤이 김해에서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를 차리고, 장 회장이 자금 일부를 투자하며 동업자 관계가 됐다.그러던 중 2020년 6월 20일 오후 10시경 발생한 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김해 도심 한복판에서 고려인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경기 안산 기반 '안산파'와 영·호남 기반 '남부파'의 전쟁, 경찰은 100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려 가담자 64명 가운데 63명을 검거했다.이날 유일하게 도피에 성공한 인물은 '밀레닌 알렉산드르', 별칭은 '사샤'였다. ‘마피아의 심부름꾼’이던 안톤의 고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난투극 직후인 2020년 6월 21일 새벽 2시쯤,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장 회장의 호출이었다. 안톤은 곧장 장 회장이 있는 식품회사로 갔다. 사샤가 그곳에 있었다."이 XX 같은 X이 쏘라니까 쏘지도 못하고 말이야."장 회장은 실탄이 장착된 총기를 들고는 사샤를 비난했다. 남부파의 우두머리가 바로 장 회장이었다.총기는 곧 안톤 손에 쥐어졌다. 이어 사흘쯤 뒤, 장 회장 지시를 받은 안톤은 사샤 거처에서 또 다른 총기를 챙기며, 한동안 두 자루의 권총을 보관해야 했다. 안톤의 차량과 휴대전화 유심은 사샤 일행에게 넘어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06104302.jpg"/> 안톤은 김해 고려인 집단 난투극 당시 유일하게 도주에 성공한 인물이 밀항하는 데에 관여했다고 고백한다. 그에 따르면 도주한 핵심 피의자는 요트를 타고 한국을 빠져 나갔다. 핵심 피의자의 밀항 출발지였던 부산 수영만 요트장. 사진=김지영 기자 ■ 밀항과 위스키그 무렵 경찰도 분주히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안톤을 불러 사샤의 행방을 캐물었다. 안톤 명의의 차량과 휴대전화 번호가 도주자들에게 사용된 경위도 추궁했다.안톤은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의문투성이였다. 경찰은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파악하고도, 왜 그 번호를 쓴 사샤를 추적하지 못했을까.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 안톤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산경찰청 소속 A 경감이었다. 그가 안톤을 안심시켰다."걱정 마. 아무 일 없을 거야."그로부터 이틀쯤 뒤, 안톤은 장 회장의 또 다른 심부름을 맡았다. 회사 회계 담당자에게서 현금 500만 원을 받아 A 경감에게 전달하라는 지시였다.이에 안톤은 부산에서 A 경감을 만나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후에도 장 회장 지시로 두 차례에 걸쳐 A 경감에게 위스키 등 금품을 줬다고 주장한다.A 경감은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다. 그러나 안톤과 A 경감의 사적인 관계는 두 사람의 통화 녹취에서 분명히 확인된다.안톤 : (사샤는 밀항하려고) 요트 타고 갔지. 내가 그 요트에 보트를 실어줬어.A 경감 : 근데 그 요트는 사샤가 가지고 있는 거야?안톤 :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김해 집단 난투극 사건에서 유일하게 도주에 성공한 사샤를 밀항시킨 인물이 다름 아닌 안톤이었다. A 경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36167526.jpg"/> 안톤은 장 회장과 해외송금 관련 업무를 자주 진행했다. 안톤은 이를 '자금세탁'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실제 이들 메시지에서 수취인 또는 송금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회사는 'JANSAN LOGISTICS S.A'. 대표적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를 주소로 둔 곳이다. 사진=독자 제공 ■ 조세회피처와 뉴욕"또 터키(튀르키예)야?""파나마.""(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적혀있는 것 같은데…."장 회장과 안톤은 늘 바빴다. 두 사람은 해외송금과 인보이스를 놓고 이런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50만 달러(약 7억 원)가 한 번에 오가기도 했다."오늘 보내.""그래."장 회장이 송금 여부를 결정하면 안톤이 움직였다. 송금이 막혀 장 회장이 다시 처리하라 지시하면, 안톤은 일단 따랐다.안톤은 이 일의 실체가 '자금세탁'이었다고 말한다. 정상 무역거래처럼 서류를 꾸며내 해외로 돈을 옮겼다는 것이다.실제 안톤이 장 회장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여럿이다. 수취인 또는 송금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회사는 'JANSAN LOGISTICS S.A'. 대표적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를 주소로 둔 곳이다.일부 송금은 아예 가로막히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AML) 등 미국 금융 규정에 따른 고위험 거래 심사를 거쳐 해당 송금의 처리를 중단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68438793.jpg"/> 안톤이 장 회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경남 김해에 있는 중앙아시아식 식품회사 전경. 사진=남경식 기자■ 토사구팽과 내부고발"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고생했으니 휴가 좀 다녀와."2022년 초, 장 회장이 안톤을 격려했다. 안톤은 모처럼 한 달의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휴가를 마치고 돌아 와보니 자신의 회사 자리가 사라져 있었다. 휴가 직전 지인에게 회사 돈 4000만 원을 빌려준 게 발단이었다. 이 횡령 사건이 그가 지금 창원교도소 수의를 입고 있는 사유다.안톤도 반격에 나섰다. 2024년 10월, 경남경찰청에 장 회장의 자금세탁과 허위 문서 작성 의혹을 제보했다. 그간 장 회장과 주고받아온 메시지와 송장 등 여러 증거를 통째로 넘겼다.하지만 수사는 기이하게 흘러갔다. 13개월 남짓 지났을 무렵, 새로 바뀐 수사관으로부터 당혹스러운 연락이 왔다."앞서 제출한 증거 자료가 확인되지 않으니 다시 보내 달라."경찰에 낸 물증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안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같은 자료를 다시 제출한 상태다.'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A 경감 건도 마찬가지였다. 안톤은 장 회장 지시로 그에게 현금과 위스키 등을 건넸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 측은 한국어를 못하는 안톤에 대한 조사를 위해 통역관을 배치했다.그런데 경찰 측이 배치한 통역관은 다름 아닌 장 회장의 다른 사건 통역인이었다. 안톤은 통역관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차례 이상 조사를 받은 뒤에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부산경찰청은 이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입건하지 않고 종결했다.안톤이 이처럼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태도와 싸우고 있던 2024년 12월. 장 회장은 대외적으로 번듯한 사업가 모습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열린 '국제질서의 재편과 유라시아를 향한 새로운 도전' 정책포럼 발제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593759145.jpg"/> 러시아 국영방송의 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프'는 2024년 2월 13일 극동 지역 어획권을 둘러싼 마피아 조직 실태를 보도했다. 여기서도 '장 회장'은 현지 마피아 조직 최상위급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체스니 데텍티프 갈무리 ■ '장 회장' 위의 남자2024년 2월 13일 러시아 국영방송 범죄·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프'는 극동 지역 어획권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해외 자금 은닉 실태를 다뤘다.방송은 관련 범죄조직의 구성원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여기서 '최상위급' 핵심 인사로 익숙한 남성이 나온다.   장 회장이다. 현재 그는 왜 러시아가 아닌 한국에 있을까.  국내 수사기관도 관련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사정당국의 '국내 러시아 마피아 활동 사항' 문건은 한 예다.문건에 따르면 2020년 김해 집단 난투극 이후 안산파와 남부파는 오히려 한 팀이 됐다. 그 통합 세력의 '수괴'가 '장 회장'이다.특히 장 회장은 불법 도박과 고리 사채업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샤 역시 장 회장 세력의 주요 인물로 적시됐다. 문건에는 그 외 "러시아 현지 마피아가 한국 진출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등도 보고돼 있다.그런데 장 회장이 정점이 아니었다. 러시아 방송과 국내 사정당국은 이들 조직의 전체 우두머리로 동일한 한 남성을 가리킨다.'올레크 칸'. 러시아 마피아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올레크 칸을 살인교사와 밀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그가 해외로 도피하자 국제수배 대상에 올렸다. 국내 사정당국은 그가 해외 자산을 한국으로 옮기고자 장 회장을 한국 조직의 수괴로 지명했다고 보고 있다.안톤의 고백이 국내 사정당국 문건, 러시아 현지 탐사보도와 여러 지점에서 겹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902/1788315611262137.jpg"/> 국내 사정당국은 물론 러시아 국영방송 탐사 전문 프로그램 '체스니 데텍티브'는 일제히 러시아 마피아 조직 우두머리로 '올레크 칸'을 꼽는다. 장 회장은 그의 오른팔 역할이자 조직의 핵심 인사다. 사진=독자 제공  일요신문은 일련의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당사자인 장 회장으로부터 직접 듣고자 시도했다. 그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사무실까지 찾아 갔다. 하지만 장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일요신문은 안톤의 진술과 사정당국 작성 문건, 통화 녹취와 메시지, 금융자료 등을 하나씩 대조하며 이들의 행적을 연속 보도한다.총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있는지, 사샤는 어떻게 한국을 밀항으로 빠져나갔는지, 현직 경찰관에게 건너간 수상한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파나마 등지를 오간 수십만 달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두목' 올레크 칸과 '한국 수괴' 장 회장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등을 경남 김해와 부산 현지에서 추적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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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⑤] ‘체육복’부터 ‘귀공자’까지…세 간접목격자의 엇갈린 진술]]></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17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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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7 Aug 2026 11:20:3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장미비디오 밖에도 목격자 3명이 있었다. 범행의 직접 목격자는 아니지만 가게 인근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성을 봤다고 진술한 인물들이다. 지문이나 범행 도구 등 객관적 물증이 없었던 이 사건에서 목격자들의 진술은 당시 수사기관이 범인의 동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간접 목격자 세 명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렸다는 점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7140146473.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취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기록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무기수 이민형 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형성된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사람이 목격한 남성이 과연 ‘동일인’이 맞느냐는 것이다.#짙은 남색 체육복을 입은 20대 중반의 남자목격자들은 각각 다른 곳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를 목격했다고 했다. 먼저 A 씨는 사건 발생 당일인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쯤, 창문 너머로 장미비디오 가게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남성을 본 목격자다.A 씨 진술조서(1998. 1. 4.자)문: 장미비디오에서 어떤 남자가 나오던가요.답: 키가 약 170cm 정도이고 머리형은 스포츠보다 약간 긴 편이고 짙은 남색 종류의 추리닝을 입었으며 나이는 약 20대 중반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문: 그때가 몇 시쯤 되었는가요.답: 15:00가 조금 넘었는 것 같습니다. (수사기록 85쪽)경찰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 차림새를 ‘짙은 남색 체육복’으로 특정했다. A 씨는 남자가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 오는 것처럼 매우 태연해 보였다고 했다. 주머니에 손까지 넣은 채 말이다. 이는 혼비백산 상태였기에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이 씨의 자백과는 사뭇 다르다.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A 씨는 남성에게서 특이점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A 씨의 진술엔 용의자의 생김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담기지 않았다.문: 그 남자가 손에 무엇을 들고 있지 않았는가.답: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것을 알고 있는가 하면 그때 그 남자가 비디오 가게 문을 닫고 나서 약국 쪽으로 내려갈 때 두 손을 추리닝 주머니에 넣고서 내려갔습니다.문: 남자가 나올 때 어떠한 행동을 하면서 나오던가요. 답: 제가 보았을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갖다주고 나오는 사람처럼 가게 문을 열고 나와서 닫고 난 후 약국 쪽으로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갔다면은 제가 더 유심히 보았을 것입니다. 아주 태연하였습니다.(수사기록 85~86쪽)문제는 사건의 직접 목격자인 피해자 아들이 증언한 범인의 모습과 A 씨가 본 남자의 외양이 다소 달랐다는 점이다. A 씨의 진술을 정리하면 용의자는 ‘스포츠머리보다 약간 긴 머리’에 ‘짙은 남색 종류의 추리닝’을 입었으며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키 170cm의 20대 중반 남성’이었다.반면, 피해자의 아들은 범인에 대해 ‘짧은 스포츠머리’에 ‘검정색 옷을 입고 검정색 구두를 신은 아저씨’로 ‘가방을 들고 와 돈을 챙겨 도망쳤다’고 진술한 바 있다. A 씨가 본 남성이 범인이라면 피해자 아들이 본 가방은 가게 문을 연 순간 사라진 셈이 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6624366914.png"/> A 씨가 목격했다는 짙은 남색 체육복에 피해자 아들이 진술한 검정색 구두를 신으면 다음과 같은 차림새가 된다. 박준영 변호사는 “부자연스러운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재심청구서목격 시간도 모호하다. A 씨는 남성을 본 시각에 대해 “15시가 넘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문답에선 “15시경 장미비디오 앞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피해자가 순찰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신고가 접수되고 순찰차가 출동해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오후 3시경’ 순찰차 목격과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남성 목격 사이의 선후관계는 이 진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A 씨가 본 시각이 실제로는 신고·출동보다 앞섰다면, 그가 본 남성은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나는 범인이 아니라 범행 이전에 가게를 찾은 일반 손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태연히 걸어 나왔다는 진술에 비춰보면 A 씨가 본 남자는 범행 전 가게를 찾은 일반 손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A 씨는 자신이 본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하거나 의심된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고, 남성을 본 시간도 얼굴의 특징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했다. 결국 ‘체육복을 입은 남성이 범인’이라는 초동 추정은 그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A 씨의 진술은 당시 수사기관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특정하는 최초 단서로 채택돼 이후 수사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해당 진술이 어떤 논리로 신빙성을 인정받았는지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카센터 앞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두 번째 목격자는 B 씨다. 학원을 가던 B 씨는 사건 발생 약 1시간 20분 뒤인 오후 4시 30분쯤 카센터 모퉁이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한 남성을 봤다고 했다.B 씨 진술조서(1998. 1. 8.자)문: 그 일시 및 장소를 말하시오.답: 1998. 1. 3. 16:30경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소재 ㅇ카센터의 모퉁이입니다.문: 어떤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던가요.답: 곤색 체육복에 상의는 가죽잠바 같은 것을 입고 있고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B 씨는 자신이 본 남성에 대해 “남들보다 인상이 너무 강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남성의 외양에서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해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는 A 씨와는 대조적이다.문: 어떻게 하여 그 사람을 보게 되었는가요.답: 제가 학원을 가면서 보니까 인상이 너무 남들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제가 똑똑히 보아 두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B 씨의 진술이 작성된 것은 이 씨가 체포된 지 사흘 뒤인 1월 8일이다. 용의자가 곤색 체육복을 입었다는 전단지 내용을 본 뒤 카센터 앞에서 본 남자를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사건 이후 노출된 정보가 목격자의 기억에 끼어들어 원래 기억과 뒤섞이는 현상을 ‘사후정보효과’라고 한다.문: 진술인이 제보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답: 저녁에 학원에 갔다가 온 후 전단지가 집에 있는 것을 보니까 곤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보고 혹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제보를 하게 되었습니다.(수사기록 201쪽)어쩌면 A 씨와 B 씨가 같은 사람을 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곤색 체육복은 당시 학교에서 흔히 맞춰 입던 색상으로, 주거지 인근에서 일상복처럼 착용하던 통상적 차림이기도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7681382539.png"/> 당시 현장 내부 구조도. 피해자의 혈흔과 범인의 족적흔이 남아있다. 자료=수사기록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가죽점퍼다. B 씨가 본 남성은 “체육복 위에 가죽잠바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씨의 압수물 목록에는 가죽점퍼 같은 것이 전혀 없었고, 수사기록 어디에도 이 씨가 가죽점퍼를 구매했다거나 착용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또 하나 의문은 B 씨가 본 남성의 행동이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범인은 피해자를 흉기로 13회나 찔러 살해했다. 몸이나 옷에 피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범행 직후 서둘러 현장을 벗어나려 했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B 씨의 진술대로라면 범인은 범행 1시간 20분이 지난 후에도 현장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대낮에 발생한 강력범죄로, B 씨가 남성을 목격한 장소 역시 사람들 왕래가 예상되는 지점으로 보인다”며 “범행으로부터 1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범인이 현장 인근에 머물렀다는 설명이 자연스러운지 의문이 남는다”고 반문했다.#‘귀공자 타입’의 호리호리한 남자세 번째 목격자는 C 씨다. 인근 다방에서 일하던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오후 2시쯤 오토바이를 타고 관문시장 골목을 지나던 중 한 젊은 남성을 목격했다. C 씨가 본 20대 초반의 남자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귀걸이를 한, 소위 말하는 ‘귀공자 타입’이었다.C 씨의 진술조서(1998. 1. 6.자)문: 진술인이 배달을 하면서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은 20대 초반의 남자 1명을 보았다는데 사실인가요. 답: 예, 사실입니다.문: 그 일시와 장소를 말하시오.답: 1998. 1. 3. 14:00경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소재 새마을금고 못 미쳐 시장골목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으며, 재차 가게 내에서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조금 전에 본 그 남자가 커피를 마시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문: 그때 당시 그 남자를 본 기억을 말하시오. 답: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 귀공자 타입으로 잘 생겼으며 몸이 호리호리하고 귀걸이를 왼쪽에 하고 있어…(수사기록 144~146쪽)“며칠 뒤 경찰에서 강도살인 용의자를 잡았다고 하며 와 보라고 해 경찰서에 가보니 그때 보았던 남자였다.”(수사기록 242쪽)초기 진술 당시 C 씨는 자신의 기억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그는 ‘귀공자 타입’ ‘호리호리한 체격’ ‘귀걸이 착용’ 등 남성 외모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남자를) 오늘 다시 봐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옷차림에 대해서도 “검정색 계통의 캐주얼 외투와 검정색 일자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C 씨 진술에는 앞서 A 씨와 B 씨가 말한 곤색 체육복이나 가죽점퍼가 등장하지 않았다.그런데 C 씨의 기억은 법정에 와서 다소 흐려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찰서에서 본 이 씨가 목격 당시와 같은 겉옷을 입고 있었느냐”는 검찰관의 질문에 “얼굴은 확실한데 옷은 기억에 없다. 잘 모르겠다”고 번복했다. 이어 “시장과 다방에서 남성을 제대로 봤느냐”는 군판사의 질문엔 “스쳐봤지만 시장에서 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C 씨 증인신문조서(1998. 8. 11.자)군판사 배순도재판장에게 고하고 증인에게문: 비번이라는 경찰관이 와서 20대 초반의 츄리닝(곤색)을 입은 사람을 봤냐고 물어왔는가요. 답: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낯선 사람, 수상한 사람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제가 20대 초반의 사람이 귀걸이 하고 인상이 굉장히 찬 사람을 보았다고 얘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문: 다방에서 확실히 보았나요. 답: 스쳐봤지만 시장에서 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경찰에서 대질 시 시장에서 본 옷과 경찰서에서 본 옷이 맞던가요. 답: 옷은 잘 기억이 없습니다.(공판기록 154, 155쪽)C 씨가 목격 사실을 경찰에 처음 알린 경위도 분명하지 않다. C 씨는 목격자 제보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동네에 수사본부가 차려져 파출소 경찰관과 대화를 하다가 목격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가 법정에 와서는 “당일 ‘비번’인 경찰관이 다방에 찾아와 수상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서 답했다”고 말을 바꿨다. 주목할 점은 이 씨가 체포되기 전 수사기록엔 C 씨의 진술이 없다. C 씨의 말을 들었다는 경찰관의 진술이나 비번 경찰의 다방 탐문에 관한 수사보고 등 그 어떠한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사 자료에 따르면 C 씨는 이 씨가 붙잡힌 뒤 등장한 목격자였고, 경찰서 안에서 수갑을 찬 이 씨와 일대일로 대면했다. 목격 당시의 독립적인 기억과 대조할 만한 사전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을 마주하고 동일인 여부를 판단한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806/1785996941451020.png"/> 이민형 씨가 수갑을 찬 채 C 씨와 대면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 씨는 C 씨와 피해자의 아들을 대면했다. 그림=이민형 박 변호사는 “C 씨의 진술이 실제 현장 관찰에 기초한 목격이라기보다  범인이 이 씨로 특정된 이후 형성된 인상에 집중해 구성된 진술일 수 있다”며 “앞서 피해자의 아들 사례와 마찬가지로 ‘암시에 의한 동의’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 씨는 강도살인 용의자를 잡았다는 말을 듣고 경찰서로 가 이 씨를 만났다. 반면 당시 군사법원은 C 씨 진술을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인정했다. C 씨가 범행 약 1시간 전 현장 인근에서 이 씨를 두 차례 봤고, 그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시 여인숙에 있었다는 이 씨의 알리바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재판부는 C 씨가 좁은 시장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서행하며 이 씨를 가까이서 본 데다, 약 20분 뒤 다방에서 다시 마주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씨가 희고 갸름한 얼굴에 왼쪽 귀걸이를 한 눈에 띄는 외모였다는 점도 들었다.재판부는 그러면서 “아직 미혼의 젊은 여자인 C 씨가 이러한 점 때문에 피고인을 눈여겨보았고 그 인상착의를 분명히 기억하게 됐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 직후부터 법정까지 같은 취지의 진술을 이어온 점까지 종합해, C 씨의 진술은 일반적인 목격 진술보다 “훨씬 더 강한 신빙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네 사람이 본 남자는 같은 사람이었을까세 사람과 범행을 직접 목격한 피해자의 아들까지 네 사람의 진술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1998년 1월 3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11동 관문시장 골목에 검은색 외투와 일자바지를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 나타났다. ‘귀공자’같이 생긴 남자는 시장 골목을 지나 인근 다방에 들어가 차도 한 잔 마셨다. (C 씨의 진술)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곤색 체육복을 입은 남자가 장미비디오 문을 열고 나왔다.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 나오는 사람처럼 태연했던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인근 약국 쪽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A 씨의 진술)비슷한 시각 장미비디오 안으로 짧은 스포츠머리의 흉측한 얼굴을 한 20대 남성이 들어왔다. 검은색 구두를 신고 한 손에 가방은 든 남자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돈통에서 돈을 꺼내 가방에 넣어 달아났다. (피해자 아들의 진술)범행 약 1시간 20분 뒤인 오후 4시 30분, 장미비디오에서 멀지 않은 카센터 모퉁이에서 곤색 체육복 위에 가죽점퍼를 걸친 남성이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B 씨의 진술)피해자 아들을 제외한 세 사람은 범행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낯선 남성을 봤을 뿐이다.그렇다면 네 사람이 본 남자는 정말 한 사람이었을까. 서로 다른 남성에 대한 목격담이 수사 과정에서 하나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그 남자가 이민형 씨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했을까. 사건 발생 28년 만에 재심에 나선 이 씨는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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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공적입양체계 1년②] 입양 신청 784건 중 완료 3건…‘병목’ 키운 겹겹의 행정 문턱]]></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208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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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29 Jul 2026 16:52:3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현장에서는 단순한 절차 지연을 넘어 제도 운영 방식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입양 절차를 직접 맡으면서 기존에는 없던 행정 절차가 추가되고 업무가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다. 여기에 반복되는 조사와 예측하기 어려운 심사 과정까지 겹치면서 입양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5720409145.jpg"/> 공적입양체계 도입 후 행정 절차 지연 및 절차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두 자녀를 각각 민간입양체계와 공적입양체계에서 입양한 A 씨는 두 체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늘어난 행정 절차를 꼽았다. A 씨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 사회복지사가 위임을 받아 법원에 입양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금은 부모가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며 “입양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예비입양부모에게 아동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제공되지 않아 해당 항목을 공란으로 제출하게 된다. 그러면 법원이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에 보정명령을 내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A 씨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이런 절차까지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없던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3~4주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늘어난 행정 절차뿐 아니라 업무 처리 방식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연이 확정된 뒤에도 결과가 우편으로 통보되는가 하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절차까지 순차적으로 처리되면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반복되는 가정환경 조사도 절차를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예비입양가정은 국내입양분과위원회의 입양 적격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최소 2회 이상의 가정환경 방문 조사를 거친다. 이후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와 임시양육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입양 동기와 양육 능력, 양육 환경 등에 관한 조사를 다시 받는다. 예비양부모는 입양 절차를 밟는 동안 최소 세 차례의 가정환경 조사를 받게 된다. 각 단계에서 이뤄지는 조사가 내용상 상당 부분 중복돼 행정 부담만 늘리고 절차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절차가 길어지는 것 못지않게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비입양부모들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고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더 걸릴지 알기 어려워 긴 시간을 불안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6329557861.jpg"/>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동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절차를 시작한 김지원 씨는 입양 신청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격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적입양체계가) 너무 준비 없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이러한 사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보건복지부가 일요신문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적입양체계가 도입된 2025년 7월부터 올해 7월 24일까지 입양 신청은 784건이었지만 자격 심의를 마친 경우는 119건, 결연 완료는 98건, 법원 입양허가 신청은 64건이었다. 최종 입양이 완료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보건복지부는 “공적입양체계는 아동 최선의 이익 관점에서 단계별로 순차적 절차를 거쳐 아동 특성에 맞는 가정을 신중하게 찾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연 심의와 자격 심의 결과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연이 성사되지 않거나 부결되더라도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받기 어려워 심사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지난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상경 변호사는 “왜 특정 예비양부모와 결연이 된 것인지, 왜 미결연 또는 부결됐는지에 대해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과 예비양부모의 양육 여건 등을 근거로 서면으로 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결연 심의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예비양부모와 국내입양분과위원회 간 신뢰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이에 전문가들은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절차는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9/1785305827845018.jpg"/> 국회에서 7월 16일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모습. 사진=입양가족연대 제공 정상경 변호사는 “예비양부모 자격 심의에서 ‘안정적인 양육환경’과 같은 추상적 요건에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행법은 아동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이 입양허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에 앞선 예비양부모 자격 심의 기간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다”며 “자격 심의가 장기간 지연되면 법원의 6개월 결정 기한도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는 만큼, 아동 최선의 이익과 입양 절차의 신속성 확보를 위해 자격 심의 기간에도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절차 개선을 위해 입양 업무 경험이 풍부한 민간 입양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일요신문i’에 “국가가 입양 업무를 60~70년간 민간에 맡겨온 만큼 행정부에는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며 “국가는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고, 결연 등 실무는 경험을 갖춘 민간기관에 위임·위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입양 절차뿐 아니라 입양 이후 사후관리 체계 역시 공적입양체계가 안착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사후관리는 입양 신고일부터 1년간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위탁기관을 통해 총 6회의 대면 상담을 실시하며 아동과 양부모의 적응 및 양육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이 입양 초기 1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춘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영아기 애착 형성과 발달을 고려해 아동이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인 양육 환경에 놓여야 한다는 점에 깊이 동의한다”며 “정부는 아동에게 적합한 가정을 찾기 위한 검토는 충분히 하되,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도록 절차를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4월부터 입양신청 온라인 신청 방식을 개통하고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국내분과심의위원회를 월 1회에서 2~3회 확대 운영하고 결연 확인서를 즉시 발급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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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공적입양체계 1년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길어진 절차에 ‘애착 형성기’ 놓치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982</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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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3 Jul 2026 14:58:2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아기는 생후 16개월이던 4월 17일에야 우리 집에 왔어요. 그전까지 시설에 있었고, 결연된 뒤 집에 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처음 만난 뒤 석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시설로 만나러 다녔는데, 제가 다녀간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저를 밀어내기도 했고요.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간은 정말 짧아야 합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23957684.jpg"/>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결연·입양허가가 늦어지면서, 가정을 기다리는 영유아의 시설·위탁 돌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사진=ChatGPT 생성예비 입양부모 A 씨는 첫째에 이어 둘째 입양을 준비하면서 민간입양과 공적입양체계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첫째는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했고, 둘째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을 앞두고 민간입양기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던 중 결연심사를 앞두고 공적체계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공적입양체계 결연위원회를 통해 아이와 결연된 첫 가정이기도 하다.A 씨가 공적입양체계 안에서 둘째 아이와 결연이 된 것은 2025년 10월이었다. 