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마을에도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이 있었지만 마을 언덕길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경로당에는 회원 약 50명이 등록돼 있지만 이날 오후 경로당을 찾은 주민은 7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폭염 기간 오후 9시까지 운영했지만 이용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점도 이용 장벽이다. 65세 미만 비회원이나 마을 아래쪽 주민은 도보 15분가량 떨어진 홍제2동·홍제3동 주민센터를 찾아야 했다. 인근 주민 김 아무개 씨는 “아직 경로당을 이용할 나이가 아니고,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회비도 내야 한다”며 “언덕 아래 주민센터나 무료급식소가 있긴 하지만, 더운 날에는 그곳까지 오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로당은 65세 이상만 이용이 가능한 특정 계층 이용시설이다. 더욱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65세 이상의 시민일지라도 비회원의 경우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다. 서울시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서울 시내 무더위쉼터 4068곳 가운데 경로당은 2603곳으로 전체의 64.0%나 된다.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실린 '도시 폭염 대응을 위한 무더위쉼터 서비스 사각지대 및 취약성 분석'에 따르면 연구진이 서울시를 100m 격자 5300개로 나눠 분석한 결과, 성인 평균 보행속도를 기준으로 5분 내 쉼터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 1482곳, 도보 10분 안에 무더위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은 101곳으로 나타났다. 15분 이상 걸려야 하는 지역도 45곳에 달했다. 심지어 서초구 신원동 새정이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무더위쉼터인 내곡동 주민센터까지는 약 2㎞를 이동해야 해 도보로 30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더위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밖에서 더위를 견디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로 북적였다. 팔각정과 둘레길 벤치, 공원 주변 나무 그늘은 물론 낙원상가 인근 도로에 돗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는 노인들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냉방 시설이나 무더위쉼터 수를 늘리기보다 이용자의 특성과 생활권을 고려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별 취약계층 분포 등을 고려한 쉼터 지정·운영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쉼터 수를 늘리기보다 식사·돌봄·교육·운동 등 기존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무더위쉼터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외출이 어려운 취약계층에는 냉방물품 지원, 방문 돌봄, 안부 확인 등을 병행하고, 생활지원사를 활용해 가까운 쉼터 위치와 이용 방법을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로당 중심의 무더위쉼터에서 벗어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과 종교시설 등 지역사회 공간을 적극 활용해 운영시간과 접근성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