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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기획 시리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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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기획 시리즈</description>
        <language>ko-KR</language>
        <lastBuildDate>Wed, 15 Apr 2026 11:04:30</lastBuildDate>
        <pubDate>Wed, 15 Apr 2026</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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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요신문 | 기획 시리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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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②] 지원 조건 까다롭고 대부분 단발성…결국 부담은 개인 몫]]></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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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15 Apr 2026 11:04:3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는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필요할 때 이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개별 제도의 부족이 아니라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8928025588.jpg"/>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생계비·의료비 지원과 심리 상담, 사례 관리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자기돌봄비 등 현금성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자기돌봄비는 장애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9세 이상 39세 이하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중 중위소득 150% 이하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매월 30만 원(고부담형 4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취업·주거 등 맞춤형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원을 이용하고 싶어도 다양한 기준과 조건에 가로막혀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지원을 받더라도 단발성에 그쳐 실제 돌봄 부담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강하라 씨(31)는 최근 서울시에 자기돌봄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탈락 이유는 가족돌봄으로 인한 부담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버지와 분리된 시간이 필요해 고시원으로 주소를 옮겼기 때문이다. 강하라 씨는 “동거를 하지 않아도 제가 아버지의 주 돌봄자인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지원을 받으려면 그 요건을 맞추는 것이 까다로워 사각지대 안에서도 또 다른 사각지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원을 받더라도 일회성에 그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대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봐온 30대 직장인 A 씨는 긴급생활안전자금 등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고 말한다. 특히 공적 지원보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를 통한 지원을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A 씨는 “대한적십자사, 은행권 등을 통해 민간 지원을 더 많이 받았지만 문제는 모두 단발성이라는 점”이라며 “대부분 분기, 반기 단위로 지원이 끝나 지속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청년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돌봄을 처음 맡는 청년들이 질병 관리나 행정 절차, 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돌봄문화기획사 ‘돌봄온’ 대표이자 17년 동안 조현병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돌본 김율 씨는 “호주의 돌봄자를 위한 정보 포털 ‘케어러 게이트웨이(Carer Gateway)’처럼 국내에서도 정보 접근성이 낮은 영케어러를 포함한 돌봄자를 위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의료진과 소통하는 법부터 질환에 관한 정보, 위기상황 대처 등 돌봄 교육뿐 아니라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교육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14/1776129194211979.jpg"/> 2023년 4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6년 3월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은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발굴 체계를 강화하고, 상담·사례관리·자기돌봄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다만 이러한 제도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가족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 정책은 가족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공공은 이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년 개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돌봄 부담 자체가 분산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를 특정 집단의 어려움이 아닌 돌봄 체계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가족돌봄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며 “특정 집단을 따로 떼어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이를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돌봄 주체의 연령과 관계없이 지원하고, 돌봄 부담을 제도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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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청년에게 떠넘겨진 돌봄①] 꿈 대신 책임…학업·취업 발목 잡힌 청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1032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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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9 Apr 2026 14:00:51]]></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강하라 씨(31)는 기타 강사로 일하며 막 꿈을 펼치려던 20대 중반, 아버지의 부상과 친할머니의 사망을 겪었다. 강 씨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가 됐다.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 할머니가 남긴 집을 둘러싼 친척과의 소송 비용이 한꺼번에 강하라 씨의 어깨에 얹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이혼해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강 씨는 “진로를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야 할 시기에 돌봄을 시작하면서 결국 꿈을 포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내 건강도 나빠졌다. 돌봄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4821758575.jpg"/> 가족돌봄청년의 현실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과 무관함. 사진=chat GPT 생성 이미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Young Carer)’은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 공적 돌봄 체계의 한계가 맞물려 청년이 돌봄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동 비율과 이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특정 개인에게 돌봄이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 사회 진입 시기를 놓치면, 이는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로도 평가된다.202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기반을 둔 한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가족돌봄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13~34세 청년은 약 15만 3000명(1.3%)으로 추정되기도 한다.스스로 가족돌봄청년으로 인식하지 못해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돌봄은 가족의 당위성이라는 문화 안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 찾기도 쉽지 않아 가시화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하라 씨 역시 “돌이켜보면 유년기부터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이었던 어머니를 돌보는 가족돌봄 아동이었지만, 그때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내 삶에서 가족돌봄 주체자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709021183058.jpg"/> 가족돌봄청년 강하라 씨(왼쪽)와 아버지. 사진=강하라 씨 제공2024년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이 돌보는 가족은 중증 질환이나 등록 장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상태가 더 중증화되고, 이에 따라 청년이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3~34세 돌봄청년 4만 3832명은 평균적으로 주당 21.6시간을 가족 돌봄에 할애하고 있었다. 주 돌봄자라고 답한 청년들은 32.8시간을 돌봄으로 보내고 있었다. 이는 학업이나 취업 등 사회활동과 병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시간으로, 돌봄이 청년 개인의 일상을 넘어 삶 전반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011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대장암 3기 판정 이후 돌봄을 시작한 A 씨(32)는 현재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병원 동행과 장루(인공항문) 교체, 가사, 경제적 지원 등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A 씨는 “대학교 때는 학업에 아르바이트, 돌봄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했다”며 “대학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돌봄청년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다. 서울시가 2023년 8월부터 1년 동안 수행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90.8%)이 꼽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4%가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A 씨는 “아버지가 아프신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면서 고등학생 때 급식비가 밀리는 일이 잦았다”며 “긴급생활안전자금 지원 외에는 아버지 암 수술비와 입원비, 생활비 등을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전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9/1775695773458422.jpg"/>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청년들이 걷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종현 기자 이 같은 부담은 청년 개인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진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과 돌봄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휴식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강하라 씨는 과로와 수면 부족 등이 겹쳐 쓰러졌고, 혈복강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골감소증에 더해 우울증과 번아웃까지 겹쳤다. 아버지 돌봄 비용에 이어 본인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정신적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가족돌봄청년은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립감이 커지고,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우울 경험 비율은 61.5%로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 청년의 우울 비율이 8.5%인 것과 비교하면 약 7배 높은 수준이다.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돌봄 책임이 가족 내부로 전가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 진입이 늦어지고 이는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노혜진 교수는 “노동시장 진입과 독립 과정에서 돌봄이 충돌할 경우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일시적인 부담을 넘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흔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업과 취업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 등 이후 생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 돌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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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③] 탈영병 이민형은 어떻게 살인범이 됐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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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3 Apr 2026 14:47:0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옥색 수의를 입은 남자가 심사관 앞에 섰다. 심사관이 물었다. “죄를 인정하십니까?” 28년이 넘는 수형생활 동안 규율 한 번 어긴 적 없는 1급 모범수에게 찾아온 가석방의 기회. 만 20세에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곧 쉰을 앞두고 있었다. ‘네’ 한 글자면 이곳을 나갈 수도 있었다. 무기수 이민형 씨는 일말의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저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005677614.png"/> 1998년 1월 6일 언론에 공개된 이민형 씨. 사진=박준영 변호사#학생회장, 탈영병 그리고 살인범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씨는 살인자가 아닌 전교생 지지를 받는 학생회장이었다. 대학에 가진 못했지만 “제대로 살아보겠다”던 스무 살 청년. 졸업 전부터 인쇄소와 공장, 요식업을 전전했다. 성실히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그에게 살인범 낙인이 찍힌 건 순식간이었다.돌아보면 늘 도망쳐야 하는 삶이었다.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엄마는 네 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맡겨진 집에선 밤이 되면 이 씨를 장롱 서랍에 넣었다가 아침이 돼서야 꺼내주곤 했다. 부모님 이혼 후엔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와 함께 고향 경주로 내려와 함께 살았다. 돈은 항상 부족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 이 씨는 아버지가 죽을까 불안에 떨었다.불안은 전염된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새어머니가 떠났다. 두 번째 새어머니가 들어온 뒤엔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다. 결국 온 가족이 야반도주를 해야 했다. 하루는 채권자들이 이 씨의 중학교 앞까지 찾아왔다. 앞장서라는 채권자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한 이 씨는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기. 그는 마음 놓을 곳을 찾지 못한 채 스스로를 혐오하며 탈선을 길을 걷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군 생활마저 쉽지 않았다. 수직적이고 계급적인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씨는 첫 휴가 이후 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족에게 갈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여보세요?”공중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가족 목소리에 이 씨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움보단 아버지를 또 실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그를 짓눌렀다. 이 씨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갈 곳이 없었다.이 씨는 서울과 이천, 진주, 대구 등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경기 이천과 경남 진주는 어릴 적 살았던 곳이었다. 진주에서 며칠을 있다가 버스를 타고 대구역에서 내렸다. 불안한 도피 생활은 계속됐다. 몸은 급격히 망가졌다. 빵이나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잘 곳이 없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다가 동사할 뻔한 이후로는 아파트 단지 지하 배관 사이에서 눈을 붙이곤 했다. 입대 당시 66kg이던 체중은 50여 일 만에 52kg으로 줄었다. 한번은 이틀을 내리 굶고 소주를 마신 후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그런 이 씨도 좋아하는 게 있었다. 바로 만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탈영 기간의 상당 부분을 여러 만화방에서 보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으로 경찰에 체포되던 날(1998년 1월 5일)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 여인숙 인근 만화방에서 빌린 무협지 14권을 밤새워 다 읽은 이 씨는 새로운 책을 보기 위해 또 다른 만화방을 찾았다.밤 10시가 넘어 만화방을 나오는데 도로에서 불심검문 중인 경찰이 보였다. 탈영병 신분의 이 씨는 당황했다. 게다가 당시 50일 넘게 도피 생활을 하던 이 씨는 근처 오락실 등에서 훔친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일순 몸이 얼어붙었다. 무언가 땅에 떨어졌다. 바닥을 울리는 쇳소리에 경찰이 이 씨를 봤다. “야 너 이거 뭐야.”이 씨가 신문지로 감싸 가방 사이에 끼워뒀던 노루발못뽑이(쇠지렛대)였다. 경찰이 다가왔다.이 씨는 거동 수상자로 체포됐다. 그 무렵 경찰은 1998년 1월 3일 오후 3시 대구 대명동 비디오 가게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직접 목격자는 피해자의 어린 아들이 유일했다. 범인이 “돈을 갚으라”는 말을 했다는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 아들 진술로 보아 채무에 의한 살인으로 의심되는데 흉기나 지문 등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흘 가까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체포된 이 씨는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왼손으로 찔렀다는 아들 진술은 잘못됐다”, “아버지가 시킨 것 같다”, “운동화를 신은 것 같다”, “곤색 추리닝” 등.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절도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만 컸다. 그런데 이 씨 옷에서 과도가 나오는 걸 본 형사들 눈이 일제히 그를 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수사 경찰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회의하다가 난리가 났었어요.”“우리 팀이 다 달려들었지. 전부 다. 거기서 바로 (경찰)서로 데리고, 조사받아야 하니까.”증거도 없는데 이미 이 씨가 살인범으로 몰린 분위기였다. 심지어 수사본부 소속 형사 중 한 명은 ‘형사의 감’으로 이 씨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감이 왔죠. 좀. 데리고 들어오니까 ‘어? 점만데’ 이카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이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죠. 점마라고.”“형사들이 그 수사본부 차려놓고 회의하고 있는 중에 싹 들어오니까. 뭐야? 하면서 전부 딱 봤는데. 어? 인상착의하고 뭐 그런 것이. 목격자 진술 이런 게 다 비슷하니까. 그냥 심증으로 간 거지. 그냥.”1998년 1월 6일 새벽 12시 20분. 이 씨는 대구남부경찰서로 인계됐다. “칼로 사람은 찌른 적 있냐.”대구남부경찰서 형사가 물었다. “그런 적 없다”고 하자 “본 사람이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는 압박이 돌아왔다. 이 씨는 탈영 기간 중 저지른 절도를 사실대로 털어놨다. 하지만 살인은 정말 아니었다. 절대로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갑자기 또 다른 형사가 욕설을 내뱉으며 이 씨의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씨는 형사과장실로 끌려갔다고 했다.“방에 들어가자마자 ‘너 같은 전과자 새끼 때문에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간 줄 아냐’면서 뺨을 마구 갈겼습니다. 제가 맞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칼로 사람 찌른 거 다 아니까 솔직하게 가자’면서 웃은 형사도 있었고.”그래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한 형사가 각목을 가져왔다. 그러곤 이 씨 무릎 뒤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린 채 허벅지를 밟기 시작했다. 이 씨에 따르면 형사들은 죽도로 이 씨의 등과 성기를 내려치고 음모를 잡아 뜯으며 “인정하라”고 했다. 중간중간 이 씨 옷을 내려 몸에 상처가 남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체포되기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이 씨는 점점 지쳐갔다.가혹행위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어졌다. 해가 뜨고 형사과장실에서 나와 잠시 쉬던 때였다. 갑자기 방송국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출입 언론사들이 아침 일찍 경찰서를 방문해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확인하는 취재 관행이었다. 불현듯 이 씨 머릿속에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제대로 살고 싶었는데 이런 추한 모습이 전국에 공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조롱하던 사람들, TV로 자신을 보게 될 부모님, 주변인 손가락질 등 갖은 감정이 뒤엉키면서 공포와 절망감이 몰려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403/1775180583789084.png"/> 이민형 씨는 방송국 카메라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끝났고 죽고 싶었다”고 했다. 그림=이민형“잠시만요!”이 씨는 다급히 형사에게 매달렸다. “카메라 좀 치워주세요.” 반응이 없었다.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절박해졌다. “내가 사람을 찌른 것도 같은데 자백하겠다”며 “시인할 테니 카메라만 치워달라”고 호소했다.#체포부터 사형까지 40일그렇게 이 씨는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당초 경찰은 채무에 의한 면식범 소행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이 씨 검거 이후 방향을 틀었다. 이 씨 죄목은 강도살인. 피해 금액은 약 6만 7000원이었다.이 씨가 군인이었기에 사건은 헌병대로 넘어갔다. 막상 자백은 했지만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이 씨는 수사관이 하는 질문에 무조건 맞다고 했다. 파출소에서 형사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토대로 허위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 사건의 앞뒤가 맞지 않아 진술을 번복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한번은 흉기를 어디에 버렸냐는 추궁에 인근 공원 휴지통이라고 둘러댔다가 정작 현장 검증에서 휴지통 위치를 몰라 수사관이 알려주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피의자신문조서(1998. 1. 12.자)문: 범행 당시 복장을 말해보시오. 답: 곤색 츄리닝(상, 하의)에 흰색 운동화를 신었으며 회색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문: 범행 당시 메고 있던 가방이 회색 가방이 틀림없는가요. 답: 제가 진술을 잘못하였는데 검정색 가방입니다. (수사기록 293쪽)물적 증거는 없었다. 사건 현장 그 어디에서도 이 씨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끝내 범행 도구를 찾지 못했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②] 흉기보다 깊은 상처? 재심청구서를 통해 본 진실). 법원은 “이 씨가 진술을 번복해 증거물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이 씨를 탓했다. 다만 피해자 아들을 비롯한 직·간접 목격자들이 이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1심 재판부인 보통군사법원은 1998년 2월 26일 공소제기 14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첫 공판이 열린 날 결심과 함께 사형을 선고했다. 경찰에 체포된 지 약 40일 만에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 씨의 국선변호인은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다.2심 국선변호인은 죄를 인정하면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 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 9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이 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그해 10월 대법원이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그로부터 28년이 지났다. 지난 2025년 말, 이 씨는 또 한 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죄를 인정하십니까.”가석방 심사관이 물었다. 이 씨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자유를 얻고자, 하지 않았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석방 심사는 또 불허됐다. 그렇게 이 씨는 교도소에서 쉰을 맞았다. 만 20세에 수감됐으니 교도소 안에서 보낸 시간이 바깥세상에서 보낸 시간을 훌쩍 앞선다.기자는 이 씨에게 “가석방 심사 결과가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 “저는 괜찮은데 아버지께서 기대하셨던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조금 걸리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대답은 언제나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원하는 건 진실이다. 이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심리를 통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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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③] 교사 자격·안전 기준 한계…학생 보호 장치 우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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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5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가 늘면서 학생 보호 측면에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사 자격 요건, 시설 안전 기준, 폐원 시 학생·학부모 보호 등 학교 교육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교육 현장에 대한 교육 당국의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학생의 교육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599597987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학원은 학교와 달리 교사 자격증이나 전공 요건이 필수는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 강사는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전공에 상관없이 채용이 가능하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나 아동학대 전력이 없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학년별 교과 수업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등록된 미인가 국제학교 역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 교육은 교과 지식 전달뿐 아니라 생활지도와 사회화 과정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교육”이라며 “학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기능이 대체적으로 빠져 있는 만큼 학교 교육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다만 교사 자격증 여부만으로 교육의 질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교사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부분이 있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165160441.jpg"/> 서울의 한 대형마트 층별 안내도. 미인가 국제학교가 입점해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시설 기준에서도 학교와 학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육시설법 등에 따라 학교 부지와 건물 확보, 체육시설, 보건실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일정 면적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가 건물이나 심지어 대형마트에 입주해 학교 형태 교육을 운영하는 사례도 확인됐다.안전 기준 역시 차이가 있다. 학교는 ‘교육시설 안전 및 유지관리법’ 등에 따라 교실 구조, 계단과 복도 안전 기준, 창문 추락 방지 장치 등 세부적인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학원은 소방시설 설치와 기본적인 건축 기준 등을 갖추면 운영이 가능해 학교와 같은 수준의 안전 관리 체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폐원 시 학생 보호 장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학원은 휴원이나 폐원을 할 경우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운영자가 갑자기 문을 닫을 경우 교습비 환불이나 학습 연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2024년 인천 송도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는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수업이 중단됐는데, 학부모들의 교습비 환불 요구에도 학교 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게다가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다른 교육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피해 학생 수는 100여 명, 금전적 피해 규모는 약 3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교육부 관계자는 “담당 교육지원청에는 수사권이 없어 폐원 이후 교습비 환불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개인이 민사 소송이나 소비자 보호 절차 등을 거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2/1773276250961722.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내부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 교육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와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와 유사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학생 보호 장치와 관리 기준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하태욱 교수는 “최근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제도 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부는 인가받은 학교 테두리 안뿐 아니라 학교 밖 교육 현장까지 아우르는 교육 전반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장승혁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교육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교육적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선택권 보장을 억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원천적인 배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다만 이들 기관이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게 교육 당국의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공교육 신뢰성이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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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②] ‘학교 간판’ 단 학원, 제도 틈새 파고든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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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Mar 2026 13:54:2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교육청에는 어학원 등 학원 형태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중·고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영미권 교과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한 수업을 운영하며 사실상 학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는 대안교육기관이나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국제학교 형태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학원법 체계 안에 들어가 있는 현재 구조가 제도적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6677279736.jpg"/>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미인가 국제학교'는 대다수가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이다. 사진=chat GPT 이미지 생성 ‘일요신문i’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을 분석한 결과, 25곳이 교육청에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학원으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 형태는 1곳, 교육청 등록 대안학교는 1곳이었다. 사업자등록은 확인되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서 학원 등록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기관도 6곳 있었다.이렇게 미인가 국제학교 상당수가 학원으로 등록하고 운영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학원과 학교 설립 절차의 차이와 국제학교 교육 수요 증가를 꼽는다. 국내에서 국제학교로 인가를 받으려면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교지와 교사 등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학원은 비교적 간단한 등록 절차로 설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학원 형태로 등록한 뒤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208590187824.jpg"/>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등록 형태와 지역 분포.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실제로 이번에 분석한 수도권 미인가 국제학교 33곳은 국제학교 교육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4곳, 인천 2곳이었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 상당수가 몰려있었다.학원으로 등록된 25곳의 교습 과정은 대부분 ‘외국어’ 또는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외국어 외에도 보습학원(국어·과학·논술), 진학지도 등으로 복수 등록된 곳들도 있다. 실제 운영은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 등 학교처럼 교과 중심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등록 형태는 어학원으로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등록한 교습과정 범위 내에서만 교습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일요신문i’가 서울 서초구의 ‘국제학교’ 이름을 단 한 학원에 입학 상담을 받아본 결과, 학원 관계자는 “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예술·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스페인어 수업도 추가로 들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학원은 교육청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 어학원으로 등록된 곳이다. 학원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할 경우 교육청의 시정명령이나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학원비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교습비 범위 내에서만 수강료를 받을 수 있다. 교재비 등 기타 경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비용 징수는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는 학비 외에 입학기부금 등의 별도 비용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법 제15조는 등록·신고한 교습비 등을 초과해 징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17조에 따라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11/1773195991501368.jpg"/> 서울 서초구·성동구에  위치한 학원으로 등록 미인가 국제학교 전경. 