그러나 아이 얼굴을 처음 본 것은 석 달 뒤인 2026년 1월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A 씨 집으로 온 것은 다시 석 달가량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2025년 1월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입양 절차에 들어간 지 약 1년 3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입양 절차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입양허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첫째는 고민 기간을 제외하고 입양 확정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둘째의 경우 현재까지도 입양허가가 나지 않아 절차가 이미 그보다 길어졌다.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예비 입양가정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길어진 절차와 불투명한 심사 과정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069724650.jpg"/> 입양가족 어린이들이 가족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입양가족연대에 따르면 6월 기준 가정을 기다리는 아동은 248명, 이들을 기다리는 예비 입양부모는 756가정에 달한다.2022년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첫째를 입양한 김지원 씨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에 맞춰 둘째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은 △입양신청 △범죄경력조회 △예비 양부모 기본교육 수강 △예비 양부모 가정환경 조사 △자격심의 △결연심의 △결연통보 △아동 첫 만남 및 결연확인서 발급 △법원 입양허가와 임시양육 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김 씨는 신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격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이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김 씨는 “처리 기한이 넘어갔는데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무엇이 적정선인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현장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전환 이후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지방자치단체, 결연위원회, 법원 등으로 나뉘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병행할 수 있던 절차도 기관 간 협의와 심의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고, 업무 기준과 운영 매뉴얼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면서 처리 기간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행정 절차 장기화로 결연과 입양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운영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23/1784772181621289.jpg"/>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보육사가 베이비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예비 입양부모의 기다림보다 더 큰 문제는 가정을 만나지 못한 채 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영유아기 애착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가정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안정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 토론회에서 정상경 변호사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제35조가 입양 절차에서 신속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후 12개월 미만은 영아가 주양육자와 애착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정서적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라며 “영유아기 시기의 애착 형성은 아이의 발달과 성격 형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아이가 집에 오기 전까지 시설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교사들과 대체교사의 돌봄을 받았다”며 “결연 후에는 저희 부부까지 일주일에 세 차례 아이를 만나러 가면서 아이가 여러 양육자를 접해야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시설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온 뒤에는 동네 산책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손을 먼저 흔들며 아는 척을 하는 아이로 바뀌었다”며 “가정과 시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현재 입양대상아동을 위탁 양육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아이가 이제 두 살 반이 되어 가는데 저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분리불안도 보인다”며 “이 아이가 나중에 입양이 확정돼 다른 가정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분명 골든타임이 있다. 아동 최우선의 원칙으로 본다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부도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현장의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 보완 방침을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 충분히 빨라지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절차의 지연을 줄이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유임 국가아동권리보장원장도 “예비 입양가정이 절차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 속에서 아동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공적입양체계 시행 첫해 드러난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description>
        </item>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③] 법·제도 밖 경계선지능인…국가 지원 체계는 언제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671</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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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01 Jul 2026 13:47:4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수년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률과 종합 지원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장애인 지원 체계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비장애인을 전제로 설계된 정책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탓에, 상당수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이 조례를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개별 사업 중심의 산발적 지원에 머물러 지역별 편차가 크고 생애주기별 지원도 단절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69916764722.jpg"/>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지자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ChatGPT 이미지 생성경계선지능인은 현행 법체계상 장애인복지법이나 발달장애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별도의 국가 차원 법률도 없어 대부분 지원사업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교육·복지·고용 등 여러 정책 영역과 맞닿아 있지만 어느 한 제도에서도 충분히 포괄되지 못하는 셈이다.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가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조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2025년 국회에서 열렸던 ‘느린학습자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총 128개 지자체·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제정된 상태다.그러나 조례 제정이 곧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도 별도의 예산이나 사업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단기 프로그램 위주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 이재경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은 아동·청소년과 청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의 배경으로 분절된 전달체계를 꼽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각각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정책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며 “학교 시기 지원과 성인기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중앙부처 차원의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은 시설 보호 아동,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일부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경계선지능 아동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 체계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064117060.jpg"/> 서울시가 2024년 12월 민간 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과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서울시 제공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식 개선과 지원 사업은 오히려 민간 영역이 주도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청년재단 등 민간 기관이나 일부 기업 등은 경계선지능인 인식 개선 캠페인과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 사업은 지속성과 지역 간 형평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해외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경숙 평택시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의 법제화 필요성과 정책방향: 국내외 제도 비교 분석’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경계선지능인을 정책 개념으로 인정해 직업훈련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역시 학습자의 다양한 인지 특성을 고려하는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기반 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경계선 수준의 성인의 학력 보완과 언어교육,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성인을 위한 보편적 평생교육의 권리화 모델로 평가된다.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위의 개별 사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기 지원에 머물지 않고 취업과 직업훈련, 자립생활, 평생교육까지 연계되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경계선지능인 규모와 특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교육·복지·고용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701/1782870172164814.jpg"/> 2025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현재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에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조기 발견 및 맞춤형 지원, 교육·고용·복지 연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교육청, 민간 영역에 분산돼 있던 지원을 국가 차원의 체계로 묶기 위한 취지다.관련 단체들은 법안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처럼 경계선지능인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며 “통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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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②] ‘경계선지능’ 청년들 학교 밖 나오면 일자리 문턱 못 넘는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556</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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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24 Jun 2026 10:51:4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인인 A 씨(남·20)는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학창 시절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통학이 가능한 전문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이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한 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외출은 심리·언어·인지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A 씨의 어머니인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어려워해 전공과 관계없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올해는 진학에 실패했다”며 “지금은 사실상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691391712.jpg"/> 경계선지능인들은 성인이 된 후 사회에 나와서도 취업 및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인다. 학습 지원과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는 취업과 자립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 지원체계 틈새에서 이들을 뒷받침할 제도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진학과 구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직업 훈련과 취업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가 발주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4%는 자녀 또는 가족인 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취업 중이라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4.5%였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고용동향 기준으로 2026년 3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3%였다.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하지 못한 이유로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7.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비정규직이 70.7%로 정규직(26.8%)보다 훨씬 높았으며, 종사 직종은 서비스업(34.1%)이 가장 많았다.  경계선지능인인 B 씨(여·24)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의 도움으로 꾸준히 사회성 훈련과 또래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청년재단의 단기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B 씨의 어머니인 홍세영 씨는 ‘일요신문i’에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을 많이 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이 속도에 맞게 기다려주고 적응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업무 성과도 낼 수 있는데 요즘 기업들은 일반 청년들도 경력자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833689018.jpg"/>  대구 달서구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4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업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에 적응하고 일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경계선지능인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업무 수행(41.5%)과 대인관계(29.3%)를 꼽았다.실제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들은 업무 지시를 이해하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경계선지능인이라 소개한 27세 청년이 “처음 취업했지만 일을 알려줘도 이해 속도가 느리고 기억력이 낮아 입사 일주일 만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직장 상사가 업무와 관련해 질문하는 것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23/1782205909958498.jpg"/>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계선지능인 일자리 준비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최근 들어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교육청은 경계선지능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진단검사와 상담, 사회성 프로그램, 직업 체험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청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한 지역도 늘고 있다.하지만 지원 수준과 내용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상당수 사업이 단기 프로그램이나 체험 위주에 머물러 있고, 지속적인 취업이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인 직업 훈련 과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지만 이러한 한계의 배경에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별도의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은 등록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 훈련이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일반 청년 취업시장에서는 인지·사회성 특성으로 인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생애주기별로 경계선지능인을 만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포괄하는 기본법이나 종합 지원체계는 없다”며 “결국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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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사람들①] ‘경계선지능’ 아이들 손 내밀 곳 없는 교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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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Jun 2026 14:23:1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고등학생 자녀를 둔 곽미라 씨(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서울 부대표)는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조금 늦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한글 쓰기를 어려워하고 또래보다 학습 속도가 느렸으며 심리·정서 검사에서 관심군 이상 판정을 받아 심리·언어 치료를 받았지만, 단순한 발달 지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와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정밀검사를 통해 IQ 73 수준의 경계선지능 진단을 받았다.곽 씨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학과를 나와 교사로 일했지만 내 아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어 자괴감이 들었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조기 개입과 치료를 놓쳐 내가 아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3521982010.jpg"/> 경계선지능인은 통상적으로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경계선지능인은 일반적으로 평균보다 낮은 인지 기능 탓에 학업이나 직장 생활, 사회 적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정의는 없지만 통상 지적장애(IQ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큐(IQ) 71~84 수준의 경계 구간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복지 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024년 정부의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자료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정부는 지능지수 정규 분포를 적용할 경우 전체 인구의 13.59%, 약 69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 수 기준으로는 약 78만 명 규모다.경계선지능은 장애처럼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해 학령기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은 단순히 ‘조금 늦된 아이’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 정도로 여기고, 학교 역시 단순한 학습 부진이나 적응 문제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한 16년 차 초등교사는 ‘일요신문i’에 “한 반에서 1~2명은 경계선지능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판정 사실을 학부모가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체육 시간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수학이나 과학처럼 이해력과 처리 속도가 필요한 과목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며 “같은 계산 문제를 풀어도 빠른 학생은 4~5분이면 끝낼 양을 이런 학생은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경계선지능인 딸을 둔 홍세영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우리 딸의 수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며 “다른 아이들이 30분이면 끝낼 과제를 우리 아이는 2~3시간은 해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금 늦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부담이 커지면서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말했다.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5년 9월 발행한 ‘경계선지능 학생의 실태 분석을 통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는 “이들은 일반 학급에 배치돼 수업을 받지만 추상적 개념 이해, 문제해결력, 기억력, 주의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등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며 학업과 적응 모두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618/1781744606259695.jpg"/>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의 어려움은 학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 적응, 나아가 학교폭력 노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경계선지능인 아들이 있는 송연숙 씨(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는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이 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교우관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해주려고 동네 보육반장 역할을 자처해 반 애들을 불러 함께 놀게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세영 씨도 “학교에서 섬 같은 아이였다”며 “함께 밥을 먹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없었다”고 말했다.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늦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갈등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문제는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학업과 교우관계 등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경계선지능은 법적으로 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상당수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일반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곽미라 씨의 아들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두 차례 탈락을 경험했다. 곽 씨는 “우리 아이는 경계선지능 외에도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어 선정됐지만 경계선지능만 있는 아이들은 선정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담임교사가 추천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를 밟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어렵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서로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우리 아들은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초등학교 때 특수학급에 다녔는데 아이가 장애 정도가 더 심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더니 언젠가 ‘나는 바보인가 보다’라고 말하더라”며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실제로 현행 교육체계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현행 교육 정책은 이들을 명확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법, 특수교육법, 학습 부진 학생 대책 등이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경계선지능 학생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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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④] “범인은 아빠랑 술 마신 사람” 7세 아이는 누굴 목격했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1111</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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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8 May 2026 17:07:3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일곱 살 아이는 비디오 가게 안쪽에 딸린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점심으로 엄마와 함께 짜장라면을 나눠 먹은 후였다. 평온했던 하루는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들이닥치며 순식간에 깨졌다.남자는 엄마의 가슴에 맥가이버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돈 갚아.”엄마는 “못 갚는다”며 방 안으로 도망쳤다. 남자는 방 안까지 따라 들어와 엄마를 찔렀다. 그러고는 금고에서 돈을 꺼내 가방에 넣고 도망쳤다. 스포츠 머리의 남자는 며칠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들은 범인을 “가게에 3번이나 왔었고 아버지와 술도 마셨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경찰 조사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그런데 이틀 뒤 현장 인근에서 잡힌 범인은 이 진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인물이었다. 체포된 남자는 만 20세의 탈영병 이민형. 피해자 가족과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 타인이었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관련기사 “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수사 초기엔 면식범 소행 의심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344406463.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취재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이 사건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직접 목격자는 방 안에 있던 피해자의 일곱 살 아들 A 군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두 시간 뒤, 아이는 경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A 군의 진술조서(1998. 1. 3.자)문: 진술인은 목격할 당시 상황을 상세히 말하시오.답: 제가 방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고 어머니가 가게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정리하고 있던 중 20대로 보이는 남자 1명이 들어와 저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검정계통의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접는 칼(일명 맥가이버칼)을 가지고 어머니 가슴에 들이대고 “돈을 갚아라” 하자 저의 어머니가 “돈을 갚지 못한다” 하며 제가 있는 방으로 도망하여 들어오자 뒤를 따라 들어와 어머니 가슴 및 옆구리 부분을 가지고 있던 칼로 찌르고 다시 가게로 나가 돈통에 있던 돈을 꺼내 들고 왔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도망갔습니다.(수사기록 29쪽)문: 진술인은 어머니를 칼로 찌른 20대 남자를 보면 알 수 있는가요. 답: 알 수 있습니다. 문: 진술인 20대 남자를 평소 알고 있었는가요. 답: 며칠 전에도 가게에 왔었습니다.(수사기록 29, 30쪽)적어도 사건 직후 A 군의 기억 속 범인은 낯선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범인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경찰이 아버지에게 한 질문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피해자 남편의 진술조서(1998. 1. 3.자)문: 진술인의 아들 진술에 의하면 범인은 진술인의 가게에 3번이나 온 사람으로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답: 지금 조사관의 이야기를 듣고 3번 왔다는 이야기를 처음 알았습니다.문: 아들은 범인이 진술인의 집에 와서 가게에서 진술인과도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요. 답: 우리 애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 말은 믿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사기록 49쪽)경찰은 “범인이 돈을 갚으라고 했다”는 A 군의 진술을 토대로 부부의 채무 관계를 파악했다. 피해자의 남편은 건설업에 종사했고 피해자는 비디오 가게를 하면서 살림을 꾸렸다. 먹고 사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4000만여 원의 빚도 졌다.문: ㅇㅇ건업(사채업자)에서 이자나 원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지 않았나요. 답: 지금부터 약 5개월 전에 ㅇㅇ건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고 있었는데 그 뒤에 약 2~3개월 전까지 계속 독촉을 받다가 처가 골치가 아픈지 담보로 잡혀 있는 주택을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한 뒤부터는 독촉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수사기록 43, 44, 45쪽)문: 진술인이나 처가 ㅇㅇ건업으로부터 협박이나 강요를 당하지 않았나요.답: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ㅇㅇ건업 주인이 저에게 전화를 하여 “이것들이 까불고 있어”라며 주택을 팔아 치우겠다는 말을 몇 차례 했고… 나머지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습니다.(수사기록 45쪽)경찰은 채무관계 외에 피해자 부부가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했다.문: 진술인이나 처가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있나요. 답: 처나 저는 원한을 살 만한 관계가 있는 사람은 없고 약 5개월 전에 박ㅇㅇ이란 사람이 노임 54만 원을 받으러 왔는데 돈을 주지 못하니까 부인과 같이 와서 가게에 앉아서 돈을 줄 때까지 못 가겠다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고 당기다가 제가 뺨을 때렸으며 약 1개월 전쯤 그 사람이 저의 가게에 온 것을 처로부터 꾸중을 듣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수사기록 46, 47쪽)처음엔 경찰도 채무관계에 의한 면식범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월 5일부터 수사 흐름이 바뀌었다. 경찰이 현장 인근에서 탈영병 이민형 씨를 거동 수상자로 체포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찰은 체포 당시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이 씨를 이 사건 범인으로 강하게 의심했다.당초 난항을 겪던 수사는 이 씨 체포 이후 급물살을 탔다. 곧바로 밤샘 조사가 시작됐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들 앞에서 나체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설상가상 방송사 카메라까지 들이닥쳤다. 결국 이 씨는 자백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281918413.png"/> 이민형 씨가 수갑은 찬 채 피해자의 아들과 대면하는 모습. 그림=이민형 자백 이후 경찰은 손에 수갑이 채워진 이 씨를 A 군과 대면시켰다. 이 자리에는 A 군의 삼촌과 아버지의 친구도 함께했다. 경찰은 A 군에게 이 씨를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보여줬다. 그 뒤 A 군은 이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진다. 수사와 재판에서 초기 진술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통상 법원도 기억의 휘발성을 인정해 진술 내용이 조금 달라지는 부분은 고려한다. 하지만 “3번이나 봤던 사람”이 “처음 본 사람”이 되는 건 단순히 기억이 흐려지는 것과는 다르다.이 사건 이민형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이 대면 방식 자체가 식별 절차의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피의자를 보여주는 순간, 아이에게는 수사기관이 이미 결론을 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권위 있는 어른이나 수사기관, 가족이 특정 결론을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확인을 거듭하면, 아이가 그 내용을 자신의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A 군은 수사 초기 자신이 본 범인의 특징을 충분히 기록하거나 묘사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이 씨와 대면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결론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기억을 구성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경찰이 이 씨와 대면 당시 A 군에게 보여줬다는 촬영 영상이 무슨 내용인지는 수사 기록에 적혀 있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영상의 내용에 따라 A 군 진술의 신빙성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자백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면, 일곱 살 아이에게는 이 씨가 범인이라는 강한 암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목격자 진술과 닮아간 자백이 사건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이 씨의 자백과 A 군의 증언이었다. 그런데 당시 수사 기록을 보면 A 군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은 처음부터 일치했던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점차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사건 직후 A 군이 경찰에 진술한 범인은 가게에 세 차례 왔던 인물로, 가게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정리하고 있던 피해자를 칼로 위협한 후 피해자가 방 안으로 도망치자 뒤따라 들어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적혀 있다. A 군은 1998년 1월 12일 현장검증과 1월 22일 군 경찰 조사에서도 범인의 동선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599650082.png"/> 1998년 1월 3일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장미비디오 가게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금고를 포함한 현장에선 이민형 씨의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이 씨의 자백도 이후 A 군의 초기 진술과 비슷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씨는 체포 직후인 1월 6일엔 “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 피해자를 위협했고 일어나려는 피해자를 뒤에서 잡아 칼로 찔렀다”고 했다. 