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손문성 “사실무근” 김웅 “발신자 몰라”…법조계 “입증 난항” 예상 속 뉴스버스 후속보도 관심
사실 관계 여부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총장이 자신의 측근을 통해 고발을 유도하고 검찰 수사권으로 더 이상의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입증을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들이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인데, 대다수의 법조인들이 ‘중립’의 태도로 사건을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매체 기사가 쏘아올린 파장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가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형사고발을 요청했다는 보도였다. 고발 요청 대상자로 지목된 이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손준성 검사가 채널A와의 검언유착 사건 및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 대한 고발장 및 관련 인사의 판결문을 전달하고 고발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범 여권 정치인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과 성명불상자 등 모두 11명이었다.
손준성 검사와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인데, 문제는 김웅 의원의 답변이 조금 달랐다는 점이다. 판결문을 포함한 문제의 고발 사주 문건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김 의원은 문건 존재는 부인하지 않으면서 발신자는 알 수 없다는 애매한 답을 내놨다. 그는 “전달만 한 것 같다.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 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사실일 수 있다고 회상했다. 다만 제보를 받은 메신저 대화방을 지워 보낸 사람이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당연히 논란은 확산됐다.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재직 중인 손준성 검사는 9월 3일 연차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언론에는 “전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해명할 것도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검과 법무부도 나섰다. 보도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감찰3과가 조사를 하게 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문제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3일 출근길에 “손준성 인권보호관이 업무를 계속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것까지 포함해서 신속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 감찰관실 역시 사실 확인 및 법리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정치권 파장 불가피, 윤석열까지 개입 입증 난항
정치권에서는 공세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검찰이 국가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를 자행했다”며 “검찰의 검찰권 사유화이고, 명백한 권력 범죄”라고 비난했다.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9월 6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여당 후보를 불리하게 만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검찰권을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일단 윤 예비후보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실제 고발로는 이어지지 않은 점도 윤석열 측이 내세우는 사실무근의 근거들이다. 윤 예비후보는 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는 고발 사주 같은 것을 지시한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조사를 좀 해서 저희 무관함이 밝혀지면, 이 문제를 가지고 저의 책임을 운운하고 공작으로 공격했던 정치인들은 이제 좀 국민들 보는 앞에서 물러가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사실 관계 파악이 힘든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물증이 언론사에서 공개한 캡처 자료밖에 없는 상황에서 손준성 검사가 당시 어떻게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받고 야당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 및 판결문을 전달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당사자 중 한 명(손준성)은 ‘아니’라고 하고 나머지 한 명(김웅)은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입증이지 않냐”며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한다고 해도 사실이었다고 결론짓기는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손준성 검사가 실제로 고발장을 넘겼다면 심증적으로는 윤석열 총장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냐”라면서도 “이를 실제 ‘사실’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확보해 입증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현재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서 공개한 내용들이 전부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침 윤석열 전 총장도 3일 기자들과 만나 “있으면 (증거를) 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수는 '뉴스버스'의 후속 보도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뉴스버스' 측은 9월 2일 보도와 함께 공개된 고발장 표지 외에 나머지 내용 및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실명 판결문 등 증거 자료로 넘겨진 취재자료 다수를 거론하며 의혹을 입증할 추가 보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검사들이 중립의 위치에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예의주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지 않고 유승민 캠프에 들어간 검사 출신 김웅 의원과 아직 검사인 손준성, 그리고 이 둘의 조사를 통해 확인될 사실 관계에 따라 대선 유력 후보 윤석열의 거취가 결정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의혹이 사실인지를 입증하기는 힘들지만 만에 하나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 추가 개혁 필요성’이 거론될 만큼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 역시 “기사를 보고 ‘누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겠냐’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사실일 경우에 ‘너무 큰 논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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