사진=김정아 기자 문제점은 개별 학원의 법 위반 가능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법적 지위는 학원에 머물러 있는 구조 자체가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 당국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며 “학교처럼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학원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은 학원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지만, 국제학교처럼 학년 체계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형태까지 명확히 규율하는 별도의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학교 규제는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관리 기준도 제한적인 ‘제도 사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원은 학력 위주의 교사학습 과정만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로 볼 수 없다”며 “공교육 내에서는 생활지도나 사회화 과정도 자격을 갖춘 교사를 통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고, 교육 당국의 지도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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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미인가 국제학교 확산①] 공교육 흔드는 ‘대치동식 영어 코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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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5 Mar 2026 13:53:1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입학 요건이 까다롭고, 인가 국제학교 수가 제한적인 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영어 몰입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찾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1725256199.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교문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특히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전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거친 뒤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 영어 몰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해외 유학을 염두에 둔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인가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익힌 뒤 고학년에는 공립초등학교로 복귀·전학해 수학에 집중하는, 이른바 ‘대치동식 학습 전략’이 유행하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의 ‘2017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국민의 외국어 능력 향상과 국제화된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국가의 지원이나 국내외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를 뜻한다. 초·중·고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글로벌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인 ISC(International School Consultancy)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제주특별법’ ‘외국교육기관법’ 등으로 인가를 받은 정식 국제학교는 현재 29개교다.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국제학교’는 1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 국제학교보다 미인가 국제학교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들 학교는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는 학교가 아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적용받는 학원이다. 교습비용은 연간 3000만~4000만 원선으로 추정된다.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인데 어떻게 학교가 아닌 학원인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학적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거나 입학을 일정 기간 미루는 ‘입학유예’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입학유예는 취학 대상 아동이 질병이나 해외 체류, 발달 지연 등의 사유로 취학을 1년 범위 내에서 미룰 수 있는 제도다. 정원 외 관리는 학생이 해외 유학 등 사유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학적은 유지하되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공립초에 학적만 둔 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공립초를 다니려면 학적을 둔 공립초로 복귀하거나 다른 공립초로 전학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학년의 교과목 이수 능력을 평가(교과목별 이수 인정 평가)받아야 학년을 배정받고 복귀·전학할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닌 시기는 미인정 결석으로 처리돼 학생생활기록부가 사실상 공백이 되거나 출결 점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닌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별도의 학력 인정 절차가 필요해 초·중등 과정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1966426407.jpg"/> 서울 송파구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 전경. 사진=김정아 기자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입학 요건과 접근성 문제 때문이다. 외국인학교는 외국 국적 학생이거나 일정 기간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야 입학 가능하다. 제주와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인가 국제학교는 학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거주 학부모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영어 몰입 교육을 원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고 있다.해외 이주 전 2년 동안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냈다는 학부모 A 씨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되거나 지방 도시로 이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외국인학교나 인가 국제학교를 보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부가 모두 한국인에 맞벌이고 기러기(자녀 교육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를 할 생각도 없어 집 근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정식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해외 유학 준비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인가 국제학교 중에는 미국 본교의 분교 형태로 운영되거나 미국 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해외 대학 진학 시 정식 고교 졸업장을 인정하는 곳들도 있다. 성적 관리 측면에서도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외유학 입시컨설턴트인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일요신문i’에 “해외 대학을 진학할 때도 내신이 중요한데, 미인가 국제학교가 정식 국제학교보다 평가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인식이 있어 학부모들이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305/1772672852117182.jpg"/> 가수 백지영·배우 한가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녀를 강남권의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 연장선으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생활하던 아이들이 공립초에 진학할 경우 영어 노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고민 중이라는 학부모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를 하나의 학습 경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 저학년 동안 영어 몰입 환경에서 공부한 뒤 고학년 때 공립초로 복귀·전학해 사교육과 병행하며 수학 중심 학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교육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학년엔 영어, 고학년엔 수학’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치동식 학습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임준희 대표는 “전에는 해외 유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갔는데, 미인가 국제학교에선 국내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이를 위해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며 “방과 후에는 대치동 아이들처럼 한국 입시를 위한 수학학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전과 다른 이유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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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②] 흉기보다 깊은 상처? 재심청구서를 통해 본 진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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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7 Feb 2026 15:24:25]]></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아이고, 손이 떨려가…”검은 끈이 자꾸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아들의 무죄를 증명할 수백 장의 서류를 하나로 묶으려던 남자의 손끝이 잘게 흔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끈을 돌려 고를 만들려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매듭을 짓는 데 성공한 그가 고개를 들었다. 겸연쩍은 듯 웃는 눈매는 아들과 꼭 닮아있었다. 남자는 28년 전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무기수 이민형 씨의 아버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283480421.jpg"/>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무기수 이민형 씨의 아버지가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할 재심청구서를 편철하고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2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종합접수실. 이 씨의 아버지와 박준영 변호사, 그리고 28년간 이 씨를 지켜봐 온 한덕경 교화위원이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재심청구서 분량만 A4 용지 508쪽. 증거와 참고자료를 합하면 실질적인 부피는 그 곱절을 훌쩍 넘는다.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눠 들기에도 벅찬 이 서류더미에는 이 씨가 다시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빼곡히 담겼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곳곳에서 발견된 조작 정황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355801183.png"/> 1998년 1월 6일 오전 9시,  밤샘 조사 직후 이민형 씨의 동의 없이 이뤄진 언론 인터뷰. 이 씨는 극도의 수치심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재심청구서 500장이 넘는 재심청구서는 28년 전 이 씨가 홀로 법원에 제출했던 항소·상고이유서의 확장판이다. 제대로 된 법적 조력 없이 써 내려간 27장의 호소문은 박 변호사의 손을 거쳐 법리적인 부분들이 다듬어졌다. 갇힌 몸으로는 결코 찾아낼 수 없었던 무죄 증거들도 추가됐다.재심 청구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와 이 씨 자백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들이다. 특히 경찰과 군검찰, 군판사가 저지른 각종 직무상 범죄 사실이 적시됐다. 폭행 등 가혹행위를 비롯해 위법한 압수와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진술거부권 침해 등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전반에 위법과 부실의 흔적이 가득하고 자백은 모순과 비약으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했다.자백을 보강한다는 증거들 역시 조작되거나 오염된 정황이 짙다. 실제로 당시 수사기록을 보면, 목격자들의 진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로 모였다. 초기에는 ‘가방을 들고 도망갔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검정색 양복차림이었다’ ‘남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등 제각각이었던 최초 진술들은 수사 단계가 진행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일치하기 시작했다.당시 수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는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를 통해 증명된다. 경찰 압수조서에는 1998년 1월 6일 오후 11시 30분, 이 씨와 동행해 증거물을 압수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시각 이 씨는 군경찰에 넘겨져 취조를 받던 중이었다. 심지어 오후 11시 30분에 압수했다는 그 물건들은 이미 3시간 전 저녁 뉴스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뒤였다.2심 재판을 맡은 군판사는 현장검증을 진행하며 진술거부권 등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전 단계에 없던 내용까지 재연시켰다. 이 씨가 참여한 적 없는 증인신문조서 참석란에 이 씨의 이름이 적혀 있기도 했다.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씨는 현장검증 이후 열린 공판기일에서 “범행을 인정하여 한 재연이 아니었다”고 진술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성기 고문하고 알몸 사진 찍어”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579294136.png"/> 이민형 씨는 경찰에서 당한 가혹행위를 그림으로 남겼다. 그림=이민형 재심청구서 곳곳엔 이 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그림들이 들어가 있다. 모두 이 씨가 직접 그린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 보는 것을 좋아했던 이 씨는 수감 후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웹툰 크리에이터 3급 자격증을 땄다. 자신을 에워싸고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경찰들,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꿇린 후 그 위를 밟아댄 경찰, 혐의 인정을 압박하며 죽도로 성기를 찍고 음모를 잡아당기는 모습까지. 모두 이 씨가 힘겹게 끌어올린 기억의 편린이자, 직접 그려낸 고발의 기록이다.박 변호사는 “이 그림들은 피고인이 허위자백에 이르게 된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이자,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4478476655.png"/> 이민형 씨의 양쪽 무릎에 눌림으로 인한 피하출혈로 추정되는 상처가 남아있다. 사진=재심청구서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이 씨의 기억은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당시 경찰은 가혹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하겠다며 이 씨의 나체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이 사진이 오히려 증거가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구타 흔적이 없는 듯하나, 이 씨가 맞았다고 지목한 무릎 관절, 엉덩이, 성기 부위를 상세히 살피면 폭행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결정적으로 당시 수사관들도 최근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 씨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2025년 7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만나 그때를 회상하며 “몇 대 때리긴 했는데 애가 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2명은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그때는 고문도 많이 했다. 자백을 안 하면 할 수 없이 고문을 하는 것”이라며 고문 악행을 인정했다.“3층에 3분의 1은 그, 고문실이라 고문실. 원래 그, 인권 면에서는 그, 그 고문실이 있으면 안 되는데…”“물고문! 물로 가지고 이제 코에 부어 가지고, 그 다음엔 고춧가루 고문, 그 다음에 막대기…” “두드려 패기도 하고…”전부 당시 수사 경찰이 직접 말한 “(용의자가) 자백을 안 하니까 하게 되는” 고문 기법이다.#무죄 입증할 새로운 증거당시 수사기관은 이 씨가 대구 북구의 한 의원에 침입해 현금 30만 원과 접이식 칼 1개를 훔쳤고, 이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결론지었다. 문제는 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중요 근거인 칼의 출처가 원장 A 씨의 불안정한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실제로 A 원장은 사건 초기 “도둑이 든 것은 맞지만 칼은 도난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도난당한 것이 확실하다”고 번복했다. A 원장의 진술은 이 씨의 유죄를 확정 짓는 주요한 증거 중 하나였다.그런데 A 원장은 최근 다시 한번 말을 뒤집었다.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만남에서 범행도구로 지목된 칼과 유사한 접이식 칼을 보며 “이런 칼은 사 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평생 외과 전공을 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흉기로 인정될 정도의 칼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없어요. 나는 이런 칼 사용한 적이 없어요. (칼을 펼쳐보며) 이거는 완전 흉기고. 이거 진짜 날카롭네. 이렇게 날이 선 칼은 호주머니 넣고 못 댕기거든요. 이런 칼 넣고 댕기다가 어디 잡히면, 이거는 흉기로 걸려도 걸리죠.”그러면서 사건 발생일로부터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의 법정 증언보다 1개월 지난 시점에 했던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이 사실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 이상한 게 그래. 그럼 처음에 그래 내가 도난당했다 카지 도난당했으면. 8개월 아닙니까? 그때 와 가지고 다시 조사를 받을 때 내가 도둑맞았다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조금 이상하잖아요.”그럼 어떻게 A 원장의 증언이 유의미한 증거로 채택됐던 것일까. A 원장은 수사기관의 압박 가능성을 언급했다.“이걸로는 증거가 부족하니까, 나를 압박해 가지고 다시 이렇게 좀 써 달라고 했을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많이 하잖아.”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수사기관이 부족한 증거를 보완하기 위해 원하는 대로 진술을 끌어냈을 수 있다는 취지다.설령 경찰의 조사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흉기와 피해자의 몸에 남은 자상이 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시체검안서에 기록된 상처의 깊이는 최대 11cm인 반면, 범행 도구로 지목된 칼날은 10cm 남짓이었다. 10cm 길이의 칼로 11cm 깊이의 자상을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처의 폭 역시 마찬가지다. 자상의 폭은 최소 2cm로 추정되지만 이 씨가 그린 그림 속 칼의 폭은 0.8cm에 불과했다.이에 대해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장기나 내부 조직은 수축하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칼날보다 깊게 확대되는 경우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흉기의 궤적뿐 아니라 자상의 위치조차 이 씨의 자백 내용과는 달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139775062.png"/> 경찰 체포 이후 언론에 공개된 이민형 씨의 손 사진. 손톱이 손가락 끝을 넘어갈 정도로 길게 자라 있다. 사진=재심청구서현장에선 이 씨의 혈흔이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 몸에 남은 13개 자상에 대해 이 씨는 자백 당시 “13번의 칼질”이라고 하면서 “핏속을 돌아다녔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당시 인터뷰 사진을 보면 이 씨의 손톱은 손가락 끝을 넘어갈 정도로 길게 자라 있어 범행 시 혈흔이 끼거나 묻기에 매우 쉬운 상태였다. 하지만 정밀 감식 결과 어떠한 혈흔도 검출되지 않았다.범행 직후의 행적에서도 의문은 이어진다. 자백대로라면 이 씨는 살인 후 돈통에서 돈을 꺼내 도주했다. 그러나 금고에서는 주인 부부의 지문만 확인되었을 뿐 이 씨의 지문이나 혈흔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13차례나 흉기를 휘두른 범인이 피 묻은 손으로 돈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이번 재심청구서에는 사건 당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한 과학적 재현 실험 결과가 새로운 증거로 포함됐다.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가 주도한 실험에 따르면, 손톱이 긴 상태에서 혈흔이 묻을 경우 단순 세척만으로는 흔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려웠다.감식 기법에 따라 결과는 엇갈렸으나 도출된 결과는 유의미했다. 혈액 성분을 육안으로 판별하는 LMG 검사에선 반복 세척 시 일부 음성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미세 혈흔을 추적하는 루미놀 검사에선 손톱 틈새에 박힌 극미량의 혈흔이 포착됐다. 손톱 안쪽의 거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세척 후에도 ‘점상 발광(점 모양의 빛)’ 형태의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실험의 결과와 과학적 의미 등을 임 교수의 의견서 형태로 추가 제출할 계획이다.이 밖에도 재심청구서엔 관련자들 위증과 목격자들 증언 모순점, 허위 자백 이유 등이 포함돼 있다. 박 변호사는 향후 재심보충서를 통해 추가 증거들을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진실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죽이지 않았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7/1772155211151084.png"/> 이민형 씨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사진=재심청구서“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이 씨의 주장은 28년 전부터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가족도 국가도 아닌 이름 모를 한 방청객이었다.“사형을 언도받고 돌아설 때, 어느 아주머니께서 제 두 손을 꼬옥 잡아주셨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힘을 내라고…부모님조차 찾아와 주지 않은 저에게 희망을 건네며 눈물을 흘리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것은 포기의 눈물이 아닌 제 인생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1998. 6. 9. 항소이유서 중)이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눈물은 당시 사형수였던 이 씨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헌병들은 항소를 권유했고 형무 계장은 탄원서를 써줬다. 이 씨는 일면식도 없던 이들에게서 받은 사랑이 진실을 밝히는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죄를 시인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회유에도 그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지금, 이 씨는 그날의 진실을 묻기 위해 다시 한번 법원 앞에 섰다.“전 결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제게 또다시 사형이라는 형벌이 주어진다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말입니다.” (1998. 6. 9. 항소이유서 중)“이번이 안 된다면 다음번, 다음번이 안 된다면 또 다음번 저는 언제까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게 허락된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1998. 10. 13. 상고이유서 중)]]></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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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새해 벽두 벌써 2배 증가한 산불…예방도 대책도 '불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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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0 Feb 2026 13:4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새해에도 산불 소식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해지고 있다. 2025년 경상북도를 지옥으로 만든 '역대급' 산불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2월 19일까지 전국에서 산불 117건이 발생했다. 2025년 같은 기간 66건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산림청은 올 1월부터 강원도와 경상도 등 동해안 지역에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해 계속 유지하는 상태다. 봄이 오기 전 1월에 경계를 발령한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경계는 산불 위기경보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산불은 인재로 발생해서 날씨로 확산하는 '복합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난 이후 관리는 오롯이 정책과 제도에 달려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 지역 주민의 실질적 삶 회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해왔을까. 지역마다 다른 복구 기준, 일관성 없는 행정 판단, 모호한 지원 주체 등이 재난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되는 위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02897253.jpg"/> 산림청은 2026년 1월부터 경상도와 강원도 등 동해안 지역 전체에 산불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경계는 산불 위기경보 4단계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월부터 경계를 발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산림청 제공 #아직도 집에 못 간 수천 명2022년 경북 울진 산불, 2023년 경북 예천 산사태, 2025년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은 재난 형태와 규모 및 발생 시기가 제각각이지만,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만큼은 꼭 빼닮아 있다. 일요신문과 만난 이 지역 주민들은 △보상 부족 △성금 등 분배 과정에서 주민 사이 갈등 △산 지반이 약해진 데 따른 2차 피해 우려 △정서적 트라우마 등을 일제히 호소했다.특히 보상금은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불가능할 정도로 적다. 각종 보상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이뤄진다. 피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기준 전파(전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 수준이다.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기 부담 없이 새집을 짓기란 무리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예천] "대통령 방문 오히려 독" 산사태 후 무너진 마을 공동체).실제 2025년 3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의성·청송 등 주민 상당수가 아직도 임시주택에 머무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13일 기준 경북 지역에서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피해 주민은 410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안동시 1532명 △영덕군 1341명 △청송군 696명 △의성군 375명 △영양군 158명 등이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집뿐 아니라 농기계나 농작물 등 생계 수단마저 잃는 현실도 심각하다. 각종 농기계 등 장비는 중고 가치로 평가되지만, 대부분 주민은 새 제품 구매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자부담과 대출이 필수적으로 발생해 피해 주민들이 다시 빚을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농작물 등 피해는 농협이 운용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만 기대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울진·삼척] 산불이 앗아간 터전, 다시 '희망의 나무심기').정부는 2025년 10월 안동 등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 올 1월 29일 시행했다. 피해 구제 범위와 생계지원을 확대한 게 골자다. 그러나 이를 통해 실질적 피해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적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26352283.jpg"/> 416재단 부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가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 피해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주민 대부분이 보상금 산정 근거를 모른다고 답했다. 최근 시행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에 관해서도 내용을 잘 모른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그래프 및 표=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 제공#보상금 산정 근거?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적절한 보상을 받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시행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의 내용을 인지하는 주민도 적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므로,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416재단 부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는 2025년 12월 9일 국회에서 '누구를 위한 산불구제 특별법인가'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단체는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 피해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일요신문이 실태조사 결과 전문을 살펴보니, 산불 구제 특별법에 대해 "들어만 봤고 구체 내용은 모른다"는 응답이 54.3%,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25.9%에 달했다. 응답자 80.2%가 보상과 관련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미 지급된 파손주택 보상금 등의 산정 근거도 '전혀 알지 못한다'가 42.7%, '대체로 알지 못한다'가 27.3%로 전체 70%를 차지했다. 민간 성금의 지급과 분배도 마찬가지다. 민간성금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인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29.2%가 "이웃", 18.9%가 "이장", 22.6%가 "언론"이라고 답했다. 행정기관 공무원이라고 답한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 관계자는 "성금 등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됐는지 공식 확인할 수 있는 경로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피해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거나 절차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민들의 행정 불신으로 이어진다. 산불 피해를 입은 청송군민들은 '청송산불피해보상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까지도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청송군청에 찾아가 "마을마다 보상 지급 비율이 다르고 안동시 등 인근 지역하고도 기준 차이가 크다"고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37816192.jpg"/>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산불 확대 요인에 관한 명확한 분석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림 대부분을 차지하는 침엽수가 실제 화재에 약한지 등을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사진=KTV 갈무리 #"과학 문명시대에 아직도 이 논쟁…"남은 최대 과제는 단연 재난 예방이다. 하지만 정작 산불 확대의 구체적 원인 진단도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확대에 소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 등 활엽수가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나무 심을 때 주로 침엽수를 심는다. 근데 활엽수가 산불에 더 강하다, 근데 왜 침엽수를 심느냐 하는 겁니다. 저는 21세기 과학문명 시대에 아직도 이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왜 답이 안 나오는지, 제가 이 얘기를 들은 지 매우 오래 됐고, 결론이 안 나오고 지금도 논쟁하고 있는데, 이거 예산편성 전에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은데요."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침엽수가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침엽수가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활엽수의 낙엽이 불씨를 머금고 날아다니며 산불을 키운다는 주장도 꾸준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81908889.jpg"/> 서울환경연합과 불교환경연대, 생명다양성재단 등 단체들은 2026년 1월 21일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침엽수 비중이 큰 산림일수록 산불 피해도 크다고 조사됐다. 그래프=서울환경연합 제공다만 정도의 차이만 놓고 보면 침엽수가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서울환경연합과 불교환경연대, 생명다양성재단 등 단체들은 지난 1월 21일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5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 산림 구간 1050곳을 표본으로 산불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다.이에 따르면 침엽수 비중이 클수록 산불 강도도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이끈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송이농사 등을 위한 침엽수림, 임도 조성 등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산불 확산을 줄이려면 활엽수림으로의 자연적인 변화를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산불 피해지역 청송주민이자 해당 조사에 참여한 홍시언 씨는 "소나무 단순림을 유지하기 위해 활엽수가 반복적으로 제거된 흔적을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다"며 "산불로부터 우리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다시는 소나무를 산에 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물론 정부도 고민이 깊다. 한국 산림은 약 630만㏊ 규모다. 이 가운데 약 66%가 사유림이다. 산주들 대부분이 침엽수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침엽수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리도 쉬운 데다, 벌채 후 수익을 얻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일요신문과 경북 울진에서 만난 60대 산주 전 아무개 씨는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 자체를 못 믿겠다"고 했다. 그는 "소나무가 화재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활엽수도 계절이 지나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므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소나무뿐"이라고 강조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295334654.jpg"/> 산림청은 2026년도 산불 방지를 위한 예산으로 약 854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도 본예산 578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산불 이후 편성된 추경예산까지 더한 1015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모자라다. 표=재정경제부 제공 #정부와 주민의 '동상이몽'정부는 2026년 산림청의 산불 방지 대책 예산으로 약 854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도인 2025년 본예산인 578억 원보다는 크게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2025년 경북 산불 이후 편성된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한 1015억 원과 비교하면 많이 적은 규모다. 올해 산사태 예산의 경우 323억 원이 편성됐다.2026년 산불 예산 주요 내용을 보면, 재난 조기 발견을 위한 감시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렸다. 126억 원을 투입해 220곳에 산불감시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 산불 위험지역에 안전공간 120개소(73억 원)를 조성하고, 소화시설 28개소(29억 원)를 설치한다.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60명 증원한다. 다목적 산불진화차량 12대(45억 원)와 산불대응센터 10개소(41억 원)를 추가한다. 공중 진화력 보강을 위해 대형 산림헬기 1대와 중형 헬기 1대를 추가 도입한다. 특히 대형헬기 도입에 약 550억 원, 중형헬기에는 330억 원을 투입한다.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산림 구조개선'이나 '수종 전환' 등 근본적인 예방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산사태 예산은 '산악기상 관측망 현대화'가 핵심이다. 전국 172개소에 50억 원을 투입해 산악기상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산림계곡 정보 구축을 위한 산림수계수치지도와 산림유량관측망도 확대한다. 이 역시 의문이 따른다. 산사태 위험은 단순 기상 정보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산림 이용 방식과 지역 개발 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산림청은 2022년에도 '전국 산사태 예방 종합대책'을 통해 "산사태 예측정보 시스템의 고도화"를 중점 사업으로 내세웠다. 2015년 처음 내놓은 '산사태 종합대책'에서도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통해 예방·대응 활동 적극 추진" 등 같은 말을 반복한 바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20/1771550303797687.jpg"/> 2025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의 임시주택 단지 모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25년 9월 산불 피해 지역에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다. 