그러나 1월 22일 조사에선 “비디오 가게에 들어갔을 때 피해자가 가게 안에 있었고, 협박하자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길래 이를 따라가 방 안에서 찔렀다”고 말을 바꿨다.가방에 대한 진술도 바뀌었다. 1회 신문조서와 현장검증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가방이 2회 신문조서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이 씨는 “처음 진술할 땐 ‘가방과 옷가지를 대구역 사물함에 보관했다’고 했는데 이후 수사관이 불러 ‘피해자의 아들이 범인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고 해서 다시 ‘그 말이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 등 재심 사건을 심리한 법원들이 허위자백 가능성을 판단할 때 주목했던 점과 비슷하다. 당시 법원들은 수사를 거듭할수록 자백 내용이 변하거나 구체화된 것에 대해 ‘피의자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자백하는 과정에서 생긴 모순을 제거하고, 범행 당시 현장 및 객관적 정황에 진술을 끼워 맞추는 과정’으로 봤다.이렇게 이 씨의 자백 내용이 바뀌었다. 사건 7개월 뒤 A 군의 법정 증언도 또 한 번 달라졌다.A 군의 법원 증인신문조서(1998. 8. 11.자)문: 당시 증인은 방 안에 짜파게티를 먹고 TV를 보고 장난감을 갖고 놀았나요. 답: 장난감을 쥐고 있었습니다. 문: 엄마가 방 밖에 있다가 방에 들어왔나요. 답: 방 안에 있었습니다.문: 그 전에 피고인과 엄마가 홀에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나요. 답: 예.(공판기록 145쪽)문: 범인이 들어올 때 엄마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답: 부엌에서 걸레를 빨고 있었습니다.(공판기록 146쪽)A 군은 이후 이뤄진 추가 현장검증에선 범인이 들어올 당시 피해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명시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528/1779943912661406.png"/> 1998년 1월 6일 이민형 씨가 현장검증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격했다며 재연하는 모습. 사진=대구남부경찰서 수사 기록1998년 당시 군사법원은 A 군과 이 씨의 진술 번복이 유죄 판단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사건 재판부는 “두 사람의 진술에 경찰, 군사법경찰, 법정 등을 거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A 군이 만 6세의 어린 나이였더라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고, 기억력이 뛰어나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 씨의 자백 중 심리적인 부분이 생생하다는 점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반면 박 변호사는 이 사건 유죄 판단이 목격자 진술과 피의자 자백에 기대고 있는 만큼, 두 증거의 신빙성을 재심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 군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달라졌고, 가방 소지 여부나 현장의 지문·혈흔 등 객관적 물증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범인 지목과 자백이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진술과 자백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 변호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심리를 통해 이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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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②] 지원 조건 까다롭고 대부분 단발성…결국 부담은 개인 몫]]></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039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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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15 Apr 2026 11:04:3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는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필요할 때 이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개별 제도의 부족이 아니라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8928025588.jpg"/>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생계비·의료비 지원과 심리 상담, 사례 관리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자기돌봄비 등 현금성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자기돌봄비는 장애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9세 이상 39세 이하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중 중위소득 150% 이하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매월 30만 원(고부담형 4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취업·주거 등 맞춤형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원을 이용하고 싶어도 다양한 기준과 조건에 가로막혀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지원을 받더라도 단발성에 그쳐 실제 돌봄 부담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강하라 씨(31)는 최근 서울시에 자기돌봄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탈락 이유는 가족돌봄으로 인한 부담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버지와 분리된 시간이 필요해 고시원으로 주소를 옮겼기 때문이다. 강하라 씨는 “동거를 하지 않아도 제가 아버지의 주 돌봄자인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지원을 받으려면 그 요건을 맞추는 것이 까다로워 사각지대 안에서도 또 다른 사각지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원을 받더라도 일회성에 그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대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봐온 30대 직장인 A 씨는 긴급생활안전자금 등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고 말한다. 특히 공적 지원보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를 통한 지원을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A 씨는 “대한적십자사, 은행권 등을 통해 민간 지원을 더 많이 받았지만 문제는 모두 단발성이라는 점”이라며 “대부분 분기, 반기 단위로 지원이 끝나 지속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청년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돌봄을 처음 맡는 청년들이 질병 관리나 행정 절차, 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돌봄문화기획사 ‘돌봄온’ 대표이자 17년 동안 조현병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돌본 김율 씨는 “호주의 돌봄자를 위한 정보 포털 ‘케어러 게이트웨이(Carer Gateway)’처럼 국내에서도 정보 접근성이 낮은 영케어러를 포함한 돌봄자를 위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의료진과 소통하는 법부터 질환에 관한 정보, 위기상황 대처 등 돌봄 교육뿐 아니라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교육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9194211979.jpg"/> 2023년 4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6년 3월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은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발굴 체계를 강화하고, 상담·사례관리·자기돌봄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다만 이러한 제도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 정책은 가족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공공은 이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년 개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돌봄 부담 자체가 분산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를 특정 집단의 어려움이 아닌 돌봄 체계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가족돌봄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며 “특정 집단을 따로 떼어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이를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돌봄 주체의 연령과 관계없이 지원하고, 돌봄 부담을 제도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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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①] 꿈 대신 책임…학업·취업 발목 잡힌 청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032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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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9 Apr 2026 14:00:51]]></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강하라 씨(31)는 기타 강사로 일하며 막 꿈을 펼치려던 20대 중반, 아버지의 부상과 친할머니의 사망을 겪었다. 강 씨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가 됐다.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 할머니가 남긴 집을 둘러싼 친척과의 소송 비용이 한꺼번에 강하라 씨의 어깨에 얹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이혼해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강 씨는 “진로를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야 할 시기에 돌봄을 시작하면서 결국 꿈을 포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내 건강도 나빠졌다. 돌봄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4821758575.jpg"/> 가족돌봄청년의 현실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과 무관함. 사진=chat GPT 생성 이미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Young Carer)’은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 공적 돌봄 체계의 한계가 맞물려 청년이 돌봄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동 비율과 이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특정 개인에게 돌봄이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 사회 진입 시기를 놓치면, 이는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로도 평가된다.202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기반을 둔 한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가족돌봄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13~34세 청년은 약 15만 3000명(1.3%)으로 추정되기도 한다.스스로 가족돌봄청년으로 인식하지 못해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돌봄은 가족의 당위성이라는 문화 안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 찾기도 쉽지 않아 가시화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하라 씨 역시 “돌이켜보면 유년기부터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이었던 어머니를 돌보는 가족돌봄 아동이었지만, 그때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내 삶에서 가족돌봄 주체자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709021183058.jpg"/> 가족돌봄청년 강하라 씨(왼쪽)와 아버지. 사진=강하라 씨 제공2024년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이 돌보는 가족은 중증 질환이나 등록 장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상태가 더 중증화되고, 이에 따라 청년이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3~34세 돌봄청년 4만 3832명은 평균적으로 주당 21.6시간을 가족 돌봄에 할애하고 있었다. 주 돌봄자라고 답한 청년들은 32.8시간을 돌봄으로 보내고 있었다. 이는 학업이나 취업 등 사회활동과 병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시간으로, 돌봄이 청년 개인의 일상을 넘어 삶 전반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011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대장암 3기 판정 이후 돌봄을 시작한 A 씨(32)는 현재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병원 동행과 장루(인공항문) 교체, 가사, 경제적 지원 등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A 씨는 “대학교 때는 학업에 아르바이트, 돌봄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했다”며 “대학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돌봄청년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다. 서울시가 2023년 8월부터 1년 동안 수행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90.8%)이 꼽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4%가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A 씨는 “아버지가 아프신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면서 고등학생 때 급식비가 밀리는 일이 잦았다”며 “긴급생활안전자금 지원 외에는 아버지 암 수술비와 입원비, 생활비 등을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전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5773458422.jpg"/>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청년들이 걷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종현 기자 이 같은 부담은 청년 개인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진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과 돌봄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휴식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강하라 씨는 과로와 수면 부족 등이 겹쳐 쓰러졌고, 혈복강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골감소증에 더해 우울증과 번아웃까지 겹쳤다. 아버지 돌봄 비용에 이어 본인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정신적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가족돌봄청년은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립감이 커지고,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우울 경험 비율은 61.5%로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 청년의 우울 비율이 8.5%인 것과 비교하면 약 7배 높은 수준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로 전가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 진입이 늦어지고 이는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노혜진 교수는 “노동시장 진입과 독립 과정에서 돌봄이 충돌할 경우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일시적인 부담을 넘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흔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업과 취업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 등 이후 생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 돌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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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③] 탈영병 이민형은 어떻게 살인범이 됐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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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Apr 2026 14:47:0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옥색 수의를 입은 남자가 심사관 앞에 섰다. 심사관이 물었다. “죄를 인정하십니까?” 28년이 넘는 수형생활 동안 규율 한 번 어긴 적 없는 1급 모범수에게 찾아온 가석방의 기회. 만 20세에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곧 쉰을 앞두고 있었다. ‘네’ 한 글자면 이곳을 나갈 수도 있었다. 무기수 이민형 씨는 일말의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저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005677614.png"/> 1998년 1월 6일 언론에 공개된 이민형 씨. 사진=박준영 변호사#학생회장, 탈영병 그리고 살인범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씨는 살인자가 아닌 전교생 지지를 받는 학생회장이었다. 대학에 가진 못했지만 “제대로 살아보겠다”던 스무 살 청년. 졸업 전부터 인쇄소와 공장, 요식업을 전전했다. 성실히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그에게 살인범 낙인이 찍힌 건 순식간이었다.돌아보면 늘 도망쳐야 하는 삶이었다.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엄마는 네 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맡겨진 집에선 밤이 되면 이 씨를 장롱 서랍에 넣었다가 아침이 돼서야 꺼내주곤 했다. 부모님 이혼 후엔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와 함께 고향 경주로 내려와 함께 살았다. 돈은 항상 부족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 이 씨는 아버지가 죽을까 불안에 떨었다.불안은 전염된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새어머니가 떠났다. 두 번째 새어머니가 들어온 뒤엔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다. 결국 온 가족이 야반도주를 해야 했다. 하루는 채권자들이 이 씨의 중학교 앞까지 찾아왔다. 앞장서라는 채권자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한 이 씨는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기. 그는 마음 놓을 곳을 찾지 못한 채 스스로를 혐오하며 탈선을 길을 걷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군 생활마저 쉽지 않았다. 수직적이고 계급적인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씨는 첫 휴가 이후 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족에게 갈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여보세요?”공중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가족 목소리에 이 씨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움보단 아버지를 또 실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그를 짓눌렀다. 이 씨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갈 곳이 없었다.이 씨는 서울과 이천, 진주, 대구 등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경기 이천과 경남 진주는 어릴 적 살았던 곳이었다. 진주에서 며칠을 있다가 버스를 타고 대구역에서 내렸다. 불안한 도피 생활은 계속됐다. 몸은 급격히 망가졌다. 빵이나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잘 곳이 없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다가 동사할 뻔한 이후로는 아파트 단지 지하 배관 사이에서 눈을 붙이곤 했다. 입대 당시 66kg이던 체중은 50여 일 만에 52kg으로 줄었다. 한번은 이틀을 내리 굶고 소주를 마신 후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그런 이 씨도 좋아하는 게 있었다. 바로 만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탈영 기간의 상당 부분을 여러 만화방에서 보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으로 경찰에 체포되던 날(1998년 1월 5일)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 여인숙 인근 만화방에서 빌린 무협지 14권을 밤새워 다 읽은 이 씨는 새로운 책을 보기 위해 또 다른 만화방을 찾았다.밤 10시가 넘어 만화방을 나오는데 도로에서 불심검문 중인 경찰이 보였다. 탈영병 신분의 이 씨는 당황했다. 게다가 당시 50일 넘게 도피 생활을 하던 이 씨는 근처 오락실 등에서 훔친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일순 몸이 얼어붙었다. 무언가 땅에 떨어졌다. 바닥을 울리는 쇳소리에 경찰이 이 씨를 봤다. “야 너 이거 뭐야.”이 씨가 신문지로 감싸 가방 사이에 끼워뒀던 노루발못뽑이(쇠지렛대)였다. 경찰이 다가왔다.이 씨는 거동 수상자로 체포됐다. 그 무렵 경찰은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 대구 대명동 비디오 가게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직접 목격자는 피해자의 어린 아들이 유일했다. 범인이 “돈을 갚으라”는 말을 했다는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 아들 진술로 보아 채무에 의한 살인으로 의심되는데 흉기나 지문 등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흘 가까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체포된 이 씨는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왼손으로 찔렀다는 아들 진술은 잘못됐다”, “아버지가 시킨 것 같다”, “운동화를 신은 것 같다”, “곤색 추리닝” 등.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절도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만 컸다. 그런데 이 씨 옷에서 과도가 나오는 걸 본 형사들 눈이 일제히 그를 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수사 경찰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회의하다가 난리가 났었어요.”“우리 팀이 다 달려들었지. 전부 다. 거기서 바로 (경찰)서로 데리고, 조사받아야 하니까.”증거도 없는데 이미 이 씨가 살인범으로 몰린 분위기였다. 심지어 수사본부 소속 형사 중 한 명은 ‘형사의 감’으로 이 씨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감이 왔죠. 좀. 데리고 들어오니까 ‘어? 점만데’ 이카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이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죠. 점마라고.”“형사들이 그 수사본부 차려놓고 회의하고 있는 중에 싹 들어오니까. 뭐야? 하면서 전부 딱 봤는데. 어? 인상착의하고 뭐 그런 것이. 목격자 진술 이런 게 다 비슷하니까. 그냥 심증으로 간 거지. 그냥.”1998년 1월 6일 새벽 12시 20분. 이 씨는 대구남부경찰서로 인계됐다. “칼로 사람은 찌른 적 있냐.”대구남부경찰서 형사가 물었다. “그런 적 없다”고 하자 “본 사람이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는 압박이 돌아왔다. 이 씨는 탈영 기간 중 저지른 절도를 사실대로 털어놨다. 하지만 살인은 정말 아니었다. 절대로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갑자기 또 다른 형사가 욕설을 내뱉으며 이 씨의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씨는 형사과장실로 끌려갔다고 했다.“방에 들어가자마자 ‘너 같은 전과자 새끼 때문에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간 줄 아냐’면서 뺨을 마구 갈겼습니다. 제가 맞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칼로 사람 찌른 거 다 아니까 솔직하게 가자’면서 웃은 형사도 있었고.”그래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한 형사가 각목을 가져왔다. 그러곤 이 씨 무릎 뒤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린 채 허벅지를 밟기 시작했다. 이 씨에 따르면 형사들은 죽도로 이 씨의 등과 성기를 내려치고 음모를 잡아 뜯으며 “인정하라”고 했다. 중간중간 이 씨 옷을 내려 몸에 상처가 남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체포되기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이 씨는 점점 지쳐갔다.가혹행위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어졌다. 해가 뜨고 형사과장실에서 나와 잠시 쉬던 때였다. 갑자기 방송국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출입 언론사들이 아침 일찍 경찰서를 방문해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확인하는 취재 관행이었다. 불현듯 이 씨 머릿속에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제대로 살고 싶었는데 이런 추한 모습이 전국에 공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조롱하던 사람들, TV로 자신을 보게 될 부모님, 주변인 손가락질 등 갖은 감정이 뒤엉키면서 공포와 절망감이 몰려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583789084.png"/> 이민형 씨는 방송국 카메라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끝났고 죽고 싶었다”고 했다. 그림=이민형“잠시만요!”이 씨는 다급히 형사에게 매달렸다. “카메라 좀 치워주세요.” 반응이 없었다.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절박해졌다. “내가 사람을 찌른 것도 같은데 자백하겠다”며 “시인할 테니 카메라만 치워달라”고 호소했다.#체포부터 사형까지 40일그렇게 이 씨는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당초 경찰은 채무에 의한 면식범 소행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이 씨 검거 이후 방향을 틀었다. 이 씨 죄목은 강도살인. 피해 금액은 약 6만 7000원이었다.이 씨가 군인이었기에 사건은 헌병대로 넘어갔다. 막상 자백은 했지만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이 씨는 수사관이 하는 질문에 무조건 맞다고 했다.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토대로 허위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 사건의 앞뒤가 맞지 않아 진술을 번복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한번은 흉기를 어디에 버렸냐는 추궁에 인근 공원 휴지통이라고 둘러댔다가 정작 현장 검증에서 휴지통 위치를 몰라 수사관이 알려주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피의자신문조서(1998. 1. 12.자)문: 범행 당시 복장을 말해보시오. 답: 곤색 츄리닝(상, 하의)에 흰색 운동화를 신었으며 회색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문: 범행 당시 메고 있던 가방이 회색 가방이 틀림없는가요. 답: 제가 진술을 잘못하였는데 검정색 가방입니다. (수사기록 293쪽)물적 증거는 없었다. 사건 현장 그 어디에서도 이 씨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끝내 범행 도구를 찾지 못했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②] 흉기보다 깊은 상처? 재심청구서를 통해 본 진실). 법원은 “이 씨가 진술을 번복해 증거물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이 씨를 탓했다. 다만 피해자 아들을 비롯한 직·간접 목격자들이 이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1심 재판부인 보통군사법원은 1998년 2월 26일 공소제기 14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첫 공판이 열린 날 결심과 함께 사형을 선고했다. 경찰에 체포된 지 약 40일 만에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 씨의 국선변호인은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다.2심 국선변호인은 죄를 인정하면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 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 9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이 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그해 10월 대법원이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그로부터 28년이 지났다. 지난 2025년 말, 이 씨는 또 한 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죄를 인정하십니까.”가석방 심사관이 물었다. 이 씨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자유를 얻고자, 하지 않았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석방 심사는 또 불허됐다. 그렇게 이 씨는 교도소에서 쉰을 맞았다. 만 20세에 수감됐으니 교도소 안에서 보낸 시간이 바깥세상에서 보낸 시간을 훌쩍 앞선다.기자는 이 씨에게 “가석방 심사 결과가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 “저는 괜찮은데 아버지께서 기대하셨던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조금 걸리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대답은 언제나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원하는 건 진실이다. 이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심리를 통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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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③] 교사 자격·안전 기준 한계…학생 보호 장치 우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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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5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가 늘면서 학생 보호 측면에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사 자격 요건, 시설 안전 기준, 폐원 시 학생·학부모 보호 등 학교 교육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교육 현장에 대한 교육 당국의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학생의 교육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599597987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학원은 학교와 달리 교사 자격증이나 전공 요건이 필수는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 강사는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전공에 상관없이 채용이 가능하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아동학대 전력이 없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학년별 교과 수업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 역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 교육은 교과 지식 전달뿐 아니라 생활지도와 사회화 과정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교육”이라며 “학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기능이 대체적으로 빠져 있는 만큼 학교 교육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다만 교사 자격증 여부만으로 교육의 질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교사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부분이 있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165160441.jpg"/> 서울의 한 대형마트 층별 안내도. 미인가 국제학교가 입점해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시설 기준에서도 학교와 학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육시설법 등에 따라 학교 부지와 건물 확보, 체육시설, 보건실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일정 면적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가 건물이나 심지어 대형마트에 입주해 학교 형태 교육을 운영하는 사례도 확인됐다.안전 기준 역시 차이가 있다. 학교는 ‘교육시설 안전 및 유지관리법’ 등에 따라 교실 구조, 계단과 복도 안전 기준, 창문 추락 방지 장치 등 세부적인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소방시설 설치와 기본적인 건축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해 학교와 같은 수준의 안전 관리 체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폐원 시 학생 보호 장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학원은 휴원이나 폐원을 할 경우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운영자가 갑자기 문을 닫을 경우 교습비 환불이나 학습 연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2024년 인천 송도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는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수업이 중단됐는데, 학부모들의 교습비 환불 요구에도 학교 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게다가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다른 교육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피해 학생 수는 100여 명, 금전적 피해 규모는 약 3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교육부 관계자는 “담당 교육지원청에는 수사권이 없어 폐원 이후 교습비 환불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개인이 민사 소송이나 소비자 보호 절차 등을 거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25096172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내부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 교육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와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와 유사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학생 보호 장치와 관리 기준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하태욱 교수는 “최근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제도 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부는 인가받은 학교 테두리 안뿐 아니라 학교 밖 교육 현장까지 아우르는 교육 전반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장승혁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교육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교육적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선택권 보장을 억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원천적인 배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다만 이들 기관이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게 교육 당국의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공교육 신뢰성이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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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②] ‘학교 간판’ 단 학원, 제도 틈새 파고든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9508</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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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2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교육청에는 어학원 등 학원 형태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중·고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영미권 교과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한 수업을 운영하며 사실상 학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는 대안교육기관이나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학원법 체계 안에 들어가 있는 현재 구조가 제도적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6677279736.jpg"/>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는 대다수가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이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일요신문i’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을 분석한 결과, 25곳이 교육청에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학원으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 형태는 1곳, 교육청 등록 대안학교는 1곳이었다. 사업자등록은 확인되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서 학원 등록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기관도 6곳 있었다.이렇게 미인가 국제학교 상당수가 학원으로 등록하고 운영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학원과 학교 설립 절차의 차이와 국제학교 교육 수요 증가를 꼽는다. 