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은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 속 정재영. 그는 해외촬영 때 술안주용으로 멸치와 오징어를 챙겨 갔다. 오른쪽은 <연리지> 속 최지우 모습. | ||
길고 긴 밤을 지새우기 위해 배우들은 다양한 필수품을 챙기기 마련이다. 신세대 배우들은 게임기를 제일 먼저 챙긴다. 시간을 때우거나 고된 촬영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데는 게임이 최고.
여배우들의 필수품은 화장품이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촬영기간엔 평상시보다 더욱 철저하게 피부관리를 해줘야하는데, 로케이션 촬영지에 따라 특별 관리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데이지>(감독 유위강, 제작 아이필름) 촬영으로 네덜란드에서 한 달여간을 보낸 전지현은 마스크팩을 특별히 챙겼다. 촬영 틈틈이 강한 조명에 지친 피부를 달래주기 위한 것.
이외에 감정 몰입을 위한 MP3 플레이어 등도 필수품. 우는 장면 등 격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아야하는 신의 촬영을 앞두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정리한다. 최근 모든 촬영을 끝낸 <연리지>(감독 김성중,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최지우 또한 비극적인 마지막 장면을 찍기 직전까지 귀에서 이어폰을 떼지 않았다.
<사랑니>(감독 정지우, 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보여줬던 김정은도 촬영 내내 MP3 플레이어를 생필품으로 챙겼다. 특히 여백이 많은 정지우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선 감정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서야했기 때문이다.
한편 배우에 따라 이색적인 선호품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 제작 필름 잇수다)로 8백만 관객을 웃기고 울린 정재영의 준비물이 재미있다. 타고난 인화력으로 스태프들의 친목도모에 큰 몫을 하는 정재영은 <나의 결혼 원정기>(감독 황병국, 제작 튜브 픽처스) 때 ‘첫경험’을 했다. <아는 여자> <귀여워>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는 정재영이었지만 <나의 결혼 원정기>를 통해 첫 해외로케이션을 하게 된 것.
▲ (왼쪽부터) 이성재, 최민수, 윤소이 | ||
또 정재영은 8월 <웰컴 투 동막골>의 홍보차 일시 서울에 왔다가면서도 스태프들을 위해 선물 보따리를 한가득 챙겨 팀 사기를 고조시켰다.
영화 <홀리데이>에서 맞짱을 벌이는 이성재와 최민수. 각각 교도소 부소장과 탈옥수 지강혁 역을 맡아 연기력과 이미지 변신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이들의 현장 필수품은 도시락이다. 지난 8월 크랭크 인 이후 두 사람은 한 번도 스태프들과 같은 종류의 밥을 먹지 않았다. 매번 특별 주문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것. 특히 카리스마에 죽고 사는 최민수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인데,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이다.
이들은 크랭크 인에 앞서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강한 눈빛과 다져진 몸매로 남성적인 매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지난 8월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최민수는 촬영이 끝나면 숙소에서 2시간가량 물리치료를 받아야만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상태. 제작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촬영에 나선 최민수는 지난 8월부터 시작한 ‘황제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있다.
탈옥수 지강혁 역의 이성재 역시 4개월 동안 꾸준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성재의 주식은 닭고기. 저지방의 닭고기 가슴살로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지방 촬영이 많은 <홀리데이>를 찍으면서 식이요법을 한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 그러나 독하게 마음을 먹은 이들은 매니저에게 부탁해 세트장이 있는 전라북도 익산 등 촬영장 인근 식당을 섭외해 매번 도시락을 공수 받고 있다.
한편 <무영검>(감독 김영준,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팀은 8개월 가까이 횡점, 리장, 운남성 등 중국 대륙을 누비며 강행군을 벌였다. 극중 신현준과 운명적 대결을 벌이는 여전사 연소하로 나오는 윤소이는 자칭타칭 독서광.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20여 권의 책을 챙겼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비롯해 그간 시간에 쫓겨 읽지 못했던 책들을 모두 챙긴 것. 이외에도 현지에서 DVD 플레이어를 구해 올 한 해 한국영화를 모두 섭렵하며 망중한을 즐겼다고 한다.
김수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