사진=주현웅 기자경북 안동과 의성·청송 등에서도 산불 피해지 벌목으로 산사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피해 지역에 개발 사업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25년 9월 "안동에는 산림휴양복합단지, 의성에는 산림경영특구 시범사업, 청송군에는 골프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다.이는 경북 산불구제 특별법 39조(관광단지개발)가 "피해지역 경제 회복과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관광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 가능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난 김에 개발하자는 뜻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정항우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주민들은 실질적 보상과 생활 재건을 꿈꾸지만, 행정과 정치권은 정부 예산을 통한 정치적 성과와 개발 이권 확보에 더 치중하는 듯 보인다"며 "결국 피해 주민과 정치권은 같은 특별법을 두고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에 빠진 셈"이라고 지적했다.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커다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경북 산불은 국가 차원의 원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십 년 반복돼 온 잘못된 산림 정책과 산불 대응 정책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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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죽어도 죽이지 않았다"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 무기수 이민형, 28년 만에 재심 청구]]></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8062</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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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0 Feb 2026 15:12:48]]></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1998년 발생한 ‘대구 장미비디오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민형 씨가 사건 발생 28년 만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149668677.jpg"/>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민형 씨는 28년 동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속 이 씨가 범죄 시인을 재촉하는 경찰의 물음에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 것"이라고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준영 변호사 이 씨의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2월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전반에 위법과 부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자백은 모순·공백·비약으로 점철되어 있다. 자백을 보강한다는 증거들 역시 조작되거나 오염된 정황이 짙다”며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재심이 개시되면 물적 증거 없이 자백과 진술만으로 유죄가 확정됐던 당시 수사 절차의 적절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1998년 사건 현장에서는 이 씨의 지문이나 DNA, 범행에 쓰인 흉기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6세 아들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에 의존해 공소제기 14일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이 원심을 파기했으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경찰의 가혹행위도 재심 청구의 사유로 제시됐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씨는 장시간 수면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밤샘 조사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잠을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뺨을 때리고 죽도로 등과 성기 부분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행 흔적이 남았는지 중간중간 옷을 들추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가혹행위 이후 “구타 사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다수의 경찰관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지시하고 이 씨의 나체 사진을 찍게 한 행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씨는 이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만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실제로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고 일부 시인한 바 있다. 또, “잠을 안 재우면서 하루 반 정도 수사를 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당시 기록 그대로 다시 재판한다면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다”며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379694511.jpg"/> 이민형 씨의 아버지가 2월 9일 직접 재심청구서를 편철하는 모습. 이 씨의 아버지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사진=최희주 기자이날 재심을 청구하는 자리에는 이 씨의 아버지와 28년 동안 이 씨를 지켜본 한덕경 교화위원도 함께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500장이 넘는 청구서를 직접 편철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28년 전부터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한 교화위원은 뒤돌아 옅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무죄를 향한 이 씨의 주장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씨는 형 집행 경과와 교정 성적이 일정 기준에 도달한 모범수로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포기했다. 가석방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박 변호사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자유를 택하는 대신,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확인받고 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이라며 “이 씨의 진실과 정의에 기초한 사회 복귀의 소망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말했다.법원은 새로운 증거 제출, 판결의 중대한 흠, 또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 청구인의 기록과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여 결정한다. 만약 이 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사법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억울하게 복역한 사람이 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7486957519.jpg"/> 1998년 6월 9일 이민형 씨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자료=박준영 변호사한편 이 씨가 1998년 제출한 항소이유서엔 “전 결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저에게 사형이란 형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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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울진·삼척] 산불이 앗아간 터전, 다시 '희망의 나무심기']]></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805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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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0 Feb 2026 14:20:21]]></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는 2022년 3월 4일부터 무려 열흘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겪었다. 2025년 경북 안동·의성 등에서 발생한 산불 이전까지는 국내 단일 기준 최악의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울진과 삼척의 현재를 살피면, 자연재난이 개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일요신문은 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울진 지역을 다녀왔다. 산불 발생 후 약 4년이 흘렀지만, 마치 최근 재앙을 입은 듯 회복이 더뎠다. 주민들은 산불을 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많은 것을 포기했고, 이제 산에 심는 나무 한 그루조차 자신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몫이 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07356681.jpg"/> 2022년 3월 4~13일 열흘 동안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당시 산불로 축구장 약 3만 5000개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다. 사진=녹색연합 제공 #"불덩이가 미사일처럼"울진은 죽변항으로 대표되는 바다와 금강송 군락지 등 산림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특히 울진 산에서 나는 송이는 명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의 울진은 그 명성을 위협받고 있다. 역대급 산불로 인근의 강원 삼척 포함 축구장 약 3만 5000개 면적인 약 145㏊ 규모 산림이 소실된 탓이다. 산에서 송이를 캐던 이들이 논밭으로 향하고, 일부는 척박해진 땅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지난 1월 29일 찾은 울진군 주인리는 마치 엊그제 산불이 휩쓸고 간 듯 황량했다. 불에 타 민둥산이 된 산자락 곳곳에 새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지만, 숲이 다시 숨을 쉬기까지는 족히 수십 년이 걸릴 듯 보였다.이 마을에서 만난 60대 전 아무개 씨는 산불이 발생한 2022년 3월 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교직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있었다. 퇴임 후에는 산을 가꾸며 송이를 캐고 지낼 작정이었다. 약 5만 평 규모의 송이 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산불 난 데가 울진 두천리인데, 우리 마을하고는 한 6km쯤 떨어졌어요. 그래가 처음에는 '아, 우리까지 오겠나' 싶어서 크게 신경도 안 썼지요. 근데 바람이 어찌도 센지, 강풍이 부니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불덩이가 미사일처럼 날아다니더라고. 순식간에 우리 동네 뒷산까지 다 탔어요. 그게 말로 다 못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몸만 겨우 챙겨가꼬 도망가고, 어르신들 중에는 '이 나이에 어딜 가노' 이러면서 피난을 아예 포기한 분도 있었고예."전 씨는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기 전에도 산에 올라 도라지와 더덕을 심었다. 그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매캐한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일을 했다"며 "그보다 더 참담했던 건, 바람에 흔들리며 나던 나뭇가지 소리와 찔레나무 아래에서 보이던 뱀과 개구리 같은 생명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57931252.jpg"/> 경북 울진 주인리에서 만난 60대 전 아무개 씨는 약 5만 평 규모 송이 산을 보유했다. 하지만 2022년 발생한 산불로 이제는 나무부터 다시 심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송이는 20년, 보상은 3년산불 진화 이후 시작된 각종 보상 절차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전소된 주택 등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대체로 1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산림 자원이나 농지 등 생계 기반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상금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잦아지면서 마을 공동체의 신뢰도 흔들렸다.전 씨는 특히 산림 보상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전문성 부족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산림 담당 공무원들조차 조경수와 조림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경수는 미관을 목적으로 심는 수목이고, 조림수는 산림 조성이나 자원 확보를 위해 식재되는 수종이다.전 씨는 "조경수만 보상 대상이 됐다"며 "나라에서 심은 나무이거나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면 몰라도, 산주가 직접 심은 나무라면 조경수든 조림수든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산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정작 그 구분조차 못해 한참을 다퉜다"며 "그 과정에서 내 수명이 다 줄어드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일각에서는 산불 피해 보상금이 외부로 유출돼, 정작 주민들의 실질적 회복 몫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인리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주민은 "과거 온천 개발 소문이 돌면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산을 많이 사들였다"며 "정작 쓸모없다던 산을 산 외지인들이 산불 피해 보상을 대부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송이를 재배해온 임차인들의 피해 역시 치명적이었다. 신화리 주민인 60대 장 아무개 씨는 삶의 절반을 송이 채취에 써왔지만, 이제는 농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송이 피해보상 기준은 '산불 발생 이전 3년 평균 수익의 150%'였다.장 씨는 "150% 보상이 겉으론 큰돈처럼 보이지만, 송이 하나를 키우는 데 20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산림조합에 납품된 물량만 보상 대상으로 인정했다"며 "이 때문에 산불 직후 송이 재배자들 사이에서는 가짜 영수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논밭 농사도 쉽지 않았다. 산불 여파로 각종 이물질이 땅을 뒤덮은 탓에 이를 정리하는 데에만 1년을 소비했다. "업체 불러서 기계로 이물질 등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며 "이것만 해도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0/1770686379538298.jpg"/> 경북 울진은 2022년 산불 이후 약 4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부분 산은 여전히 황량한 풍경이다. 심은 나무들이 다 자라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주현웅 기자#"나무는 후대를 위해 심는다"울진 산불은 자연재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에 상처를 남기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들은 재난 이후 약 4년 동안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산 피해뿐 아니라 하루의 일상, 이웃과의 관계,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모조리 변했다는 것이다.울진 북면 주민 60대 조 아무개 씨는 산불 직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기부 물품들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들이 사는 마을에 아동복이 도착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낡은 옷들도 적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식품도 많았다. 이것이 기부인지, 아니면 물건을 버린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사례는 2025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등지에서도 반복됐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주민 갈등도 깊어졌다. 1억 원 안팎의 보상금을 받고, 대출을 받아 새집을 짓자 일부 주민 사이에선 "차라리 우리 집도 불탔으면 나았을 걸"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보상금이 수억 원 나왔다더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소문도 뒤따랐다.정부와 지자체가 보상금을 제대로 산정·분배했는지를 두고는 지금도 불만이 크다. 일요신문과 만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보상금 산정 근거를 모르겠다" "무식이 죄"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등이었다. 북면 주민 조 씨는 "보상금을 자식들에게 주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액수가 너무 적게 나오면 자기 탓을 하며 눈물 흘린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속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도 체감했다. 지자체 방침이 항의 강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벌목된 산에 평당 식재 가능한 나무 수, 허용 수종 등이 들쭉날쭉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울진 산불은 한 시민이 버린 담배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몇몇 주민을 특정하며 "비닐 소각이 문제"라고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그럼에도 울진 주민들은 좌절 대신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주인리에서 만난 전 씨는 2024년 2월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울진에서 다시 산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래는 퇴임 후 자연을 벗 삼아 소일거리만 하려 했지만, 산불 이후 매일같이 산에 올라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푸르렀던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5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저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나무 심기"라고 말했다."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 50년 지나면, 불타기 전보다 더 좋은 산으로 가꿀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20~30년 지나면 나무가 굵어져 벌목도 해야 하는 기라, 자식들한테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된 셈이지요. 지금 연금도 받고 있고, 100세 시대라 카니 앞으로 50년 더 산다 카는 것도 그리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지요. '나무는 후대를 위해 심는다'는 조상들 말을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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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예천] "대통령 방문 오히려 독" 산사태 후 무너진 마을 공동체]]></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7975</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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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Mon, 09 Feb 2026 14:41:47]]></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경상북도 예천군은 2023년 7월 13~17일 폭우 산사태로 주민 17명(사망 15명·실종 2명)을 떠나보냈다.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까지 더하면 18명. 예천에는 많은 사회적 관심이 뒤따랐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삶 회복 등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채 상병 순직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면서, 정작 이재민들이 입은 피해와 현실은 잊히고 말았다.일요신문이 2년여 만에 다시 찾은 예천에는 상흔이 여전했다. 재난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공동체 균열까지 이어지는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872016073.jpg"/> 2023년 7월 산사태 직후 경상북도 예천군 벌방리 입구 모습. 예천에서는 이 산사태로 주민 17명을 떠나보냈다. 사진=주현웅 기자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890463583.jpg"/> 경북 산사태 이후 2년여 지난 2026년 1월 26일 예천군 벌방리 입구. 사진=주현웅 기자#이주단지 '하세월'…현금 없으면?지난 1월 26~27일 찾은 예천군 벌방리. 산사태 직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신속한 복구를 약속하며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마을이다. 83가구가 살던 이 작은 농촌마을에서만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고 채수근 상병도 이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중 참변을 당했다. 벌방리 주민들은 여러 겹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재난 발생 약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벌방리는 겉보기엔 옛 모습에 가까워졌다. 바위와 흙더미에 덮였던 마을 입구에는 새집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형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그나마 자기 땅 있는 사람들은 새 집 지어 입주 준비하고, 땅 없는 사람들은 뭐 답이 있겠습니꺼. 그냥 컨테이너서 살겠다 카는 분도 있고. 예전에는 죽어도 자식들한테는 부담 안 준다꼬, 따라 안 가겠다 카시던 분들도 몇몇은 이번 일 겪고 마음 바꿨어요. '할 수 없제…' 이카면서 자식들 따라갔고."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예천 이재민들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피해 보상을 받았다. 피해 규모와 주택 형태에 따라 액수는 제각각이다. 지역에서는 1억 원 이상을 받아도 "후하게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이전 수준의 삶 회복은 요원하다.마을 뒤편 산과 거리를 둔 곳에는 이주단지가 조성 중이다. 토지 매입 협상 등 절차가 지연되며 아직 시공조차 되지 않았다. 설령 완공되더라도 입주는 쉽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건축을 주민이 먼저 자비로 진행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20명가량이던 이주 희망자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 주민은 "당장 현금이 없으면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토로했다.예천군 관계자는 "이주단지 입주 희망자 상당수는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들"이라며 "그 외 파손된 주택에 대해서는 법과 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지자체로서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11/1770771350647370.jpg"/> 2023년 7월 산사태 직후 경북 예천군 벌방리 마을 일대 모습. 사진=주현웅 기자#사과가 생계수단인데…'상경투쟁'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도 적지 않다. 건설장비를 잃은 한 주민은 '건설기계 및 공사 장비'에 대한 피해 보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농막이나 창고 등 무허가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농촌에서 농막과 창고를 개조해 주거 공간으로 쓰는 현실과 제도 사이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다.생계 수단이 가장 큰 문제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60대 박 아무개 씨는 산사태 발생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사과 3500상자를 수확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750상자로 급감했다. 2024년 900상자, 2025년 1200상자로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재난 이전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 농작물 등 피해 주민들은 농협이 운용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만 기대야 했다. 물론 이 역시 보상은 미미하다. 박 씨는 "그루당 30만~50만 원짜리 나무를 10만 원씩 받았다"며 "땅 속 뿌리까지 물에 잠기면서 나무는 거의 죽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공교롭게도 사과 가격이 급등한 시점은 예천을 비롯한 경북 산사태 직후였다. 도매가격 기준 kg당 4000원대이던 사과 값은 2023년 9월 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사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491㏊(1.5%) 줄었다. 전국에서 경북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역 산사태가 농민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예천 주민들은 고민이 더 생겼다.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 이후 농축산물 검역 절차 개선을 예고하면서다. 박 씨는 "한미 관세협상 이후 사과 수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농민들이 전국을 돌며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이 2017년 탈퇴한 국제 무역협정이다.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참여했다. 참여국끼리는 관세가 없어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 호주, 뉴질랜드 등 농축산물 강국들이 다수 포진했다. 여기에 가입해도 사과 등 수입이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사과 수입 반대 투쟁'을 이끄는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 회장도 예천 산사태 피해자다. 그는 "사과 가격 상승을 산사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피해 규모를 제대로 산정하는 과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9/1770599987267156.jpg"/> 경북 예천군 벌방리에 조성된 임시주택들. 약 10가구가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폭행에 고소전까지벌방리에는 80년 넘게 살아온 노인들도 많다. 이들은 "살면서 이런 산사태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천 범람은 겪어봤지만, 산이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정부의 관리도 허술했다. 감사원이 2024년 6월 공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 실태'에 따르면, 예천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5개 구역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산림청이 지정한 이재민 대피소가 위험 지역에 위치한 사례마저 확인됐다. 하마터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예천 산사태는 자연재해가 공동체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도 보여준다. 벌방리에서는 재난 직후 이장을 포함한 마을 지도부가 대거 교체됐다. 보상과 성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책임론이 마을 지도부로 향했다고 전해졌다.한 주민은 "(윤석열) 대통령 방문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복구에 대한 기대가 유독 컸던 만큼, 성금을 어떻게 나눌지 등을 놓고 주민들 사이 다툼이 잦았다"고 말했다. 폭행과 고소전까지 불거지며 마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벌방리 주민들은 정부 대책만큼이나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임 마을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이 동네에 송전탑이 몇 개 있습니더. 그 보상도 예전에 밀양에서 시민단체랑 주민들이 같이 싸워서 받아낸 기라예. 밀양 사람들은 진짜 대단합니더. 여긴 보이소, 노인들만 사니꺼 문제제기 하기가 참 어렵습니더. 피해 재산 감정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행정 절차가 맞는지 누가 좀 같이 봐 주고 옆에서 떠들어 주면 좋을 낀데…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꺼."]]></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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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784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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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Sun, 08 Feb 2026 15:35:26]]></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5년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경상북도 안동시와 의성·청송군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이 수천 명에 이른다. 새집 공사의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경북 산불 피해구제 특별법'이 시행되며 추가 보상의 길은 열렸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하다.일요신문은 안동을 다시 찾았다. 주민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와 2차 피해를 걱정했다. "산불 끄니 산사태가 걱정" 등 우려가 컸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553401624.jpg"/> 2026년 1월 27일 찾은 경북 안동시 모습. 사방을 둘러싼 산이 황색 빛을 띠고 있다. 2025년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나무가 타 죽거나 벌목이 이뤄진 탓이다. 사진=주현웅 기자#참담한 풍경…"비닐하우스서 살면 돼"지난 1월 27~28일 찾은 안동은 어쩐지 한국답지 않은 풍경이었다. 사방이 푸르렀던 산은 완전히 사라졌다. 언뜻 보면 이집트 피라미드가 곳곳에 세워진 듯 참담한 이국적 광경이 이어졌다. 불에 타 죽거나 베어낸 나무들로 산 전체가 황색 빛 민둥산이 돼 버렸다.시골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는 집 같기도, 컨테이너 같기도 한 구조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머무는 임시주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13일 기준 경북 지역에서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피해 주민은 410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안동시 1532명 △영덕군 1341명 △청송군 696명 △의성군 375명 △영양군 158명 등이다. 2025년 3월 산불 발생 후 6개월 지난 9월에도 4467명이었다. 이재민 상당수가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8433955794.jpg"/> 산불이 발생 약 1년 지난 2026년 1월 28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사진=주현웅 기자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는 10여 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이다. 산불은 이 작고 아담한 마을까지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현재 주민들은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조성된 임시주택 단지에 모여 지내고 있다.주민들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보였다. 경로당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나이 든 마당에 좋은 집이 뭐가 필요 있겠냐"며 "비닐하우스 하나 지어 거기서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농사가 더 문제다. 그는 "원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났는데 불 난 뒤로는 땅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무 것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눈물 난 적이 없었다"며 "나무에 대추도 안 열린다"고 걱정했다.이 마을 주민들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각종 피해보상과 지원을 받았다. 액수는 넉넉하지 않다. 피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기준 전파(전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주거비와 생계비 등을 최대한 더해도, 대개 1억 원 안팎이라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최근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기 부담 없이 새집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주민들은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660870866.jpg"/> 경북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주민들은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임시주택 단지를 조성해 모여 살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사회재난'의 벽…웃지도 울지도 못해정부는 안동 등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 시행령을 지난 1월 29일부터 시행했다. 피해 구제 범위와 생계지원을 확대한 게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선 웃기도, 울기에도 모호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안동 임하면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더 지원해준다니 다행"이라면서도 "큰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안동에 이런 큰 산불은 처음 나가꼬 그런지, 공무원들도 전부 우왕좌왕하대이. 집만 문제인 게 아이고, 옷이랑 생필품도 우리 쓰라꼬 준 기라예. 근데 그게 말이 됩니꺼. 쓸모 있는 기가 거의 없었데이. 나만 그런 기도 아니고예. 옷 같은 거는 사이즈도 안 맞고. 그때 나눠준 2080 치약도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오더만예. 불량이라꼬 반품하라 카대이. 에이, 다 갖다 버렸지 뭐. 정부라 카든지, 도청이라 카든지, 시청이라 카든지… 하는 짓이 다 그짝 그짝입니더."실제 특별법이 시행돼도 보상·지원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 산불이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이를 '자연재난'으로 바꾸길 계속 요청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사회재난은 자연재난보다 각종 보상·지원 수준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5년 6월 '영남지역 산불 피해와 농업 부문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사회재난은 응급복구비와 생계비 지원 위주로 재정이 투입돼 피해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자연재난으로 분류되면 재해복구비와 재난지원금, 농작물재해보험 보장 범위 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출연기관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다른 시각을 띠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산불은 관련 법률에 따라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며, 사회재난이든 자연재난이든 보상·지원 기준은 동일하다"며 "오히려 자연재난으로 분류될 경우 실손 피해 보상 한도가 5000만 원으로 제한되는 등 불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672957364.jpg"/> 경북 산불 발생 당시인 2025년 3월 28일 안동시 길안면 대곡1리 모습. 마을 전체가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사진=주현웅 기자 #"불탄 집에 충격…사망"안동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논과 밭, 집과 경로당까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수소문해보니 "노인들이 많아 대부분 병원에 다닌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동 대곡2리에서 마주한 주민들도 일제히 건강 문제를 토로했다. 이 마을 일대에서만 산불 직후 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지만 다들 산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한 사망자의 부인은 "우리 아저씨가 80대지만 건강했다"며 "산불 나고 대피소에서 며칠 지내다 돌아와서는 집이 다 타버린 걸 보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수개월 앓다 작년(2025년) 초가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산불 이후 밝은 곳에 들어가면 검은 반점 같은 게 떠다닌다"며 "나이 들면 원래 그렇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산불 나고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산불 피해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일찌감치 우려돼 왔다. 매캐한 연기와 냄새로 인해 노인층의 폐·호흡기 질환 위험이 제기됐고, 정신적 충격도 컸다. 2025년 12월 그린피스와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발표한 '2025 경북 산불 피해주민 실태조사' 결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응답자가 261명(87%)에 달했다.정부는 심리 치료를 포함한 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요신문이 길안면과 임하면 일대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실제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이는 없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7813743362.jpg"/> 그린피스와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2025년 10월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한 '2025 경북 산불 피해주민 실태조사' 결과, 경북 산불 피해자 300명 가운데 267명(87%)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그래프=그린피스·녹색전환연구소·재난피해자권리센터우리함께 제공#"이제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주민들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10일 의성군에서 다시 산불이 발생하면서 마을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역 일대가 아비규환이었다고 한다. 