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도(위), 2도 | ||
그런 게 아니다. 연승전 때문에 맘을 졸이는 사람은 세계 최강의 이창호 9단이 아니라 아마6단 이창호(41)다. 연승전 진행책임자, 대쉬바둑의 운영팀장이다. 동명이인이다. 한자로는 李昌鎬와 李昌浩로 아슬아슬하게 한 글자만 다르다.
스포츠 용품 사업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실패한 후, 실의의 나날을 인터넷 바둑으로 달래던 중 대쉬바둑과 인연을 맺으면서 바둑 일을 시작했다.
자칭 아마 정상. 한국 바둑계에는 두 명의 이창호가 프로·아마에 군림하고 있다고 큰소리친다. 전화를 받을 때는 꼭 “네, 아마 정상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아이디 작명 실력도 대단하다.
‘사랑의대화’ ‘시를위한시’ ‘낮에쓴편지’ 등등은 본인 것이며 제1회 연승전 우승자 ‘새들처럼(김희중 9단)’도 그의 작품이다. 노래에도 일가견이 있다. 음성이 성우 같아서 가창력도 대단할 것 같지만 그건 아닌데, 모르는 노래가 없다(사실은, 그가 작명한 아이디의 대부분은 가수 이문세의 노래 제목이다).
이제 바둑계 입문 햇수로 불과 4년 남짓이나 지금은 인터넷 바둑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름이 워낙 ‘특이(?)’한 것도 그렇거니와 하수 다루는 솜씨가 또한 프로 뺨치고 채팅의 입담도 일품이다.
본인 말로는 “여성팬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짱”이라는 것. 바둑 둘 줄 아는 전국의 이창호를 불러모아서 ‘이창호(프로)배’ 대회를 여는 것이 아마 이창호의 꿈이다.
[1도]
‘진악산’과 ‘봉화산2003’의 대국이다. 진악산이 백. 13연승까지 내달렸던 강자다. 봉화산2003도 입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백이 우상귀 일대에서는 득을 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엷게 느껴지는 국면. 백의 엷음을 다스려 승세를 확립한 흑의 용병술을 감상해 본다.
흑1·3으로 좌상변을 정리한 후 우하귀로 손을 돌려 5로 씌운 것이, 선악을 당장 논하기는 어렵지만, 재미있는 발상이었다는 평이다. 일단 ‘좌우동형의 중앙’에 해당하는 급소다.
▲ 3도 | ||
실전진행. 백1로 한쪽을 막고 3으로 나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흑4 때 백5로 갖다붙인 것이 좀 이상했다. 다음 백7·9로 흑을 납작하게 누르는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흑6으로 두점머리를 맞은 것이 아프다.
백13으로 귀의 삶을 위협할 때 개의치 않고 흑14로 엄습한 것이 강타였고, 백23 때 귀를 버리면서 흑24로 뛰어 세력을 확장한 것이 또한 대범한 작전이었다.
결국 백33까지 귀는 잡혔지만, 귀는 5궁도화 8수에 공배까지 있으니 10여수. 백은 수를 늘리기 위해 39·41로 계속 기는 동안 흑40에서 42, 양걸침. 이렇게 돼서는 흑의 우세가 확실한 국면(백21은 백7의 곳 패때림). 백5로는 ― 3도처럼 두고 싶다는 것이 전문기사들의 의견.
실전보는 www.dashn.com 대국실, 기보감상코너에서 볼 수 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