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교수는 연제구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위원 간 의견 교환 등의 과정 없이 찬반만 표시하는 ‘서면 심의’를 진행해 심의권 행사와 민원인의 알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2025년 3월로, 이때는 관련 법률이나 조례에 서면 심의의 명시적 근거가 없었다. 김 교수는 구두와 서면으로 여러 차례 연제구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연제구는 2025년 7월부터 조례를 개정해 서면 심의의 명확한 근거를 마련했다.
김 교수는 개선은커녕 뒤늦게 서면 심의를 정당화했다며 연제구 측의 대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 교수는 ‘일요신문i’와의 인터뷰에서 “(연제구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담당자가 시정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이후 위원들에게 안내도 없이 조례를 개정해버렸다”면서 “‘심의’는 각 위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심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결정에 대한 O·X만 표기하도록 해 위원들 간 의견 교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제구 정보공개심의위원장은 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를 청구한 민원인의 알 권리도 침해했다”면서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심의 참석자나 표결 결과 등을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확인한 회의록에는 이러한 사항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회의록에 서면 심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남겨 달라는 요청도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해선 따로 전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면 심의는 위원별 의견이 반영된 심의 의견서를 통해 의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면 심의와 동일하게 심의권이 보장되고 있다”면서 “조례 개정 역시 서면 심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개정 이전 조례에서도 서면 심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이전 조례에는 ‘위원회 회의는 출석 회의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안건이 경미하거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위원의 출석에 의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2024년 11월에는 서면 심의를 둘러싼 대구시의원과 대구시청 간 갈등이 있었다. 당시 이성오 대구시의원은 “대구시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100% 서면으로 진행돼 공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측은 “대면 심의가 필요한지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서면으로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구시 조례에 따르면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라고 돼 있으며, 서면 심의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정보공개 운영안내서에서는 ‘출석(대면) 심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돼 있다. ‘일요신문i’가 연제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총 11차례 회의가 개최됐다. 이 가운데 6차례가 서면 심의였고, 대면 심의는 5차례였다. 같은 기간 민원인의 이의 신청이 안건으로 올라온 9차례의 회의에서 연제구의 원처분이 번복된 사례는 없었으며 모두 기각됐다.
김 교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내부위원이 모두 간부인 상황에서 비공개된 정보를 다시 공개하라고 뒤집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연제구 심의위 위원장은 부구청장이, 부위원장은 행정문화국장이 맡고 있다. 또한 정보공개법상 외부위원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김 교수는 “이들을 위촉하는 주체도 연제구청이라는 점이 심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내부위원이 정보공개심위원장을 맡는 관행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정보공개법 12조에 따르면 심의위 위원장은 심의위원 자격을 갖춘 이들 중에서 국가기관의 장이 지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부구청장), 경남 함안군(부군수), 강원 속초시(행정국장), 금융위원회(행정인사과장), 원자력안전위원회(사무처장) 등 공공기관과 지자체 상당수가 내부위원을 위원장으로 두고 있다.
위원장을 내부위원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심의위의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훼손하진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위원장을 내부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이 법 위반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행정적 책임을 외부위원에게 지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면서 “정보공개법에도 외부위원이 3분의 2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심의 과정에서 견제 장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씨는 2025년 8월 관악경찰서에 자신의 이의신청 절차를 심의한 위원들의 이름과 직위, 소속, 부서, 외부위원과 관악경찰서 및 경찰서 직원과의 관계 등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관악경찰서에선 “내부 검토 과정 정보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며 해당 정보에 대한 전면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정 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재판부는 심의위원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 책임행정이라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단지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정보공개심의위원회 내부의 원만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방해할 염려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심의) 당사자가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심의위 위원들의 기본적 인적사항을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정 씨는 ‘일요신문i’에 “경찰의 정보공개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가 과연 법률상 적법하고 공정하게 심의되었는지 의문을 갖게 됐고, 이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그간 관행적인 전면 비공개로 봉쇄되어 온 국민의 ‘기피·제척 신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정보공개 이의절차 역시 국민의 감시와 적법절차 검증 대상임을 명확히 한 중요한 사법적 이정표”라고 말했다. 다만 정 씨는 자신의 청구가 일부 기각된 판결에 불복해 8월 6일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지역 정보공개심위원회 한 위원은 “정보공개청구와 심의위원회에 관련된 법률과 각 기관 조례는 전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위원장을 맡는 내부 위원이나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 주도로 임명되는 위원들의 경우 기존 처분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며, 심의 자체도 서면 등 날림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원인이 기대하는 공정한 심사 결과를 보장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