당시 산불은 3시간 만에 진화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사람의 힘이 아닌, 당일 내린 눈 덕분이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설마 똑같은 사태가 1년 만에 재발할까. 주민들은 이제 산불보다 산사태가 더 걱정이다. 지역 사방이 민둥산이 돼 버린 탓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곳은 토양의 영양분이 대거 빠져나가 일반 산보다 산사태 가능성이 최대 200배까지 높아진다.특히 이 지역 주민들로선 2023년 바로 옆 지역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관련기사 [르포] '대피한 후에야 대피 문자가…' 산사태로 무너진 예천 벌방리). 게다가 현재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이재민 대부분은 재난 지역 인근에서 그대로 지내는 상태다. 산불이든 산사태든 발생하면 관련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안동 일직면 임시주택 단지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산사태 걱정은 당연한데, 주변에 임시주택 단지로 쓸 땅이 없어 별 수 없이 여기서 지낸다"며 "그래도 가끔 공무원들이 나와서 산을 훑어보고 가더라. 산사태 나지 않을 정도로 산이 튼튼한지 보고 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6/0206/1770338506962782.jpg"/> 2026년 1월 28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 한 마을.  2025년 큰 산불 피해를 입은 이 마을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인근 산의 나무 상당수가 벌목돼 폭우 시 산사태 우려가 따른다. 사진=주현웅 기자경북 산불은 '역대급' 피해 규모에 비춰, 신속하고 정밀한 산사태 대책을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고위험 지점을 대상으로 한 집중 대책이 요구된다. 경상북도는 고위험 지역부터 사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집중호우나 태풍 시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해 산지나 계곡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 진화 이후부터 각 시·군과 협조해 산사태 우려지역 조사를 진행했고, 긴급한 지역 위주로 인근에 사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동절기라 잠깐 공사를 멈췄지만, 우기 전에 마무리하도록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또 "2023년 예천 등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경우 안동 등 산불 발생지와 다른 면이 있다. 통상 산사태는 큰 산맥 뒤에 위치한 지점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안동 등지는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산림청 등과 함께 산사태 예측정보시스템도 고도화해 가동 중으로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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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백령공항, 비행기가 '1500원 여객선' 대체할 수 있을까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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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26 Dec 2025 10:17:42]]></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ngs@ilyo.co.kr | 남경식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백령도는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백령도 해안에서 북한 황해도 장산곶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15km. 백령도는 남북 분단 이전에는 황해도에 속한 섬이었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인천에 속한다. 하지만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뱃길은 220km에 달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6716640943.jpg"/> 좌측 호수 위쪽으로 보이는 들판이 백령도 공항 예정부지. 우측 해변과 맞닿은 곳이 과거 천연비행장이었던 사곶해변이다. 사진=남경식 기자백령도 공항 건설사업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면서다. 백령도 공항 건설사업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비가 2018억 원에서 3913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타당성 재조사를 받게 됐다. 항공기 운항 계획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바뀐 영향이었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는 2026년 상반기 나올 예정이다.2025년 12월 15일~17일 찾은 백령도 공항 예정부지는 드넓은 들판이었다. 이곳은 1991년~2006년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땅이다. 공항 예정부지 남서쪽에 위치한 백령호 역시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공항 예정부지 남동쪽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곶해변이 있다.사곶해변은 특수한 지질 특성 덕분에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됐던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수송기가 사곶해변에서 이착륙했다. 멀리서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처럼 보이는 사곶해변은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이 차를 몰고 사곶해변에 들어가기도 했다. 차가 빠지지 않는 모래사장을 달리는 이색 체험을 위해서였다.그래서인지 백령도에서 빌린 렌터카에는 주의사항으로 차량 내 금연과 함께 사곶해변 출입금지가 적혀 있었다. 사곶해변 입구에도 “차량 빠짐 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6832913790.jpg"/> 백령도 사곶해변에 1960년대 후반 비행기가 착륙해 있는 모습. 백령면사무소 근처 담장에는 천연비행장이었던 사곶해변을 담은 과거 사진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사진=남경식 기자하지만 사곶해변 옆에서 1991년~2006년 간척사업이 진행된 이후 사곶해변 지질은 변했다고 한다. 사곶해변 옆에 방조제가 생기면서 조류 흐름이 달라진 탓이다. 단단했던 모래사장은 과거보다 물러졌다. 사곶해변 모래사장을 직접 밟아보니 발이 푹 빠지지는 않았지만 옅은 발자국은 남았다.사곶해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국가유산청은 2021년 사곶해변 명칭을 변경했다. ‘사곶 사빈(천연비행장)’에서 ‘사곶 사빈’으로 바꾸면서 천연비행장이라는 수식어를 없앴다. 문화재와 관련 없는 용어를 삭제한다는 취지였다. 이제 사곶해변은 천연비행장이 아니라고 국가유산청이 판단한 셈이다. 사빈은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돼 만들어진 곳을 일컫는 용어다.수백억 원을 들인 백령도 간척사업은 천연비행장을 없애는 부작용을 냈다. 그러면서도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간척사업으로 인공호수인 백령호를 만든 건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백령호는 염분 농도가 높아서 농업용수로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다.인천시는 백령도 공항 건설을 계기로 백령도를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공항 예정지 주변을 함께 개발해 관광 수요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인천시가 2023년 내놓은 백령공항 주변 지역 발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과 승마장, 해수힐링스파, 호텔, 리조트, 면세점 등이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 관광·휴양 인프라를 확충해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백령도에 관광·휴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물·전기 등 필수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령도는 발전소 증설 사업이 지연되면서 군부대도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구상하는 골프장을 위해서는 물 공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18홀 골프장은 하루 평균 800톤~900톤 물을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약 3000명이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 양과 맞먹는다. 백령도 인구는 약 4500명이다. 내륙과 멀리 떨어진 백령도는 물 부족이 만성적인 문제다.남북 관계 개선도 필수적이다. 2025년 12월~17일 찾은 백령도는 여행 비수기인 탓인지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백령도 전체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끝섬전망대에서 마주한 관광객은 한두 명뿐이었다. 백령도 관광 코스에 속하는 사곶해변에도 관광객이 없었다. 사곶해변 주변에서 마주친 사람은 군인뿐이었다.백령도 곳곳에는 유실지뢰 등 폭발물 위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라 무단출입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강력한 경고문이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즉시 신고하라는 안내문도 여기저기 보였다. 북한 도발 발생 시 사용되는 주민 대피시설도 여러 곳이었다. 해안을 따라서는 사격 진지와 수중 말뚝 등 유사시를 대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2025년 12월 16일 백령도 해상에서 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백령면사무소 인근에선 “오후 2시부터 사격 훈련이 시작되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오후 1시경 울려 퍼졌다. 이날 저녁에는 헬기가 낮게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인 12월 17일 백령항에서는 백령도를 나가는 미군도 보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4/1766567023107516.jpg"/> 백령공항 신설을 추진 중인 위치.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백령도 공항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경제적 타당성은 부족하다고 판단됐지만 종합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백령도 공항 수요는 사전용역에서 2030년 42만 명으로 예측됐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24만 명에 그쳤다.현재 백령도를 오가는 교통수단은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유일하다. 백령도행 여객선을 이용하던 사람이 항공기 이용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예비타당성조사 항목 중 하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백령도 주민의 전환율이 가장 낮았다. 항공기 요금을 최저 수준인 8만 원으로 가정해도 전환율이 49%로 절반이 안 됐다. 백령도 주민을 제외한 사람들의 전환율 82%보다 크게 낮았다.백령도 주민은 여객선을 편도 1500원이면 탈 수 있다. 인천시가 섬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섬 주민 여객선 시내버스 요금제’를 2022년 시행한 덕분이다. 백령도행 여객선 요금 정가는 편도 7만 원 수준이다. 2025년부터 인천시민도 1500원에 여객선을 탔다. 인천 외 지역 사람도 1박 이상 섬에 체류하면 7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에서 예산을 투입했다.최근 백령도 주민들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건 대형 여객선이 끊긴 영향이 크다. 현재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단 2대다. 각각 1600톤, 500톤급이다. 두 여객선 모두 차량을 실을 수 없다. 500톤급 여객선은 결항이 특히 잦다. 작은 여객선일수록 파도를 견디기 어려워 자주 결항한다. 과거에는 차량을 실을 수 있는 2000톤급 여객선도 백령도를 오갔지만 2022년 노후화로 운항을 중단했다. 백령도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은 일러도 2028년 취항 예정이다. 인천 옹진군은 2025년 6월 2600톤급 여객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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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서산공항, 충남의 오랜 염원? 주민들 대체로 무관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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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4:35: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ngs@ilyo.co.kr | 남경식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서산공항 신설은 충청남도 서산 해미면에 있는 공군비행장 일대에 민간항공기 운항을 유치하겠다는 사업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정치권 단골 공약이었다. 서산공항 신설 공약은 충남이 도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공군비행장 활주로와 관제시설 등을 활용해 공항 신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경제성도 강조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093071203.jpg"/> 충남 서산 해미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에 '하늘로 우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산 신공항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 민간항공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남경식 기자서산공항 신설은 서산 시민과 충남 도민의 오랜 염원이라고 지역 정치권에선 이야기한다. 하지만 2025년 12월 3일~5일 찾은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선 어떤 염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발사업 예정지 주변에 으레 걸려 있는 개발 촉구 현수막은 물론 개발 호재가 있다며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홍보물조차 없었다. 환경단체 등 공항 신설에 반대하는 현수막 또한 없었다. 현수막이라고는 악취가 심하다며 돼지 농장을 규탄하는 내용뿐이었다.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공항을 새로 짓는다는 말은 예전부터 계속 나왔던 말이라 실제로 만들어질지 모르겠다”며 “이곳 주민 삶은 공군비행장이 들어섰을 때 이미 많이 변했다. 앞으로 더 많이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서산 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은 1996년 창설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공군 기지로 알려졌다. 기지 면적이 11.9㎢로 여의도 면적(2.9㎢)의 4배에 달한다. 2025년 12월 3일~5일 찾은 서산공항 예정지 인근 식당가 주요 손님은 군인이었다. 점심시간 직전 한산해보였던 식당은 군인들로 만석이 되곤 했다.서산공항 개발에 관심을 갖는 외부인도 적은 듯했다. 서산공항 예정지 인근 주민 B 씨는 “땅 보러 찾아왔다는 사람이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땅 투기가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인근 상인 반응도 시큰둥했다.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약 7km 떨어진 해미읍성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공항이 생기면 서산 사람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면서도 “공항이 생긴다고 상권이 얼마나 살아나겠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상인 D 씨는 “서산공항이 생기면 공무원들이 가장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에서 충남도청까지 거리는 약 26km, 자동차로 약 25분 걸린다. 서산시청까지 거리는 약 14km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692597969.jpg"/> 서산공항 신설을 추진 중인 지역. 출처=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서산공항 신설 사업은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탈락했다. 서산공항은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다. 2029년 기준 서산공항 예상 수요는 약 37만 명, 그 중 제주 노선 수요가 35만 명이었다. 서산공항이 만들어지면 사실상 제주도행 전용 공항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서산공항 예상 수요에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노선도 포함됐다. 2017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연구에서 서산공항의 울릉노선 수요는 2030년 2만 7015명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3년 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예상 수요가 1만 1778명에 그쳤다. 울릉노선 하루 평균 예상승객은 32명에 불과했다. 80인승 소형 항공기 좌석을 절반도 못 채우는 수준이다.서산공항이 생기면 서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지역 경기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평가됐다. KDI는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본 사업(서산공항 신설) 시행과 관광 수요 증가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서산공항 신설은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 탈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되고 있다. 532억 원이었던 사업비를 500억 원 미만으로 낮춰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산시와 충남도는 서산공항 신설을 역점 사업으로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3/1766452790725536.jpg"/> 12월 4일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 논밭에서 새떼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남경식 기자서산공항 신설은 기존 공군비행장 옆에 민간항공기용 여객터미널 등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여객터미널 예정지는 드넓은 논밭 한가운데였다. 농사 시기가 지난 초겨울이라 그런지 주변 논밭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요함 속에서 종종 굉음이 났다. 공군비행장에서 날아오른 전투기 소리였다.2025년 12월 3일 서산공항 신설 예정지 논밭에는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잔뜩 있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민간항공기용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자리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검은 형체 정체는 새였다. 어림잡아도 최소 수백 마리였다. 새 몇 마리가 “깍깍” 소리를 내며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새들은 연이어 하늘로 날아올랐다.전투기와 새의 충돌을 막기 위함인지 공군비행장 쪽에서 총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새들이 깍깍대는 소리는 더 커졌다. 새떼는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자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공군비행장 안쪽으로 향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2025년 12월 4일 같은 장소에 다시 가보니 새들이 다시 앉아 있었다. 전날과 같은 새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숫자는 더 많아보였다.서산공항은 비행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5년 3월 작성된 서산공항 건설사업 전략영향환경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산공항 신설 후 예상되는 연간 조류 피해 충돌 수(TPDS)는 최소 16.9회, 최대 25.3회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기존 국내 공항 TPDS는 인천공항 2.8회, 김포공항 2.9회, 김해공항 2.5회 등이다.서산공항 신설 전략영향환경평가 보고서엔 “서산 군비행장은 장기간 운영돼 주변 지역 조류들이 항공기 이동에 대해 일부 학습했을 수 있으나 민간 항공기 운항 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적시됐다.전략영향환경평가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 내용은 조류 충돌 관련이 대부분이었다. 협의 내용에는 “서산공항 계획 부지 인근에 천수만, 간월호, 부남호 등 주요 철새 도래지가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고 수달, 삵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 흔적도 확인된 지역으로서 항공 안전과 자연환경 보전이 조화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다.서산공항 신설 공약은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등장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2024년 총선 공보물에서 서산공항을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선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 조한기 후보도 2024년 총선 공보물에서 서산공항 유치를 언급했다.서산공항 신설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려는 경쟁도 계속돼왔다. 국민의힘 소속 이완섭 서산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자신이 2011년~2018년 서산시장을 지내면서 낸 성과 중 하나로 “서산비행장 민항유치(국가계획 반영)”를 적시했다. 2018년~2022년 서산시장을 지내고 재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맹정호 후보도 2022년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시작한 일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며 서산공항 민항의 조속한 취항을 강조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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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새만금신공항, 법원도 인정한 '조류충돌 위험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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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3:4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전국 공항의 안전성 등 운영 실태는 물론 신설 여부까지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단연 규모가 작거나 재정이 열악한 공항일수록 뒤따르는 우려가 크다. 전라북도의 군산공항과 그 일대에 건설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은 대표적인 사례다. 두 공항은 재정과 안전성이 전부 낙제 수준으로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지가 조류 서식지 근방이라 조류충돌 위험도 여느 곳보다 많다. 일요신문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각종 불안 요소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02968164.jpg"/> 전북 옥서면 군산공항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한때는 대한항공 등 여러 항공사 비행기가 자주 다녔지만 이용객이 적어 줄줄이 철수했다. 현재는 진에어 항공기만 하루 한두 차례 제주도를 오가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  #새떼의 공항전북 군산시 옥서면 군산공항. 웬만한 고속도로 휴게소보다도 작은 이 공항은 하루 1~2회 제주도를 오가는 운항편이 전부다. 1992년 개항 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여러 항공사 비행기가 꾸준히 오갔다고 한다. 지금 사정은 크게 다르다. 대부분 항공사가 적은 승객을 이유로 줄줄이 철수했다. 특히 전북 지역의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 완공 등으로 이용객은 줄곧 하향 추세다. 현재는 진에어만 운항하고 있다.군산공항 사정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공항 예산은 67억 1800만 원이다. 공사 산하 14개 공항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2024년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391억 6300만 원의 약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군산공항은 2023년 58억 원 적자, 이듬해 2024년에도 52억 6100만 원 적자를 냈다. 활주로 이용률도 0.8%에 그친다.공항 예산이 중요한 이유는 '안전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돈이 부족하면 안전설비 등 인프라 투자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도 2024년 초 활주로 연장 등 안전 예산을 106억 원가량 증액하려 했으나, 국회에서 무산됐던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16004508.jpg"/> 군산공항은 예산도 적다. 2024년 67억 1800만 원으로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2023년 27억 원 적자, 이듬해에도 58억 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역시 좋지 않다. 사진=주현웅 기자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8일, 제주항공 참사 후 1년 만에 군산공항을 다시 찾았다.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한산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한 풍경이다. 사람이 없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앉아 있는 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관련기사 [르포]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옆에 국제공항을?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가보니).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새떼'도 여전했다. 군산공항에서 새떼를 마주하는 건 애써 기다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약 5분 간격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곳곳을 새떼가 하늘을 수놓았다. 군산공항도 이를 의식했는지 건물 지붕에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가시처럼 뾰족한 구조물들을 설치해뒀다.이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문제처럼 보였다. 군산공항 사방이 커다란 논으로 조성된 탓이다. 새떼 서식지 한 가운데에다 공항을 지었다는 뜻이다.공항 입구 앞 산동마을로 향했다. 한 주민에게 '새떼가 자주 출몰하는지' 등을 묻자 "당연한 걸 왜 묻느냐. 보면 모르느냐" 등 냉소적 반응이 되돌아왔다. '공항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이용객도 오가는 비행기도 몇 없어 상관없다"는 답변이 나왔다.군산공항의 조류충돌 문제는 수치만으론 다른 공항보다 심한 편은 아니다. 2019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5년여 동안 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은 총 7건이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김포(140건), 김해(147건), 제주(119건) 등보다는 훨씬 적다. 그러나 '국민 트라우마'를 안긴 무안공항(10건)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군산공항을 운항하는 항공 편수가 적은 걸 감안하면 조류충돌 7건도 적은 수치는 아니다. 군산공항은 다른 공항과 다르게 조류퇴치 인원이 몇 명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 확인이 불가능하다. 전국 공항 중 유일하게 조류퇴치 전담 인력을 미군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 공항은 미군과 활주로를 공유하고 있다.한국공항공사의 2025년 공항 안전관리 SMS(Safety Management System) 회보에 기재된 군산공항 안전 예방 활동 현황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된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러 공항이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벌인 동안, 군산공항은 '풍수해 대비 이동지역 배수로 준설'이 전부였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36700914.jpg"/> 군산공항 바로 옆 건설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 위치. 그래픽=김형미 디자이너 #재판부, 절차적 하자 지적 문제는 군산공항 바로 옆에 건설이 추진되는 새만금신공항이다. 제주도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해외를 오가는 국제선도 운항하려는 대규모 공항이다.새만금신공항은 법원이 인정한 '조류충돌 위험지'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1일 시민단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 1300여 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새만금신공항 개발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제기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재판부는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이 근거 없이 축소됐다"며 "인근 서천갯벌 및 서식 조류 등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 역시 막연한 단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 비용편익비(B/C)는 0.479에 불과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받았다"며 절차적 하자까지 지적했다.새만금신공항 경제성은 직관적으로 봐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예컨대 군산시에서 차를 타고 위 아래로 각각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청주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도 2024년 나란히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청주공항은 그 해 사상 최대치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5억 3400만 원 적자였다. 무안공항은 241억 4000만 원 적자였다. 군산공항도 52억 6100만 원 적자이긴 마찬가지. 이런 실정에서 새만금신공항은 과연 뭐가 다를지가 끊이지 않는 의문이다.그런데도 정부는 2026년 새만금신공항 예산 1200억 원을 확정했다. 최근 패소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에 항소해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신공항은 안전성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법원 지적과 같이 전국 어느 공항보다도 조류충돌 위험이 크다. 이 역시 육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1651945964.jpg"/> 군산공항 및 새만금신공항과 불과 약 6km 떨어진 금강 일대는 철새들의 거대한 보금자리다. 철새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다. 새만금신공항 등의 조류충돌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사진=주현웅 기자 새만금신공항과 직선거리로 불과 6km 떨어진 곳에 충남 서천갯벌이 있다. 해안선만 장항읍·마서면·종천면·비인면·서면 5개 읍·면에 걸쳐 72.5km에 달한다. 충남 서천군 등 지자체가 매년 '철새 여행'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거대한 철새 서식지다. 또 군산시와 서천군 경계인 금강 일원 역시 철새 무리의 드넓은 보금자리다.일요신문은 12월 9일 군산-서천 경계 금강 일대도 가봤다. 철새 떼 울음소리가 인근 고속도로의 차량들 소리를 압도할 정도였다. 강과 하늘을 지배한 새떼를 촬영하는 시민들도 자주 보였다.지자체만 이를 애써 못 본 척하는 분위기다. 전북도는 "2021년 9월 만들어진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이 공항과 인접한 군상공항의 경우 조류충돌 위험도가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3번째로 낮게 평가됐다"며 "무안공항보다도 위험이 적다"는 입장이다.반면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항공기와 조류충돌의 99%가 공항반경 13km 안에서 발생한다"며 "전국 공항 부지 가운데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는 이 13km 안에 가장 많은 새들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새만금신공항 부지에선 조류충돌 사례가 목격된 적도 있다. 2021년 10월 이 공항 부지 상공에서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떼를 치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새만금신공항 조류충돌은 단순 우려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현실인 셈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23702255713.jpg"/> 2021년 10월 새만금신공항 부지와 인접한 곳에서 공군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떼와 충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공항 건설 무산 위기, 파장 어디까지새만금신공항 운명은 법원에 달렸다. 새만금신공항 개발 기본계획 '취소' 소송이 1심 원고 승소로 마무리된 데 이어, 현재는 서울고등법원 행정4-2부가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 '집행정지' 심리를 진행 중이다.법원이 최종적으로 새만금신공항 건설 취소 취지 판결을 내린다면, 전국에서 건설 추진 중인 다른 공항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를 보면, 전남 흑산공항과 경북 울릉공항 등도 국토부가 여객수요를 심각하게 부풀린 정황이 발견됐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과 같이 해당 공항들도 추진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의미다.새만금신공항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전북녹색연합의 김희진 활동가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판결은 조류 충돌 문제가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이었고 결국 승소했다"며 "그간 대부분 공항이 조류충돌 대비책을 사실상 외면해 왔고, 제주항공 참사도 그 때문에 발생한 만큼 최근 나온 승소 판결만으로도 전국서 건설 추진 중인 공항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김희진 활동가는 이어 "물론 국토부와 지자체 등에선 조류충돌 등 안전 관련 새 방침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면서도 "하지만 '생태보전'과 '안전' 두 상충되는 요소를 함께 충족한다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새만금신공항 소송 대리를 맡은 최재홍 변호사도 "법원은 조류충돌뿐 아니라 경제성 관련 판단도 내렸다"며 "경제성도 부족한데 환경적 보호가치가 큰 곳을 훼손하고, 조사도 부실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조류충돌 등에 따른 항공안전 평가도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고, 다른 곳에서 건설 추진 중인 공항 입지도 대부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으므로 새만금신공항 법정 판결은 곳곳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description>
