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씨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2012년 12월 B 씨는 동거녀인 A 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A 씨의 중학생 딸 C 양에게 접근했다. 안방에 누워 TV를 보다가 잠든 C 양은 부지불식간에 B 씨에게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B 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C 양을 성폭행했다. 지난 2013년 8월에도 B 씨는 C 양을 또 다시 강제로 범했다. C 양이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성이 임신을 했을 때 보이는 증상과 비슷했다. 하지만 C 양은 그러한 증상이 임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C 양은 평소처럼 학교생활을 했다. 학교친구들이나 선생님들도 C 양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C 양 스스로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C 양이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 것은 출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몇 달 동안 속이 거북해 식사마저 어려웠던 C 양은 어머니인 A 씨에게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 A 씨는 속이 불편하다는 C 양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진찰결과 딸인 C 양이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C 양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임신이라 몸의 변화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아 임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출산 예정일이 임박했기 때문에 임신중절 수술도 불가능했다. 결국 C 양은 올해 B 씨의 아이를 출산했다.
A 씨는 딸 C 양이 동거남 B 씨의 성폭행으로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격리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미혼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모두 C 양 혼자의 몫이었다.
C 양은 고민 끝에 지난 8월 미혼모 지원 상담을 하러 구청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한 구청직원이 C 양 출산과정에 의문을 품게 됐다. 결국 이 구청직원은 성폭행에 의한 출산이 의심된다며 앞서의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황은영)는 지난 8월 C 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특례법상 친족 준강간 등)로 B 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B 씨는 의붓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성폭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했다.
그런데 B 씨가 정식 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 어머니 A 씨의 엽기적인 행태가 이어졌다. A 씨는 C 양을 데리고 구치소에 수감된 B 씨를 자주 찾아갔다. 성폭행 피해자인 C 양은 가해자인 B 씨를 수차례 마주해야 했다. 이에 더해 어머니 A 씨는 “아이에게도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며 C 양과 B 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A 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 씨는 본인과 딸 C 양의 이름으로 B 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A 씨는 딸 C 양이 재판에서 증언을 하는 것도 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A 씨가 “B 씨와 딸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 딸에게도 좋다”면서 동거남 B 씨와 딸 C 양의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동거남이었던 B 씨가 갑자기 A 씨의 사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C 양도 법정에서 B 씨의 범행과 관련한 증언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C 양은 법정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며 “나도 원해서 한 결혼”이라며 B 씨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검찰은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 딸을 가해자와 결혼까지 시킨 A 씨의 행동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라 친딸과 동거남의 혼인신고를 한 A 씨의 친권을 일정기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동학대범죄의 특성상 보호자와의 특별한 관계로 인해 피해 진술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 경우 어머니 A 씨에 의해 C 양의 진술이 오염돼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현행법상 법원은 최대 4년까지 학대자의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친권을 정지한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은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도입된 ‘아동보호자문단’은 이 사건을 첫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황은영 부장검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사안이 매우 예민하다.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 외에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딸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동거남을 사위로 맞아들이는 것을 과연 어떤 모성애로 설명해야 할지 사법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