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 ‘심리교육센터’, ‘감형 패키지’ 등을 검색하면 법원 제출용 양형자료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음주범죄와 성범죄, 마약범죄, 보이스피싱 등 범죄 유형별로 재범 방지 교육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는 1시간 안에 교육 이수부터 수료증 발급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가격은 재범 방지 교육 수료증만 제공하는 상품이 5만 원대부터 시작했다. 교육 수료증에 상담사 의견서와 교육 소감문, 반성문 등이 추가될수록 패키지 가격은 10만~5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일부 업체는 법원에 제출할 반성문과 교육 소감문을 만들어주는 ‘자동생성기’ 서비스도 제공했다. 업체 측은 “자동생성기는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내용을 다 써서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참고해 자필로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운영 실체와 전문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상당수 재범 방지 교육 업체는 소규모 사무실을 사업장으로 두거나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돼 있었다. 업체 이름은 다른데 대표자가 같은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업체 이름은 같은데 사업자등록번호가 다른 사례도 확인됐다. 한 업체는 재범 방지 교육과 양형자료를 판매하고 있지만 사업자등록상 업종은 건설기계대여업으로 등록돼 있었다.
‘일요신문i’는 한 업체의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패키지를 직접 구매해 수강해 봤다. 패키지에는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는 교육 수료증과 교육 자료, 교육 소감문, 반성문 1회 이용권 등이 포함된 구성이었다.
이 업체는 전문 자격증을 갖춘 심리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이라고 홍보했지만 막상 교육 내용에서는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체 과정은 약 10분 분량의 영상 4개로 구성돼 있었다. 영상은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것으로 보이는 자료 화면을 이어 붙였고, 여기에 인공지능 음성으로 추정되는 내레이션이 화면 속 문장을 읽어줬다. 강의에서는 상담사나 관련 전문가가 직접 출연하거나 설명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강 가능 기간도 7일로 제한돼 이 기간이 지나면 강의를 다시 볼 수 없었다.
패키지에 포함된 반성문 대필 역시 부실한 점이 많았다. 반성문 의뢰를 하자 생년월일, 주소, 직장, 사건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죄 경력 여부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40대 초반 남성, 김지훈(가명)으로 설정하고,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업체에 전달했다. 업체는 의뢰 내용을 보낸 지 반나절 만에 완성된 반성문을 보내왔다.
반성문은 1000자 안팎으로 A4 용지 2장 정도 분량이었다. 문서 곳곳에서는 “저는 2회로써…”, “상황이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저는 미안하고,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라는 감정을 잊지 않고” 등 의미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운 비문이 발견됐다.
의뢰한 범죄 사실과 다른 내용도 들어 있었다. 업체에는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라고 전달했지만 반성문에는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앞에 여성에 신체가 닿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함께 제공된 교육 소감문 역시 “교육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김지훈’이었다” 등 어색한 문장이 다수였다.

이어 “재범 방지 교육도 단순히 수료증을 제출했다고 감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 내용과 이수 경위, 개선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짧은 영상 시청만으로 발급되는 민간 수료증은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업체를 맹신하다 AI를 이용해 허위 탄원서를 작성한 것이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2024년 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는 챗GPT를 이용해 지인 명의의 허위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A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탄원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체가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탄원서가 챗GPT를 이용해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반성의 초점이 피해 회복보다 법원에 제출하는 양형자료에 맞춰지면서 이른바 ‘감형 비즈니스’가 성행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에 양형 판단에서도 반성문이나 교육 수료증 등 형식적인 자료보다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환진 변호사는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지, 이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는지가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피해 회복을 위한 피해자와 합의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피고인이 실제로 반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