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착공·미분양 우려에 여전한 검단신도시 리스크까지…업계 “고금리 정책에선 불황 벗어나기 어려워”
태영건설은 최근 높은 PF 우발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PF 계약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PF 계약은 시행사가 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것이다. 시행사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해당 차입금은 시공사에 넘어간다. 그런데 최근 경기 악화로 시행사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 우려’ 코오롱글로벌과 신세계건설
코오롱글로벌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1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문제는 코오롱글로벌 사업장 중 상당수가 미착공 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같은 불경기에서는 착공 시기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착공이 늦어지거나 끝내 착공하지 않으면 시행사로서는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진다. 착공하더라도 성공적인 분양은 장담할 수 없다.
코오롱글로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1704억 원이다. PF 우발채무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코오롱글로벌의 영업이익은 2022년 1~3분기 1932억 원에서 2023년 1~3분기 456억 원으로 76.39% 감소하는 등 수익성도 하락세에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3년 초 자동차 판매 사업부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넘겼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3년 1~3분기 28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알짜 사업부였다.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지분법상 이익도 챙길 수 없다.
권준성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오롱글로벌의 미착공 현장 관련 부동산 PF 금액은 약 7351억 원으로 자본완충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며 지방 사업장 중심으로 높은 미분양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실화 리스크가 이전 대비 상승했다”며 “콘크리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 사업장 전반의 예정 원가율이 이전 대비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저하된 영업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세계건설도 미착공·미분양 리스크가 불안 요인이다. 특히 신세계건설이 대구광역시에서 시공한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이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2023년 1~3분기 9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실적도 좋지 않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255.88%에서 2023년 9월 말 467.85%로 증가했다. 신세계건설 모회사인 이마트의 영업이익도 2022년 1~3분기 1229억 원에서 2023년 1~3분기 386억 원으로 68.61% 감소했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에 대해 “대부분 진행 현장의 원가율이 높은 수준이고, 미분양 사업장 관련 영업자산의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방 신규 추진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사업성 및 분양리스크 통제 수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세계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자본 확충 및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GS건설과 동부건설은 검단신도시 리스크
GS건설과 동부건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몇 년간 수처리 사업과 모듈러 사업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GS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214.53%에서 2023년 9월 말 250.30%로 늘었다. 특히 GS건설은 2023년 4월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2층 슬래브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GS건설은 2023년 7월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 등으로 5500억 원을 손실로 반영하면서 2023년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검단신도시 사태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GS건설의 최근 수익성은 하락세에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장관 직권으로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시에 GS건설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추가로 요청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1월 중 GS건설에 대한 징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GS건설로서는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동부건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부건설은 2021년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850억 원을 출자했고, 2021년과 2022년 사업 용지 매입에 수천억 원을 지출했다.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154.78%에서 2023년 9월 말 206.33%로 증가했다.
GS건설은 검단신도시 시공을 맡는 과정에서 동부건설, 대보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GS건설은 검단신도시 사고와 관련해 동부건설과 대보건설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부건설의 국토부 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는 GS건설에 내릴 처분을 시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GS건설과 동부건설의 PF 우발채무는 높지 않고,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다른 건설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두 회사가 재무위기를 겪더라도 워크아웃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건설업계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GS건설은 2023년 들어 신사업 매출이 확대되며 이익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건축 부문의 이익 축소를 상쇄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동부건설은) 운전 자본부담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잔여 토지대금의 납부도 2024년까지 예정되어 있어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수익 구조 자체가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한 후 상환하는 시스템인데 현재와 같은 고금리 정책에서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수익성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고, 리스크 관리를 잘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사전에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GS건설과 동부건설은 검단신도시 사고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유동성에 대해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엄청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도 “공공사업 비중이 높아 사업 자체에 대한 리스크는 낮고, 아직까지는 크게 무리가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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