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9년 2개월 만에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지지율 한 자릿수에 허덕이는 국민의당, 정계개편 한복판에 선 바른정당 등은 그야말로 혹한기를 겪고 있다. 그러자 여당 내부에선 “이럴 때일수록 말조심을 해야 한다”며 몸 낮추기에 나섰다. 사실상 ‘로우키 오더’를 내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마치고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피감기관 국회 대관업무의 핵심은 ▲각 상임위원회 법안 등 현안 파악 ▲정가 동향 수집 ▲인맥 쌓기 등이다. 정부기관 등에선 5급 사무관이나 6급 주무관이,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선 전략기획실이, 대기업 등 민간기업에선 대외협력팀 등이 각각 대관업무를 맡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실과 상임위 문을 두드렸던 이들은 민주당 의원 인맥 쌓기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 의원실 한 보좌관은 “여당과 야당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도 “다만 집권 초기인 만큼 자나 깨나 말·행동 조심”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보좌관은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인사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몸이 달기는 정부기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여당에서 정부조직개편을 주도하는 인사는 누구냐”라며 친분 있는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물었다.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능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 민주당 의원)가 정부조직 개편에 시동을 걸자,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도 인맥 쌓기 특명이 내려진 것이다. 국감정국 기간 상임위 법안과 증인·참고인 채택 동향 파악해 로비하는 것은 이들의 대표적인 임무다.
야당은 집권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고공행진 속에서 숨죽인 채 역공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당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은 야당 소속을 낯설어하면서도 “제1야당의 본색을 보여줘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한 관계자는 “창 역할을 하는 야당 포지션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감을 시작으로, 예산정국이 열리면 반등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휩싸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당직자들은 “한 치 앞도 모르겠다”면서 “일단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