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로는 ‘한계’ 수사 전환 불가피, 공수처도 나설 가능성…‘선거 개입’ 입증 여부가 관건
#일단 대검 감찰부 나섰지만…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김오수 검찰총장은 감찰부를 통한 감찰을 지시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제보자 역시 이를 검찰에 공익제보하면서 감찰부가 나설 명분도 생겼다. 고발장을 작성,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컴퓨터를 확보해 포렌식에 들어갔다.
확인해야 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손준성 검사가 2020년 4월 초, 김웅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에게 고발장과 판결문(제보자 지 씨 관련 개인정보가 담긴)을 넘겼는지 여부다. 감찰부는 컴퓨터에서는 고발장 작성 여부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 KICS)에서는 실명 판결문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감찰로는 한계가 있다. 감찰부가 확인해야 할 대상은 손준성 검사뿐이다. 감찰 대상에 전직 검사(윤석열 전 검찰총장)는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찰부 내부 기류도 심상찮다. 입증의 한계를 이미 예상하고 있다. 대검 감찰 파트 소식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실명 판결문의 경우 공개된 정보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 여러 의견이 있고, 고발장 작성 여부도 단순히 문건이 컴퓨터에서 나온다고 해서 확인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손준성 검사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감찰로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강제수사로의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사건 관계자들이 “검찰에서 사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한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김웅 국회의원과 손준성 검사, 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가 관련 의혹을 전면 내지는 일부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감찰에 준하는 진상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조만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그런 전제에서 한계가 있다면 수사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시인했다. 당초 “법무부와 대검에 의한 합동감찰 등 추가적인 조처를 고려하겠다”며 감찰 확대 카드를 옵션으로 제안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손준성 검사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정도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범죄정보를 모으기 위한 수사정보정책관이 직권을 남용해 업무 외적인 일을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 역시 이를 지시했다는 게 입증될 경우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입증 가능 여부다. 일단 손 검사의 업무용 컴퓨터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3개월마다 디가우징(하드디스크를 지워 복구가 안되게 하는 기술)을 한다고 한다. 휴대전화 역시 텔레그램 메신저는 데이터를 삭제할 경우 복구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관련 혐의를 인정하는 듯 발언한 이는 김웅 의원뿐이다.
하지만 김웅 의원 조차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취지만 인정했을 뿐, ‘작성된 고발장을 손 검사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적은 없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의혹을 제기한 텔레그램 화면 속 ‘손준성 보냄’이 유일한 증거이지만, 화면 속 고발장을 손준성 검사가 검토한 것인지, 작성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검찰이 벌써부터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이유다. 수사를 신속하게 해서라도 사실관계를 입증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검찰청은 수사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수사인력을 4, 5명 정도 충원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변수는 공수처다. 이미 시민단체는 9월 6일 윤석열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 등을 직권남용 등 5개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후 이틀 만에 고발인도 조사하면서 정식 수사 착수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는데, 공수처가 나설 경우 검찰과 공수처가 모두 사건을 수사할 수도 있다. 검찰은 ‘감찰 차원에서 확대된 수사’를, 공수처는 ‘고발된 사건의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정치 개입 확인’이라는 명목 하에 수사 주도를 고집할 경우, 공수처가 개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6대 범죄에 속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고,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 및 기소권한이 있다.
#수사 장기화 땐 역풍 불가피
문제는 속도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더라도,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사건이 장기화되면 역풍이 불가피하다. 특히 검찰의 경우 ‘무혐의’ 처분을 빠르게 내리면 검찰개혁 필요성이 거론되고, ‘수사 장기화’를 선택할 경우 정권이 교체된 뒤가 부담스럽다. 공수처 역시 장기화 카드를 선택할 경우 ‘대선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권에서 제보자로 지목된 인사는 “나는 제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여당 A 캠프로 가려 한다” “여당 내 특정 국회의원과 사전 접촉을 했다고 한다” 등의 풍문이 나돌고 있다. 김웅 의원도 제보자가 특정인사의 대선 캠프에 소속돼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하며, 정치적인 의혹 제기라고 주장한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은 입증이 쉽지 않고, 윤석열 당시 총장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 않느냐”며 “공수처와 검찰이 정말 사실관계만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둘 다 같은 결과를 내놓을 때 그나마 정치권이나 여론 모두 납득하겠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고 목적이 다른 조직이라서 같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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