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씨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학과를 나와 교사로 일했지만 내 아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어 자괴감이 들었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조기 개입과 치료를 놓쳐 내가 아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2024년 정부의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자료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정부는 지능지수 정규 분포를 적용할 경우 전체 인구의 13.59%, 약 69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 수 기준으로는 약 78만 명 규모다.
경계선지능은 장애처럼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해 학령기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은 단순히 ‘조금 늦된 아이’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 정도로 여기고, 학교 역시 단순한 학습 부진이나 적응 문제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
한 16년 차 초등교사는 ‘일요신문i’에 “한 반에서 1~2명은 경계선지능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판정 사실을 학부모가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체육 시간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수학이나 과학처럼 이해력과 처리 속도가 필요한 과목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며 “같은 계산 문제를 풀어도 빠른 학생은 4~5분이면 끝낼 양을 이런 학생은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계선지능인 딸을 둔 홍세영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우리 딸의 수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며 “다른 아이들이 30분이면 끝낼 과제를 우리 아이는 2~3시간은 해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금 늦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부담이 커지면서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5년 9월 발행한 ‘경계선지능 학생의 실태 분석을 통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는 “이들은 일반 학급에 배치돼 수업을 받지만 추상적 개념 이해, 문제해결력, 기억력, 주의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등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며 학업과 적응 모두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경계선지능인 아들이 있는 송연숙 씨(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는 “아이가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이 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교우관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해주려고 동네 보육반장 역할을 자처해 반 애들을 불러 함께 놀게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세영 씨도 “학교에서 섬 같은 아이였다”며 “함께 밥을 먹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늦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갈등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학업과 교우관계 등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경계선지능은 법적으로 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상당수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일반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
경계선지능과 난독증, ADHD, 아스퍼거증후군 특성을 가진 곽미라 씨의 아들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두 차례 탈락을 경험했다. 곽 씨는 “우리 아이는 경계선지능 외에도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어 선정됐지만 경계선지능만 있는 아이들은 선정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담임교사가 추천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를 밟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어렵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서로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우리 아들은 시각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초등학교 때 특수학급에 다녔는데 아이가 장애 정도가 더 심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더니 언젠가 ‘나는 바보인가 보다’라고 말하더라”며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교육체계가 경계선지능 학생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현행 교육 정책은 이들을 명확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법, 특수교육법, 학습 부진 학생 대책 등이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경계선지능 학생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봤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