        </item>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10년간 '계획중' 흑산공항, 짓자니 '위험' 안 짓자니 '불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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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3 Dec 2025 13:3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chescol2@ilyo.co.kr | 주현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 건설 추진 중인 흑산공항은 안전과 경제성 등 우려가 잇따라 10년 동안 계획 단계를 제자리걸음하는 곳이다. 불과 1년 전에는 2028년 개항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2025년 초 정부가 건설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했다.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배편으로만 움직여야 하는 지역민들의 교통 여건이 워낙 열악한 건 사실이라 정부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03726157.jpg"/> 전남 신안군 섬 흑산도에는 흑산공항 건설이 10년째 추진돼 왔다. 하지만 착공조차 못한 상태다.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공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흑산공항 예정부지에는 온갖 잡초들 사이로 낡은 푯말만 세워진 상태다. 사진=주현웅 기자 #2시간 내내 꿀렁…놀이기구 타듯 항해  전남 신안군 흑산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들어가기도 매우 힘든 섬이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까지 하루에 편도로 2번 운항하는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야만 닿을 수 있다. 기상 상태에 따라 결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일요신문은 지난 12월 19일 썩 나쁘지 않은 날씨 덕분에 이 섬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단한 여정이었다. 거센 파도 탓에 놀이기구처럼 내내 출렁이는 배 안에서 온전히 앉아 있기 힘들었다. 뱃멀미가 없는 기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다. 가까스로 흑산도에 내렸더니, 인근 홍도 등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이곳 주민들이 "오늘 파도는 어떤지" 등을 쉴 새 없이 물었다. 배에 승선하기 전 필수 질문인 듯한 분위기였다.흑산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민들이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편뿐이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물론 관광객 입장도 마찬가지다. 흑산도 입도는 사실상 해외 출국보다 더 힘들다. 흑산도 방면 배 2편 모두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8시쯤에만 탈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시민이라면 하루 전 목포에 미리 도착해야 다음 날 아침 일찍 흑산도로 향할 수 있는 셈이다. 출발 항구도 목포항 단 한 곳뿐이다. 전국 4곳(강릉항·묵호항·후포항·포항항)에서 출항하는 울릉도보다도 더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흑산공항에 대한 지역사회 염원은 이날 흑산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커다란 '2028년 흑산공항 개항' 홍보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 흑산항 입구를 마주보는 마을 산을 계속 오르자 흑산공항 예정지가 나왔다. 황량한 풍경이었다. 온갖 잡초 사이에 '흑산공항 사업 부지' 푯말만 쓸쓸히 방치돼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350320025.jpg"/> 12월 19일 기자를 흑산공항 예정지까지 안내해준 이곳 주민 60대 박 아무개 씨는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섬사람이어도 뱃멀미 때문에 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 사진=주현웅 기자#"흑산도 살아도 홍어 못 먹을 수 있듯"흑산공항 예정지까지 길을 안내해준 흑산도 60대 주민 박 아무개 씨는 "기자가 보기엔 여기 공항이 들어설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기자가 '공항 건설을 바라는지' 등을 되묻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그는 "흑산도가 홍어가 참 유명한데, 흑산도 사람이어도 홍어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아무리 섬사람이어도 뱃멀미 때문에 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광 측면으로 봐도, 요즘은 육지에 놀 거리가 더 많아져서 그런지 10년 전에 비해 흑산도로 관광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면서 "아무래도 공항이 생기면 관광객 숫자도 질도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다만 박 씨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공항을 지을 거면 진즉에 지었어야지, 이게 몇 년짼데, 아무래도 이제 안 되는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하기도 했다.실제 흑산공항은 2015년 건설계획 발표 이후 공전을 거듭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다. 의외로 호남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정부 시절, 경제·안전성 미흡과 생태파괴 등을 이유로 좌절됐었다. 그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고 2023년 사업 재개가 추진됐다. 하지만 2024년 말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고 2025년 2월 기획재정부가 건설 타당성 재조사에 돌입했다. 아직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다시 건설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홍어가게 업주 A 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관광객 급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흑산도가 서울 여의도 같은 곳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섬인데 사람들이 놀러 오질 않는다. 일단 공항이 생겨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흑산도 면적은 19.7㎢로 서울 여의도 2.9㎢보다 6배 이상 크다.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배를 타고 들어와 숙박하면 지역 경제가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등 이유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있다.  #철새가 앉지 않고, 날다 보니…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22803979.jpg"/>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2018년 전문가들과 함께 흑산공항 조류충돌 위험 안전 분야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류충돌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진=국립공원위원회 흑산공항 안전분야 전문가 확인·검토 문건 갈무리 문제는 흑산공항의 안전성이다. 공항 건설을 지지한 박 씨와 A 씨 모두 흑산공항 일대에 철새가 많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철새가 잠깐 머물렀다 가는 곳이고,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전문가 분석은 다르다. 오히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은 다른 곳보다 선명하다. 2018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국공위)와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일제히 흑산공항 안전 분야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흑산공항은 조류충돌 위험이 매우 크고, 이를 감소시킬 대책 마련도 어려운 것으로 진단됐다.당시 국공위는 "흑산도 일대에 출몰하는 철새는 약 31종으로, 이 가운데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 등 10종의 겨울철새는 충돌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철새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는 밝혔다. 그러나 구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흑산공항과 입지가 유사한 공항 중 조류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곳이 있는지' 조사에서 아무런 성공 사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경우 "흑산공항은 많은 수의 철새가 이동하는 지역으로 공항 건설 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각종 대책이 거론되지만, 대부분 육지 공항에서 활용하는 방법으로, 흑산도처럼 철새 다수가 통과하는 지역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명확하게 꼬집었다.국립환경과학원은 특히 "흑산도는 철새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멸종위기종 도래지"라면서 "상당수 개체가 섬 상공을 통과만 하고, 일부만 일시적으로 내려앉는 특성이 있으므로 육지에 지어진 공항과 동일한 방식의 조류 퇴치는 더욱 어렵다"고도 밝혔다.이 밖에도 흑산공항은 안전성 우려가 여럿 있다. 국공위는 "흑산공항은 안개에 취약한 지역"이라며 "이를 고려한 운항 영향 예측과 대책 등이 미흡하다"고도 판단했다.어느 지역이든 안개는 항공기 운항의 걸림돌이다. 그런데 흑산공항은 더 위험한 편이다. 이 공항은 각종 구조적 이유로 '시계비행'을 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항공기 내부 계기가 아닌, 바깥 기상상태와 구조물 등을 육안으로 확인해 조종하는 형태다.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착륙해야 한다는 의미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37350160.jpg"/> 흑산도 입구에는 '2028 흑산공항 개항' 홍보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2025년 2월 기획재정부가 흑산공항 건설타당성 재검토를 결정하며 사업은 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진=주현웅 기자 #'그냥 짓자' 큰일 날 뻔흑산공항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더 있다. 지난 9월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결과, 흑산공항은 그동안 여객 수요 예상치도 과도하게 부풀려져 왔다. 애초 국토부는 흑산공항의 2050년 여객 수요를 108만 명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재산정한 결과는 18만2000명에 그쳤다. 무려 83%나 적은 수치다.당연히 예산도 '뻥튀기'되어 왔을 수밖에 없다. 여객 수요를 높게 예측해온 국토부는 항공기 규모와 활주로, 대합실 확대 등을 명목으로 꾸준히 예산을 증액해 왔다. 추진 초기 1833억 원으로 편성해둔 건설 예산을 2025년 초 6411억 원까지 늘렸다. 50인승 비행기를 80인승으로 상향하고,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30m에서 90m로, 착륙대는 50m에서 120m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흑산공항은 여러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그냥' 지어질 뻔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인 2023년 국공위는 돌연 기존 입장을 바꿔 흑산공항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공위는 2023년 1월 31일 흑산공항 부지만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그간 흑산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국공위가 이제는 관련 심의에서 손을 떼겠다는 결정이었다.  이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3년 1월 31일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흑산공항은 2018년도부터 위원회에서 심의했던 안건이므로, 흑산공항 건은 별도 심의가 필요하다" "흑산공항 관련 그간의 논의 역사를 무시해선 안 된다"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섬에 다 공항을 만드는 건 안 된다" 등 의견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흑산공항 부지는 국립공원에서 제외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21/1766302449883095.jpg"/>  #주민 이동권이 문제  현재 흑산공항 건설은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기재부가 2025년 2월 건설 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하면서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감사원 감사 결과 '예산 부풀리기' 등까지 드러난 만큼, 이번 재조사는 흑산공항 운명을 어둡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다만 지금처럼 배편만 운항한다면 흑산도 주민들의 열악한 교통 환경을 방치하는 격이 된다. 정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더 많은 관광객 유입도 힘들게 한다. 흑산도 주민들로선 이동권은 물론 경제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다.전라남도는 이 같은 측면을 부각하며 정부에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흑산 주민들은 수도권까지 이동에 6시간이 걸리고, 하루 2차례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에 의지해 매년 115일 이상 결항되는 고립을 감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해양경찰 헬기나 여객선에 의존해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흑산공항이 완공되면 수도권까지 1시간대로 단축된다. 이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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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추진 10년, 갈등도 10년' 제주 제2공항, 다시 원점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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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Dec 2025 18:2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의 항공수요 예측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10년 만이다. 제2공항 건설을 두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도민 간 갈등에 정부가 답변을 내놓은 것인데 현장 반응은 좋지 않다. 정부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의 토지거래 규제의 조기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제2공항 두고 두 쪽 난 제주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391362673.png"/> 제주 제2공항 추진일지. 표=최희주 기자·AI지난 12월 10일 국토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은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사업 추진 단계마다 항공수요예측 재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5년 11월 10일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예정대로라면 2025년에 개항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주 지역 사회는 신공항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상당한 진통을 겪다 2024년 9월에서야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졌다.2024년 9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선다.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에 걸친 예정지 면적은 551만㎡(166만 6800여 평)이다. 이는 제주국제공항 크기 약 349만㎡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주요 시설은 활주로 1개(길이 3200m, 폭 45m), 계류장, 여객·화물터미널, 교통센터, 주차장 등으로 총 사업비는 5조 4500억여 원이다. 새로운 개항 목표는 10년 늦춰진 2035년이다.문제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찬·반 논쟁이 여전히 심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경우 다른 어느 신공항 개발예정지역보다 지역 사회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일요신문은 2024년 12월과 2025년 12월 제주도를 방문해 지역 사회의 의견을 들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09577975.png"/> 제주도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에 걸친 제2공항 예정지 면적은 551만㎡(166만 6800여 평)이다. 그림=최희주 기자·AI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들의 입장은 제주도 안에서도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민들의 의견이 달랐다. 이를 두고 도민들은 “동쪽과 서쪽 의견이 다르다” “동쪽에 새 공항이 들어서면 그만큼 관광객이 나뉘니 서쪽이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 있는 서쪽과 제2공항 예정지인 동쪽을 지칭한 표현이다. 뿐만 아니다. 같은 성산읍 안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나뉘었다. 개발을 바라는 이들과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생각이 다르게 때문이다.지난 12월 5일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만난 상인 A 씨는 “매년 관광객이 적어진다는 걸 체감한다. 성산까지 오려면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족히 1시간은 넘게 와야 한다. 특히 차 없이 제주를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반면 온평리 주민은 B 씨는 제2공항 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B 씨는 “이미 섬의 많은 부분이 관광지화됐다고 생각한다. 본래 제주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섬이다. 성산에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도 이 평화로움을 누리기 위해 온다고 생각한다”며 “이곳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뭉개면서까지 개발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27121264.jpg"/> 2025년 11월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원들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들도 각자의 이유로 10년째 농성과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국토부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항공 수요를 과대 예측했다고 본다. 실제 국토부는 개항 시점인 2025년이 되면 제주의 항공 수요는 3939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2024년 제주공항 이용객 수는 2960만 명에 그쳤다.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현재의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할 경우 2050년 항공수요가 248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공식 발표된 제주공항의 수용 능력이 연간 3155만 명임을 고려하면, 현재 제주공항 시설만으로도 장래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역시 환경영향평가 검토 과정에서 여객 수요에 대한 정밀한 재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반대로 찬성 측의 제주 제2공항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제주국제공항 이미 설계용량을 초과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2공항 건설 반대 측이 과장된 수요 예측을 언급하면서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수요 예측은 어디까지나 가정으로 경제와 관광, 인구, 사회적 변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수치”라고 맞섰다. 제2공항은 비행기를 더 띄우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운항 밀도 완화와 비상 활주로 확보, 항공 안전 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안전 인프라라는 것이 이들이 주장이다.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국토부는 도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10일 제2공항 사업 발표 10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단 질의에서 서면 답변을 통해 “경제상황, 항공·관광정책, 환경 및 상황 변경 요인 등 수요추정에 반영하는 장·단기적 예측 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해 항공수요를 예측할 것”이라며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기본계획이 고시된 만큼 정부는 모든 단계마다 제주도 의사를 최우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사업 추진 단계마다 수요예측 재조사를 면밀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그 과정과 결과를 제주도와 공유해 항공 수요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주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은 “원론적인 답변”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10년 넘게 아무것도 못 하는 내 땅”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41488291915.jpg"/>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급격한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성산읍 일대 107.6㎢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대. 사진=최희주 기자제주 제2공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땅이다.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급격한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성산읍 일대 107.6㎢(총 5만 3666필지, 약 3258만 평)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2015년부터 총 4차례 갱신됐다. 연장된 기간은 2026년 11월이다.토지 거래에 묶인 성산읍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성산읍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80대 C 씨 역시 공항 예정지에 밭을 가지고 있는 토지 소유권자다. 그에 따르면 공항 예정지는 10년 전 입지 선정 발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고성리 땅 대부분은 여전히 노지 귤을 재배하는 밭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C 씨는 “정부가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 10년 넘게 기다렸다. 그런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내 땅도 내 맘대로 못 한다. 대출도 안 나와서 그 사이 빚만 늘었다”며 “공항이 들어오는 건지 아닌지 확실히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난 11월에는 성산읍 주민 39명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기본적인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제주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제주도도 대책을 내놨다. 주민 의견을 토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조기 해제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모아진 의견을 종합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전담 조직(TF팀)을 운영하고 2026년 상반기 중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주민의 적극적인 의견 제출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은 성산읍사무소와 관내 14개 리 사무소를 통해 2026년 1월 11일까지 받는다.다만 C 씨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주민은 암암리에 토지가 거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땅 주인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땅 주인은 다 육지로 가야 있다”며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외부에서 땅 사러 많이 왔다. 아마 여기 있는 과수원 절반 이상은 외지인들 땅일 것”이라고 말했다.‘공항 예정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서류 작업이 조금 필요하긴 하지만 농부로 신분을 바꾸면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일대 필지 248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토지 수요자의 60% 이상은 타지역 거주자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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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울릉공항 “극한 기후·지형인데…활주로 1500m로 연장해야”]]></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506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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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8 Dec 2025 17:23: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young@ilyo.co.kr | 김지영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 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2024년 누적 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 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2025년 12월 15일 오전 8시 50분 경북 포항시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 저동항으로 출항 예정이던 대저페리 여객선 썬라이즈호 운항이 취소됐다.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됐기 때문. 겨울철 여행 비수기,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은 하루에 포항~울릉도 노선 하나다. 강릉~울릉도, 묵호~울릉도 노선은 모두 폐쇄된다. 이날 3무(無)5다(多)(공해, 도둑, 뱀 없음·물, 돌, 바람, 여자, 향나무 많음) 신비의 섬 울릉도는 ‘또’ 고립의 섬이 됐다.하루 뒤인 12월 16일 오전 8시 50분 출항도 지연됐다. 파고부이(파고 관측 장비) 관측상 파고가 운항 가능한 높이를 0.2m 초과했기 때문. 기상청은 파고가 전날보다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운항하기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울릉행 여객선은 오후 12시 30분에서야 닻을 올렸다. 출항은 했어도 여전히 파고가 높아 썬라이즈호는 운항 중 연신 출렁였다. 여객선 안에선 승객들 뱃멀미 구토 소리가 이어졌다. 뱃멀미가 심해 여객선 바닥에 드러누운 승객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파고 높은 바닷길은 고행길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5536787105.jpg"/> 지난 12월 17일 울릉공항 인근 야산에서 내려다 본 울릉공항 공사 현장.  오른쪽에 있는 가두봉(해발 198m)이 해상 매립을 위해 절취돼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울릉 주민 숙원이던 울릉공항은 애초 현 시점인 2025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2026년 상반기 개항해 하늘 길도 열리길 기대했다. 서울~울릉 간 7시간 소요되던 이동시간을 1시간대로 대폭 단축하길 바랐다.하지만 국내 최초 도서공항인 울릉공항 준공은 2년 뒤인 2027년 12월로 미뤄졌다. 개항도 2028년으로 늦춰졌다. 2020년 11월 27일 착공한 울릉공항은 5년 지난 현재도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024년 10월에 준공과 개항을 연기했다. 당시 공정률이 56.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명분으로 전국 8곳에서 신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곳 가운데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울릉공항이 유일하다. 사업시행자(발주처)는 부산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시공사는 DL이앤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654283686.jpg"/> 울릉도 사동항에서 건너다 본 울릉공항 공사 현장. 사진=김지영 기자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던 12월 17일 오전 울릉공항 건설 현장은 분주했다. 공사 노동자들과 크레인, 포클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사현장 입구에선 경비원이 공사와 무관한 사람들 입장을 막았다.  울릉공항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있는 해발 198m 가두봉을 전부 깎아서 그 흙과 바위로 해상을 매립한 후 그 위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도서공항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매립 공항이기도 하다. 약 43만㎡(약 13만 평) 부지에 1200m 활주로,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12월 중순 기준 활주로 공정률은 약 70%. 여객터미널은 2026년 3월 착공 예정이다.준공과 취항 지연 원인은 여럿이다. 2024년 5월 시공사 DL이앤씨 측은 사업시행자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에 공사 기간 1년 연장을 요청했다. 철근, 레미콘 등 관급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관급자재 계약과 납품이 지연됐기 때문. 평균 수심 23m로 해저 난(難) 공사도 공사 속도를 더디게 했다. 인천공항 평균 수심이 1m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깊은 수심을 매립해야 한다.  부산항공청의 관리·감독 부실 지적도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먼지 등으로 민원도 잇따랐다. 건설 현장에서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국토부는 울릉도, 흑산도 등 도서 지역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처음엔 소형항공운송사업 전용 50석급 항공기 취항을 추진했다. 공항 등급을 2C 등급으로 결정했다. 2C 등급일 때 총 예상 사업비는 8067억 원. 그런데 국토부는 2023년 6월 울릉·흑산·백령공항 등을 80석급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3C 등급으로 상향했다. 그러면서 울릉공항 사업비도 8792억 원(국비 6621억 원, 한국공항공사 등 2171억 원)으로 730억 원가량 늘었다(관련기사 결항률 낮출 방법 없소? 2027년 완공 앞둔 울릉공항 등급 둘러싼 논란).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5738543277.png"/> 울릉공항 건설 사업 전후 조감도. 그림=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감사원은 지난 9월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울릉공항 관련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엔 “국토부는 부산항공청에 울릉공항 시설 규모를 변경하고 설계를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부산항공청은 울릉공항 활주로는 그대로 둔 채 착륙대 폭을 140m에서 150m로 확장했다. 또 부산항공청은 80석급 2종을 선정했다. 문제는 두 항공기는 이륙거리가 각각 1289m, 1615m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초과한 것이다”라 적시돼 있다.국토부는 이처럼 활주로 길이 연장 없이 울릉공항 등급을 3C로 상향 조정했다. 취항 항공기도 50석급에서 80석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항공기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 기준이 과소 산정돼 실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더라도 항공기 한 대당 탑승 가능한 승객 수 감소로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울릉 주민들은 공항 안전성을 우려해 활주로 길이 연장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24년 12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주민 집회 등 그 요구와 반발 강도가 참사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게 주민들 전언.주민들은 “울릉공항은 눈, 비, 강풍 등 열악한 기상과 험준한 지형에서 건설되고 있다”며 “어느 공항보다 안전성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수일수가 많은 곳이 울릉도다. 연간 144일이다. 하루 최대순간풍속도 소형항공기 운항 제한치인 25노트(초당 12.9m) 이상 일수도 연평균 138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해발 198m 가두봉을 절취해 나온 흙과 바위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가두봉이 바람막이 역할을 했는데 가두봉이 사라지면 공항에 난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대봉 울릉공항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취항 예정인 항공기(프랑스 제작 ATR-72)의 최적 이륙거리는 1315m다.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초과한다”며 “울릉공항은 착공 당시 50인승 항공기 기준으로 활주로가 1200m로 설계됐다. 이후 80인승으로 규모가 커졌음에도 활주로 길이는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주민들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활주로 길이를 최소 1500m로 연장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활주로 양끝에 최소 45m 이상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고 바람 레이더를 설치하라는 요구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708563663.jpg"/> 울릉군어업인연합회 측이 '짧은 활주로, 높은 결항률! 이대로는 울릉공항 실패한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울릉공항 공사 현장 입구에 걸어 놓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상황이 악화하자 국토부는 지난 12월 9일 울릉군민회관에서 ‘항공 전문가와 함께하는 울릉공항 건설공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엔 사업시행자인 국토부, 부산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소형항공기 회사 (주)섬에어, 시공사 DL이앤씨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남한권 울릉군수와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 정석두 ‘안전한 울릉공항건설 민관협의회’ 회장 등 울릉주민 200여 명이 자리했다.  국토부 관계자 등은 이날 항공기비상제동장치(EMAS)의 울릉공항 적용 방안과 계기비행을 위한 항행안전 및 등화시설 설치 계획, 항공 결항률을 낮출 방안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대해 정석두 ‘안전한 울릉공항건설 민관협의회’ 회장은 12월 17일 일요신문과 만나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와 폭을 1500m로 연장할 경우 지금 예산에 1조 2000억 원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연장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그런데 DL이앤씨 전문가는 활주로 길이만 연장하면 4500억 원 정도만 더 들고 활주로 폭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2027년까지 1500m로 연장 가능하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7834077866.jpg"/> 울릉공항 공사 현장 인근 있는 공사 노동자 숙소 입구에 내걸린 의용소방대 울릉군연합대 현수막. '조기 개항 필요없다! 활주로 1500m 즉각 연장하라!'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주민들이 요구하는 활주로 양끝의 종단안전구역 확보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EMAS(항공기비상제동장치)가 종단안전구역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종단안전구역 추가 확보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활주로 등화시설도 추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시계비행뿐 아니라 계기비행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시설을 갖출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활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지난 12월 9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활주로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라고 말했다.이처럼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은 주민들의 활주로 연장과 종단안전구역 확보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항공운항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그럼에도 주민들의 “활주로 연장”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 태세가 아니다. 정석두 회장은 “만약 활주로 연장 등 우리 요구가 (관철) 안 되면 국회든 청와대든 가서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또한 전국 섬 주민 연대, 대국민 캠페인 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6031482966.png"/> 울릉공항 위치도. 그림=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울릉도에서 5대째 사는 60대 초반 토박이 A 씨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 울릉공항 인근이다. 공항이 있는 곳은 봄에 남서풍이, 겨울엔 북서풍이 분다. 비행기 측면에 횡풍이 부는 곳이다. 그게 비행기에 굉장히 위험하다. 그나마 활주로가 더 길어지고 200명 이상 탈 수 있는 제트여객기가 오면 덜 위험할 거다”라며 “가두봉을 훼손하면서까지 공항을 짓는다면 안전하고 완벽한 공항을 지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울릉 주민 9000여 명은 뱃길과 하늘길이 함께 열리길 간절히 바라왔다. 이제, 2년 후면 하늘 길도 열린다. 현재 주민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건 단 하나. 2024년 제주항공 참사 같은 사고가 울릉공항에서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안전하게 울릉 주민과 관광객이 동해 상공을 오가길 바랄 뿐이다.    "DL이앤씨,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감사원이 지적한 울릉공항 건설 실태감사원은 지난 9월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울릉공항 등 신설되는 도서공항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특히 울릉공항 활주로 이착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8/1766036352230712.jpg"/> 울릉공항 활주로 동쪽 끝 지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 12월 중순 기준 활주로 공정률은 약 70%다. 사진=김지영 기자 감사원은 또 울릉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 항공 여객 수요 목표를 2050년 108만 명으로 전망했다. 울릉공항이 운영될 경우 해운 여객수요(교통수단 전환율)의 81%가 항공 교통수단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다.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목표와 추정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 입장이다. 해양수산부가 예측한 총 여객 수요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일본의 유사 도서공항 사례를 적용한 결과 2050년 울릉공항 여객 수요는 55만 명이었다. 국토부(108만 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감사원은 여기에 국토부가 울릉·흑산공항 총 여객 수요와 교통수단 전환율(해운→항공)을 추정하면서, 총 여객 수요는 해수부와 정합성을 맞추지 않았고 전환율은 항공에 유리하게 산정해 공항 여객 수요를 과다 산정했다고 지적했다.실제 국토부와 다른 전문기관들의 교통수단 전환율(해운→항공) 추정치도 차이가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68%,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일본 도서공항 사례를 적용해 40~52%로 추정했다. 국토부 81%와 13~41%나 차이가 난다.울릉공항 운영자 선정 과정도 논란이다. 국토부는 울릉·흑산·새만금공항 운영자로 한국공항공사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국공항공사는 투자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3개 공항 운영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가 3개 공항 운영 적자가 예상되는 데도 재무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토부 장관에게 여객 수요가 과다 산정된 것에 대해 여객 수요를 적정하게 재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또한 울릉공항 취항 항공기 승객 수와 화물량 제한 기준을 재검토하고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 길이 연장 등 안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토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 시공 중인 활주로 길이 1200m를 주민들이 요구하는 1500m로 연장할 의향이 없다.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가 방파호안(防波護岸)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시공(케이슨 공사) 과정에서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케이슨 공사의 하도급자가 3년간 무자격 현장대리인을 상주시켰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업시행자인 부산지방항공청이 이를 방치하는 등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12월 10일 ‘제4차(2025~2029)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 가운데 울릉공항 운영개시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2025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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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가덕도신공항 보상·건설 계획 막막…대통령도 "상황 알고 있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4947</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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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16 Dec 2025 17:11: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이주민 보상 갈등과 시공사 선정, 경제성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상액 놓고 깊어진 갈등국토교통부가 2023년 12월 29일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666만 9000㎡(약 201만 7373평) 규모로 지어진다. 