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창업시장에서는 스몰비어 등 소규모 점포와 한식뷔페 등이 전문화된 형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한 창업박람회에 사람들이 성황을 이룬 모습. 연합뉴스
창업 전문가들은 2014년 창업시장의 키워드를 ‘불황 속 안정추구’와 ‘기존 업종의 진화’로 꼽았다. 상반기 세월호 사건으로 얼어붙은 소비는 하반기에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창업 수요 측면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해 잠재적인 창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경기불황 속에서 안정적인 창업을 원하는 창업자들의 심리를 반영, 눈치 보기와 신중한 창업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치솟는 임대료와 높은 창업비용으로 자영업 폐업율이 높아지자, 신규 창업자들은 소극적 창업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투자비와 운영비 거품을 뺀 33㎡(약 10평) 이하 미니 점포에서 월평균 500만 원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창업자들이 늘었다. 점포 규모가 작아지면 인건비와 관리비가 적게 들기에 안정적인 수익성이 장점. 이를 활용해 간편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스몰비어(Small-Beer), 도시락, 밥버거 등이 소극적 창업수요와 맞아 떨어지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 중 스몰비어는 그동안 대형 호프집과 치킨점이 주도해 왔던 생맥주점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올해 창업시장을 뜨겁게 달군 아이템 중 하나다. 주로 주택가 상권에서 66㎡ 이하 점포로 진출하면서 맥주와 감자튀김이라는 단출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1인당 5000~6000원의 객단가로 간단하게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불황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소규모 점포에 단순한 메뉴 구성, 손으로 먹는 메뉴의 특성, 간단한 조리, 짧은 조리시간 등 점포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어 창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위에서부터 ‘설빙’, ‘모리샤브’, ‘풀잎채’ 매장 모습.
소형 점포 업종인 도시락, ‘밥버거’도 인기를 끌었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성향과 소자본 창업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솥도시락’ 등 기존 간편식 전문점은 메뉴 강화에 나서며 고객잡기에 힘썼다. 밥버거는 보증금 등을 제외한 순수 창업비용이 3000만 원대로 소자본 창업자들이 대거 몰렸다. ‘봉구스밥버거’의 경우 가맹점 수가 950개를 넘어섰고 10여 브랜드가 성업 중이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최근에 등장한 밥버거, 스몰비어 등은 단조로운 메뉴 구성과 낮은 객단가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미니 점포는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들에게 현실성 있는 아이템이지만, 임대료가 높은 중심 상권이나 1층 점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샐러드바와 한식뷔페와 같이 과거 저평가됐던 업종이나 노후화된 업종이 세분화, 전문화를 통해 하반기 들어 재평가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샐러드바를 더한 샤브샤브전문점과 메뉴가 보다 전문화된 한식뷔페는 식사시간대 1시간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불황속 호황을 누렸다. 한식뷔페와 샤브샤브&샐러드바는 웰빙과 건강이라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점, 다양한 음식을 한 공간에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점, 다양한 연령층을 두루두루 만족시킨다는 점, 또 이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점 등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카페시장에서는 커피가 아닌 간편식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디저트카페가 유난히 많이 출현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빙수카페인데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설빙’을 필두로 여러 빙수 전문점이 여름 창업시장을 강타했다. 빙수전문점의 폭발적인 인기는 기존에 창업 아이템으로 선호도가 높은 커피전문점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차별화된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창업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4월 부산에서 출발한 ‘설빙’은 강남, 홍대, 가로수길, 명동 등 서울의 주요 상권에 진출, 2014년 12월 현재 전국에 500여 점포를 운영 중이다.
‘봉구비어’는 전국 600여개 매장을 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매업 시장에서는 향초전문점(캔들숍)의 약진이 돋보였다. 캔들숍의 경우 백화점이나 쇼핑몰 상권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오프라인 중심의 오피스상권까지 깊숙이 출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캔들숍이 깨끗하고 운영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신규 브랜드 수의 증가와 가맹점 수익성 증가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성과 관련한 보다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업종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갖는 베이비부머세대 창업자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외국인전용 도시민박인 게스트하우스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상권은 서울 홍대와 제주도.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홍대 상권의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포화상태이며 현재 다른 지역으로 영토를 점차 확장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