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제작과 관련된 각계각층 ‘정보맨’들은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룸살롱 등 밀실에서 은밀히 정보를 교환한다. 사진은 영화 <찌라시> 스틸컷.
찌라시는 통상 4단계에 걸쳐 제작 및 전파된다. 1단계는 각계각층 정보 관련 계통의 선수, 즉 ‘정보맨’들의 비공식 회의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모이는 장소는 대부분 단골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이다. 밀실에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회의 참가자 외에는 알 수 없다.
새로운 정보맨이 합류할 때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찌라시>에서 주인공 우곤(김강우 분)은 정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연예계 비화를 공개하며 기존 멤버들의 신뢰를 얻었다. 실제로도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은 정보맨이라 할지라도 신규 멤버로 최종 합류를 결정하기까지 상당 기간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는 본격적인 정보 교류다. 정보맨들은 대부분 현업에 몸담고 있다. 때문에 각 분야에서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알토란 같은 정보가 오간다. 실제 기업체 정보 담당, 정치 관계자, 기자, 국가 기관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맥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100% 확인되지 않았어도 꽤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공유된다.
회의가 시작되면 모든 정보맨들은 우선 휴대폰을 반납한다. 정보 회의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도청할 수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찌라시의 가장 큰 무기는 익명성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피해를 입히고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 수 없도록 다른 정보맨에게 들은 정보는 메모지에 수기로만 작성한다.
3단계는 본격적인 찌라시의 제작이다. 정보맨들의 회의에서 공유된 이야기는 일명 ‘공장’이라 불리는 찌라시 제작업자들에게 전달된다. 영화 속에서는 전직 기자인 박 사장(정진영 분)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일정한 형식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보가 담기면 비로소 찌라시가 완성된다.
마지막 4단계는 유통 및 배포다. 완성된 찌라시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등 각 분야 별로 정리돼 유료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된다. 물론 공짜는 없다. 찌라시의 수준과 정확도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이 약 300만~600만 원의 1년 구독료를 지불한다. 보안을 위해 새로운 찌라시가 발송될 때마다 접속 비밀번호를 변경하기도 한다.
<찌라시>의 연출을 맡은 김광식 감독은 “영화 시작 단계부터 실제 찌라시 제작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재했다. 사실 찌라시는 명예훼손을 비롯해 여러 가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은밀한 과정을 거쳐 전파된다. 때문에 대부분은 신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정보화 사회에서 필수불가결 요소인 정보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면서 결국은 찌라시로 전락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맨들의 입장에서 찌라시 제작은 일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관련된 좋지 않은 정보가 도는 것을 미리 파악해 대처하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정치권 인사나 거대 기업들은 작은 루머 하나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정보맨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또 다른 집단이 만들어낸 찌라시를 유료 구독해 읽으며 위험을 최소화한다.
찌라시가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곳은 증권가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만큼 루머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찌라시에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포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가십 전파를 넘어 각 기업의 CF모델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연예인과 정치인, 혹은 재벌가의 염문설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연예 이슈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를 덮기 위해 검찰이 연예계 사건을 들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은 연예 이슈가 큰 관심을 갖는다. 때문에 찌라시를 만드는 업자들의 정보 회의에는 연예 관계자들도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찌라시 내용 중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가십성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면 통상 대중들이 SNS를 통해 받아보는 ‘찌라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권의 찌라시 내에서 연예계 관련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게다가 찌라시를 통한 연예인들의 인권 침해 사례가 늘면서 최근 찌라시에서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빈자리를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이 상상력에 기대 쓴 연예계 찌라시가 파고들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해 정보의 유통 방식이 간결해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말의 근거조차 없는 연예계 찌라시가 판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가끔은 연예부 기자들이 기사화시킬 수는 없지만 언론사 내부 서버에 올린 정보보고가 유출돼 찌라시처럼 돌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요즘 대부분 연예계 찌라시는 공개된 정보에 창작을 덧댄 소설에 불과하다. 95% 이상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