국토부는 2029년 12월까지 활주로 1개와 평행유도로 2개,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계류장과 같은 공항 필수시설을 먼저 완공하고 그 이후에 공항 지원시설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71734528048.jpg"/> 마을 초입에 공항 건설에 대한 각종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 일부 현수막에는 토지보상 상담을 홍보하는 세무업체와 법무법인 광고가 걸려 있기도 했다.  사진=최희주 기자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약 24.9km, 승용차로는 35분가량 떨어진 어촌 지역이다. 부산역으로부터는 약 27.5km, 차로 이동할 시 약 50분이 걸린다. 공항 건설의 직접 영향을 받는 대항마을로 들어가려면 가덕도에서도 약 6.6km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지난 12월 초 찾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공항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 종종 보이기는 했으나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폐업을 한 듯 문을 닫은 식당도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 다수가 어업에 종사하는 마을임에도 항구에 정박된 어선 일부를 제외하면 일하는 인구는 보이지 않았다.마을 초입에는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각종 현수막이 끊임없이 설치돼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부터 마을 안까지 즐비하게 널린 현수막에는 ‘엉터리 감정평가 절대 수용불가’ ‘네 땅이면 이 돈 받겠나’ ‘강제수용 결사반대’ ‘공익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상가 생존권 묵살하지마라’ 등의 항의성 문구가 적혀있었다. 일부 현수막에는 토지보상 상담을 홍보하는 세무업체와 법무법인 광고가 걸려 있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2025년 6월부터 건설·편입 토지에 따른 손실 보상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항마을 토지 소유자들은 불만이 많다. 토지소유권자 680명 가운데 70% 이상이 보상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감정평가액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 등에 따르면 원래 1개였던 대책위도 비상대책위원회와 보상대책위원회 등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마을 주민 A 씨(70대)는 “감정평가를 받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보상액이) 말도 안 된다는 거다. 비슷한 땅인데 가격이 다 다르게 나와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57707238956.jpg"/>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 토지 소유주들은 감정평가액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 또 다른 행인 B 씨(60대)는 “여기 토지 소유주들 다수가 외지인이다. 진짜 문제는 이주해서 나가야 하는 주민들”이라며 “고령의 주민들이 많은데 당장 어디로 가시겠나. 자식들 집으로 가기도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이주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2023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중 ‘신공항 건설예정지역에 편입되는 토지세목’ 따르면 토지 소유주 1000여 명 중 적지 않은 수가 서울과 경기, 인천, 대구, 제주 등 타지역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공항 건설 사실이 알려지고 들어온 투자자들”이라고 설명했다.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활주로와 터미널 등 핵심 시설이 건설되는 대항동 외양포에 진입하자 거센 바람에 옷을 여미거나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였다. 외양포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에서 살았다는 C 씨(70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바람이 심한 날에는 잘 나오지도 못 한다. 그래서 동네에 사람이 더 없어 보인다”며 웃었다.C 씨는 그의 부모 세대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마을에 공항을 짓는다고 하더라. 내 소유 땅이 없는 처지라 나가라고 하면 별수 없다. 하지만 평생을 여기서 살아온 사람인데 억만금을 준들 어디 가서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젊은 사람이면 몰라도 노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 할 수 있다면 여기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관문공항, 과연 괜찮을까지난 12월 3일 제주항공 참사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현욱 활동가는 여전히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활동가는 지난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사지가 붙들려 끌려 나가는 사고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한 바 있다.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은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이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길 건너편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있었다. 단체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그쪽으로 걸어가자마자 경찰이 몸을 밀치며 진압을 시작했다. ‘저기로 가야 한다’고 했지만 양다리가 하나씩 들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고 회상했다.그럼에도 결국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났다. 부산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우연히 한 식당에서 보게 된 것이다. 김 활동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달려가 잠깐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신이 말한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가덕도신공항의 안전성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더니 대통령도 ‘알고 있다. 전달 받았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답변이 많지 않았겠지만 상황을 알고 있단 것은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국토부는 지난 10일 향후 5년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을 담은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을 동남권 여객과 물류 허브의 전초기지로 삼는 ‘관문공항’으로 키우겠단 기존 입장과 달리 기본 계획에는 가덕도신공항이 ‘관문공항’이 아닌 ‘관문 기능을 갖춘 신공항’으로 다소 모호하게 규정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57949126410.jpg"/> 낙동강 하구 지역에서 바라본 가덕도 연대봉의 모습. 사진=김현욱 활동가 제공관문공항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활주로가 최소 2개는 필요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추가 활주로 조성 계획은 아직 없다. 거점 항공사 유치도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 활동가는 “가덕도는 바람이 강한 지역으로 태풍의 길목에 있다. 현재 계획대로 동서방향의 활주로를 건설하면 항공기가 남해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태풍에 그대로 노출돼 치명적인 항공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은 무안공항의 35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지역사회 요구대로 제2활주로를 조성한다고 해도 문제다. 김 활동가는 “제2활주로가 기존의 활주로 위치를 피해 건설될 시 가덕도 연대봉을 잘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덕도의 초연약지반 위에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지으면 위험성은 물론 유지보수에도 막대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가덕도신공항은 국수봉 등 가덕도 일대의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해 건설될 예정이다. 공항 부지가 육지와 해상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육지의 지반은 단단하고 바다 아래 지반은 그보다 연약하다. 기초가 다른 두 지반을 연결해 부지를 건설하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이른바 부등침하의 위험이 크다.당초 2029년 개항 목표였던 계획도 시공사의 건설 포기와 공기 연장 조정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4차례의 유찰 끝에 선정된 현대건설 공동수급(컨소시엄)도 지난 5월 공사 기간 단축의 위험성과 기술적 난이도를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관련기사 현대건설,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결국 불참…“안전 담보 못 하는 공사기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포기한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가량 멈춘 상태다. 최근 발표된 연장안에 따르면 사업이 제때 진행된다고 해도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 가능 시점은 최소 2035년 이후다.국토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11월 26일에는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된 공기는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탈퇴하기 전 국토부가 제시한 108개월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현대건설은 공기가 연장된다고 해도 재입찰엔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6/1765871688007063.png"/>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666만 9000㎡(201만 7373평)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자료=국토부 제공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새로 제시한 입찰 조건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기만 늘어났을 뿐 실제 공사액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관계자는 “공기는 2년 정도 늘어났다고 하지만 공사액은 10조 5000억 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2000억 원 남짓 늘어났다. 물가 상승액을 반영하면 실제로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안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일단 건설사가 정해지고 나면 계약 이후 기간 연장 사유에 따라 공사액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여된 데다 처음 계획한 예산에서 이미 사업비가 올라간 상태라 찬성 측과 반대 측 양쪽의 비판을 피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러나 국토부는 계획대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연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입찰 공고를 다시 올릴 계획이다. 또, 신공항 건설로 생활 기반을 잃게 될 주민에 대한 재정착 및 소득 창출 사업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 입법 예고는 12월 12일부터 2026년 1월 20일까지다. 이에 대한 의견은 온라인과 우편으로 제출 가능하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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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르포: 신설 공항 8곳은 지금] 대구·경북 신공항 “이기 벌써 몇 년째고? 내 죽어야 들어오나”]]></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50479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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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2 Dec 2025 15:46: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young@ilyo.co.kr | 김지영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K-2 대구 공군 기지와 대구국제공항을 함께 이전할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건설 사업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은 현재 K-2 활주로와 유도로 등을 빌려 쓰고 있다.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12년째 신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항 이전 부지도 수용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면서 신공항 예정지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일요신문은 12월 초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 현지 주민들을 만났다. 공항 이전 사업 장기화에 대해 “이기 벌써 몇 년째고? 내 죽어야 (신공항이) 들어오나” 등 불만을 쏟아내는 주민이 적지 않다. “공항이 못 오지 싶다”고 체념하는 주민도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4517889251.jpg"/> 홍병기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2월 3일 신공항 예정 부지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특히 신공항 예정지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3년 더 연장됐다. 그러면서 사실상 토지 매매가 뚝 끊긴 상태다. 이에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해 “내 땅도 내 맘대로 팔기 힘들어졌다”는 원성도 들린다.공항 부지에 대한 토지 수용이 언제 끝날지도 예측불가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하는 주민도 있다.  일요신문이 둘러본 신공항 예정 부지는 우리나라 여느 농촌 겨울 풍경과 다르지 않다. 경작을 마친 논밭과 평범한 임야일 뿐이다. 이처럼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 2029년 개항 목표 실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7/1765955791984676.jpg"/> 언제 개항할지에 대해 해당 정부 부처인 국방부(K-2), 국토교통부(대구국제공항)나 지방자치단체인 대구시,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중 그 어느 곳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공항 건설 사업 관계자는 “2029년 개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 부처든 지자체든 관련 기관 중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지역 숙원 사업인 신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나라 군 공항 가운데 소음 피해가 가장 큰 곳이 K-2다. 공군 주력 전투기 F-15K가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대구 시민 10%에 달하는 24만 명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3년 12월말 기준 소음 배상액만 5209억 원에 달한다.또한 고도 제한으로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태다. 대구시 면적의 7.6%인 114.3㎢(약 3458만 평)가 고도 제한 지역이다.1961년 건립된 대구공항 여객터미널은 연간 375만 명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이용객만 467만 명에 달했다. 400만 명 이상 이용하기엔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도 낡아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활주로 신설과 연장도 힘들어 장거리 노선을 유치할 수도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공항 확장도 어렵다.신공항 사업은 12년 전인 2013년 4월 5일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첫 단추를 끼웠다. 2016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K-2·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발표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0년 8월 28일 신공항 최종 이전부지로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대가 선정됐다. 그런데 2023년 7월 1일 경북 군위군이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신공항 부지가 대구와 경북 두 행정구역에 걸치게 됐다.대구시에 따르면 신공항 부지 면적은 군 공항 16.9㎢(511만 평), 민간공항 1.1㎢(33만 평) 등 총 18.0㎢(544만 5000평)다. 사업기간은 2014년부터 2029년까지 16년간이다. 사업비는 군 공항 11조 5000억 원, 민간공항 2조 6000억 원 등 총 14조 1000억 원이다. 사업방식은 군 공항의 경우 ‘기부 대 양여’, 국비 지원 등으로, 민간공항은 현 대구공항 부지 매각대금과 정부재정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기부 대 양여는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을 먼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현 군 공항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양여 받아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2023년 4월 25일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됐고 같은 해 8월 26일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 신공항 사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신공항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마치고 보상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공사를 착공해 개항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토지 보상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일정이었다.그러면서 대구시는 현재의 K-2(6.71㎢)와 대구공항(0.27㎢) 부지 6.98㎢(211만 평)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처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년부터 2032년까지 국제적인 관광·상업 도시로 조성하고 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금호강 물길을 활용한 국제적인 수변도시를 조성하겠다고도 했다.대구경북연구원은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국제 항공 수송, K-2 종전 부지와 금호강을 연계한 개발, 공항복합도시 조성 등으로 무려 63만 2238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2025년 12월 현재 신공항 착공은커녕 토지 조사와 보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신공항 사업이 지지부진한 주요 원인은 해당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K-2 공군기지는 국방부 소유다. 대구공항은 국토교통부 출연기관인 한국공항공사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지자체도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등이다. 의사결정 과정과 개발사업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5080494448.jpg"/>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자신의 농가 입구에 '물건조사 전면거부' 표지판을 걸어 신공항 사업시행자의 '지장물 조사'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심지어 현재는 사업시행자인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등이 지장물(支障物) 조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장물은 공공사업지구 안의 토지에 있는 건물이나 공작물, 입목, 농작물, 분묘 등을 지칭한다. 지장물은 이전비를 지급하고 이전시키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지장물을 이전했을 때 해당 물건이 쓸모없어지거나 이전비가 많을 경우 취득비로 보상하기도 한다.이에 대해 홍창모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신공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신공항 부지로 토지가 수용되는 토지 소유자들은 아직도 지장물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분이 많다. 토지 조사와 지장물 조사 등 기초조사 절차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신공항 비대위 측은 사업시행자가 토지 보상에 대한 업무 절차나 진행 과정에 대해 전체 토지 소유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상설명회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상설명회를 가진 후 보상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시행자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지장물 조사를 강행했다고 토지 소유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신공항 비대위와 토지 소유자들 반발로 현재 지장물 조사는 중단됐다. 일요신문이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볼 때 여러 농가 입구에 ‘물건조사 전면거부’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내걸려 있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5614954322.jpg"/> 홍창모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구 군위군에 있는 비대위 사무실에서 신공항 부지 토지 소유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홍창모 위원장은 “2023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통과된 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주민들과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사업시행자 측이 주민을 강제로 쫓아낼 심산이더라도 최소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이전할 부지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주민들 생계지원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주민들과 협의할 사전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홍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국방부, 대구시는 모두 사업권을 가지고 각자 이익만 보겠다는 것인지 언론에 사업진행에 대한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쫓겨나는 주민 대책에 대해선 자신들 책임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신공항 예정 부지 토지 소유자와 주민만 불만을 제기하는 게 아니다. 군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등이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굉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신공항 예정 부지에 바로 접해 있는 토지 소유자와 주민 불만과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1212/1765514737946022.jpg"/> 김해종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소음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종대 경북 의성군 비안면 화신1리 이장이 신공항 소음 피해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사업시행자 측이 이들에게 이렇다 할 보상이나 대책을 제시한 것도 전혀 없다. 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공항 주변 주민과 토지 소유자들은 보상과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당연히 걱정과 불안, 불만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주민들 스스로 소음대책위원회를 꾸렸다.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사는 김해종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소음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시행자 측은) 토지 수용하는 것만 피해 보상을 한다. 소음 피해를 입을 우리한테는 십원짜리 하나 보상이 없다. 우리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신공항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며 “공항 부지 주변 땅도 수용해주고 이주와 지역개발 등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주권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은 요원하다. 착공 첫삽을 언제 뜰지도 알 수 없다. 시행 주체인 대구시와 대구 군위군, 경북 의성군,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의 이해가 얽히고설켜 있다.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특히 신공항 예정지 주민들은 이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쏟아낸 신공항 건설 공약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대구·경북 신공항은 과연 언제쯤 개항할 수 있을까. 사업 주체들, 지역주민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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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해외 계열사로 배 불리는 오너가②] '내부거래 저격수' 등판에도 사각지대 방치될까]]></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996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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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19 Sep 2025 16:56: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rooney@ilyo.co.kr | 박찬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내 기업들의 내부거래 행태를 고질적 병폐로 꾸준히 지적해온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재계에선 해외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단속·규제가 강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 법인과 해외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출 목적의 일감 몰아주기도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규제를 벗어나 창출된 이익이 기업 오너일가에 집중되고, 투자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8/1758186776909699.jpg"/>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사익편취 규제나 일감몰아주기 증여 등 혜택을 보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수정=백소연 디자이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회사 중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인 단독 혹은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한 지분이 20%가 넘는 계열사거나 이러한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 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그런데 규제 대상 자체가 ‘국내 회사’로 한정돼 있고,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일례로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에스는 지난해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통해 매출 4412억 원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국내 계열사와 내부거래는 178억 원, 나머지는 해외계열사와 거래에서 발생했다. 전체 내부거래 매출만 보면 사익편취 규제 기준(200억 원 이상, 매출 12% 이상)을 충족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행 규제를 빗겨갈 구조로 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임명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사익 편취,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확대에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 “(순환출자 등) 해외 기업을 이용해 법망을 우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공정위가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지원을 받은 해외 계열사는 해당 나라 법에 따라 운영되기에 국내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 계열사에 방문해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조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정거래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는 세금 부과에서도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 특정 법인에 일감을 몰아줘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배주주와 친족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수출 목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증여세가 면제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8/1758182715022575.jpg"/>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전문가들은 국내 법인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가 방치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가 점차 해외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더욱이 현재 해외 계열사가 국내 법인에 지급하는 배당금의 95%는 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축적된 이익이 결국 오너일가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해외 계열사로 배 불리는 오너가①] 배당수익 비과세 제도, 사익편취·조세회피 악용될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수출을 안 하는 기업이 없는데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나 조세 부담이 국내보다 덜해 투자가 해외 계열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해외 계열사와 내부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벌·대기업의 초과이윤이 다시 재벌·대기업에 귀속되는 구조”라면서 “앞으로 재벌·대기업의 거래망이 해외 계열사 등을 활용한 폐쇄적으로 구조가 되면서 지분 관계가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더욱 배제되는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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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해외 계열사로 배 불리는 오너가①] 배당수익 비과세 제도, 사익편취·조세회피 악용될라]]></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9799</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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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Wed, 17 Sep 2025 17:45: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rooney@ilyo.co.kr | 박찬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국내 기업이 해외 계열사로부터 수령하는 배당금 대부분을 익금불산입(과세소득에서 제외) 처리하는 이른바 ‘해외 계열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국내 등록 법인이 10% 이상의 출자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의 95%를 익금에 산입하지 않는 제도다. 우리나라와 현지 국가의 이중 과세를 방지해 우리 기업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고, 해외에 유보되던 자금을 국내로 환류시키기 위한 취지로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도입됐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자 해외 계열사 배당금의 국내 유입이 바로 증가했는데 이를 기업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당금 활용 계획을 공개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가 자칫 기업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이어지거나 해외 조세 회피 전략을 통한 현금 확보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7/1758095294689912.jpg"/> 국내 기업이 해외 계열사 배당금을  사실상 비과세 수령하도록 한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계열사 익금불산입 제도가 시행된 2023년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가 국내 주주들에게 송금한 배당금(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은 442억 5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전인 2022년(144억 1470만 달러) 대비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4년 212억 8070만 달러로 다시 줄었지만 제도 시행 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올해도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분이 142억 7190만 달러를 기록해, 연말까지 더하면 시행 전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체 배당금 수익이 해당 제도 시행 이후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 계열사 배당금 수익 증가 요인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배당수익은 2022년 3조 9523억 원에서 2023년 29조 968억 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은 9조 7363억 원, 올해 상반기 5조 8036억 원으로, 모두 제도 시행 이전보다 많았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1조 5676억 원에서 2023년 3조 5328억 원, 2024년 4조 8651억 원으로 늘었다. LG전자도 2022년 7224억 원에서 2023년 1조 7596억 원, 지난해 1조 2595억 원으로 증가했다.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원천지주의 과세로 전환해야 하는 6가지 이유’ 보고서를 보면 해외 계열사 익금불산입 제도는 해외 계열사 누적 보유잉여금(2021년 기준 902억 달러)이 국내에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현지 정부에 납부한 법인세와 과세가 중복되는 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3년 해외 계열사에서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을 늘려 국내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7/1758095379721201.jpg"/>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국내 기업이 해외 출자 기업을 통해 거둔 이익금 중 현금(배당)으로 받지 않고 재투자 목적 등으로 남긴 유보잉여금(재투자수익수입)은 2023년 마이너스(-) 115억 2760억 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배당 규모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렇게 수령한 배당 수익을 내부 재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대기업은 현대차 사례 등을 빼면 거의 없다. 각 기업이 해당 수익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재무제표 등 공개 자료만으론 파악하기 어렵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국내 조세 우대 확대로 재투자수익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그런데 해외에서 국내로 환류된 잉여금이 국내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기업 입장에서 해외 이익금을 배당금 형태로 취하는 것의 부담이 제거되자 이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기업들의 해외 조세 회피(절감) 전략을 부추길 우려가 나온다.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나 이른바 ‘해외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발생시킨 이익금을 해외 계열사의 유보잉여금으로 두던 것을, 이제는 국내로 적극 들어오면서 점차 기업의 조세 회피 유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해당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국세청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6/1758008589418975.jpg"/>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전경. 사진= 최준필 기자해당 제도가 기업 오너 일가를 배불리는 현금 수익(사익편취) 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들로부터 수령하는 배당 수익이 늘면서, 이를 이용해 오너 일가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계열사에서 수령한 배당금의 사용처에 대해 주주나 외부의 감시가 어려운 여건을 이용해, 오너 일가의 현금 수입을 직접 늘려주는 루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S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지분 92.53%를 가진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이 현재 3개 해외 자회사를 보유 중으로, 이 가운데 싱가포르 법인인 SY에너지(SY ENERGY PTE.LTD.)로부터 지난해 배당금 26억 7200만 원을 수령했다. 