국내에서 국제학교로 인가를 받으려면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교지와 교사 등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학원은 비교적 간단한 등록 절차로 설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학원 형태로 등록한 뒤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208590187824.jpg"/>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등록 형태와 지역 분포.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실제로 이번에 분석한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은 국제학교 교육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4곳, 인천 2곳이었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 상당수가 몰려있었다.학원으로 등록된 25곳의 교습 과정은 대부분 ‘외국어’ 또는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외국어 외에도 보습학원(국어·과학·논술), 진학지도 등으로 복수 등록된 곳들도 있다. 실제 운영은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 등 학교처럼 교과 중심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등록 형태는 어학원으로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등록한 교습과정 범위 내에서만 교습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일요신문i’가 서울 서초구의 ‘국제학교’ 이름을 단 한 학원에 입학 상담을 받아본 결과, 학원 관계자는 “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예술·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스페인어 수업도 추가로 들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학원은 교육청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 어학원으로 등록된 곳이다. 학원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할 경우 교육청의 시정명령이나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학원비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교습비 범위 내에서만 수강료를 받을 수 있다. 교재비 등 기타 경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비용 징수는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는 학비 외에 입학기부금 등의 별도 비용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법 제15조는 등록·신고한 교습비 등을 초과해 징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17조에 따라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5991501368.jpg"/> 서울 서초구·성동구에  위치한 학원으로 등록 미인가 국제학교 전경. 사진=김정아 기자 문제점은 개별 학원의 법 위반 가능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 지위는 학원에 머물러 있는 구조 자체가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 당국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며 “학교처럼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학원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은 학원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지만, 국제학교처럼 학년 체계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형태까지 명확히 규율하는 별도의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학교 규제는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관리 기준도 제한적인 ‘제도 사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원은 학력 위주의 교사학습 과정만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로 볼 수 없다”며 “공교육 내에서는 생활지도나 사회화 과정도 자격을 갖춘 교사를 통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고, 교육 당국의 지도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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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①] 공교육 흔드는 ‘대치동식 영어 코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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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5 Mar 2026 13:53:1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입학 요건이 까다롭고, 인가 국제학교 수가 제한적인 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영어 몰입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찾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1725256199.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교문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특히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전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거친 뒤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 영어 몰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해외 유학을 염두에 둔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인가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익힌 뒤 고학년에는 공립초등학교로 복귀·전학해 수학에 집중하는, 이른바 ‘대치동식 학습 전략’이 유행하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의 ‘2017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국민의 외국어 능력 향상과 국제화된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국가의 지원이나 국내외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를 뜻한다. 초·중·고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글로벌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인 ISC(International School Consultancy)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제주특별법’ ‘외국교육기관법’ 등으로 인가를 받은 정식 국제학교는 현재 29개교다.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국제학교’는 1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 국제학교보다 미인가 국제학교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들 학교는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는 학교가 아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적용받는 학원이다. 교습비용은 연간 3000만~4000만 원선으로 추정된다.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인데 어떻게 학교가 아닌 학원인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학적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거나 입학을 일정 기간 미루는 ‘입학유예’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입학유예는 취학 대상 아동이 질병이나 해외 체류, 발달 지연 등의 사유로 취학을 1년 범위 내에서 미룰 수 있는 제도다. 정원 외 관리는 학생이 해외 유학 등 사유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학적은 유지하되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공립초에 학적만 둔 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공립초를 다니려면 학적을 둔 공립초로 복귀하거나 다른 공립초로 전학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학년의 교과목 이수 능력을 평가(교과목별 이수 인정 평가)받아야 학년을 배정받고 복귀·전학할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닌 시기는 미인정 결석으로 처리돼 학생생활기록부가 사실상 공백이 되거나 출결 점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닌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별도의 학력 인정 절차가 필요해 초·중등 과정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1966426407.jpg"/> 서울 송파구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 전경. 사진=김정아 기자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입학 요건과 접근성 문제 때문이다. 외국인학교는 외국 국적 학생이거나 일정 기간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야 입학 가능하다. 제주와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인가 국제학교는 학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거주 학부모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영어 몰입 교육을 원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고 있다.해외 이주 전 2년 동안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냈다는 학부모 A 씨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되거나 지방 도시로 이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외국인학교나 인가 국제학교를 보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부가 모두 한국인에 맞벌이고 기러기(자녀 교육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를 할 생각도 없어 집 근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정식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해외 유학 준비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인가 국제학교 중에는 미국 본교의 분교 형태로 운영되거나 미국 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해외 대학 진학 시 정식 고교 졸업장을 인정하는 곳들도 있다. 성적 관리 측면에서도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외유학 입시컨설턴트인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일요신문i’에 “해외 대학을 진학할 때도 내신이 중요한데, 미인가 국제학교가 정식 국제학교보다 평가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인식이 있어 학부모들이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2852117182.jpg"/> 가수 백지영·배우 한가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녀를 강남권의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 연장선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생활하던 아이들이 공립초에 진학할 경우 영어 노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고민 중이라는 학부모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를 하나의 학습 경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 저학년 동안 영어 몰입 환경에서 공부한 뒤 고학년 때 공립초로 복귀·전학해 사교육과 병행하며 수학 중심 학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교육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학년엔 영어, 고학년엔 수학’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치동식 학습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임준희 대표는 “전에는 해외 유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갔는데, 미인가 국제학교에선 국내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이를 위해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며 “방과 후에는 대치동 아이들처럼 한국 입시를 위한 수학학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전과 다른 이유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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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②] 흉기보다 깊은 상처? 재심청구서를 통해 본 진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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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7 Feb 2026 15:24:2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아이고, 손이 떨려가…”검은 끈이 자꾸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아들의 무죄를 증명할 수백 장의 서류를 하나로 묶으려던 남자의 손끝이 잘게 흔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끈을 돌려 고를 만들려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매듭을 짓는 데 성공한 그가 고개를 들었다. 겸연쩍은 듯 웃는 눈매는 아들과 꼭 닮아있었다. 남자는 28년 전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무기수 이민형 씨의 아버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283480421.jpg"/>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무기수 이민형 씨의 아버지가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할 재심청구서를 편철하고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종합접수실. 이 씨의 아버지와 박준영 변호사, 그리고 28년간 이 씨를 지켜봐 온 한덕경 교화위원이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재심청구서 분량만 A4 용지 508쪽. 증거와 참고자료를 합하면 실질적인 부피는 그 곱절을 훌쩍 넘는다.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눠 들기에도 벅찬 이 서류더미에는 이 씨가 다시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빼곡히 담겼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곳곳에서 발견된 조작 정황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355801183.png"/> 1998년 1월 6일 오전 9시,  밤샘 조사 직후 이민형 씨의 동의 없이 이뤄진 언론 인터뷰. 이 씨는 극도의 수치심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재심청구서 500장이 넘는 재심청구서는 28년 전 이 씨가 홀로 법원에 제출했던 항소·상고이유서의 확장판이다. 제대로 된 법적 조력 없이 써 내려간 27장의 호소문은 박 변호사의 손을 거쳐 법리적인 부분들이 다듬어졌다. 갇힌 몸으로는 결코 찾아낼 수 없었던 무죄 증거들도 추가됐다.재심 청구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와 이 씨 자백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들이다. 특히 경찰과 군검찰, 군판사가 저지른 각종 직무상 범죄 사실이 적시됐다. 폭행 등 가혹행위를 비롯해 위법한 압수와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진술거부권 침해 등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전반에 위법과 부실의 흔적이 가득하고 자백은 모순과 비약으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했다.자백을 보강한다는 증거들 역시 조작되거나 오염된 정황이 짙다. 실제로 당시 수사기록을 보면, 목격자들의 진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로 모였다. 초기에는 ‘가방을 들고 도망갔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검정색 양복차림이었다’ ‘남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등 제각각이었던 최초 진술들은 수사 단계가 진행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일치하기 시작했다.당시 수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는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를 통해 증명된다. 경찰 압수조서에는 1998년 1월 6일 오후 11시 30분, 이 씨와 동행해 증거물을 압수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시각 이 씨는 군경찰에 넘겨져 취조를 받던 중이었다. 심지어 오후 11시 30분에 압수했다는 그 물건들은 이미 3시간 전 저녁 뉴스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뒤였다.2심 재판을 맡은 군판사는 현장검증을 진행하며 진술거부권 등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전 단계에 없던 내용까지 재연시켰다. 이 씨가 참여한 적 없는 증인신문조서 참석란에 이 씨의 이름이 적혀 있기도 했다.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씨는 현장검증 이후 열린 공판기일에서 “범행을 인정하여 한 재연이 아니었다”고 진술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성기 고문하고 알몸 사진 찍어”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579294136.png"/> 이민형 씨는 경찰에서 당한 가혹행위를 그림으로 남겼다. 그림=이민형 재심청구서 곳곳엔 이 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그림들이 들어가 있다. 모두 이 씨가 직접 그린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 보는 것을 좋아했던 이 씨는 수감 후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웹툰 크리에이터 3급 자격증을 땄다. 자신을 에워싸고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경찰들,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꿇린 후 그 위를 밟아댄 경찰, 혐의 인정을 압박하며 죽도로 성기를 찍고 음모를 잡아당기는 모습까지. 모두 이 씨가 힘겹게 끌어올린 기억의 편린이자, 직접 그려낸 고발의 기록이다.박 변호사는 “이 그림들은 피고인이 허위자백에 이르게 된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이자,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4478476655.png"/> 이민형 씨의 양쪽 무릎에 눌림으로 인한 피하출혈로 추정되는 상처가 남아있다. 사진=재심청구서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이 씨의 기억은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당시 경찰은 가혹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하겠다며 이 씨의 나체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이 사진이 오히려 증거가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구타 흔적이 없는 듯하나, 이 씨가 맞았다고 지목한 무릎 관절, 엉덩이, 성기 부위를 상세히 살피면 폭행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결정적으로 당시 수사관들도 최근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 씨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2025년 7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만나 그때를 회상하며 “몇 대 때리긴 했는데 애가 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2명은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그때는 고문도 많이 했다. 자백을 안 하면 할 수 없이 고문을 하는 것”이라며 고문 악행을 인정했다.“3층에 3분의 1은 그, 고문실이라 고문실. 원래 그, 인권 면에서는 그, 그 고문실이 있으면 안 되는데…”“물고문! 물로 가지고 이제 코에 부어 가지고, 그 다음엔 고춧가루 고문, 그 다음에 막대기…” “두드려 패기도 하고…”전부 당시 수사 경찰이 직접 말한 “(용의자가) 자백을 안 하니까 하게 되는” 고문 기법이다.#무죄 입증할 새로운 증거당시 수사기관은 이 씨가 대구 북구의 한 의원에 침입해 현금 30만 원과 접이식 칼 1개를 훔쳤고, 이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결론지었다. 문제는 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중요 근거인 칼의 출처가 원장 A 씨의 불안정한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실제로 A 원장은 사건 초기 “도둑이 든 것은 맞지만 칼은 도난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도난당한 것이 확실하다”고 번복했다. A 원장의 진술은 이 씨의 유죄를 확정 짓는 주요한 증거 중 하나였다.그런데 A 원장은 최근 다시 한번 말을 뒤집었다.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만남에서 범행도구로 지목된 칼과 유사한 접이식 칼을 보며 “이런 칼은 사 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평생 외과 전공을 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흉기로 인정될 정도의 칼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없어요. 나는 이런 칼 사용한 적이 없어요. (칼을 펼쳐보며) 이거는 완전 흉기고. 이거 진짜 날카롭네. 이렇게 날이 선 칼은 호주머니 넣고 못 댕기거든요. 이런 칼 넣고 댕기다가 어디 잡히면, 이거는 흉기로 걸려도 걸리죠.”그러면서 사건 발생일로부터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의 법정 증언보다 1개월 지난 시점에 했던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이 사실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 이상한 게 그래. 그럼 처음에 그래 내가 도난당했다 카지 도난당했으면. 8개월 아닙니까? 그때 와 가지고 다시 조사를 받을 때 내가 도둑맞았다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조금 이상하잖아요.”그럼 어떻게 A 원장의 증언이 유의미한 증거로 채택됐던 것일까. A 원장은 수사기관의 압박 가능성을 언급했다.“이걸로는 증거가 부족하니까, 나를 압박해 가지고 다시 이렇게 좀 써 달라고 했을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많이 하잖아.”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수사기관이 부족한 증거를 보완하기 위해 원하는 대로 진술을 끌어냈을 수 있다는 취지다.설령 경찰의 조사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흉기와 피해자의 몸에 남은 자상이 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시체검안서에 기록된 상처의 깊이는 최대 11cm인 반면, 범행 도구로 지목된 칼날은 10cm 남짓이었다. 10cm 길이의 칼로 11cm 깊이의 자상을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처의 폭 역시 마찬가지다. 자상의 폭은 최소 2cm로 추정되지만 이 씨가 그린 그림 속 칼의 폭은 0.8cm에 불과했다.이에 대해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장기나 내부 조직은 수축하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칼날보다 깊게 확대되는 경우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흉기의 궤적뿐 아니라 자상의 위치조차 이 씨의 자백 내용과는 달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139775062.png"/> 경찰 체포 이후 언론에 공개된 이민형 씨의 손 사진. 손톱이 손가락 끝을 넘어갈 정도로 길게 자라 있다. 사진=재심청구서현장에선 이 씨의 혈흔이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 몸에 남은 13개 자상에 대해 이 씨는 자백 당시 “13번의 칼질”이라고 하면서 “핏속을 돌아다녔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당시 인터뷰 사진을 보면 이 씨의 손톱은 손가락 끝을 넘어갈 정도로 길게 자라 있어 범행 시 혈흔이 끼거나 묻기에 매우 쉬운 상태였다. 하지만 정밀 감식 결과 어떠한 혈흔도 검출되지 않았다.범행 직후의 행적에서도 의문은 이어진다. 자백대로라면 이 씨는 살인 후 돈통에서 돈을 꺼내 도주했다. 그러나 금고에서는 주인 부부의 지문만 확인되었을 뿐 이 씨의 지문이나 혈흔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13차례나 흉기를 휘두른 범인이 피 묻은 손으로 돈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이번 재심청구서에는 사건 당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한 과학적 재현 실험 결과가 새로운 증거로 포함됐다.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가 주도한 실험에 따르면, 손톱이 긴 상태에서 혈흔이 묻을 경우 단순 세척만으로는 흔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려웠다.감식 기법에 따라 결과는 엇갈렸으나 도출된 결과는 유의미했다. 혈액 성분을 육안으로 판별하는 LMG 검사에선 반복 세척 시 일부 음성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미세 혈흔을 추적하는 루미놀 검사에선 손톱 틈새에 박힌 극미량의 혈흔이 포착됐다. 손톱 안쪽의 거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세척 후에도 ‘점상 발광(점 모양의 빛)’ 형태의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실험의 결과와 과학적 의미 등을 임 교수의 의견서 형태로 추가 제출할 계획이다.이 밖에도 재심청구서엔 관련자들 위증과 목격자들 증언 모순점, 허위 자백 이유 등이 포함돼 있다. 박 변호사는 향후 재심보충서를 통해 추가 증거들을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진실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죽이지 않았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211151084.png"/> 이민형 씨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사진=재심청구서“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이 씨의 주장은 28년 전부터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가족도 국가도 아닌 이름 모를 한 방청객이었다.“사형을 언도받고 돌아설 때, 어느 아주머니께서 제 두 손을 꼬옥 잡아주셨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힘을 내라고…부모님조차 찾아와 주지 않은 저에게 희망을 건네며 눈물을 흘리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것은 포기의 눈물이 아닌 제 인생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1998. 6. 9. 항소이유서 중)이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눈물은 당시 사형수였던 이 씨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헌병들은 항소를 권유했고 형무 계장은 탄원서를 써줬다. 이 씨는 일면식도 없던 이들에게서 받은 사랑이 진실을 밝히는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죄를 시인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회유에도 그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지금, 이 씨는 그날의 진실을 묻기 위해 다시 한번 법원 앞에 섰다.“전 결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제게 또다시 사형이라는 형벌이 주어진다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말입니다.” (1998. 6. 9. 항소이유서 중)“이번이 안 된다면 다음번, 다음번이 안 된다면 또 다음번 저는 언제까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게 허락된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1998. 10. 13. 상고이유서 중)]]></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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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새해 벽두 벌써 2배 증가한 산불…예방도 대책도 '불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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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0 Feb 2026 13:4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새해에도 산불 소식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해지고 있다. 2025년 경상북도를 지옥으로 만든 '역대급' 산불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2월 19일까지 전국에서 산불 117건이 발생했다. 2025년 같은 기간 66건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산림청은 올 1월부터 강원도와 경상도 등 동해안 지역에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해 계속 유지하는 상태다. 봄이 오기 전 1월에 경계를 발령한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경계는 산불 위기경보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산불은 인재로 발생해서 날씨로 확산하는 '복합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난 이후 관리는 오롯이 정책과 제도에 달려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 지역 주민의 실질적 삶 회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해왔을까. 지역마다 다른 복구 기준, 일관성 없는 행정 판단, 모호한 지원 주체 등이 재난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되는 위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02897253.jpg"/> 산림청은 2026년 1월부터 경상도와 강원도 등 동해안 지역 전체에 산불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경계는 산불 위기경보 4단계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월부터 경계를 발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산림청 제공 #아직도 집에 못 간 수천 명2022년 경북 울진 산불, 2023년 경북 예천 산사태, 2025년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은 재난 형태와 규모 및 발생 시기가 제각각이지만,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만큼은 꼭 빼닮아 있다. 일요신문과 만난 이 지역 주민들은 △보상 부족 △성금 등 분배 과정에서 주민 사이 갈등 △산 지반이 약해진 데 따른 2차 피해 우려 △정서적 트라우마 등을 일제히 호소했다.특히 보상금은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불가능할 정도로 적다. 각종 보상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이뤄진다. 피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기준 전파(전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 수준이다.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기 부담 없이 새집을 짓기란 무리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예천] "대통령 방문 오히려 독" 산사태 후 무너진 마을 공동체).실제 2025년 3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의성·청송 등 주민 상당수가 아직도 임시주택에 머무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13일 기준 경북 지역에서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피해 주민은 410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안동시 1532명 △영덕군 1341명 △청송군 696명 △의성군 375명 △영양군 158명 등이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집뿐 아니라 농기계나 농작물 등 생계 수단마저 잃는 현실도 심각하다. 각종 농기계 등 장비는 중고 가치로 평가되지만, 대부분 주민은 새 제품 구매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자부담과 대출이 필수적으로 발생해 피해 주민들이 다시 빚을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농작물 등 피해는 농협이 운용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만 기대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울진·삼척] 산불이 앗아간 터전, 다시 '희망의 나무심기').정부는 2025년 10월 안동 등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 올 1월 29일 시행했다. 피해 구제 범위와 생계지원을 확대한 게 골자다. 그러나 이를 통해 실질적 피해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적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26352283.jpg"/> 416재단 부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가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 피해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주민 대부분이 보상금 산정 근거를 모른다고 답했다. 최근 시행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에 관해서도 내용을 잘 모른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그래프 및 표=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 제공#보상금 산정 근거?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적절한 보상을 받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시행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의 내용을 인지하는 주민도 적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므로,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416재단 부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는 2025년 12월 9일 국회에서 '누구를 위한 산불구제 특별법인가'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단체는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 피해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일요신문이 실태조사 결과 전문을 살펴보니, 산불 구제 특별법에 대해 "들어만 봤고 구체 내용은 모른다"는 응답이 54.3%,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25.9%에 달했다. 응답자 80.2%가 보상과 관련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미 지급된 파손주택 보상금 등의 산정 근거도 '전혀 알지 못한다'가 42.7%, '대체로 알지 못한다'가 27.3%로 전체 70%를 차지했다. 민간 성금의 지급과 분배도 마찬가지다. 민간성금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인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29.2%가 "이웃", 18.9%가 "이장", 22.6%가 "언론"이라고 답했다. 행정기관 공무원이라고 답한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 관계자는 "성금 등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됐는지 공식 확인할 수 있는 경로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피해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거나 절차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민들의 행정 불신으로 이어진다. 산불 피해를 입은 청송군민들은 '청송산불피해보상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까지도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청송군청에 찾아가 "마을마다 보상 지급 비율이 다르고 안동시 등 인근 지역하고도 기준 차이가 크다"고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37816192.jpg"/>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산불 확대 요인에 관한 명확한 분석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림 대부분을 차지하는 침엽수가 실제 화재에 약한지 등을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사진=KTV 갈무리 #"과학 문명시대에 아직도 이 논쟁…"남은 최대 과제는 단연 재난 예방이다. 하지만 정작 산불 확대의 구체적 원인 진단도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확대에 소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 등 활엽수가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나무 심을 때 주로 침엽수를 심는다. 근데 활엽수가 산불에 더 강하다, 근데 왜 침엽수를 심느냐 하는 겁니다. 저는 21세기 과학문명 시대에 아직도 이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왜 답이 안 나오는지, 제가 이 얘기를 들은 지 매우 오래 됐고, 결론이 안 나오고 지금도 논쟁하고 있는데, 이거 예산편성 전에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은데요."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침엽수가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침엽수가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활엽수의 낙엽이 불씨를 머금고 날아다니며 산불을 키운다는 주장도 꾸준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81908889.jpg"/> 서울환경연합과 불교환경연대, 생명다양성재단 등 단체들은 2026년 1월 21일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침엽수 비중이 큰 산림일수록 산불 피해도 크다고 조사됐다. 그래프=서울환경연합 제공다만 정도의 차이만 놓고 보면 침엽수가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서울환경연합과 불교환경연대, 생명다양성재단 등 단체들은 지난 1월 21일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5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 산림 구간 1050곳을 표본으로 산불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다.