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과 ‘3천톤급 잠수함 장보고-3 2차사업(Batch-Ⅱ) 탐색개발 사업’의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7월 19일 밝혔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대우조선은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특수선 사업 분할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회원사로 등록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조선협회)는 지난 6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의뢰해 조선업 전반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될 ‘맥킨지 보고서’에는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의 물적 분할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공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부 및 유관 기업이) 곧 논의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5월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특수선 사업부 분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대우조선의 매출은 6조 9200억여 원으로 이 가운데 10% 안팎이 특수선 및 기타 부분의 매출로 파악됐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가 분할할 경우 약 1조 원의 매출과 6~7%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특수선의 수주 잔고는 전사 물량의 10%에 달한다.
맥킨지는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컨설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대우조선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분할 쪽에 힘을 싣는 분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산업은행이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의 방산사업을 떼어 내 매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분리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8일 이 회장의 인터뷰가 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같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특수선 사업 부문 분할 매각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우조선의 감사를 지낸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방산(특수선) 사업부의 분할 매각은 절대 안 된다”며 “방산 사업부는 대우조선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익이 나는 사업부인데 이를 매각한다면 대우조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원은 매각을 전제하지 않은 분할에 대해선 찬성 의사를 밝혔다. 대우조선의 자회사로서 충분히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모두 77조 원을 투입해 전력 강화 등 국방개혁을 추진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3000t급 중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장보고 3차 사업’, 18척의 초계함을 대체하는 ‘차기호위함 사업’ 등이다. 대우조선은 이들 사업의 파트너로서 이미 연구개발에 참여했거나 추가적인 계약 수주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즉 대우조선 분할 매각설은 특수선 사업부의 탄탄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수요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정치권도 특수선 사업 부분 분할 매각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우조선의 감사를 지낸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같은 날 “방산(특수선) 사업부의 분할 매각은 절대 안 된다”며 “방산 사업부는 대우조선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익이 나는 사업부다. 이를 매각한다면 대우조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 DB
그러나 특수선 사업부를 바라보는 동종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먼저 한화는 지난 8월 30일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 인수 관련 보도에 대해 “전혀 검토된 바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한화 관계자는 “분할 여부도 확실치 않은데 우리가 먼저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중공업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수와 관련해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서도 “그것(인수)과 관련해 (산업은행 등과)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우조선의 경쟁업체인 한진중공업, 무기 제조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LIG넥스원 등을 인수 후보로 거론하지만 자금력, 인수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정부가 ‘노른자’인 특수선 사업부를 아무 조건 없이 내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2008~2009년 대우조선 매각 시도 때에도 ‘방위사업 분야를 해외에 넘길 수 없다’며 해외 업체로 매각 가능성은 배제했다.
군 안팎에선 방산업계의 시장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각 방산업체는 국내 수주건의 경우 ‘최저가 입찰’을 통해 물량을 받고 있는데 덤핑 경쟁이 심해지면서 그 문제가 속속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업체 간 가격 경쟁을 하면 우리 조직(군) 입장에선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계약업체, 또는 하청업체에 전가된다. 이 과정에서 결국 최종 납품된 무기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에서 보니 방산 비리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대우조선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영국,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태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는 세계 1위 방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글로벌 다목적 전투함 시장 동반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도 맺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대우조선은 1000억 원 이상의 굵직한 함정 입찰에서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에 밀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입찰에서 경쟁업체는 70%대의 투찰률을 나타냈다. 이는 만약 대우조선이 특수선 사업부를 분할 매각하더라도 시장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정상화 해법을 찾고 있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답답한 대목이다.
강현석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