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승연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승연처럼 몇몇 연기자들은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을 통해 연예계 생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 발판이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뒤웅박’처럼 잠시 신분 상승을 이루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또다시 재기를 꿈꾸는 등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 사연을 알아본다.
지난 1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는 <빈집>의 ‘제61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수상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 김기덕 감독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인물은 역시 주인공을 맡은 이승연. 기자회견 내내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지난 일들의 여진이 여전히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위안부 누드집 파동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승연은 이번 영화 캐스팅 과정을 두고도 많은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영화촬영을 이미 시작하고 난 후에도 기자들의 출연 여부 확인요청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없었던 그녀다. 따라서 이번 <빈집>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이 이승연에겐 더더욱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을 것.
김기덕 감독 역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미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이승연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승연씨를 캐스팅했던 이유는 내 영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었고, 개인적으로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히면서도 “그럼에도 캐스팅에 대해 비난하는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빌겠다”고 털어놓았다.
▲ 곽지민,(오른쪽)성현아 | ||
어쨌든 이승연은 이번 영화를 통해 베니스 국제영화제라는 무대에까지 서는 영광을 누렸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이루는 덤을 얻었다. 그러나 이승연의 ‘앞날’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이승연은 “이처럼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라는 진심 어린 바람을 내비치면서도 이승연 특유의 당당한 자신감은 드러내지 못했다.
이미 누드집과 마약파동 등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성현아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칸의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성현아의 ‘재기’는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가수 데뷔라는 또 다른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가수 성현아’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과연 다시 배우로서 평가를 받을 영화 <주홍글씨>에서 성현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이승연의 ‘앞날’이 궁금한 이유도 국제영화제가 성현아의 경우처럼 그녀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디딤돌’만은 아니라는 사실 때문.
김기덕 감독의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에서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곽지민 또한 ‘후광’을 입지 못하고 있다. 곽지민은 현재 MBC 주말드라마 <사랑을 할꺼야>에서 장나라의 동생 역으로 출연중이다. <사마리아>로 주목을 받았던 당시에 비하면 이후의 활약이 미미한 상황.
영화제 출신 스타 중 연기력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이들은 문소리와 강혜정 정도다. 두 사람은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로 영화팬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국제영화제가 ‘재기의 발판’이 아닌 좋은 배우들의 ‘활약무대’로 다져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