이에 따르면 침엽수 비중이 클수록 산불 강도도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이끈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송이농사 등을 위한 침엽수림, 임도 조성 등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산불 확산을 줄이려면 활엽수림으로의 자연적인 변화를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산불 피해지역 청송주민이자 해당 조사에 참여한 홍시언 씨는 "소나무 단순림을 유지하기 위해 활엽수가 반복적으로 제거된 흔적을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다"며 "산불로부터 우리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다시는 소나무를 산에 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물론 정부도 고민이 깊다. 한국 산림은 약 630만㏊ 규모다. 이 가운데 약 66%가 사유림이다. 산주들 대부분이 침엽수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침엽수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리도 쉬운 데다, 벌채 후 수익을 얻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일요신문과 경북 울진에서 만난 60대 산주 전 아무개 씨는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 자체를 못 믿겠다"고 했다. 그는 "소나무가 화재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활엽수도 계절이 지나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므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소나무뿐"이라고 강조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95334654.jpg"/> 산림청은 2026년도 산불 방지를 위한 예산으로 약 854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도 본예산 578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산불 이후 편성된 추경예산까지 더한 1015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모자라다. 표=재정경제부 제공 #정부와 주민의 '동상이몽'정부는 2026년 산림청의 산불 방지 대책 예산으로 약 854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도인 2025년 본예산인 578억 원보다는 크게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2025년 경북 산불 이후 편성된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한 1015억 원과 비교하면 많이 적은 규모다. 올해 산사태 예산의 경우 323억 원이 편성됐다.2026년 산불 예산 주요 내용을 보면, 재난 조기 발견을 위한 감시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렸다. 126억 원을 투입해 220곳에 산불감시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 산불 위험지역에 안전공간 120개소(73억 원)를 조성하고, 소화시설 28개소(29억 원)를 설치한다.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60명 증원한다. 다목적 산불진화차량 12대(45억 원)와 산불대응센터 10개소(41억 원)를 추가한다. 공중 진화력 보강을 위해 대형 산림헬기 1대와 중형 헬기 1대를 추가 도입한다. 특히 대형헬기 도입에 약 550억 원, 중형헬기에는 330억 원을 투입한다.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산림 구조개선'이나 '수종 전환' 등 근본적인 예방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산사태 예산은 '산악기상 관측망 현대화'가 핵심이다. 전국 172개소에 50억 원을 투입해 산악기상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산림계곡 정보 구축을 위한 산림수계수치지도와 산림유량관측망도 확대한다. 이 역시 의문이 따른다. 산사태 위험은 단순 기상 정보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산림 이용 방식과 지역 개발 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산림청은 2022년에도 '전국 산사태 예방 종합대책'을 통해 "산사태 예측정보 시스템의 고도화"를 중점 사업으로 내세웠다. 2015년 처음 내놓은 '산사태 종합대책'에서도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통해 예방·대응 활동 적극 추진" 등 같은 말을 반복한 바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303797687.jpg"/> 2025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의 임시주택 단지 모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25년 9월 산불 피해 지역에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다. 사진=주현웅 기자경북 안동과 의성·청송 등에서도 산불 피해지 벌목으로 산사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피해 지역에 개발 사업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25년 9월 "안동에는 산림휴양복합단지, 의성에는 산림경영특구 시범사업, 청송군에는 골프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다.이는 경북 산불구제 특별법 39조(관광단지개발)가 "피해지역 경제 회복과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관광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 가능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난 김에 개발하자는 뜻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정항우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주민들은 실질적 보상과 생활 재건을 꿈꾸지만, 행정과 정치권은 정부 예산을 통한 정치적 성과와 개발 이권 확보에 더 치중하는 듯 보인다"며 "결국 피해 주민과 정치권은 같은 특별법을 두고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에 빠진 셈"이라고 지적했다.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커다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경북 산불은 국가 차원의 원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십 년 반복돼 온 잘못된 산림 정책과 산불 대응 정책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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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8062</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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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0 Feb 2026 15:12:4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8년 발생한 ‘대구 장미비디오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민형 씨가 사건 발생 28년 만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149668677.jpg"/>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민형 씨는 28년 동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속 이 씨가 범죄 시인을 재촉하는 경찰의 물음에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 것"이라고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준영 변호사 이 씨의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2월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전반에 위법과 부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자백은 모순·공백·비약으로 점철되어 있다. 자백을 보강한다는 증거들 역시 조작되거나 오염된 정황이 짙다”며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재심이 개시되면 물적 증거 없이 자백과 진술만으로 유죄가 확정됐던 당시 수사 절차의 적절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1998년 사건 현장에서는 이 씨의 지문이나 DNA, 범행에 쓰인 흉기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6세 아들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에 의존해 공소제기 14일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이 원심을 파기했으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경찰의 가혹행위도 재심 청구의 사유로 제시됐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씨는 장시간 수면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밤샘 조사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잠을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뺨을 때리고 죽도로 등과 성기 부분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행 흔적이 남았는지 중간중간 옷을 들추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가혹행위 이후 “구타 사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다수의 경찰관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지시하고 이 씨의 나체 사진을 찍게 한 행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씨는 이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만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실제로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고 일부 시인한 바 있다. 또, “잠을 안 재우면서 하루 반 정도 수사를 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당시 기록 그대로 다시 재판한다면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다”며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379694511.jpg"/> 이민형 씨의 아버지가 2월 9일 직접 재심청구서를 편철하는 모습. 이 씨의 아버지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사진=최희주 기자이날 재심을 청구하는 자리에는 이 씨의 아버지와 28년 동안 이 씨를 지켜본 한덕경 교화위원도 함께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500장이 넘는 청구서를 직접 편철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28년 전부터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한 교화위원은 뒤돌아 옅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무죄를 향한 이 씨의 주장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씨는 형 집행 경과와 교정 성적이 일정 기준에 도달한 모범수로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포기했다. 가석방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박 변호사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자유를 택하는 대신,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확인받고 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이라며 “이 씨의 진실과 정의에 기초한 사회 복귀의 소망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말했다.법원은 새로운 증거 제출, 판결의 중대한 흠, 또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 청구인의 기록과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여 결정한다. 만약 이 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사법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억울하게 복역한 사람이 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486957519.jpg"/> 1998년 6월 9일 이민형 씨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자료=박준영 변호사한편 이 씨가 1998년 제출한 항소이유서엔 “전 결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저에게 사형이란 형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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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울진·삼척] 산불이 앗아간 터전, 다시 '희망의 나무심기']]></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805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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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0 Feb 2026 14:20:21]]></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는 2022년 3월 4일부터 무려 열흘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겪었다. 2025년 경북 안동·의성 등에서 발생한 산불 이전까지는 국내 단일 기준 최악의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울진과 삼척의 현재를 살피면, 자연재난이 개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일요신문은 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울진 지역을 다녀왔다. 산불 발생 후 약 4년이 흘렀지만, 마치 최근 재앙을 입은 듯 회복이 더뎠다. 주민들은 산불을 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많은 것을 포기했고, 이제 산에 심는 나무 한 그루조차 자신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몫이 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07356681.jpg"/> 2022년 3월 4~13일 열흘 동안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당시 산불로 축구장 약 3만 5000개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다. 사진=녹색연합 제공 #"불덩이가 미사일처럼"울진은 죽변항으로 대표되는 바다와 금강송 군락지 등 산림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특히 울진 산에서 나는 송이는 명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의 울진은 그 명성을 위협받고 있다. 역대급 산불로 인근의 강원 삼척 포함 축구장 약 3만 5000개 면적인 약 145㏊ 규모 산림이 소실된 탓이다. 산에서 송이를 캐던 이들이 논밭으로 향하고, 일부는 척박해진 땅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지난 1월 29일 찾은 울진군 주인리는 마치 엊그제 산불이 휩쓸고 간 듯 황량했다. 불에 타 민둥산이 된 산자락 곳곳에 새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지만, 숲이 다시 숨을 쉬기까지는 족히 수십 년이 걸릴 듯 보였다.이 마을에서 만난 60대 전 아무개 씨는 산불이 발생한 2022년 3월 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교직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있었다. 퇴임 후에는 산을 가꾸며 송이를 캐고 지낼 작정이었다. 약 5만 평 규모의 송이 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산불 난 데가 울진 두천리인데, 우리 마을하고는 한 6km쯤 떨어졌어요. 그래가 처음에는 '아, 우리까지 오겠나' 싶어서 크게 신경도 안 썼지요. 근데 바람이 어찌도 센지, 강풍이 부니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불덩이가 미사일처럼 날아다니더라고. 순식간에 우리 동네 뒷산까지 다 탔어요. 그게 말로 다 못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몸만 겨우 챙겨가꼬 도망가고, 어르신들 중에는 '이 나이에 어딜 가노' 이러면서 피난을 아예 포기한 분도 있었고예."전 씨는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기 전에도 산에 올라 도라지와 더덕을 심었다. 그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매캐한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일을 했다"며 "그보다 더 참담했던 건, 바람에 흔들리며 나던 나뭇가지 소리와 찔레나무 아래에서 보이던 뱀과 개구리 같은 생명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57931252.jpg"/> 경북 울진 주인리에서 만난 60대 전 아무개 씨는 약 5만 평 규모 송이 산을 보유했다. 하지만 2022년 발생한 산불로 이제는 나무부터 다시 심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송이는 20년, 보상은 3년산불 진화 이후 시작된 각종 보상 절차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전소된 주택 등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대체로 1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산림 자원이나 농지 등 생계 기반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상금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잦아지면서 마을 공동체의 신뢰도 흔들렸다.전 씨는 특히 산림 보상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전문성 부족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산림 담당 공무원들조차 조경수와 조림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경수는 미관을 목적으로 심는 수목이고, 조림수는 산림 조성이나 자원 확보를 위해 식재되는 수종이다.전 씨는 "조경수만 보상 대상이 됐다"며 "나라에서 심은 나무이거나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면 몰라도, 산주가 직접 심은 나무라면 조경수든 조림수든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산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정작 그 구분조차 못해 한참을 다퉜다"며 "그 과정에서 내 수명이 다 줄어드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일각에서는 산불 피해 보상금이 외부로 유출돼, 정작 주민들의 실질적 회복 몫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인리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주민은 "과거 온천 개발 소문이 돌면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산을 많이 사들였다"며 "정작 쓸모없다던 산을 산 외지인들이 산불 피해 보상을 대부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송이를 재배해온 임차인들의 피해 역시 치명적이었다. 신화리 주민인 60대 장 아무개 씨는 삶의 절반을 송이 채취에 써왔지만, 이제는 농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송이 피해보상 기준은 '산불 발생 이전 3년 평균 수익의 150%'였다.장 씨는 "150% 보상이 겉으론 큰돈처럼 보이지만, 송이 하나를 키우는 데 20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산림조합에 납품된 물량만 보상 대상으로 인정했다"며 "이 때문에 산불 직후 송이 재배자들 사이에서는 가짜 영수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논밭 농사도 쉽지 않았다. 산불 여파로 각종 이물질이 땅을 뒤덮은 탓에 이를 정리하는 데에만 1년을 소비했다. "업체 불러서 기계로 이물질 등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며 "이것만 해도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79538298.jpg"/> 경북 울진은 2022년 산불 이후 약 4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부분 산은 여전히 황량한 풍경이다. 심은 나무들이 다 자라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주현웅 기자#"나무는 후대를 위해 심는다"울진 산불은 자연재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에 상처를 남기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들은 재난 이후 약 4년 동안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산 피해뿐 아니라 하루의 일상, 이웃과의 관계,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모조리 변했다는 것이다.울진 북면 주민 60대 조 아무개 씨는 산불 직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기부 물품들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들이 사는 마을에 아동복이 도착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낡은 옷들도 적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식품도 많았다. 이것이 기부인지, 아니면 물건을 버린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사례는 2025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등지에서도 반복됐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주민 갈등도 깊어졌다. 1억 원 안팎의 보상금을 받고, 대출을 받아 새집을 짓자 일부 주민 사이에선 "차라리 우리 집도 불탔으면 나았을 걸"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보상금이 수억 원 나왔다더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소문도 뒤따랐다.정부와 지자체가 보상금을 제대로 산정·분배했는지를 두고는 지금도 불만이 크다. 일요신문과 만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보상금 산정 근거를 모르겠다" "무식이 죄"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등이었다. 북면 주민 조 씨는 "보상금을 자식들에게 주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액수가 너무 적게 나오면 자기 탓을 하며 눈물 흘린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속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도 체감했다. 지자체 방침이 항의 강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벌목된 산에 평당 식재 가능한 나무 수, 허용 수종 등이 들쭉날쭉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울진 산불은 한 시민이 버린 담배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몇몇 주민을 특정하며 "비닐 소각이 문제"라고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그럼에도 울진 주민들은 좌절 대신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주인리에서 만난 전 씨는 2024년 2월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울진에서 다시 산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래는 퇴임 후 자연을 벗 삼아 소일거리만 하려 했지만, 산불 이후 매일같이 산에 올라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푸르렀던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5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저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나무 심기"라고 말했다."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 50년 지나면, 불타기 전보다 더 좋은 산으로 가꿀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20~30년 지나면 나무가 굵어져 벌목도 해야 하는 기라, 자식들한테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된 셈이지요. 지금 연금도 받고 있고, 100세 시대라 카니 앞으로 50년 더 산다 카는 것도 그리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지요. '나무는 후대를 위해 심는다'는 조상들 말을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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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예천] "대통령 방문 오히려 독" 산사태 후 무너진 마을 공동체]]></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797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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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Mon, 09 Feb 2026 14:41:4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경상북도 예천군은 2023년 7월 13~17일 폭우 산사태로 주민 17명(사망 15명·실종 2명)을 떠나보냈다.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까지 더하면 18명. 예천에는 많은 사회적 관심이 뒤따랐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삶 회복 등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채 상병 순직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면서, 정작 이재민들이 입은 피해와 현실은 잊히고 말았다.일요신문이 2년여 만에 다시 찾은 예천에는 상흔이 여전했다. 재난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공동체 균열까지 이어지는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872016073.jpg"/> 2023년 7월 산사태 직후 경상북도 예천군 벌방리 입구 모습. 예천에서는 이 산사태로 주민 17명을 떠나보냈다. 사진=주현웅 기자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890463583.jpg"/> 경북 산사태 이후 2년여 지난 2026년 1월 26일 예천군 벌방리 입구. 사진=주현웅 기자#이주단지 '하세월'…현금 없으면?지난 1월 26~27일 찾은 예천군 벌방리. 산사태 직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신속한 복구를 약속하며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마을이다. 83가구가 살던 이 작은 농촌마을에서만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고 채수근 상병도 이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중 참변을 당했다. 벌방리 주민들은 여러 겹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재난 발생 약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벌방리는 겉보기엔 옛 모습에 가까워졌다. 바위와 흙더미에 덮였던 마을 입구에는 새집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형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그나마 자기 땅 있는 사람들은 새 집 지어 입주 준비하고, 땅 없는 사람들은 뭐 답이 있겠습니꺼. 그냥 컨테이너서 살겠다 카는 분도 있고. 예전에는 죽어도 자식들한테는 부담 안 준다꼬, 따라 안 가겠다 카시던 분들도 몇몇은 이번 일 겪고 마음 바꿨어요. '할 수 없제…' 이카면서 자식들 따라갔고."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예천 이재민들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피해 보상을 받았다. 피해 규모와 주택 형태에 따라 액수는 제각각이다. 지역에서는 1억 원 이상을 받아도 "후하게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이전 수준의 삶 회복은 요원하다.마을 뒤편 산과 거리를 둔 곳에는 이주단지가 조성 중이다. 토지 매입 협상 등 절차가 지연되며 아직 시공조차 되지 않았다. 설령 완공되더라도 입주는 쉽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건축을 주민이 먼저 자비로 진행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20명가량이던 이주 희망자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 주민은 "당장 현금이 없으면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토로했다.예천군 관계자는 "이주단지 입주 희망자 상당수는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들"이라며 "그 외 파손된 주택에 대해서는 법과 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지자체로서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1/1770771350647370.jpg"/> 2023년 7월 산사태 직후 경북 예천군 벌방리 마을 일대 모습. 사진=주현웅 기자#사과가 생계수단인데…'상경투쟁'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도 적지 않다. 건설장비를 잃은 한 주민은 '건설기계 및 공사 장비'에 대한 피해 보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농막이나 창고 등 무허가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농촌에서 농막과 창고를 개조해 주거 공간으로 쓰는 현실과 제도 사이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다.생계 수단이 가장 큰 문제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60대 박 아무개 씨는 산사태 발생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사과 3500상자를 수확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750상자로 급감했다. 2024년 900상자, 2025년 1200상자로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재난 이전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 농작물 등 피해 주민들은 농협이 운용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만 기대야 했다. 물론 이 역시 보상은 미미하다. 박 씨는 "그루당 30만~50만 원짜리 나무를 10만 원씩 받았다"며 "땅 속 뿌리까지 물에 잠기면서 나무는 거의 죽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공교롭게도 사과 가격이 급등한 시점은 예천을 비롯한 경북 산사태 직후였다. 도매가격 기준 kg당 4000원대이던 사과 값은 2023년 9월 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사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491㏊(1.5%) 줄었다. 전국에서 경북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역 산사태가 농민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예천 주민들은 고민이 더 생겼다.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 이후 농축산물 검역 절차 개선을 예고하면서다. 박 씨는 "한미 관세협상 이후 사과 수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농민들이 전국을 돌며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이 2017년 탈퇴한 국제 무역협정이다.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참여했다. 참여국끼리는 관세가 없어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 호주, 뉴질랜드 등 농축산물 강국들이 다수 포진했다. 여기에 가입해도 사과 등 수입이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사과 수입 반대 투쟁'을 이끄는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 회장도 예천 산사태 피해자다. 그는 "사과 가격 상승을 산사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피해 규모를 제대로 산정하는 과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987267156.jpg"/> 경북 예천군 벌방리에 조성된 임시주택들. 약 10가구가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폭행에 고소전까지벌방리에는 80년 넘게 살아온 노인들도 많다. 이들은 "살면서 이런 산사태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천 범람은 겪어봤지만, 산이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정부의 관리도 허술했다. 감사원이 2024년 6월 공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 실태'에 따르면, 예천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5개 구역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산림청이 지정한 이재민 대피소가 위험 지역에 위치한 사례마저 확인됐다. 하마터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예천 산사태는 자연재해가 공동체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도 보여준다. 벌방리에서는 재난 직후 이장을 포함한 마을 지도부가 대거 교체됐다. 보상과 성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책임론이 마을 지도부로 향했다고 전해졌다.한 주민은 "(윤석열) 대통령 방문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복구에 대한 기대가 유독 컸던 만큼, 성금을 어떻게 나눌지 등을 놓고 주민들 사이 다툼이 잦았다"고 말했다. 폭행과 고소전까지 불거지며 마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벌방리 주민들은 정부 대책만큼이나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임 마을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이 동네에 송전탑이 몇 개 있습니더. 그 보상도 예전에 밀양에서 시민단체랑 주민들이 같이 싸워서 받아낸 기라예. 밀양 사람들은 진짜 대단합니더. 여긴 보이소, 노인들만 사니꺼 문제제기 하기가 참 어렵습니더. 피해 재산 감정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행정 절차가 맞는지 누가 좀 같이 봐 주고 옆에서 떠들어 주면 좋을 낀데…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꺼."]]></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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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784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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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Sun, 08 Feb 2026 15:35:2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5년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경상북도 안동시와 의성·청송군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이 수천 명에 이른다. 새집 공사의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경북 산불 피해구제 특별법'이 시행되며 추가 보상의 길은 열렸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하다.일요신문은 안동을 다시 찾았다. 주민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와 2차 피해를 걱정했다. "산불 끄니 산사태가 걱정" 등 우려가 컸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553401624.jpg"/> 2026년 1월 27일 찾은 경북 안동시 모습. 사방을 둘러싼 산이 황색 빛을 띠고 있다. 2025년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나무가 타 죽거나 벌목이 이뤄진 탓이다. 사진=주현웅 기자#참담한 풍경…"비닐하우스서 살면 돼"지난 1월 27~28일 찾은 안동은 어쩐지 한국답지 않은 풍경이었다. 사방이 푸르렀던 산은 완전히 사라졌다. 언뜻 보면 이집트 피라미드가 곳곳에 세워진 듯 참담한 이국적 광경이 이어졌다. 불에 타 죽거나 베어낸 나무들로 산 전체가 황색 빛 민둥산이 돼 버렸다.시골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는 집 같기도, 컨테이너 같기도 한 구조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머무는 임시주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13일 기준 경북 지역에서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피해 주민은 410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안동시 1532명 △영덕군 1341명 △청송군 696명 △의성군 375명 △영양군 158명 등이다. 2025년 3월 산불 발생 후 6개월 지난 9월에도 4467명이었다. 이재민 상당수가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8433955794.jpg"/> 산불이 발생 약 1년 지난 2026년 1월 28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사진=주현웅 기자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는 10여 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이다. 산불은 이 작고 아담한 마을까지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현재 주민들은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조성된 임시주택 단지에 모여 지내고 있다.주민들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보였다. 경로당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나이 든 마당에 좋은 집이 뭐가 필요 있겠냐"며 "비닐하우스 하나 지어 거기서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농사가 더 문제다. 그는 "원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났는데 불 난 뒤로는 땅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무 것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눈물 난 적이 없었다"며 "나무에 대추도 안 열린다"고 걱정했다.이 마을 주민들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각종 피해보상과 지원을 받았다. 액수는 넉넉하지 않다. 피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기준 전파(전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주거비와 생계비 등을 최대한 더해도, 대개 1억 원 안팎이라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최근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기 부담 없이 새집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주민들은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660870866.jpg"/> 경북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주민들은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임시주택 단지를 조성해 모여 살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사회재난'의 벽…웃지도 울지도 못해정부는 안동 등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 시행령을 지난 1월 29일부터 시행했다. 피해 구제 범위와 생계지원을 확대한 게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선 웃기도, 울기에도 모호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안동 임하면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더 지원해준다니 다행"이라면서도 "큰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안동에 이런 큰 산불은 처음 나가꼬 그런지, 공무원들도 전부 우왕좌왕하대이. 