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식-3선 의원(7·8·9대)을 역임한 민기식 전 육군대장은 대단한 애주가였다. 신당동 그의 자택에서 함께 술을 마셔본 사람들은 다 기억할 거라는 에피소드 하나. 민 장군은 술 마실 때면 오른 손으로는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는 계속 발바닥과 발가락을 만지작거렸다고 한다. 그러다가는 그 손으로 얼음을 집어넣어 자기 잔에도 넣고 상대방 잔에도 넣어주곤 했다고. 처음 그 술잔을 입에 댈 때는 발바닥 냄새를 맡는 기분이 들었는데 자주 술자리를 같이하다보니 나중엔 그 버릇이 옮겨와 신 전 의원도 집에서 여러 번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김상현-6선을 지낸 김상현 전 의원은 반반한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그 물건을 주어버리곤 해서 집 안에 남아나는 게 없었다고 한다. 신 전 의원도 1960년대 후반 일본에 다녀온 김 전 의원이 테니스 라켓을 하나 주어서 그 라켓으로 테니스와의 인연을 쌓았다고 한다(신 전 의원은 이후 한국 테니스협회 이사까지 역임했다).
조윤형-조병옥 박사의 장남이자 조순형 의원(자유선진당)의 형인 고 조윤형 전 의원은 미국서 명문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어느 날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고흥문 전 의원이 부인상을 당해 절친한 사이였던 조 전 의원이 그 집으로 문상을 갔었다고 한다. 고 전 의원에게 머리 숙여 조문을 하는데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지 조 전 의원이 “형님! 요즘 별 일 없으시지요?” 했다는 것. 그 말을 들은 고 전 의원이 하도 기가 막혀 “야 이놈아! 마누라가 죽었는데 별일이 없냐?”하며 서로 웃고 말았다고 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