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파시스트가 된 청년 마르첼로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파시즘, 성 정치학을 탐구한 세계적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걸작 <순응자>가 주인공 마르첼로 역의 장-루이 트린티냥을 비롯, 여전히 배우로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주연 배우들의 근황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시대의 대세인 파시즘을 선택한 청년 마르첼로 역을 맡아 건조함과 불안함이 깃든 표정으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1960년대의 한 획을 그은 러브 스토리 <남과 여>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프랑스의 국민 배우 장-루이 트린티냥이다. 1955년 로저 바딤 감독의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브리짓 바르도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장-루이 트린티냥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1966년작 <남과 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1969년 미국 아카데미 및 골든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영화 <제트>를 통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신나는 일요일>, 에릭 로메르 감독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나쁜 여인들>,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세가지 색: 레드> 등 거장들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2012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에 출연, 칸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으며 이 작품으로 세자르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에 이른다. 그는 현재 연극 공연을 하며 배우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배우 도미니크 샌다는 <순응자>에서 마르첼로가 암살하려는 과거의 은사 콰드리 교수의 아내 안나 역을 맡아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마르첼로 부부와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보그지의 모델로 활동하던 중 로베르 브레송 감독에게 발탁, <온순한 여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도미니크 샌다는 197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에 빛나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핀치 콘치니의 정원>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를 통해 미국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후 거장들과의 작업을 이어가며 발표되는 한 편 한 편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행운을 누리던 그녀는, 1976년 마우로 볼로그니니 감독과 함께 작업한 <상속녀>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한다. 1970년대 유럽 예술영화를 풍미했던 그녀는 2000년엔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크림슨 리버>에 출연했으며, 2014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생애를 다룬 <생 로랑>에 출연, 여전히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를 드러냈다.
한편, <순응자>에서 전형적인 중산층 출신에 아름답지만 다소 경박한 마르첼로의 아내 줄리아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스테파니아 산드렐리는, 매력적인 외모와 특유의 관능미로 틴토 브라스 감독의 <열쇠>, 비가스 루나 감독의 <하몽 하몽> 등 주로 파격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이탈리아의 국민 여배우다. 이후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해오며 이탈리아의 각종 영화제들을 휩쓸던 그녀는, 2010년 루카 루치니 감독의 <더 퍼스트 뷰티풀 씽>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순응자>는 1월 28일, 영화가 제작된 지 46년 만에 국내 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민지현 온라인 기자jan020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