집만 문제인 게 아이고, 옷이랑 생필품도 우리 쓰라꼬 준 기라예. 근데 그게 말이 됩니꺼. 쓸모 있는 기가 거의 없었데이. 나만 그런 기도 아니고예. 옷 같은 거는 사이즈도 안 맞고. 그때 나눠준 2080 치약도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오더만예. 불량이라꼬 반품하라 카대이. 에이, 다 갖다 버렸지 뭐. 정부라 카든지, 도청이라 카든지, 시청이라 카든지… 하는 짓이 다 그짝 그짝입니더."실제 특별법이 시행돼도 보상·지원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 산불이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이를 '자연재난'으로 바꾸길 계속 요청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사회재난은 자연재난보다 각종 보상·지원 수준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5년 6월 '영남지역 산불 피해와 농업 부문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사회재난은 응급복구비와 생계비 지원 위주로 재정이 투입돼 피해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자연재난으로 분류되면 재해복구비와 재난지원금, 농작물재해보험 보장 범위 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출연기관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다른 시각을 띠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산불은 관련 법률에 따라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며, 사회재난이든 자연재난이든 보상·지원 기준은 동일하다"며 "오히려 자연재난으로 분류될 경우 실손 피해 보상 한도가 5000만 원으로 제한되는 등 불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672957364.jpg"/> 경북 산불 발생 당시인 2025년 3월 28일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모습. 마을 전체가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사진=주현웅 기자 #"불탄 집에 충격…사망"안동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논과 밭, 집과 경로당까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수소문해보니 "노인들이 많아 대부분 병원에 다닌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동 대곡2리에서 마주한 주민들도 일제히 건강 문제를 토로했다. 이 마을 일대에서만 산불 직후 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지만 다들 산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한 사망자의 부인은 "우리 아저씨가 80대지만 건강했다"며 "산불 나고 대피소에서 며칠 지내다 돌아와서는 집이 다 타버린 걸 보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수개월 앓다 작년(2025년) 초가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산불 이후 밝은 곳에 들어가면 검은 반점 같은 게 떠다닌다"며 "나이 들면 원래 그렇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산불 나고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산불 피해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일찌감치 우려돼 왔다. 매캐한 연기와 냄새로 인해 노인층의 폐·호흡기 질환 위험이 제기됐고, 정신적 충격도 컸다. 2025년 12월 그린피스와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발표한 '2025 경북 산불 피해주민 실태조사' 결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응답자가 261명(87%)에 달했다.정부는 심리 치료를 포함한 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요신문이 길안면과 임하면 일대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실제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이는 없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813743362.jpg"/> 그린피스와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2025년 10월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한 '2025 경북 산불 피해주민 실태조사' 결과, 경북 산불 피해자 300명 가운데 267명(87%)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그래프=그린피스·녹색전환연구소·재난피해자권리센터우리함께 제공#"이제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주민들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10일 의성군에서 다시 산불이 발생하면서 마을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역 일대가 아비규환이었다고 한다. 당시 산불은 3시간 만에 진화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사람의 힘이 아닌, 당일 내린 눈 덕분이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설마 똑같은 사태가 1년 만에 재발할까. 주민들은 이제 산불보다 산사태가 더 걱정이다. 지역 사방이 민둥산이 돼 버린 탓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곳은 토양의 영양분이 대거 빠져나가 일반 산보다 산사태 가능성이 최대 200배까지 높아진다.특히 이 지역 주민들로선 2023년 바로 옆 지역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관련기사 [르포] '대피한 후에야 대피 문자가…' 산사태로 무너진 예천 벌방리). 게다가 현재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이재민 대부분은 재난 지역 인근에서 그대로 지내는 상태다. 산불이든 산사태든 발생하면 관련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안동 일직면 임시주택 단지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산사태 걱정은 당연한데, 주변에 임시주택 단지로 쓸 땅이 없어 별 수 없이 여기서 지낸다"며 "그래도 가끔 공무원들이 나와서 산을 훑어보고 가더라. 산사태 나지 않을 정도로 산이 튼튼한지 보고 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8506962782.jpg"/> 2026년 1월 28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 한 마을.  2025년 큰 산불 피해를 입은 이 마을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인근 산의 나무 상당수가 벌목돼 폭우 시 산사태 우려가 따른다. 사진=주현웅 기자경북 산불은 '역대급' 피해 규모에 비춰, 신속하고 정밀한 산사태 대책을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고위험 지점을 대상으로 한 집중 대책이 요구된다. 경상북도는 고위험 지역부터 사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집중호우나 태풍 시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해 산지나 계곡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 진화 이후부터 각 시·군과 협조해 산사태 우려지역 조사를 진행했고, 긴급한 지역 위주로 인근에 사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동절기라 잠깐 공사를 멈췄지만, 우기 전에 마무리하도록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또 "2023년 예천 등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경우 안동 등 산불 발생지와 다른 면이 있다. 통상 산사태는 큰 산맥 뒤에 위치한 지점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안동 등지는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산림청 등과 함께 산사태 예측정보시스템도 고도화해 가동 중으로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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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백령공항, 비행기가 '1500원 여객선' 대체할 수 있을까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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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6 Dec 2025 10:17:42]]></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ngs@ilyo.co.kr | 남경식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백령도는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백령도 해안에서 북한 황해도 장산곶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15km. 백령도는 남북 분단 이전에는 황해도에 속한 섬이었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인천에 속한다. 하지만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뱃길은 220km에 달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6716640943.jpg"/> 좌측 호수 위쪽으로 보이는 들판이 백령도 공항 예정부지. 우측 해변과 맞닿은 곳이 과거 천연비행장이었던 사곶해변이다. 사진=남경식 기자백령도 공항 건설사업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면서다. 백령도 공항 건설사업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비가 2018억 원에서 3913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타당성 재조사를 받게 됐다. 항공기 운항 계획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바뀐 영향이었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는 2026년 상반기 나올 예정이다.2025년 12월 15일~17일 찾은 백령도 공항 예정부지는 드넓은 들판이었다. 이곳은 1991년~2006년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땅이다. 공항 예정부지 남서쪽에 위치한 백령호 역시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공항 예정부지 남동쪽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곶해변이 있다.사곶해변은 특수한 지질 특성 덕분에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됐던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수송기가 사곶해변에서 이착륙했다. 멀리서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처럼 보이는 사곶해변은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이 차를 몰고 사곶해변에 들어가기도 했다. 차가 빠지지 않는 모래사장을 달리는 이색 체험을 위해서였다.그래서인지 백령도에서 빌린 렌터카에는 주의사항으로 차량 내 금연과 함께 사곶해변 출입금지가 적혀 있었다. 사곶해변 입구에도 “차량 빠짐 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6832913790.jpg"/> 백령도 사곶해변에 1960년대 후반 비행기가 착륙해 있는 모습. 백령면사무소 근처 담장에는 천연비행장이었던 사곶해변을 담은 과거 사진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사진=남경식 기자하지만 사곶해변 옆에서 1991년~2006년 간척사업이 진행된 이후 사곶해변 지질은 변했다고 한다. 사곶해변 옆에 방조제가 생기면서 조류 흐름이 달라진 탓이다. 단단했던 모래사장은 과거보다 물러졌다. 사곶해변 모래사장을 직접 밟아보니 발이 푹 빠지지는 않았지만 옅은 발자국은 남았다.사곶해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국가유산청은 2021년 사곶해변 명칭을 변경했다. ‘사곶 사빈(천연비행장)’에서 ‘사곶 사빈’으로 바꾸면서 천연비행장이라는 수식어를 없앴다. 문화재와 관련 없는 용어를 삭제한다는 취지였다. 이제 사곶해변은 천연비행장이 아니라고 국가유산청이 판단한 셈이다. 사빈은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돼 만들어진 곳을 일컫는 용어다.수백억 원을 들인 백령도 간척사업은 천연비행장을 없애는 부작용을 냈다. 그러면서도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간척사업으로 인공호수인 백령호를 만든 건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백령호는 염분 농도가 높아서 농업용수로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다.인천시는 백령도 공항 건설을 계기로 백령도를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공항 예정지 주변을 함께 개발해 관광 수요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인천시가 2023년 내놓은 백령공항 주변 지역 발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과 승마장, 해수힐링스파, 호텔, 리조트, 면세점 등이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 관광·휴양 인프라를 확충해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백령도에 관광·휴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물·전기 등 필수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령도는 발전소 증설 사업이 지연되면서 군부대도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구상하는 골프장을 위해서는 물 공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18홀 골프장은 하루 평균 800톤~900톤 물을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약 3000명이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 양과 맞먹는다. 백령도 인구는 약 4500명이다. 내륙과 멀리 떨어진 백령도는 물 부족이 만성적인 문제다.남북 관계 개선도 필수적이다. 2025년 12월~17일 찾은 백령도는 여행 비수기인 탓인지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백령도 전체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끝섬전망대에서 마주한 관광객은 한두 명뿐이었다. 백령도 관광 코스에 속하는 사곶해변에도 관광객이 없었다. 사곶해변 주변에서 마주친 사람은 군인뿐이었다.백령도 곳곳에는 유실지뢰 등 폭발물 위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라 무단출입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강력한 경고문이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즉시 신고하라는 안내문도 여기저기 보였다. 북한 도발 발생 시 사용되는 주민 대피시설도 여러 곳이었다. 해안을 따라서는 사격 진지와 수중 말뚝 등 유사시를 대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2025년 12월 16일 백령도 해상에서 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백령면사무소 인근에선 “오후 2시부터 사격 훈련이 시작되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오후 1시경 울려 퍼졌다. 이날 저녁에는 헬기가 낮게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인 12월 17일 백령항에서는 백령도를 나가는 미군도 보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7023107516.jpg"/> 백령공항 신설을 추진 중인 위치.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백령도 공항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경제적 타당성은 부족하다고 판단됐지만 종합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백령도 공항 수요는 사전용역에서 2030년 42만 명으로 예측됐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24만 명에 그쳤다.현재 백령도를 오가는 교통수단은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유일하다. 백령도행 여객선을 이용하던 사람이 항공기 이용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예비타당성조사 항목 중 하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백령도 주민의 전환율이 가장 낮았다. 항공기 요금을 최저 수준인 8만 원으로 가정해도 전환율이 49%로 절반이 안 됐다. 백령도 주민을 제외한 사람들의 전환율 82%보다 크게 낮았다.백령도 주민은 여객선을 편도 1500원이면 탈 수 있다. 인천시가 섬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섬 주민 여객선 시내버스 요금제’를 2022년 시행한 덕분이다. 백령도행 여객선 요금 정가는 편도 7만 원 수준이다. 2025년부터 인천시민도 1500원에 여객선을 탔다. 인천 외 지역 사람도 1박 이상 섬에 체류하면 7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에서 예산을 투입했다.최근 백령도 주민들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건 대형 여객선이 끊긴 영향이 크다. 현재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단 2대다. 각각 1600톤, 500톤급이다. 두 여객선 모두 차량을 실을 수 없다. 500톤급 여객선은 결항이 특히 잦다. 작은 여객선일수록 파도를 견디기 어려워 자주 결항한다. 과거에는 차량을 실을 수 있는 2000톤급 여객선도 백령도를 오갔지만 2022년 노후화로 운항을 중단했다. 백령도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은 일러도 2028년 취항 예정이다. 인천 옹진군은 2025년 6월 2600톤급 여객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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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서산공항, 충남의 오랜 염원? 주민들 대체로 무관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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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4:35: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ngs@ilyo.co.kr | 남경식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서산공항 신설은 충청남도 서산 해미면에 있는 공군비행장 일대에 민간항공기 운항을 유치하겠다는 사업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정치권 단골 공약이었다. 서산공항 신설 공약은 충남이 도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공군비행장 활주로와 관제시설 등을 활용해 공항 신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경제성도 강조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093071203.jpg"/> 충남 서산 해미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에 '하늘로 우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산 신공항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 민간항공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남경식 기자서산공항 신설은 서산 시민과 충남 도민의 오랜 염원이라고 지역 정치권에선 이야기한다. 하지만 2025년 12월 3일~5일 찾은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선 어떤 염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발사업 예정지 주변에 으레 걸려 있는 개발 촉구 현수막은 물론 개발 호재가 있다며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홍보물조차 없었다. 환경단체 등 공항 신설에 반대하는 현수막 또한 없었다. 현수막이라고는 악취가 심하다며 돼지 농장을 규탄하는 내용뿐이었다.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공항을 새로 짓는다는 말은 예전부터 계속 나왔던 말이라 실제로 만들어질지 모르겠다”며 “이곳 주민 삶은 공군비행장이 들어섰을 때 이미 많이 변했다. 앞으로 더 많이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서산 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은 1996년 창설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공군 기지로 알려졌다. 기지 면적이 11.9㎢로 여의도 면적(2.9㎢)의 4배에 달한다. 2025년 12월 3일~5일 찾은 서산공항 예정지 인근 식당가 주요 손님은 군인이었다. 점심시간 직전 한산해보였던 식당은 군인들로 만석이 되곤 했다.서산공항 개발에 관심을 갖는 외부인도 적은 듯했다. 서산공항 예정지 인근 주민 B 씨는 “땅 보러 찾아왔다는 사람이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땅 투기가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인근 상인 반응도 시큰둥했다.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약 7km 떨어진 해미읍성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공항이 생기면 서산 사람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면서도 “공항이 생긴다고 상권이 얼마나 살아나겠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상인 D 씨는 “서산공항이 생기면 공무원들이 가장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충남도청까지 거리는 약 26km, 자동차로 약 25분 걸린다. 서산시청까지 거리는 약 14km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692597969.jpg"/> 서산공항 신설을 추진 중인 지역.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서산공항 신설 사업은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탈락했다. 서산공항은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다. 2029년 기준 서산공항 예상 수요는 약 37만 명, 그 중 제주 노선 수요가 35만 명이었다. 서산공항이 만들어지면 사실상 제주도행 전용 공항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서산공항 예상 수요에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노선도 포함됐다. 2017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연구에서 서산공항의 울릉노선 수요는 2030년 2만 7015명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3년 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예상 수요가 1만 1778명에 그쳤다. 울릉노선 하루 평균 예상승객은 32명에 불과했다. 80인승 소형 항공기 좌석을 절반도 못 채우는 수준이다.서산공항이 생기면 서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지역 경기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평가됐다. KDI는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본 사업(서산공항 신설) 시행과 관광 수요 증가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서산공항 신설은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 탈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되고 있다. 532억 원이었던 사업비를 500억 원 미만으로 낮춰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산시와 충남도는 서산공항 신설을 역점 사업으로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790725536.jpg"/> 12월 4일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 논밭에서 새떼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남경식 기자서산공항 신설은 기존 공군비행장 옆에 민간항공기용 여객터미널 등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여객터미널 예정지는 드넓은 논밭 한가운데였다. 농사 시기가 지난 초겨울이라 그런지 주변 논밭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요함 속에서 종종 굉음이 났다. 공군비행장에서 날아오른 전투기 소리였다.2025년 12월 3일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 논밭에는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잔뜩 있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민간항공기용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자리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검은 형체 정체는 새였다. 어림잡아도 최소 수백 마리였다. 새 몇 마리가 “깍깍” 소리를 내며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새들은 연이어 하늘로 날아올랐다.전투기와 새의 충돌을 막기 위함인지 공군비행장 쪽에서 총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새들이 깍깍대는 소리는 더 커졌다. 새떼는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자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공군비행장 안쪽으로 향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2025년 12월 4일 같은 장소에 다시 가보니 새들이 다시 앉아 있었다. 전날과 같은 새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숫자는 더 많아보였다.서산공항은 비행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5년 3월 작성된 서산공항 건설사업 전략영향환경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산공항 신설 후 예상되는 연간 조류 피해 충돌 수(TPDS)는 최소 16.9회, 최대 25.3회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기존 국내 공항 TPDS는 인천공항 2.8회, 김포공항 2.9회, 김해공항 2.5회 등이다.서산공항 신설 전략영향환경평가 보고서엔 “서산 군비행장은 장기간 운영돼 주변 지역 조류들이 항공기 이동에 대해 일부 학습했을 수 있으나 민간 항공기 운항 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적시됐다.전략영향환경평가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 내용은 조류 충돌 관련이 대부분이었다. 협의 내용에는 “서산공항 계획 부지 인근에 천수만, 간월호, 부남호 등 주요 철새 도래지가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고 수달, 삵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 흔적도 확인된 지역으로서 항공 안전과 자연환경 보전이 조화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다.서산공항 신설 공약은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등장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2024년 총선 공보물에서 서산공항을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선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 조한기 후보도 2024년 총선 공보물에서 서산공항 유치를 언급했다.서산공항 신설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려는 경쟁도 계속돼왔다. 국민의힘 소속 이완섭 서산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자신이 2011년~2018년 서산시장을 지내면서 낸 성과 중 하나로 “서산비행장 민항유치(국가계획 반영)”를 적시했다. 2018년~2022년 서산시장을 지내고 재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맹정호 후보도 2022년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시작한 일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며 서산공항 민항의 조속한 취항을 강조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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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새만금신공항, 법원도 인정한 '조류충돌 위험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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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3:4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전국 공항의 안전성 등 운영 실태는 물론 신설 여부까지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단연 규모가 작거나 재정이 열악한 공항일수록 뒤따르는 우려가 크다. 전라북도의 군산공항과 그 일대에 건설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은 대표적인 사례다. 두 공항은 재정과 안전성이 전부 낙제 수준으로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지가 조류 서식지 근방이라 조류충돌 위험도 여느 곳보다 많다. 일요신문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각종 불안 요소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02968164.jpg"/> 전북 옥서면 군산공항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한때는 대한항공 등 여러 항공사 비행기가 자주 다녔지만 이용객이 적어 줄줄이 철수했다. 현재는 진에어 항공기만 하루 한두 차례 제주도를 오가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  #새떼의 공항전북 군산시 옥서면 군산공항. 웬만한 고속도로 휴게소보다도 작은 이 공항은 하루 1~2회 제주도를 오가는 운항편이 전부다. 1992년 개항 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여러 항공사 비행기가 꾸준히 오갔다고 한다. 지금 사정은 크게 다르다. 대부분 항공사가 적은 승객을 이유로 줄줄이 철수했다. 특히 전북 지역의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 완공 등으로 이용객은 줄곧 하향 추세다. 현재는 진에어만 운항하고 있다.군산공항 사정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공항 예산은 67억 1800만 원이다. 공사 산하 14개 공항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2024년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391억 6300만 원의 약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군산공항은 2023년 58억 원 적자, 이듬해 2024년에도 52억 6100만 원 적자를 냈다. 활주로 이용률도 0.8%에 그친다.공항 예산이 중요한 이유는 '안전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돈이 부족하면 안전설비 등 인프라 투자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도 2024년 초 활주로 연장 등 안전 예산을 106억 원가량 증액하려 했으나, 국회에서 무산됐던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16004508.jpg"/> 군산공항은 예산도 적다. 2024년 67억 1800만 원으로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2023년 27억 원 적자, 이듬해에도 58억 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역시 좋지 않다. 사진=주현웅 기자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8일, 제주항공 참사 후 1년 만에 군산공항을 다시 찾았다.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한산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한 풍경이다. 사람이 없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앉아 있는 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관련기사 [르포]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옆에 국제공항을?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가보니).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새떼'도 여전했다. 군산공항에서 새떼를 마주하는 건 애써 기다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약 5분 간격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곳곳을 새떼가 하늘을 수놓았다. 군산공항도 이를 의식했는지 건물 지붕에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가시처럼 뾰족한 구조물들을 설치해뒀다.이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문제처럼 보였다. 군산공항 사방이 커다란 논으로 조성된 탓이다. 새떼 서식지 한 가운데에다 공항을 지었다는 뜻이다.공항 입구 앞 산동마을로 향했다. 한 주민에게 '새떼가 자주 출몰하는지' 등을 묻자 "당연한 걸 왜 묻느냐. 보면 모르느냐" 등 냉소적 반응이 되돌아왔다. '공항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이용객도 오가는 비행기도 몇 없어 상관없다"는 답변이 나왔다.군산공항의 조류충돌 문제는 수치만으론 다른 공항보다 심한 편은 아니다. 2019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5년여 동안 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은 총 7건이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김포(140건), 김해(147건), 제주(119건) 등보다는 훨씬 적다. 그러나 '국민 트라우마'를 안긴 무안공항(10건)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군산공항을 운항하는 항공 편수가 적은 걸 감안하면 조류충돌 7건도 적은 수치는 아니다. 군산공항은 다른 공항과 다르게 조류퇴치 인원이 몇 명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 확인이 불가능하다. 전국 공항 중 유일하게 조류퇴치 전담 인력을 미군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 공항은 미군과 활주로를 공유하고 있다.한국공항공사의 2025년 공항 안전관리 SMS(Safety Management System) 회보에 기재된 군산공항 안전 예방 활동 현황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된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러 공항이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벌인 동안, 군산공항은 '풍수해 대비 이동지역 배수로 준설'이 전부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36700914.jpg"/> 군산공항 바로 옆 건설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 위치. 그래픽=김형미 디자이너 #재판부, 절차적 하자 지적 문제는 군산공항 바로 옆에 건설이 추진되는 새만금신공항이다. 제주도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해외를 오가는 국제선도 운항하려는 대규모 공항이다.새만금신공항은 법원이 인정한 '조류충돌 위험지'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1일 시민단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 1300여 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새만금신공항 개발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제기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재판부는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이 근거 없이 축소됐다"며 "인근 서천갯벌 및 서식 조류 등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 역시 막연한 단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 비용편익비(B/C)는 0.479에 불과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받았다"며 절차적 하자까지 지적했다.새만금신공항 경제성은 직관적으로 봐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예컨대 군산시에서 차를 타고 위 아래로 각각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청주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도 2024년 나란히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청주공항은 그 해 사상 최대치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5억 3400만 원 적자였다. 무안공항은 241억 4000만 원 적자였다. 군산공항도 52억 6100만 원 적자이긴 마찬가지. 이런 실정에서 새만금신공항은 과연 뭐가 다를지가 끊이지 않는 의문이다.그런데도 정부는 2026년 새만금신공항 예산 1200억 원을 확정했다. 최근 패소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에 항소해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신공항은 안전성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법원 지적과 같이 전국 어느 공항보다도 조류충돌 위험이 크다. 이 역시 육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51945964.jpg"/> 군산공항 및 새만금신공항과 불과 약 6km 떨어진 금강 일대는 철새들의 거대한 보금자리다. 철새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다. 새만금신공항 등의 조류충돌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사진=주현웅 기자 새만금신공항과 직선거리로 불과 6km 떨어진 곳에 충남 서천갯벌이 있다. 해안선만 장항읍·마서면·종천면·비인면·서면 5개 읍·면에 걸쳐 72.5km에 달한다. 충남 서천군 등 지자체가 매년 '철새 여행'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거대한 철새 서식지다. 또 군산시와 서천군 경계인 금강 일원 역시 철새 무리의 드넓은 보금자리다.일요신문은 12월 9일 군산-서천 경계 금강 일대도 가봤다. 철새 떼 울음소리가 인근 고속도로의 차량들 소리를 압도할 정도였다. 강과 하늘을 지배한 새떼를 촬영하는 시민들도 자주 보였다.지자체만 이를 애써 못 본 척하는 분위기다. 전북도는 "2021년 9월 만들어진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이 공항과 인접한 군상공항의 경우 조류충돌 위험도가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3번째로 낮게 평가됐다"며 "무안공항보다도 위험이 적다"는 입장이다.반면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항공기와 조류충돌의 99%가 공항반경 13km 안에서 발생한다"며 "전국 공항 부지 가운데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는 이 13km 안에 가장 많은 새들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새만금신공항 부지에선 조류충돌 사례가 목격된 적도 있다. 2021년 10월 이 공항 부지 상공에서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떼를 치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새만금신공항 조류충돌은 단순 우려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현실인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23702255713.jpg"/> 2021년 10월 새만금신공항 부지와 인접한 곳에서 공군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떼와 충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공항 건설 무산 위기, 파장 어디까지새만금신공항 운명은 법원에 달렸다. 새만금신공항 개발 기본계획 '취소' 소송이 1심 원고 승소로 마무리된 데 이어, 현재는 서울고등법원 행정4-2부가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 '집행정지' 심리를 진행 중이다.법원이 최종적으로 새만금신공항 건설 취소 취지 판결을 내린다면, 전국에서 건설 추진 중인 다른 공항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를 보면, 전남 흑산공항과 경북 울릉공항 등도 국토부가 여객수요를 심각하게 부풀린 정황이 발견됐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과 같이 해당 공항들도 추진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의미다.새만금신공항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전북녹색연합의 김희진 활동가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판결은 조류 충돌 문제가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이었고 결국 승소했다"며 "그간 대부분 공항이 조류충돌 대비책을 사실상 외면해 왔고, 제주항공 참사도 그 때문에 발생한 만큼 최근 나온 승소 판결만으로도 전국서 건설 추진 중인 공항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김희진 활동가는 이어 "물론 국토부와 지자체 등에선 조류충돌 등 안전 관련 새 방침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면서도 "하지만 '생태보전'과 '안전' 두 상충되는 요소를 함께 충족한다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새만금신공항 소송 대리를 맡은 최재홍 변호사도 "법원은 조류충돌뿐 아니라 경제성 관련 판단도 내렸다"며 "경제성도 부족한데 환경적 보호가치가 큰 곳을 훼손하고, 조사도 부실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조류충돌 등에 따른 항공안전 평가도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고, 다른 곳에서 건설 추진 중인 공항 입지도 대부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으므로 새만금신공항 법정 판결은 곳곳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description>
