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한 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외출은 심리·언어·인지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A 씨의 어머니인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어려워해 전공과 관계없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올해는 진학에 실패했다”며 “지금은 사실상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주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4%는 자녀 또는 가족인 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취업 중이라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4.5%였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고용동향 기준으로 2026년 3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3%였다.
경계선지능인이 취업하지 못한 이유로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7.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비정규직이 70.7%로 정규직(26.8%)보다 훨씬 높았으며, 종사 직종은 서비스업(34.1%)이 가장 많았다.
경계선지능인인 B 씨(여·24)도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의 도움으로 꾸준히 사회성 훈련과 또래 모임에 참여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청년재단의 단기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
B 씨의 어머니인 홍세영 씨는 ‘일요신문i’에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을 많이 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이 속도에 맞게 기다려주고 적응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업무 성과도 낼 수 있는데 요즘 기업들은 일반 청년들도 경력자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들은 업무 지시를 이해하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경계선지능인이라 소개한 27세 청년이 “처음 취업했지만 일을 알려줘도 이해 속도가 느리고 기억력이 낮아 입사 일주일 만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직장 상사가 업무와 관련해 질문하는 것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원 수준과 내용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상당수 사업이 단기 프로그램이나 체험 위주에 머물러 있고, 지속적인 취업이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인 직업 훈련 과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의 배경에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별도의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은 등록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 훈련이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직접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일반 청년 취업시장에서는 인지·사회성 특성으로 인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생애주기별로 경계선지능인을 만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포괄하는 기본법이나 종합 지원체계는 없다”며 “결국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