삼양인터내셔날이 그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100억 원으로, SY에너지에서 받은 배당금이 여기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그룹 지주사 (주)한화가 지난해 거둔 전체 배당수익은 전년의 9.4배인 1609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 계열사 배당금은 약 505억 원이었다. (주)한화는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을 50원 인상했고, 전체 배당금의 41.54%가 오너 일가에 지급됐다. (주)한화 지분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최대주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65%, 그의 세 아들이 9.19%,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지분 9.7%를 보유 중이다. 해외 계열사 배당 수익 증대가 오너 일가 배불리기로 귀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익금불산입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중 최소 50%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거나 국내 고용 증대에 사용할 때만 익금을 불산입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당 제도를 먼저 시행한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은 공통적으로 투자가 해외로 집중됐고, 자국 내 산업은 공동화됐다”며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우리나라 역시 해외로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본사 대주주의 이익만 늘고, 국내 산업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얻은 배당금을 국내 투자에 활용하면 세액을 공제 해주는 등 관련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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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티메프가 남긴 그림자②] ‘제2의 사태’ 막겠다더니…쏟아진 법안 1년째 공회전]]></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9479</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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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1 Sep 2025 14:33: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2024년 7월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티메프)에서 발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제2의 티메프’가 없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법안을 쏟아냈다. 정산주기 관련 규제를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대표적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외부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도 있다.1년이 지난 현재, 해당 법안 중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들 법안은 사태 해결 및 방지를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데다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음에도 국제 통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여당조차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티메프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0/1757507293655255.jpg"/> 2024년 7월 티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과 위메프 사옥 간판. 사진=박정훈 기자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생 직후, 상품 판매일과 대금 정산일 사이 간격인 ‘정산주기’가 40일로 길었던 탓에 판매대금 유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피해가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더해 티메프 판매 피해자들은 긴 정산 주기로 인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권에서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게 됐고, 미정산 대금에 더해 선정산 대출 원리금과 이자까지 떠안는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이에 정부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4년 10월 발표한 개정안은 정산주기를 ‘2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자는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다.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온플법’이 추진됐다. 온플법은 티메프와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뿐 아니라 △배달 △숙박·여행 △모빌리티 △콘텐츠·앱마켓 등 플랫폼 업계 전반과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해당 법안 추진 과정에서도 정산 기한을 15~30일 이내로 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그러나 정산 주기 규제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업종이나 상품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정산 주기를 규정하면 소비자 환불이나 교환 등이 잦은 제품의 경우, 해당 비용을 플랫폼이 다시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져 운영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지난 8월 26일 한국유통법학회와 한국유통학회가 연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기일 단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산주기를 단축하면 실제로 상품이 판매되기도 전에 대금을 납품업체에게 선정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져 시장 전반에서 직매입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직매입 시장의 위축은 중소납품업체들의 납품량 감소와 제조업체들의 생산량 급감으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0/1757507586753273.jpg"/>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들이 2024년 8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논란 등으로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사이 온플법은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미국 IT기업을 해치는 규제에는 고율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매체는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온플법이 한국에 진출해 있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같은 압박을 가해 온 것으로 보인다.이에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온플법의 명칭을 ‘갑을관계공정화법(가칭)’으로 바꾸고 배달앱 규제만 우선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됐다.‘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추진된 전금법 개정안도 전업 PG사에만 판매대금 외부관리 의무를 부과해 업계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티메프처럼 플랫폼과 PG를 겸업으로 하는 업체는 규제망에서 빠지면서 법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지난 8월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전금법 개정안을 안건에서 제외했다. 이는 유통업법 개정안이나 온플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PG사 규제만 선행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피해자들은 천편일률적 정산 주기 단축을 추진할 게 아니라 생명보험사에 지급준비율이 규정돼 있듯 정산 자금 준비율을 규정하는 법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플법이 티메프 같은 쇼핑 플랫폼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규제를 모두 담으면서 법안 추진 과정이 더뎌졌다고 보고,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10/1757507631190159.jpg"/>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 2024년 8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신정권 검은우산비대위원장(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은 “정산대금 유용 우려를 막기 위해 보험사의 지급준비율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정산 대금을 준비하게 해야 (판매자들이) 안전하게 판매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자금 준비가 어려운 중소 플랫폼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보증보험 등을 통해 정산 대금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상품을 구매했다가 환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관련해 구제책이나 재발 방지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도 지적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기일 단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데, 티메프 사태 당시 소비자 문제는 빠졌다. 정부가 균형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산주기 단축 관련 논의에서 납품 업체(판매자) 보호에만 너무 집중한 것 같다. 소비자 환불권, 청약철회권 등을 병행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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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티메프가 남긴 그림자①] 인수된 티몬도 파산 위기 위메프도 피해자 남아 있다]]></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907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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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4 Sep 2025 17:05: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ja.kim@ilyo.co.kr | 김정아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티몬·위메프(티메프)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약 3년간 생필품을 유통·판매해 온 이준 씨는 지난해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막대한 빚을 진 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산받지 못한 판매 대금 2억 원 중 이 씨가 현재까지 돌려받은 돈은 티몬 회생 채권 약 10만 원이 전부다.티메프 사태 후 1년이 지난 현재, 티몬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강제인가로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돼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은 여전히 미정산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 채 생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판매대금과 환불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 파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각 행정부처로 나뉘어 마련됐던 피해자 구제 제도의 실효성 등을 다시 검토해 피해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이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04/1756952787608043.jpg"/>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에서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벌어진 2024년 7월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왼쪽)과 위메프 사옥(오른쪽)에서 소비자들이 환불 조치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2024년 7월,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 1세대로 분류되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자(셀러)와 소비자에게 판매대금과 환불금을 지급하지 못한 국내 최대 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두 플랫폼의 모회사 큐텐(Qoo10)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자금 유용 의혹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판매일과 대금 정산일 사이 간격을 ‘40일’로 길게 설정해둔 정산 주기도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됐다.사태는 결제·상품권 업계로도 번졌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들이 티메프와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결제를 취소해도 환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티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과 선불 충전금 사용도 모두 막히며 소비자 피해 범위가 더욱 커졌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 금액은 모두 약 1조 3000억 원, 피해 판매자 수는 약 5만 6000명, 피해 소비자 수는 약 47만 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판매자들의 피해는 곧 사업체 운영 위기로 이어져 직원들의 실직 사태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피해 업체 4만 8124곳 중 1억 원 이상 피해를 입은 업체는 981곳으로, 이들의 피해 금액이 전체 업체 피해액의 약 88%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디지털·가전 업체가 약 3708억 원(약 29%)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상품권업체가 약 3228억 원(약 25.2%), 식품업체가 약 1275억 원(약 10%), 생활·문화부문 업체가 약 1129억 원(약 8.8%)의 피해를 입었다. 2019년 티몬에 입점해 가전제품을 판매해온 업체 ‘인앤아웃’은 티몬으로부터 약 18억 6000만 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현금이 금세 바닥나자 직원 급여와 물품 구매 대금을 지급할 수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재고를 마진 없이 처분하면서 3억 원에 가까운 추가 손해도 입었다. 이 업체 대표 강만 씨는 지난 2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티메프 사태 이후 가구·가전 온라인쇼핑몰 ‘알렛츠’의 미정산 사태까지 연이어 발생하며 피해가 더 커졌고, 현재까지 직원 5명을 불가피하게 정리했는데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개인·법인 파산에 신용불량자까지 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04/1756953199747716.jpg"/>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2024년 8월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검은 우산을 활용한 항의 집회를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뒤 피해 업체들을 지원하겠다며 대출 지원과 판로개척 지원, 두 가지 주요 대책을 내놨는데 피해 판매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2024년 8월 기획재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저리 대출, 만기연장 등 형태로 약 1조 6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을 통해 이뤄진 긴급 경영 안전자금 대출이 단기적으로 피해 업체들의 지속 운영을 도왔지만, 미정산으로 인한 매출 공백과 손실을 근본적으로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생필품 판매업체 대표 이준 씨는 “당시 피해액은 총 2억 원, 소진공을 통해 받은 정부지원 대출은 9000만 원 정도였다”며 “나머지는 개인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차량담보대출, 3금융권 대출까지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다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받은 대출로 직원 퇴직금과 물품 대금 등을 지불하고 사업은 접었다”며 “소진공 대출로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추가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 현재 매달 1500만 원의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는 티메프 미정산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쿠팡·11번가 등 다른 9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시 △가격 할인쿠폰 발급 △광고비 활용 가능한 포인트 지급 △소상공인 전용 기획전 행사 등 지원 계획을 밝혔다. 한 피해 판매자 업체 대표 박수민 씨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지원 예산 약 82억 원으로 1615개 기업을 (정부가)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기업당 평균 500만 원 수준”이라며 “이는 광고비 한 번 집행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으로 매출 붕괴, 현금 흐름 마비 상태인 티메프 피해 기업들을 회복으로 이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904/1756953551380185.jpg"/> 2024년 1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소비자 연합인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티몬·위메프 경영진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사태 이후 티몬은 회생 절차를 통해 구사일생해 피해 판매자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함에 따라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하게 됐지만, 전체 회생채권 1조 2083억 원과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변제율이 약 0.75%에 불과해 대부분의 채권 회수는 어렵게 됐다.위메프 파산 가능성도 제기돼 미정산 피해자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관련 법상 회생계획안은 1년 내 가결이 돼야 하는데, 최근 제너시스BBQ의 위메프 인수 협상이 최종 불발되면서 위메프는 청산 기로에 서 있다. 4일까지 새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회생계획안이 부결돼 곧바로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신정권 검은우산비대위원장(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은 지난 3일 ‘일요신문i’에 “티몬의 회생 절차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급여·퇴직금과 회계법인, 관계인 수당은 전액 지급된 반면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의 0.75%만 변제받았을 뿐”이라며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때 결국 중소 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떠안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실질적 지원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 부처로 분산된 피해자 지원 대책의 실효성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메프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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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국내 기업 지배구조 진단②] '옥상옥 지배' 승계 막는 해법은 제한적 세금 감면?]]></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660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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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24 Jul 2025 17:58: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rooney@ilyo.co.kr | 박찬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사례가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방식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이러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를 통한 경영권 승계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일부 세무사들은 이를 하나의 ‘절세 전략’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50%를 넘는 상속·증여세율이 이러한 기형적 지배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 사업용 자산에 한해 공제 한도를 지금보다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24/1753335054486318.jpg"/>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원익빌딩. 사진=유튜브 채널 ‘원익 Recruit’ 영상화면 캡처재계 89위(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공정자산총액 기준) 원익그룹은 가족법인을 활용해 경영권을 승계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그의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법인 ‘호라이즌(구 호라이즌캐피탈)’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원익 주식 38.18%(약 694만 5000주)를 약 262억 원에 매각했다. 호라이즌은 보유 중이던 50억 원과 이용한 회장으로부터 차입한 약 212억 원으로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 이로써 호라이즌은 기존에 보유했던 원익 지분 8.15%에 더해 총 46.33%의 원익 지분을 보유하게 돼 원익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이렇다 할 매출 없이 당기순손실 6억 원 기록만 냈지만 지배회사 위치에 올라섰다.     온라인 공간에선 일부 세무사들이 가족법인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중견·중소기업에 적극 소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녀가 지분이 많도록 가족법인 지배구조를 세팅한 뒤 가족법인에 대표이사 지분을 매각하면 간접적으로 자녀한테 지분을 승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신설 법인이어서 돈이 없더라도 캐시카우 법인이 있다면 가족법인에 대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대표이사의 주식을 사면 된다”고 설명했다.‘옥상옥 지배구조’ 형성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국내 재계에서 확산 중인 최대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을 꼽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식의 경우 재산의 60% 이상을 상속·증여세로 내야 해 이러한 우회 상속이 생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이 다른데 최고 세율은 50%다. 상속·증여 재산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30억 원에 대한 세액 10억 4000만 원에 초과분의 50%가 추가로 부과된다. 한편 최대주주나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에는 해당 주식 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상속·증여세가 부과된다. 때문에 주식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60%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24/1753335251328583.jpg"/> 제주시 노형동 NXC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오너일가가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상속할 경우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넥슨은 2022년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별세로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의장을 비롯한 유족이 약 10조 원 규모 재산을 상속받았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현금 대신 지주회사 NXC 지분 29.29%를 기획재정부에 물납하는 방식으로 4조 7000억 원을 납부했다. 2022년 기준 100%였던 NXC의 오너일가 지분은 70.71%로 떨어졌다.현행 상속·증여세율에 대해 재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50%에 달하는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높다’고 평가한 중견기업이 89.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상속·증여세 탓에 승계 이후에도 ‘지분 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37.7%)’, ‘경영 악화(33.1%)’, ‘사업 축소(13.2%)’ 등 부정적 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재계에서는 원활한 지배권 이전을 위해 상속·증여세율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단기적으로는 상속·증여세율을 40%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25%까지 인하하는 안을 검토해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24/1753335284069377.jpg"/>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공제 확대 법안이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전문가들은 재계의 기형적 지배구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재계가 제안하는 세율 인하 방식보다 사업용 자산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 더 적절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하고 있다. 또 경영자인 부모가 자녀에게 법인 주식을 낮은 세율로 증여할 수 있도록 돕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일반 증여는 공제 금액이 5000만 원, 세율은 최고 50%에 달한다. 증여세 과세특례의 공제 금액은 10억 원, 세율은 최대 20%로 낮은 편이다. 김우철 교수는 “전체적인 세율 인하는 부동산·주식 투기꾼, 현금 보유자 등 국가 경제 발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의 세금까지 감면해줄 수 있어 문제가 있다”며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들의 ‘사업용 자산’에 대한 승계에 대해서는 공제 한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족법인으로 지분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가족법인과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계열사 간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없었는지, 가족법인이 지주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가격이 적당했는지 등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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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국내 기업 지배구조 진단①] 지주회사 위 개인회사…꼼수 승계하려 '기형화']]></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5773</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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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0 Jul 2025 17:16: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rooney@ilyo.co.kr | 박찬웅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사례가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방식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상당수가 이러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주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영권 승계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불필요한 ‘옥상옥 지배구조’라며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러한 지배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어렵다. 다만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해 이러한 방식의 승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10/1752125193223323.jpg"/>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외벽. 사진=박정훈 기자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92곳 중 오너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가 그룹 내 지주회사의 지분을 직접 또는 우회 보유 중인 기업집단은 17곳 정도로 파악된다. △한화 △DL △하림 △다우키움 △사조 △원익 △영원 등 7개 기업집단은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원익을 제외한 6개 기업집단은 가족회사의 최대주주가 동일인의 자녀로,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를 통한 경영권 승계로 해석되고 있다. 원익그룹도 동일인과 자녀의 지분이 동일해 1주만 더 넘겨줘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자녀에게 넘어갈 수 있다.반면 △태광 △BS(구 보성) △하이트진로 △아이에스지주 △삼표 등 5개 기업집단은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아직 지주회사 최대주주에 오르지는 않은 상태로, 실질적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기업들과 달리 현재 진행 중인 단계로 보인다. 영풍과 애경은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지만 그 지분이 낮아 현재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롯데, 오케이금융그룹, 빗썸 등은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해외법인을 그룹 내 지주회사 주주로  등재하고 있다. 롯데는 국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위로 ‘호텔롯데→롯데홀딩스→광윤사’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광윤사는 일본 부동산 임대 회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분 37.85%를 보유 중이다. 오케이금융그룹은 ‘오케이홀딩스대부→오케이넥스트→J&amp;K 캐피탈’로 지배구조가 이어지는데 최윤 오케이금융그룹 회장이 J&amp;K 캐피탈을 완전 소유하고 있다. 빗썸의 국내 지주회사 빗썸홀딩스는 ‘디에이에이(DAA)→BTHMB홀딩스→SG 브레인 테크놀로지 컨설팅(SG BTC)’으로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다. 싱가포르 법인인 SG BTC의 최대주주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이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10/1752125275310716.jpg"/>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63빌딩). 사진=최준필 기자전문가들은 이러한 옥상옥 지배구조가 최근 기업들의 화두인 ESG 경영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주주 권리 보호, 윤리 준수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ESG 경영 주요 요소인데,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는 대부분 비상장 회사여서 상장 회사보다 공시 의무가 적은 데다 롯데·오케이금융그룹·빗썸처럼 가족회사가 해외법인일 경우에는 국내에 공시할 의무도 없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옥상옥 지배구조는 일반적인 주주 관점이 아닌 전적으로 오너일가의 관점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배구조가 ESG 경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옥상옥 지배구조로 경영권과 부를 승계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ESG 경영을 외치고 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옥상옥 지배구조는 윤리·도덕적 차원에서 비판받을 수 있지만 현행법상 행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황 교수는 “옥상옥 지배구조가 경영권 꼼수 승계 등 오너일가의 의도들은 보이지만 그룹 내 법무팀이 충분한 법리 해석을 통해 문제 요소를 배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공정거래위원회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드러나는 경우에 한해 해당 기업집단을 제재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가족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들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표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 등 오너일가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부당하게 지원한 사례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이 과정에서도 위법성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을 넘거나 그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위 감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데 내부거래가 통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했는지 또는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 내 경쟁력에 불이익을 끼쳤는지 등을 공정위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일례로 한화그룹의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는 별도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2022년 23%, 2023년 32%에서 2024년 35%로 증가 추세다. 내부거래 금액도 1992억 원, 2525억 원, 3376억 원으로 늘었다.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10/1752125404379845.jpg"/>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오너일가의 옥상옥 지배구조를 통한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 이사들이 의사를 결정할 때 우선해야 하는 법적 의무인 ‘이사 충실 의무’가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그동안 공정위가 여러 이유 등으로 기업 내부 거래의 위법성을 판단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주주들이 이사회에 직접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됐고, 이사회는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그룹 내 계열사들이 별다른 검토 없이 지배주주의 개인 또는 가족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주주 충실 의무’에 어긋날 수 있다”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 이제 이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처럼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구 사항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잘 형성된다면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리적으로 볼 때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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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책임 없는 결정권자 ‘미등기 임원’②] 연봉 기준 '깜깜이'…총수님들 천문학적 돈 챙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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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12 Jun 2025 17:51: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workhard@ilyo.co.kr | 정동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오너(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 제도를 활용해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고 권한만 누리는 행태는 ‘연봉’에서도 나타난다. 상법 제388조에 따라 등기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돼 있지만 미등기임원의 보수는 법적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요구되지 않는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612/1749707257398490.jpeg"/> 등기임원의 보수는 상법으로 기준과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미등기임원의 연봉에 대한 것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다. 사진=무료 이미지 생성 AI '드리미나'오너 일가 미등기임원의 연봉은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가량 되기도 한다. 대부분 기업은 미등기임원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해 ‘임원 임금 책정은 내부기준에 의거한다’ 등의 문구로 간단히 명시하고 있다.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등기임원 보수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대기업 총수 중 일부가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연봉 공개를 회피해 해당 개정안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국회에서는 2016년 3월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보수 총액 5억 원 이상 임직원 중 상위 5명의 보수를 매년 두 차례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미등기임원의 연봉 공개는 사생활을 침해해 기업 경영 활동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당 법 개정안은 2018년 시행돼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7년이 지난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돼 있는 총수 일가 연봉이 전문경영인의 그것보다 월등히 많은 행태가 재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한 미등기임원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CJ와 CJ제일제당 등에서 총 193억 80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 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국내 총수(등기·미등기임원 포함)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등기임원, 216억 원 5300만 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612/1749707363170721.jpg"/>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 제공미등기임원 총수 일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개사에서 총 139억 8000만 원을 수령했다. 김 회장이 이들 회사에서 각각 받은 연봉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시스템을 제외하고, 각 사의 임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승연 회장은 미등기임원임에도 대표이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는 한화의 보수 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에서 총 82억 9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총수 일가는 전체 11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7개 사(63.6%)에 미등기임원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비율이 분석 대상 기업들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나 경제개혁연대 등 단체 차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B하이텍 사례가 대표적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회장 등에 각각 34억 5000만 원, 24억 60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준기‧김남호 부자는 DB하이텍에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하이텍은 공시에서 ‘임원 급여기준에 따른 매월 지급액의 누적 지급’이라고 간단히 명시해뒀다.지난 3월 26일 경제개혁연대는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238억 원 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김 회장 부자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2021~2024년 받은 보수 총액과 같다.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 부자가) 회사 지배주주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매년 수십억 원의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지만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막대한 보수가 지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미등기임원 신분인 기업 총수들의 연봉 산정 근거가 대부분 ‘깜깜이’인 현실을 지적하면서 미등기임원의 보수 지급 근거와 체계를 더 정확히,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등기임원 총수가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경영과 전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형태”라며 “‘연봉과 책임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미등기임원 제도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등기임원 총수일지라도 두드러진 기업 실적 기여가 있다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업 성장에 맞춰 총수 임원의 보수가 결정돼야 하며 책임도 다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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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책임 없는 결정권자 ‘미등기임원’①] 대기업 총수 4명 중 1명 '그림자 경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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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hu, 05 Jun 2025 17:09:00]]></pubDate>