        </item>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10년간 '계획중' 흑산공항, 짓자니 '위험' 안 짓자니 '불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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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3:3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 건설 추진 중인 흑산공항은 안전과 경제성 등 우려가 잇따라 10년 동안 계획 단계를 제자리걸음하는 곳이다. 불과 1년 전에는 2028년 개항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2025년 초 정부가 건설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했다.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배편으로만 움직여야 하는 지역민들의 교통 여건이 워낙 열악한 건 사실이라 정부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03726157.jpg"/> 전남 신안군 섬 흑산도에는 흑산공항 건설이 10년째 추진돼 왔다. 하지만 착공조차 못한 상태다.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공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흑산공항 예정부지에는 온갖 잡초들 사이로 낡은 푯말만 세워진 상태다. 사진=주현웅 기자 #2시간 내내 꿀렁…놀이기구 타듯 항해  전남 신안군 흑산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들어가기도 매우 힘든 섬이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까지 하루에 편도로 2번 운항하는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야만 닿을 수 있다. 기상 상태에 따라 결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일요신문은 지난 12월 19일 썩 나쁘지 않은 날씨 덕분에 이 섬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단한 여정이었다. 거센 파도 탓에 놀이기구처럼 내내 출렁이는 배 안에서 온전히 앉아 있기 힘들었다. 뱃멀미가 없는 기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다. 가까스로 흑산도에 내렸더니, 인근 홍도 등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이곳 주민들이 "오늘 파도는 어떤지" 등을 쉴 새 없이 물었다. 배에 승선하기 전 필수 질문인 듯한 분위기였다.흑산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민들이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편뿐이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물론 관광객 입장도 마찬가지다. 흑산도 입도는 사실상 해외 출국보다 더 힘들다. 흑산도 방면 배 2편 모두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8시쯤에만 탈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시민이라면 하루 전 목포에 미리 도착해야 다음 날 아침 일찍 흑산도로 향할 수 있는 셈이다. 출발 항구도 목포항 단 한 곳뿐이다. 전국 4곳(강릉항·묵호항·후포항·포항항)에서 출항하는 울릉도보다도 더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흑산공항에 대한 지역사회 염원은 이날 흑산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커다란 '2028년 흑산공항 개항' 홍보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 흑산항 입구를 마주보는 마을 산을 계속 오르자 흑산공항 예정지가 나왔다. 황량한 풍경이었다. 온갖 잡초 사이에 '흑산공항 사업 부지' 푯말만 쓸쓸히 방치돼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350320025.jpg"/> 12월 19일 기자를 흑산공항 예정지까지 안내해준 이곳 주민 60대 박 아무개 씨는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섬사람이어도 뱃멀미 때문에 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 사진=주현웅 기자#"흑산도 살아도 홍어 못 먹을 수 있듯"흑산공항 예정지까지 길을 안내해준 흑산도 60대 주민 박 아무개 씨는 "기자가 보기엔 여기 공항이 들어설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기자가 '공항 건설을 바라는지' 등을 되묻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그는 "흑산도가 홍어가 참 유명한데, 흑산도 사람이어도 홍어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아무리 섬사람이어도 뱃멀미 때문에 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광 측면으로 봐도, 요즘은 육지에 놀 거리가 더 많아져서 그런지 10년 전에 비해 흑산도로 관광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면서 "아무래도 공항이 생기면 관광객 숫자도 질도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다만 박 씨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공항을 지을 거면 진즉에 지었어야지, 이게 몇 년짼데, 아무래도 이제 안 되는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하기도 했다.실제 흑산공항은 2015년 건설계획 발표 이후 공전을 거듭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다. 의외로 호남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정부 시절, 경제·안전성 미흡과 생태파괴 등을 이유로 좌절됐었다. 그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고 2023년 사업 재개가 추진됐다. 하지만 2024년 말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고 2025년 2월 기획재정부가 건설 타당성 재조사에 돌입했다. 아직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다시 건설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홍어가게 업주 A 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관광객 급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흑산도가 서울 여의도 같은 곳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섬인데 사람들이 놀러 오질 않는다. 일단 공항이 생겨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흑산도 면적은 19.7㎢로 서울 여의도 2.9㎢보다 6배 이상 크다.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배를 타고 들어와 숙박하면 지역 경제가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등 이유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있다.  #철새가 앉지 않고, 날다 보니…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22803979.jpg"/>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2018년 전문가들과 함께 흑산공항 조류충돌 위험 안전 분야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류충돌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진=국립공원위원회 흑산공항 안전분야 전문가 확인·검토 문건 갈무리 문제는 흑산공항의 안전성이다. 공항 건설을 지지한 박 씨와 A 씨 모두 흑산공항 일대에 철새가 많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철새가 잠깐 머물렀다 가는 곳이고,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전문가 분석은 다르다. 오히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은 다른 곳보다 선명하다. 2018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국공위)와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일제히 흑산공항 안전 분야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흑산공항은 조류충돌 위험이 매우 크고, 이를 감소시킬 대책 마련도 어려운 것으로 진단됐다.당시 국공위는 "흑산도 일대에 출몰하는 철새는 약 31종으로, 이 가운데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 등 10종의 겨울철새는 충돌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철새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는 밝혔다. 그러나 구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흑산공항과 입지가 유사한 공항 중 조류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곳이 있는지' 조사에서 아무런 성공 사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경우 "흑산공항은 많은 수의 철새가 이동하는 지역으로 공항 건설 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각종 대책이 거론되지만, 대부분 육지 공항에서 활용하는 방법으로, 흑산도처럼 철새 다수가 통과하는 지역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명확하게 꼬집었다.국립환경과학원은 특히 "흑산도는 철새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멸종위기종 도래지"라면서 "상당수 개체가 섬 상공을 통과만 하고, 일부만 일시적으로 내려앉는 특성이 있으므로 육지에 지어진 공항과 동일한 방식의 조류 퇴치는 더욱 어렵다"고도 밝혔다.이 밖에도 흑산공항은 안전성 우려가 여럿 있다. 국공위는 "흑산공항은 안개에 취약한 지역"이라며 "이를 고려한 운항 영향 예측과 대책 등이 미흡하다"고도 판단했다.어느 지역이든 안개는 항공기 운항의 걸림돌이다. 그런데 흑산공항은 더 위험한 편이다. 이 공항은 각종 구조적 이유로 '시계비행'을 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항공기 내부 계기가 아닌, 바깥 기상상태와 구조물 등을 육안으로 확인해 조종하는 형태다.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착륙해야 한다는 의미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37350160.jpg"/> 흑산도 입구에는 '2028 흑산공항 개항' 홍보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2025년 2월 기획재정부가 흑산공항 건설타당성 재검토를 결정하며 사업은 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 #'그냥 짓자' 큰일 날 뻔흑산공항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더 있다. 지난 9월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결과, 흑산공항은 그동안 여객 수요 예상치도 과도하게 부풀려져 왔다. 애초 국토부는 흑산공항의 2050년 여객 수요를 108만 명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재산정한 결과는 18만2000명에 그쳤다. 무려 83%나 적은 수치다.당연히 예산도 '뻥튀기'되어 왔을 수밖에 없다. 여객 수요를 높게 예측해온 국토부는 항공기 규모와 활주로, 대합실 확대 등을 명목으로 꾸준히 예산을 증액해 왔다. 추진 초기 1833억 원으로 편성해둔 건설 예산을 2025년 초 6411억 원까지 늘렸다. 50인승 비행기를 80인승으로 상향하고,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30m에서 90m로, 착륙대는 50m에서 120m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흑산공항은 여러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그냥' 지어질 뻔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인 2023년 국공위는 돌연 기존 입장을 바꿔 흑산공항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공위는 2023년 1월 31일 흑산공항 부지만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그간 흑산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국공위가 이제는 관련 심의에서 손을 떼겠다는 결정이었다.  이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3년 1월 31일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흑산공항은 2018년도부터 위원회에서 심의했던 안건이므로, 흑산공항 건은 별도 심의가 필요하다" "흑산공항 관련 그간의 논의 역사를 무시해선 안 된다"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섬에 다 공항을 만드는 건 안 된다" 등 의견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흑산공항 부지는 국립공원에서 제외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49883095.jpg"/>  #주민 이동권이 문제  현재 흑산공항 건설은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기재부가 2025년 2월 건설 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하면서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감사원 감사 결과 '예산 부풀리기' 등까지 드러난 만큼, 이번 재조사는 흑산공항 운명을 어둡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다만 지금처럼 배편만 운항한다면 흑산도 주민들의 열악한 교통 환경을 방치하는 격이 된다. 정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더 많은 관광객 유입도 힘들게 한다. 흑산도 주민들로선 이동권은 물론 경제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다.전라남도는 이 같은 측면을 부각하며 정부에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흑산 주민들은 수도권까지 이동에 6시간이 걸리고, 하루 2차례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에 의지해 매년 115일 이상 결항되는 고립을 감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해양경찰 헬기나 여객선에 의존해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흑산공항이 완공되면 수도권까지 1시간대로 단축된다. 이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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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추진 10년, 갈등도 10년' 제주 제2공항, 다시 원점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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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Dec 2025 18:2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의 항공수요 예측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10년 만이다. 제2공항 건설을 두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도민 간 갈등에 정부가 답변을 내놓은 것인데 현장 반응은 좋지 않다. 정부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의 토지거래 규제의 조기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제2공항 두고 두 쪽 난 제주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391362673.png"/> 제주 제2공항 추진일지. 표=최희주 기자·AI지난 12월 10일 국토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은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사업 추진 단계마다 항공수요예측 재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5년 11월 10일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예정대로라면 2025년에 개항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주 지역 사회는 신공항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상당한 진통을 겪다 2024년 9월에서야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졌다.2024년 9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선다.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에 걸친 예정지 면적은 551만㎡(166만 6800여 평)이다. 이는 제주국제공항 크기 약 349만㎡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주요 시설은 활주로 1개(길이 3200m, 폭 45m), 계류장, 여객·화물터미널, 교통센터, 주차장 등으로 총 사업비는 5조 4500억여 원이다. 새로운 개항 목표는 10년 늦춰진 2035년이다.문제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찬·반 논쟁이 여전히 심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경우 다른 어느 신공항 개발예정지역보다 지역 사회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일요신문은 2024년 12월과 2025년 12월 제주도를 방문해 지역 사회의 의견을 들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09577975.png"/> 제주도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에 걸친 제2공항 예정지 면적은 551만㎡(166만 6800여 평)이다. 그림=최희주 기자·AI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들의 입장은 제주도 안에서도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민들의 의견이 달랐다. 이를 두고 도민들은 “동쪽과 서쪽 의견이 다르다” “동쪽에 새 공항이 들어서면 그만큼 관광객이 나뉘니 서쪽이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 있는 서쪽과 제2공항 예정지인 동쪽을 지칭한 표현이다. 뿐만 아니다. 같은 성산읍 안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나뉘었다. 개발을 바라는 이들과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생각이 다르게 때문이다.지난 12월 5일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만난 상인 A 씨는 “매년 관광객이 적어진다는 걸 체감한다. 성산까지 오려면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족히 1시간은 넘게 와야 한다. 특히 차 없이 제주를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반면 온평리 주민은 B 씨는 제2공항 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B 씨는 “이미 섬의 많은 부분이 관광지화됐다고 생각한다. 본래 제주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섬이다. 성산에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도 이 평화로움을 누리기 위해 온다고 생각한다”며 “이곳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뭉개면서까지 개발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27121264.jpg"/> 2025년 11월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원들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들도 각자의 이유로 10년째 농성과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국토부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항공 수요를 과대 예측했다고 본다. 실제 국토부는 개항 시점인 2025년이 되면 제주의 항공 수요는 3939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2024년 제주공항 이용객 수는 2960만 명에 그쳤다.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현재의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할 경우 2050년 항공수요가 248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공식 발표된 제주공항의 수용 능력이 연간 3155만 명임을 고려하면, 현재 제주공항 시설만으로도 장래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역시 환경영향평가 검토 과정에서 여객 수요에 대한 정밀한 재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반대로 찬성 측의 제주 제2공항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제주국제공항 이미 설계용량을 초과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2공항 건설 반대 측이 과장된 수요 예측을 언급하면서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수요 예측은 어디까지나 가정으로 경제와 관광, 인구, 사회적 변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수치”라고 맞섰다. 제2공항은 비행기를 더 띄우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운항 밀도 완화와 비상 활주로 확보, 항공 안전 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안전 인프라라는 것이 이들이 주장이다.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국토부는 도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10일 제2공항 사업 발표 10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단 질의에서 서면 답변을 통해 “경제상황, 항공·관광정책, 환경 및 상황 변경 요인 등 수요추정에 반영하는 장·단기적 예측 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해 항공수요를 예측할 것”이라며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기본계획이 고시된 만큼 정부는 모든 단계마다 제주도 의사를 최우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사업 추진 단계마다 수요예측 재조사를 면밀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그 과정과 결과를 제주도와 공유해 항공 수요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주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은 “원론적인 답변”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10년 넘게 아무것도 못 하는 내 땅”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88291915.jpg"/>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급격한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성산읍 일대 107.6㎢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대. 사진=최희주 기자제주 제2공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땅이다.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급격한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성산읍 일대 107.6㎢(총 5만 3666필지, 약 3258만 평)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2015년부터 총 4차례 갱신됐다. 연장된 기간은 2026년 11월이다.토지 거래에 묶인 성산읍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성산읍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80대 C 씨 역시 공항 예정지에 밭을 가지고 있는 토지 소유권자다. 그에 따르면 공항 예정지는 10년 전 입지 선정 발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고성리 땅 대부분은 여전히 노지 귤을 재배하는 밭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C 씨는 “정부가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 10년 넘게 기다렸다. 그런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내 땅도 내 맘대로 못 한다. 대출도 안 나와서 그 사이 빚만 늘었다”며 “공항이 들어오는 건지 아닌지 확실히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난 11월에는 성산읍 주민 39명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기본적인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제주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제주도도 대책을 내놨다. 주민 의견을 토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조기 해제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모아진 의견을 종합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전담 조직(TF팀)을 운영하고 2026년 상반기 중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주민의 적극적인 의견 제출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은 성산읍사무소와 관내 14개 리 사무소를 통해 2026년 1월 11일까지 받는다.다만 C 씨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주민은 암암리에 토지가 거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땅 주인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땅 주인은 다 육지로 가야 있다”며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외부에서 땅 사러 많이 왔다. 아마 여기 있는 과수원 절반 이상은 외지인들 땅일 것”이라고 말했다.‘공항 예정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서류 작업이 조금 필요하긴 하지만 농부로 신분을 바꾸면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일대 필지 248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토지 수요자의 60% 이상은 타지역 거주자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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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울릉공항 “극한 기후·지형인데…활주로 1500m로 연장해야”]]></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506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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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Dec 2025 17:2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young@ilyo.co.kr | 김지영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 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2024년 누적 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 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5년 12월 15일 오전 8시 50분 경북 포항시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 저동항으로 출항 예정이던 대저페리 여객선 썬라이즈호 운항이 취소됐다.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됐기 때문. 겨울철 여행 비수기,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은 하루에 포항~울릉도 노선 하나다. 강릉~울릉도, 묵호~울릉도 노선은 모두 폐쇄된다. 이날 3무(無)5다(多)(공해, 도둑, 뱀 없음·물, 돌, 바람, 여자, 향나무 많음) 신비의 섬 울릉도는 ‘또’ 고립의 섬이 됐다.하루 뒤인 12월 16일 오전 8시 50분 출항도 지연됐다. 파고부이(파고 관측 장비) 관측상 파고가 운항 가능한 높이를 0.2m 초과했기 때문. 기상청은 파고가 전날보다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운항하기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울릉행 여객선은 오후 12시 30분에서야 닻을 올렸다. 출항은 했어도 여전히 파고가 높아 썬라이즈호는 운항 중 연신 출렁였다. 여객선 안에선 승객들 뱃멀미 구토 소리가 이어졌다. 뱃멀미가 심해 여객선 바닥에 드러누운 승객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파고 높은 바닷길은 고행길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5536787105.jpg"/> 지난 12월 17일 울릉공항 인근 야산에서 내려다 본 울릉공항 공사 현장.  오른쪽에 있는 가두봉(해발 198m)이 해상 매립을 위해 절취돼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울릉 주민 숙원이던 울릉공항은 애초 현 시점인 2025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2026년 상반기 개항해 하늘 길도 열리길 기대했다. 서울~울릉 간 7시간 소요되던 이동시간을 1시간대로 대폭 단축하길 바랐다.하지만 국내 최초 도서공항인 울릉공항 준공은 2년 뒤인 2027년 12월로 미뤄졌다. 개항도 2028년으로 늦춰졌다. 2020년 11월 27일 착공한 울릉공항은 5년 지난 현재도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024년 10월에 준공과 개항을 연기했다. 당시 공정률이 56.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명분으로 전국 8곳에서 신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곳 가운데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울릉공항이 유일하다. 사업시행자(발주처)는 부산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시공사는 DL이앤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654283686.jpg"/> 울릉도 사동항에서 건너다 본 울릉공항 공사 현장. 사진=김지영 기자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던 12월 17일 오전 울릉공항 건설 현장은 분주했다. 공사 노동자들과 크레인, 포클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사현장 입구에선 경비원이 공사와 무관한 사람들 입장을 막았다.  울릉공항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있는 해발 198m 가두봉을 전부 깎아서 그 흙과 바위로 해상을 매립한 후 그 위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도서공항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매립 공항이기도 하다. 약 43만㎡(약 13만 평) 부지에 1200m 활주로,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12월 중순 기준 활주로 공정률은 약 70%. 여객터미널은 2026년 3월 착공 예정이다.준공과 취항 지연 원인은 여럿이다. 2024년 5월 시공사 DL이앤씨 측은 사업시행자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에 공사 기간 1년 연장을 요청했다. 철근, 레미콘 등 관급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관급자재 계약과 납품이 지연됐기 때문. 평균 수심 23m로 해저 난(難) 공사도 공사 속도를 더디게 했다. 인천공항 평균 수심이 1m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깊은 수심을 매립해야 한다.  부산항공청의 관리·감독 부실 지적도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먼지 등으로 민원도 잇따랐다. 건설 현장에서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국토부는 울릉도, 흑산도 등 도서 지역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처음엔 소형항공운송사업 전용 50석급 항공기 취항을 추진했다. 공항 등급을 2C 등급으로 결정했다. 2C 등급일 때 총 예상 사업비는 8067억 원. 그런데 국토부는 2023년 6월 울릉·흑산·백령공항 등을 80석급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3C 등급으로 상향했다. 그러면서 울릉공항 사업비도 8792억 원(국비 6621억 원, 한국공항공사 등 2171억 원)으로 730억 원가량 늘었다(관련기사 결항률 낮출 방법 없소? 2027년 완공 앞둔 울릉공항 등급 둘러싼 논란).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5738543277.png"/> 울릉공항 건설 사업 전후 조감도. 그림=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감사원은 지난 9월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울릉공항 관련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엔 “국토부는 부산항공청에 울릉공항 시설 규모를 변경하고 설계를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부산항공청은 울릉공항 활주로는 그대로 둔 채 착륙대 폭을 140m에서 150m로 확장했다. 또 부산항공청은 80석급 2종을 선정했다. 문제는 두 항공기는 이륙거리가 각각 1289m, 1615m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초과한 것이다”라 적시돼 있다.국토부는 이처럼 활주로 길이 연장 없이 울릉공항 등급을 3C로 상향 조정했다. 취항 항공기도 50석급에서 80석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항공기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 기준이 과소 산정돼 실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더라도 항공기 한 대당 탑승 가능한 승객 수 감소로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울릉 주민들은 공항 안전성을 우려해 활주로 길이 연장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24년 12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주민 집회 등 그 요구와 반발 강도가 참사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게 주민들 전언.주민들은 “울릉공항은 눈, 비, 강풍 등 열악한 기상과 험준한 지형에서 건설되고 있다”며 “어느 공항보다 안전성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수일수가 많은 곳이 울릉도다. 연간 144일이다. 하루 최대순간풍속도 소형항공기 운항 제한치인 25노트(초당 12.9m) 이상 일수도 연평균 138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해발 198m 가두봉을 절취해 나온 흙과 바위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가두봉이 바람막이 역할을 했는데 가두봉이 사라지면 공항에 난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대봉 울릉공항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취항 예정인 항공기(프랑스 제작 ATR-72)의 최적 이륙거리는 1315m다.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초과한다”며 “울릉공항은 착공 당시 50인승 항공기 기준으로 활주로가 1200m로 설계됐다. 이후 80인승으로 규모가 커졌음에도 활주로 길이는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주민들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활주로 길이를 최소 1500m로 연장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활주로 양끝에 최소 45m 이상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고 바람 레이더를 설치하라는 요구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708563663.jpg"/> 울릉군어업인연합회 측이 '짧은 활주로, 높은 결항률! 이대로는 울릉공항 실패한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울릉공항 공사 현장 입구에 걸어 놓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상황이 악화하자 국토부는 지난 12월 9일 울릉군민회관에서 ‘항공 전문가와 함께하는 울릉공항 건설공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엔 사업시행자인 국토부, 부산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소형항공기 회사 (주)섬에어, 시공사 DL이앤씨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남한권 울릉군수와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 정석두 ‘안전한 울릉공항건설 민관협의회’ 회장 등 울릉주민 200여 명이 자리했다.  국토부 관계자 등은 이날 항공기비상제동장치(EMAS)의 울릉공항 적용 방안과 계기비행을 위한 항행안전 및 등화시설 설치 계획, 항공 결항률을 낮출 방안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대해 정석두 ‘안전한 울릉공항건설 민관협의회’ 회장은 12월 17일 일요신문과 만나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와 폭을 1500m로 연장할 경우 지금 예산에 1조 2000억 원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연장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그런데 DL이앤씨 전문가는 활주로 길이만 연장하면 4500억 원 정도만 더 들고 활주로 폭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2027년까지 1500m로 연장 가능하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834077866.jpg"/> 울릉공항 공사 현장 인근 있는 공사 노동자 숙소 입구에 내걸린 의용소방대 울릉군연합대 현수막. '조기 개항 필요없다! 활주로 1500m 즉각 연장하라!'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주민들이 요구하는 활주로 양끝의 종단안전구역 확보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EMAS(항공기비상제동장치)가 종단안전구역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종단안전구역 추가 확보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활주로 등화시설도 추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시계비행뿐 아니라 계기비행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시설을 갖출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활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지난 12월 9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활주로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라고 말했다.