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오후 9시 서울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인근 성매매 골목. 약 200m 이어진 골목은 편의점 한 곳과 가로등을 제외하면 불을 밝힌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적막했다. 골목 곳곳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폐건물이 눈에 띄었고 일부 건물에는 임대 문의 스티커와 재개발 구역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영등포 성매매 골목은 청량리와 천호동 등 다른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과 함께 잇따라 자취를 감추면서 남은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집결지다. 2020년 이 일대가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집결지 해소에 대한 기대도 커졌지만 2023년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24년에는 조합장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사업 추진 동력도 크게 떨어졌다. 영등포구청과 경찰 역시 성매매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일대는 사실상 단속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주민들은 올해 2월 즈음부터 업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사실상 영업하는 유리방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손님이 점점 줄어들던 가운데 경찰의 현장 점검과 단속도 이전보다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성매매 골목 초입에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포장마차 장사를 해온 한 아무개 씨는 “예전에는 단속이 나와도 며칠 지나면 다시 문을 여는 곳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75세)도 “2월쯤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원래도 장사가 잘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최근 단속까지 세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달에는 영등포구청에 요청해 집결지 인근에 단속용 CCTV 3대를 추가 설치했다. 기존에는 집결지 내부를 비추는 CCTV가 골목 입구 쪽 1대에 그쳤지만 새 장비가 설치되면서 집결지에서 인근 쪽방촌으로 이어지는 골목의 사각지대까지 살필 수 있게 됐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일대가 우범지역인 만큼 CCTV 확충 등을 통해 관리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집결지에서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성매매 여성들이 인근 지역으로 흩어져 영업을 이어가면서 성매매가 음성화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골목에 밀집해 있던 성매매가 여러 장소로 분산될 경우 단속은 물론 성매매 종사 여성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기도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인근 쪽방촌 등 집결지 밖으로 관리·단속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이곳으로 대거 옮겨와 영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쪽방촌은 현재 공공주택사업에 따른 이주가 진행되면서 주거지 대부분이 비어 있거나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상대를 구한 뒤 숙박업소에서 만나는 형태의 성매매도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숙박업소 업주는 “젊은 남성이 혼자 들어온 뒤 조금 지나 여성이 따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온라인으로 예약해서 만나는 식이라고 들었다. 이번 달에만 그런 손님을 3~4명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결지 폐쇄 이후 성매매가 주변 지역이나 온라인 등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비해 수사·단속 범위를 함께 넓히는 한편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과 현장 접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집결지를 폐쇄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고 주변 지역으로 분산된 사례가 이미 많다”며 “집결지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내 다른 형태의 불법 영업으로 옮겨 갈 가능성에 대비하고 근본적으로는 성매수자와 포주에 대한 수사와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을 경우 종사 여성들이 스스로 지원 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역 지원 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가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