            <category><![CDATA[경제]]></category>
            <author><![CDATA[workhard@ilyo.co.kr | 정동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등기임원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되며 상법상 이사로 인정,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주주총회 등의 선임 과정이 생략되며 법적 권한과 책임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실질적 경영 관여는 오히려 등기임원을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기업 풍토에서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에 비해 오너(총수) 일가의 ‘권한’ 강화에 더 유용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너 일가가 기업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등기임원 제도를 이용해 각종 의무와 책임은 회피, 권한만 누리는 이른바 ‘그림자 경영’ 행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종종 나온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605/1749107795703722.jpg"/>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경영 활동에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대기업 오너 일가의 책임 회피와 권한 행사 수단으로 사용된다. 사진=무료 이미지 생성 AI ‘드리미나’등기임원에는 통상 이사와 감사가 포함된다. 이사로 등기된 경우 상법상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충실 의무 책임을 진다. 상법상 겸업금지(제397조)와 자기거래 금지(제398조) 등 책임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임기는 보통 3년이다. 고의나 중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미등기임원은 책임에서 거의 자유롭다. 이사회 의결권이 없어 법적으로 일반 직원과 유사한 지위로 분류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임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여러 편의를 위해 미등기임원을 두고 있다. 경영상 필요한 전문 인력을 비교적 간편한 절차를 거쳐 고용·해고할 수 있어 등기임원에 비해 선호된다. 등기임원과 달리 상법상 임기에 제한이 없어 관련 업무 추진 기간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 오너가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미등기임원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는 ‘명예회장’ ‘대표’ 등 직함을 쓰면서 그룹 전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특정개인)인 집단의 총수 78명 중 20명(25.6%)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이재용) △한화(김승연) △HD현대(정몽준) △신세계(이명희) △CJ(이재현) △DL(이해욱) △미래에셋(박현주) △네이버(이해진) △금호아시아나(박삼구) △DB(김준기) △에코프로(이동채) △이랜드(박성수) △한국타이어(조양래) △태광(이호진) △삼천리(이만득) △대방건설(구교운) △유진(유경선) △BGF(홍석조) △하이트진로(박문덕) △파라다이스(전필립), 총 20곳이다.올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LIG(구본상) △대광(조영훈) △사조(주진우) △빗썸(이정훈) △유코카캐리어스 중에는 LIG만 총수를 미등기임원으로 올려놓고 있다.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 총수 중에는 삼성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게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 중이다. 2019년 10월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된 뒤 현재까지 등기임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임원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법리스크가 일부 남아 있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605/1749096142777042.jp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지난해 3월 회장직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12년째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책임경영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 회장은 2012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직후인 2013년 2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정용진 회장은 지난 2월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지분 10%를 2141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이마트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 회장의 이마트 등기임원 선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마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경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총괄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전부 미등기임원 신분이다.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은 “오너 일가가 지주사나 그룹에서 힘을 싣고 있는 주력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선임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나머지 계열사에서는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는 게 옳은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미등기임원 제도는 유발될 수 있는 경영상 실책과 이슈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일종의 ‘꼼수’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등기임원들이 미등기임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태가 고착화된 점도 비판할 문제”라고 덧붙였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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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창간 33주년 특집 시리즈] '표퓰리즘 대명사'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는 지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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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Fri, 09 May 2025 15:34: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ngs@ilyo.co.kr | 남경식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남미 국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 공약이 실현되면 중남미 두 나라처럼 경제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두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에 빗대는 비판이 많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대규모 무상 복지 정책을 오랫동안 펼쳤다. 이후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 위기에 빠졌다. 두 나라는 복지 포퓰리즘 후폭풍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509/1746756710104681.jpg"/> 2019년 9월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 활동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정치권에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 정부 때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이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책과 판박이라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세를 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를 탔다”며 2019년 9월 베네수엘라 리포트까지 발간했다.국회 회의록 시스템 검색 결과 1948년 5월 제헌 국회부터 2016년 5월 제19대 국회까지 68년간 베네수엘라는 단 11번 언급됐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는 21번, 포퓰리즘은 41번 언급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회에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연일 호명됐다. 제20대 국회(2016년 6월~2020년 5월)에서 베네수엘라는 335번, 아르헨티나는 310번 언급됐다. 제20대 국회에서 포퓰리즘은 633번 언급됐다. 평균 2~3일에 한 번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국회에서 사용된 셈이다.일례로 2018년 9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무성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좌파 사회주의 정책과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다”며 “오늘의 포퓰리즘은 내일의 눈물이며 포퓰리즘으로 일관했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의 불행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로 대표되는 중남미 포퓰리즘은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소환됐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영향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했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7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만 지급되면 민생이 회복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베네수엘라라든지 아르헨티나라든지 그 잘살던 나라들이 망했다. 망했던 근원은 이재명 대표 식의 나눠주기식,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정책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024년 8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 법안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상욱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포퓰리즘 법안을 실행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라며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민주적 방법으로 포퓰리즘에 빠져 독재로 또 국가 부도로 이어지고 그 후에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509/1746756757908553.jpg"/>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섬에서 2016년 9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대규모 무상 복지를 시행해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거론된다.  사진=AP/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중남미 포퓰리즘은 다시 정치권 화두가 됐다. 국민의힘은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포퓰리즘 공약을 앞세운다고 강공을 퍼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단 한 사람을 위해 현행 대법관 14명을 3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2004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는 20명이었던 대법관을 32명으로 늘린 다음 자신의 지지자로 빈자리를 채웠다”며 “민주당은 차베스식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더니 이제는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독재적 발상까지 베끼고 있다”고 비판했다.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겪은 경제 위기 원인이 단순히 복지 포퓰리즘 정책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 4년간 베네수엘라에 머물렀던 윌리엄 노이만은 2022년 발간한 책에서 포퓰리즘 정책 외에도 석유 가격 폭락, 미국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에 빠졌다고 분석했다.중남미 국가 경제를 연구하는 미국 경제학자 마크 와이스브롯은 아르헨티나가 1990년대 초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로 미국 달러에 자국 통화 페소를 일대일로 고정한 환율 제도를 도입하면서 외환 부족으로 경제가 붕괴했다고 2008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주장했다.복지 포퓰리즘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경제 파탄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더라도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또한 두 나라는 포퓰리즘 정권 이후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 갈등과 분열이 계속됐다.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반작용으로 지난 2023년 극우 정권이 탄생하면서 또 다른 혼란에 빠졌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24년 3연임에 성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권력 유지를 위해 야권과 시민 사회를 탄압해 국제적 논란을 빚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509/1746756834292217.jpg"/>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대법원 앞에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23년 12월 27일 운집해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 근절을 외치며 당선됐지만, 대통령 취임 후 복지 정책 축소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아르헨티나는 1895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이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후안 페론 대통령이 1946년부터 10년간 집권한 이후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나라가 됐다.페론 대통령이 펼친 대규모 복지 정책은 ‘페론주의’(Peronism)로 불린다. 페론주의는 좌파 포퓰리즘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페론주의는 현재까지도 아르헨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론주의 찬성과 반대로 아르헨티나 여론은 양극화됐다.페론 대통령은 원래 군인이었다. 1943년 군사 쿠데타에 가담해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노동자 친화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페론 대통령은 1946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무상 복지 확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대규모 복지 정책을 펼쳤다. 페론 대통령 집권 초기 아르헨티나 경제는 성장했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경제가 악화하면서 페론 대통령 지지도는 떨어졌다. 결국 1955년 9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페론 대통령은 축출됐다.페론주의에 반대하는 정권이 들어서도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는 반복됐다. 그때마다 페론주의를 계승한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페론주의 계승을 기치로 내걸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연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키르치네르 정권은 빈곤층에 매달 현금 지원, 무상 주택 공급 확대 등 복지를 대폭 확대했다.2023년 11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포퓰리즘을 척결하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유세를 펼쳤다. 거친 입담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키는 괴짜 정치인이었던 밀레이 대통령의 당선은 페론주의에 대한 강한 반작용으로 해석됐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509/1746756853238945.jpg"/>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25년 2월 20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전기톱을 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밀레이 대통령은 18개였던 정부 부처를 8개로 줄이고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 급진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했다. 밀레이 대통령 당선 뒤 아르헨티나 정부는 16년 만에 재정 흑자를 달성했다. 물가상승률은 2023년 211%에서 2024년 117%로 줄었다.그동안 누려온 복지에 익숙한 시민들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립대학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2024년 4월과 10월 벌어졌다. 연금 축소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2일 열린 시위가 격렬했다. 경찰과 무력 충돌한 시위대 100여 명이 체포됐다.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맞은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좌파 정치 세력이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해 “흠잡을 데 없는 일을 했다”고 치켜세웠다.밀레이 정부는 사법부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시위 중 체포된 인원 대부분을 법원이 석방하자 밀레이 정부는 해당 판사를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야당 동의 없이 대법관을 임명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1980년대 초까지 고도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군인이었던 우고 차베스는 부패 정권을 쓰러뜨리겠다며 1992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차베스는 쿠데타에 실패해 수감된 뒤 1994년 특별사면됐다. 차베스는 정당을 만들어 정치 활동에 나섰고 1998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차베스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대규모 복지 정책을 펼쳤다. 차베스 대통령 집권 이후 빈곤율과 유아 사망률은 감소했다. 하지만 석유산업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흔들렸다.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석유산업 재투자에 사용되지 않으면서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었다. 차베스 정권의 각종 국유화 정책 때문에 외국 기업은 하나둘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갔다.차베스 대통령은 2013년 사망할 때까지 정권을 유지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등 개헌을 반복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사의 방송 허가권 갱신을 불허하는 등 언론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509/1746756877771319.jpg"/>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2024년 7월 30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길바닥에 놓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포스터를 밟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차베스 정권 부통령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는 2013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저가주택 공급 등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이어갔다.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며 맞섰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2019년 1월 벌어진 시위에서 강제 진압으로 35명이 사망했다. 2017년 4월~7월 시위에서는 125명이 숨졌다.마두로 정권이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4년 7월 대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여론조사, 출구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라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극우 성향 베네수엘라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오히려 야권이 부정선거를 시도했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시스템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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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창간 33주년 특집 현지 르포] 태국 16~20세에 43만원씩 '현금 살포'가 경제 부양책 될까]]></title>
            <link>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amp;entry_id=49159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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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CDATA[Tue, 29 Apr 2025 15:40:00]]></pubDate>
            <category><![CDATA[사회]]></category>
            <author><![CDATA[hjoo@ilyo.co.kr | 최희주 기자]]></author>
            <description><![CDATA[[일요신문] 태국은 여러모로 복잡한 정치체제의 나라다. 헌법상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왕실이 상징적 존재로 남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여전히 국왕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429/1745877679768231.jpg"/> 태국 방콕 시내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국왕 부부의 초상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왕실을 향한 태국 국민의 지지는 높은 편이다. 사진=최희주 기자왕실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방콕 시내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국왕 부부의 초상화를 쉽게 볼 수 있다. 규모가 큰 건물이나 공공기관엔 어김없이 왕실을 상징하는 기념물과 조각이 있다. 일반 카페에서조차 선대 국왕들을 찬양하는 서적이 비치돼 있다.왕실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태국 정부와 국회를 향한 민심은 갈대와 같아서 집권당은 포퓰리즘 정책을 자주 내놓는 편이다. 최근 태국 정부는 16~20세 청소년 1명에게 1만 바트(약 43만 원)를 지원하는 현금 지급 정책을 내놨다. 이미 앞서 2024년 9월엔 1차로 취약계층, 2025년 1월엔 2차로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현금이 지급됐다. 16~20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지원은 3차인 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탕 라트’라는 앱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는 이를 ‘디지털 월렛’이라고 부른다.현금성 지원은 한국에서도 논쟁적인 정책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총 13조~18조 원에 달하는 재정 지출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현금 지급 정책은 경제 부양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신문은 해답을 찾기 위해 태국개발연구원(TDRI)을 방문했다. TDRI는 태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다. 주 연구 분야는 경제와 사회 정책 분야로 우리나라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1인당 43만 원 주려면 19조 원 필요한데…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429/1745893944354662.jpg"/> 태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인 태국개발연구원(TDRI)의 노라리 비소냐붓 박사. TDRI는 우리나라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TDRI의 노나릿 비소냐붓 박사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디지털 월렛은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경제 부양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디지털 월렛 정책 집행에 필요한 예산은 총 4500억 바트(약 19조 3000억 원)이다. 태국의 2025 회계연도 예산이 3조 7530억 바트(약 141조 5300억 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정부 예산의 12%나 이 정책에 쓰이는 셈이다.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노나릿 박사는 정부가 예산 마련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을 썼을 것이라 봤다. 첫 번째는 기존 예산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노나릿 박사는 이를 “다른 사업을 밀어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그는 “이렇게 밀려나는 사업 대부분이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예컨대 R&amp;D(연구개발)의 경우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데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잘려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두 번째 방법은 공공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태국의 공공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의 45% 수준이었다. 중소득 국가 기준으로 보면 꽤 좋은 수치였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그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공공부채 비율은 GDP의 60%까지 뛰었다.노나릿 박사는 "디지털 월렛 같은 현금성 지원을 계속하면 공공부채 비율이 GDP의 70%까지 오를 거라는 전망도 있다"며 "정부도 당장 막대한 예산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나눠 단계별로 지급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돈 쏟아부어도 실제 효과는 거의 없어”반면 태국 정부는 이러한 단계적 지원이 경기 침체 속에서 즉각적인 구제책을 제공하고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3차 지원의 경우 모바일 앱을 통해 지역 내에서 사용가능한 디지털 화폐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1인당 1만 바트 디지털 화폐 지급은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의 핵심 공약이었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현금 지급 정책이 국민들로 하여금 소비를 촉진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상하는 GDP 성장률은 1.2~1.6%포인트(p)다. 태국 중앙은행(BOT)을 비롯한 경제학계에서 우려가 쏟아졌지만 태국 정부는 해당 안이 내각을 통과하는 대로 가능한 빨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지역화폐로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은 승수효과에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이 최종적으로는 최초 지출보다 큰 규모의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태국 재무부는 이 정책으로 인한 승수효과가 2.6~2.7%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태국 정부의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시장과 국제기구들은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은행은 태국 GDP 성장률이 1.2~1.6%p가 아닌 단기적으로 0.5~1.0%p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태국 내 경제학자들 분석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예측한 것처럼 돈이 순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TDRI의 포용적 개발 부문 연구책임자인 솜차이 짓수촌 박사는 “16~20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1차 지원보다 경제적 효과가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노나릿 박사 역시 “취약계층과 고령층이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지원금을 저축하거나 수도요금이나 세금을 내는 등 내수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한 곳에 돈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429/1745878133559359.jpg"/> 태국의 여론조사 기관이 2차 지원 대상자인 고령층의 지원금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지원금을 저축이나 세금 납부 등 내수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한 곳에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태국의 금융기관 KKP태국의 금융기관인 KKP가 2차 지원 대상이었던 고령층의 지원금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86.18%가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등 생활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6.26%는 병원비와 약값에 사용했고, 13.66%는 빚을 갚았다고 답했다. 수혜자의 9.24%는 지원금을 생계비로, 8.70%는 교육비로 지출했으며, 4.35%는 복권을 구입했다고 했다.노나릿 박사는 “정부 지원금이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거나 장기적인 소득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경제 전체로 돌아오는 선순환 효과도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트럼프의 관세 정책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까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현재 태국의 국립개발행정연구소(NIDA) 개발경제학 부교수로 재직 중인 유타나 세타프라모테 교수는 “만약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미국과 태국의 상호관세율이 37%가 되면 태국 정부의 재정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미국은 태국에 36% 상호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태국 정부는 4월 24일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최소 5000억 바트(약 21조 3150억 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유타나 교수는 “관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다 보면 디지털 월렛 예산이 부족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복지 정책 뒤 숨은 진짜 의도는? <img src="https://www.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429/1745877984091668.jpg"/>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소(NIDA) 개발경제학 유타나 세타프라모테 교수 역시 디지털 월렛의 숨겨진 의도에 주목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이번 3차 지원을 16~20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에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최희주 기자디지털 월렛의 본래 목적은 침체된 경제 부양과 전국민 디지털 기술 능력 향상이지만 실상은 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타나 교수 역시 전 국민 현금 지급 정책의 숨겨진 의도에 주목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이번 3차 지원을 16~20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에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유타나 교수는 16세 청소년들이 2년 뒤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쯤에서 짚어봐야 할 것은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반문하며 “2년 뒤 총선이 있다. 지금 돈을 받은 이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런 식의 현금 지급 정책은 지지율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정부는 돈이 있다면 계속 주려고 할 것이다. 아마 다음 차례는 근로소득이 있는 자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활용을 높이기 위해 지원금을 디지털 화폐로 도입한다’는 정부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유타나 교수는 “이미 많은 이들이 모바일 뱅킹에 능숙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휴대폰으로 못하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은행(CIMBT)의 수석 경제학자인 아몬텝 차울라는 “현재 GDP의 70%에 달하는 공공부채 비율이 5~10%p 증가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장 국가가 추가적인 부채를 내더라도 장기적으론 더 높은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2024년 태국의 경제 성장률은 2.5%였다. 이는 4~7% 성장한 주요 아세안 국가들보다 뒤처진 수치다. 국가경제사회발전위원회(NESDC)는 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2.3~3.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KDI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경제 성장률은 2.0%였다.일요신문이 만난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을 촉진하는 전략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구조 개혁과 지속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는 사업을 위한 투자야말로 국가 부채 감축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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