이처럼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은 주민들의 활주로 연장과 종단안전구역 확보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항공운항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그럼에도 주민들의 “활주로 연장”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 태세가 아니다. 정석두 회장은 “만약 활주로 연장 등 우리 요구가 (관철) 안 되면 국회든 청와대든 가서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또한 전국 섬 주민 연대, 대국민 캠페인 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6031482966.png"/> 울릉공항 위치도. 그림=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울릉도에서 5대째 사는 60대 초반 토박이 A 씨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 울릉공항 인근이다. 공항이 있는 곳은 봄에 남서풍이, 겨울엔 북서풍이 분다. 비행기 측면에 횡풍이 부는 곳이다. 그게 비행기에 굉장히 위험하다. 그나마 활주로가 더 길어지고 200명 이상 탈 수 있는 제트여객기가 오면 덜 위험할 거다”라며 “가두봉을 훼손하면서까지 공항을 짓는다면 안전하고 완벽한 공항을 지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울릉 주민 9000여 명은 뱃길과 하늘길이 함께 열리길 간절히 바라왔다. 이제, 2년 후면 하늘 길도 열린다. 현재 주민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건 단 하나. 2024년 제주항공 참사 같은 사고가 울릉공항에서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안전하게 울릉 주민과 관광객이 동해 상공을 오가길 바랄 뿐이다.    "DL이앤씨,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감사원이 지적한 울릉공항 건설 실태감사원은 지난 9월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울릉공항 등 신설되는 도서공항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특히 울릉공항 활주로 이착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6352230712.jpg"/> 울릉공항 활주로 동쪽 끝 지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 12월 중순 기준 활주로 공정률은 약 70%다. 사진=김지영 기자 감사원은 또 울릉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 항공 여객 수요 목표를 2050년 108만 명으로 전망했다. 울릉공항이 운영될 경우 해운 여객수요(교통수단 전환율)의 81%가 항공 교통수단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다.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목표와 추정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 입장이다. 해양수산부가 예측한 총 여객 수요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일본의 유사 도서공항 사례를 적용한 결과 2050년 울릉공항 여객 수요는 55만 명이었다. 국토부(108만 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감사원은 여기에 국토부가 울릉·흑산공항 총 여객 수요와 교통수단 전환율(해운→항공)을 추정하면서, 총 여객 수요는 해수부와 정합성을 맞추지 않았고 전환율은 항공에 유리하게 산정해 공항 여객 수요를 과다 산정했다고 지적했다.실제 국토부와 다른 전문기관들의 교통수단 전환율(해운→항공) 추정치도 차이가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68%,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일본 도서공항 사례를 적용해 40~52%로 추정했다. 국토부 81%와 13~41%나 차이가 난다.울릉공항 운영자 선정 과정도 논란이다. 국토부는 울릉·흑산·새만금공항 운영자로 한국공항공사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국공항공사는 투자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3개 공항 운영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가 3개 공항 운영 적자가 예상되는 데도 재무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토부 장관에게 여객 수요가 과다 산정된 것에 대해 여객 수요를 적정하게 재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또한 울릉공항 취항 항공기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 기준을 재검토하고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 길이 연장 등 안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토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 시공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주민들이 요구하는 1500m로 연장할 의향이 없다.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가 방파호안(防波護岸)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시공(케이슨 공사) 과정에서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케이슨 공사의 하도급자가 3년간 무자격 현장대리인을 상주시켰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업시행자인 부산지방항공청이 이를 방치하는 등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12월 10일 ‘제4차(2025~2029)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 가운데 울릉공항 운영개시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2025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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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가덕도신공항 보상·건설 계획 막막…대통령도 "상황 알고 있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494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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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6 Dec 2025 17:11: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이주민 보상 갈등과 시공사 선정, 경제성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상액 놓고 깊어진 갈등국토교통부가 2023년 12월 29일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666만 9000㎡(약 201만 7373평) 규모로 지어진다. 국토부는 2029년 12월까지 활주로 1개와 평행유도로 2개,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계류장과 같은 공항 필수시설을 먼저 완공하고 그 이후에 공항 지원시설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71734528048.jpg"/> 마을 초입에 공항 건설에 대한 각종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 일부 현수막에는 토지보상 상담을 홍보하는 세무업체와 법무법인 광고가 걸려 있기도 했다.  사진=최희주 기자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약 24.9km, 승용차로는 35분가량 떨어진 어촌 지역이다. 부산역으로부터는 약 27.5km, 차로 이동할 시 약 50분이 걸린다. 공항 건설의 직접 영향을 받는 대항마을로 들어가려면 가덕도에서도 약 6.6km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지난 12월 초 찾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공항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 종종 보이기는 했으나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폐업을 한 듯 문을 닫은 식당도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 다수가 어업에 종사하는 마을임에도 항구에 정박된 어선 일부를 제외하면 일하는 인구는 보이지 않았다.마을 초입에는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각종 현수막이 끊임없이 설치돼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부터 마을 안까지 즐비하게 널린 현수막에는 ‘엉터리 감정평가 절대 수용불가’ ‘네 땅이면 이 돈 받겠나’ ‘강제수용 결사반대’ ‘공익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상가 생존권 묵살하지마라’ 등의 항의성 문구가 적혀있었다. 일부 현수막에는 토지보상 상담을 홍보하는 세무업체와 법무법인 광고가 걸려 있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2025년 6월부터 건설·편입 토지에 따른 손실 보상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항마을 토지 소유자들은 불만이 많다. 토지소유권자 680명 가운데 70% 이상이 보상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감정평가액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 등에 따르면 원래 1개였던 대책위도 비상대책위원회와 보상대책위원회 등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마을 주민 A 씨(70대)는 “감정평가를 받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보상액이) 말도 안 된다는 거다. 비슷한 땅인데 가격이 다 다르게 나와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57707238956.jpg"/>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 토지 소유주들은 감정평가액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 또 다른 행인 B 씨(60대)는 “여기 토지 소유주들 다수가 외지인이다. 진짜 문제는 이주해서 나가야 하는 주민들”이라며 “고령의 주민들이 많은데 당장 어디로 가시겠나. 자식들 집으로 가기도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이주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2023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중 ‘신공항 건설예정지역에 편입되는 토지세목’ 따르면 토지 소유주 1000여 명 중 적지 않은 수가 서울과 경기, 인천, 대구, 제주 등 타지역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공항 건설 사실이 알려지고 들어온 투자자들”이라고 설명했다.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활주로와 터미널 등 핵심 시설이 건설되는 대항동 외양포에 진입하자 거센 바람에 옷을 여미거나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였다. 외양포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에서 살았다는 C 씨(70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바람이 심한 날에는 잘 나오지도 못 한다. 그래서 동네에 사람이 더 없어 보인다”며 웃었다.C 씨는 그의 부모 세대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마을에 공항을 짓는다고 하더라. 내 소유 땅이 없는 처지라 나가라고 하면 별수 없다. 하지만 평생을 여기서 살아온 사람인데 억만금을 준들 어디 가서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젊은 사람이면 몰라도 노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 할 수 있다면 여기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관문공항, 과연 괜찮을까지난 12월 3일 제주항공 참사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현욱 활동가는 여전히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활동가는 지난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사지가 붙들려 끌려 나가는 사고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한 바 있다.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은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이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길 건너편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있었다. 단체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그쪽으로 걸어가자마자 경찰이 몸을 밀치며 진압을 시작했다. ‘저기로 가야 한다’고 했지만 양다리가 하나씩 들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고 회상했다.그럼에도 결국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났다. 부산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우연히 한 식당에서 보게 된 것이다. 김 활동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달려가 잠깐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신이 말한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가덕도신공항의 안전성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더니 대통령도 ‘알고 있다. 전달 받았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답변이 많지 않았겠지만 상황을 알고 있단 것은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국토부는 지난 10일 향후 5년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을 담은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을 동남권 여객과 물류 허브의 전초기지로 삼는 ‘관문공항’으로 키우겠단 기존 입장과 달리 기본 계획에는 가덕도신공항이 ‘관문공항’이 아닌 ‘관문 기능을 갖춘 신공항’으로 다소 모호하게 규정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57949126410.jpg"/> 낙동강 하구 지역에서 바라본 가덕도 연대봉의 모습. 사진=김현욱 활동가 제공관문공항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활주로가 최소 2개는 필요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추가 활주로 조성 계획은 아직 없다. 거점 항공사 유치도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 활동가는 “가덕도는 바람이 강한 지역으로 태풍의 길목에 있다. 현재 계획대로 동서방향의 활주로를 건설하면 항공기가 남해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태풍에 그대로 노출돼 치명적인 항공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은 무안공항의 35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지역사회 요구대로 제2활주로를 조성한다고 해도 문제다. 김 활동가는 “제2활주로가 기존의 활주로 위치를 피해 건설될 시 가덕도 연대봉을 잘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덕도의 초연약지반 위에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지으면 위험성은 물론 유지보수에도 막대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가덕도신공항은 국수봉 등 가덕도 일대의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해 건설될 예정이다. 공항 부지가 육지와 해상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육지의 지반은 단단하고 바다 아래 지반은 그보다 연약하다. 기초가 다른 두 지반을 연결해 부지를 건설하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이른바 부등침하의 위험이 크다.당초 2029년 개항 목표였던 계획도 시공사의 건설 포기와 공기 연장 조정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4차례의 유찰 끝에 선정된 현대건설 공동수급(컨소시엄)도 지난 5월 공사 기간 단축의 위험성과 기술적 난이도를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관련기사 현대건설,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결국 불참…“안전 담보 못 하는 공사기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포기한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가량 멈춘 상태다. 최근 발표된 연장안에 따르면 사업이 제때 진행된다고 해도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 가능 시점은 최소 2035년 이후다.국토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11월 26일에는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된 공기는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탈퇴하기 전 국토부가 제시한 108개월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현대건설은 공기가 연장된다고 해도 재입찰엔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71688007063.png"/>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666만 9000㎡(201만 7373평)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자료=국토부 제공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새로 제시한 입찰 조건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기만 늘어났을 뿐 실제 공사액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관계자는 “공기는 2년 정도 늘어났다고 하지만 공사액은 10조 5000억 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2000억 원 남짓 늘어났다. 물가 상승액을 반영하면 실제로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안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일단 건설사가 정해지고 나면 계약 이후 기간 연장 사유에 따라 공사액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여된 데다 처음 계획한 예산에서 이미 사업비가 올라간 상태라 찬성 측과 반대 측 양쪽의 비판을 피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러나 국토부는 계획대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연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입찰 공고를 다시 올릴 계획이다. 또, 신공항 건설로 생활 기반을 잃게 될 주민에 대한 재정착 및 소득 창출 사업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 입법 예고는 12월 12일부터 2026년 1월 20일까지다. 이에 대한 의견은 온라인과 우편으로 제출 가능하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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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대구·경북 신공항 “이기 벌써 몇 년째고? 내 죽어야 들어오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479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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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2 Dec 2025 15:4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young@ilyo.co.kr | 김지영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K-2 대구 공군 기지와 대구국제공항을 함께 이전할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건설 사업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은 현재 K-2 활주로와 유도로 등을 빌려 쓰고 있다.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12년째 신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항 이전 부지도 수용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면서 신공항 예정지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일요신문은 12월 초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 현지 주민들을 만났다. 공항 이전 사업 장기화에 대해 “이기 벌써 몇 년째고? 내 죽어야 (신공항이) 들어오나” 등 불만을 쏟아내는 주민이 적지 않다. “공항이 못 오지 싶다”고 체념하는 주민도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4517889251.jpg"/> 홍병기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2월 3일 신공항 예정 부지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특히 신공항 예정지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3년 더 연장됐다. 그러면서 사실상 토지 매매가 뚝 끊긴 상태다. 이에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해 “내 땅도 내 맘대로 팔기 힘들어졌다”는 원성도 들린다.공항 부지에 대한 토지 수용이 언제 끝날지도 예측불가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하는 주민도 있다.  일요신문이 둘러본 신공항 예정 부지는 우리나라 여느 농촌 겨울 풍경과 다르지 않다. 경작을 마친 논밭과 평범한 임야일 뿐이다. 이처럼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 2029년 개항 목표 실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7/1765955791984676.jpg"/> 언제 개항할지에 대해 해당 정부 부처인 국방부(K-2), 국토교통부(대구국제공항)나 지방자치단체인 대구시,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중 그 어느 곳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공항 건설 사업 관계자는 “2029년 개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 부처든 지자체든 관련 기관 중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지역 숙원 사업인 신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나라 군 공항 가운데 소음 피해가 가장 큰 곳이 K-2다. 공군 주력 전투기 F-15K가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대구 시민 10%에 달하는 24만 명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3년 12월말 기준 소음 배상액만 5209억 원에 달한다.또한 고도 제한으로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태다. 대구시 면적의 7.6%인 114.3㎢(약 3458만 평)가 고도 제한 지역이다.1961년 건립된 대구공항 여객터미널은 연간 375만 명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이용객만 467만 명에 달했다. 400만 명 이상 이용하기엔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도 낡아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활주로 신설과 연장도 힘들어 장거리 노선을 유치할 수도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공항 확장도 어렵다.신공항 사업은 12년 전인 2013년 4월 5일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첫 단추를 끼웠다. 2016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K-2·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발표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0년 8월 28일 신공항 최종 이전부지로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대가 선정됐다. 그런데 2023년 7월 1일 경북 군위군이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신공항 부지가 대구와 경북 두 행정구역에 걸치게 됐다.대구시에 따르면 신공항 부지 면적은 군 공항 16.9㎢(511만 평), 민간공항 1.1㎢(33만 평) 등 총 18.0㎢(544만 5000평)다. 사업기간은 2014년부터 2029년까지 16년간이다. 사업비는 군 공항 11조 5000억 원, 민간공항 2조 6000억 원 등 총 14조 1000억 원이다. 사업방식은 군 공항의 경우 ‘기부 대 양여’, 국비 지원 등으로, 민간공항은 현 대구공항 부지 매각대금과 정부재정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기부 대 양여는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을 먼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현 군 공항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양여 받아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2023년 4월 25일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됐고 같은 해 8월 26일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 신공항 사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신공항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마치고 보상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공사를 착공해 개항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토지 보상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일정이었다.그러면서 대구시는 현재의 K-2(6.71㎢)와 대구공항(0.27㎢) 부지 6.98㎢(211만 평)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처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년부터 2032년까지 국제적인 관광·상업 도시로 조성하고 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금호강 물길을 활용한 국제적인 수변도시를 조성하겠다고도 했다.대구경북연구원은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국제 항공 수송, K-2 종전 부지와 금호강을 연계한 개발, 공항복합도시 조성 등으로 무려 63만 2238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2025년 12월 현재 신공항 착공은커녕 토지 조사와 보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신공항 사업이 지지부진한 주요 원인은 해당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K-2 공군기지는 국방부 소유다. 대구공항은 국토교통부 출연기관인 한국공항공사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지자체도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등이다. 의사결정 과정과 개발사업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5080494448.jpg"/>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자신의 농가 입구에 '물건조사 전면거부' 표지판을 걸어 신공항 사업시행자의 '지장물 조사'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심지어 현재는 사업시행자인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등이 지장물(支障物) 조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장물은 공공사업지구 안의 토지에 있는 건물이나 공작물, 입목, 농작물, 분묘 등을 지칭한다. 지장물은 이전비를 지급하고 이전시키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지장물을 이전했을 때 해당 물건이 쓸모없어지거나 이전비가 많을 경우 취득비로 보상하기도 한다.이에 대해 홍창모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신공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신공항 부지로 토지가 수용되는 토지 소유자들은 아직도 지장물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분이 많다. 토지 조사와 지장물 조사 등 기초조사 절차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신공항 비대위 측은 사업시행자가 토지 보상에 대한 업무 절차나 진행 과정에 대해 전체 토지 소유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상설명회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상설명회를 가진 후 보상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시행자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지장물 조사를 강행했다고 토지 소유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신공항 비대위와 토지 소유자들 반발로 현재 지장물 조사는 중단됐다. 일요신문이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볼 때 여러 농가 입구에 ‘물건조사 전면거부’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내걸려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5614954322.jpg"/> 홍창모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구 군위군에 있는 비대위 사무실에서 신공항 부지 토지 소유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홍창모 위원장은 “2023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통과된 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주민들과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사업시행자 측이 주민을 강제로 쫓아낼 심산이더라도 최소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이전할 부지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주민들 생계지원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주민들과 협의할 사전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홍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국방부, 대구시는 모두 사업권을 가지고 각자 이익만 보겠다는 것인지 언론에 사업진행에 대한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쫓겨나는 주민 대책에 대해선 자신들 책임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신공항 예정 부지 토지 소유자와 주민만 불만을 제기하는 게 아니다. 군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등이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굉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신공항 예정 부지에 바로 접해 있는 토지 소유자와 주민 불만과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4737946022.jpg"/> 김해종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소음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종대 경북 의성군 비안면 화신1리 이장이 신공항 소음 피해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사업시행자 측이 이들에게 이렇다 할 보상이나 대책을 제시한 것도 전혀 없다. 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공항 주변 주민과 토지 소유자들은 보상과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당연히 걱정과 불안, 불만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주민들 스스로 소음대책위원회를 꾸렸다.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사는 김해종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소음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시행자 측은) 토지 수용하는 것만 피해 보상을 한다. 소음 피해를 입을 우리한테는 십원짜리 하나 보상이 없다. 우리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신공항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며 “공항 부지 주변 땅도 수용해주고 이주와 지역개발 등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주권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은 요원하다. 착공 첫삽을 언제 뜰지도 알 수 없다. 시행 주체인 대구시와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의 이해가 얽히고설켜 있다.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특히 신공항 예정지 주민들은 이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쏟아낸 신공항 건설 공약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대구·경북 신공항은 과연 언제쯤 개항할 수 있을까. 사업 주체들, 지역주민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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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해외 계열사로 배 불리는 오너가②] '내부거래 저격수' 등판에도 사각지대 방치될까]]></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996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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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9 Sep 2025 16:56: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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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CDATA[rooney@ilyo.co.kr | 박찬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내 기업들의 내부거래 행태를 고질적 병폐로 꾸준히 지적해온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재계에선 해외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단속·규제가 강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 법인과 해외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출 목적의 일감 몰아주기도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규제를 벗어나 창출된 이익이 기업 오너일가에 집중되고, 투자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8/1758186776909699.jpg"/>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사익편취 규제나 일감몰아주기 증여 등 혜택을 보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수정=백소연 디자이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회사 중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인 단독 혹은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한 지분이 20%가 넘는 계열사거나 이러한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 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그런데 규제 대상 자체가 ‘국내 회사’로 한정돼 있고,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일례로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에스는 지난해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통해 매출 4412억 원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국내 계열사와 내부거래는 178억 원, 나머지는 해외계열사와 거래에서 발생했다. 전체 내부거래 매출만 보면 사익편취 규제 기준(200억 원 이상, 매출 12% 이상)을 충족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행 규제를 빗겨갈 구조로 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임명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사익 편취,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확대에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 “(순환출자 등) 해외 기업을 이용해 법망을 우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공정위가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지원을 받은 해외 계열사는 해당 나라 법에 따라 운영되기에 국내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 계열사에 방문해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조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정거래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는 세금 부과에서도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 특정 법인에 일감을 몰아줘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배주주와 친족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수출 목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증여세가 면제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8/1758182715022575.jpg"/>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전문가들은 국내 법인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가 방치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가 점차 해외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더욱이 현재 해외 계열사가 국내 법인에 지급하는 배당금의 95%는 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축적된 이익이 결국 오너일가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해외 계열사로 배 불리는 오너가①] 배당수익 비과세 제도, 사익편취·조세회피 악용될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수출을 안 하는 기업이 없는데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나 조세 부담이 국내보다 덜해 투자가 해외 계열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벌·대기업의 초과이윤이 다시 재벌·대기업에 귀속되는 구조”라면서 “앞으로 재벌·대기업의 거래망이 해외 계열사 등을 활용한 폐쇄적으로 구조가 되면서 지분 관계가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더욱 배제되는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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