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9일 올해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56.8%, 영업이익은 557.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6.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개 분기 연속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증권가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82조 5800억 원, 63조 1500억 원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와 AI 서버용 D램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2분기부터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HBM4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 HBM4E는 상반기 중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마치고 2027년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로 번지면서 메모리 전반의 수익성이 함께 개선됐다. 2분기 D램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한 자릿수 후반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약 30% 올랐다. 낸드 출하량은 10% 중반 늘었고 평균판매가격은 50% 중반까지 상승했다. eSSD 매출은 전분기의 두 배 이상, 솔리다임의 30테라바이트 이상 고용량 eSSD 매출은 세 배 넘게 뛰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출하량 확대보다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고부가 제품의 공급이 하반기로 넘어간 만큼 HBM4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기반 서버용 D램 출하가 본격화하면 물량과 제품 구성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의 전망치를 밑돈 것은 HBM 매출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아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데다 2분기 D램과 낸드 가격 상승 폭도 1분기보다 둔화한 영향이다. 대형 고객사와 맺은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판매가격 일부가 정해지면서 시장가격 상승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사의 추격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HBM4 공급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 확보한 우위를 HBM4와 HBM4E에서도 지켜내야 한다. HBM은 제품 개발뿐 아니라 수율과 품질,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의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용인 1기 팹과 첨단 패키징 공장 P&T7, 신규 낸드 생산기지 M17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40조 원 후반대로 예상된다.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 원, 차입금은 18조 6000억 원으로 순현금이 69조 4000억 원에 달한다.
2분기 순이익은 93조 9000억 원이다. 투자자산 매각 및 평가이익 63조 3000억 원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매출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벌고 완제품이 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0일 올해 2분기 매출 171조 4995억 원, 영업이익 89조 492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개 분기 연속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6.3% 웃돌았다.
실적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이끌었다. DS부문은 매출 127조 5000억 원, 영업이익 89조 2000억 원을 거뒀다. 전사 영업이익의 99.7%에 해당하는 규모다. D램과 낸드는 분기 기준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D램 평균판매가격은 40% 중반, 낸드는 60% 후반 올랐다.
반면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매출 48조 원에도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12월 DX부문이 출범한 이후 첫 분기 적자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반도체 사업에는 호재였지만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에는 비용으로 돌아온 셈이다.
모바일경험(MX)사업은 갤럭시 S26과 A시리즈 판매 증가로 매출이 늘었지만 부품비 부담을 상쇄하지 못했다. MX·네트워크사업의 합산 영업손실은 7000억 원이었다. 판매량과 플래그십 비중이 늘었는데도 모바일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울트라와 폴더블 등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여 MX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갤럭시 AI 적용 범위도 A시리즈까지 넓힌다. 다만 AI 기능이 스마트폰 판매를 넘어 서비스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모델은 아직 구체화하는 단계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추가 실적 개선은 HBM 경쟁력 회복에 달렸다. 회사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보다 세 배 이상 늘고 하반기에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4E 샘플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HBM 공급이 계획대로 확대되면 삼성전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파운드리 부문은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HBM 베이스다이와 미주 고객사 물량 증가로 가동률과 수익성이 나아졌고 2나노 AI·고성능컴퓨팅 분야의 수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흑자 전환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만큼 아직 정상화보다는 회복 과정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신규 팹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점을 들어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가 강조한 것은 올해보다 쇼티지(공급 부족)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오더컷(주문 축소)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인 빅테크의 투자 여력은 변수로 꼽힌다. 대규모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빅테크의 자금 조달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손인준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가 해소되려면 금리가 안정되거나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거나 빅테크 매출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야 한다”며 “금리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빅테크의 실적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시설투자 16조 8000억 원과 연구개발비 16조 원을 집행했다. 반도체 시설투자만 15조 4000억 원이었다. 최대 실적으로 현금 창출력은 커졌지만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투자,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자본 배분 부담도 커졌다.

양사가 공통으로 꺼내 든 카드는 LTA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대형 고객 5곳과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계약은 5년을 기본으로 매년 1년씩 기간을 연장하는 형태다.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채우고 선수금도 받는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다른 주요 고객과도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계약에는 구매 약정과 예치금 등 이행력을 높이는 장치가 포함되지만 전체 판매에서 차지할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TA를 최소 약정물량과 가격 상·하단, 예치금, 공급 우선권 등을 통해 공급자와 고객이 업황 변동 위험을 나누는 구조로 분석했다. 장기계약 매출이 1~2년 안에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되고 해당 매출에서 높은 수익성이 유지되면 감익기에도 전사 영업이익률이 30% 안팎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LTA는 수요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과거에는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고객이 여러 업체에 같은 물량을 주문하고, 메모리 업체가 이를 실제 수요로 오인해 증설한 뒤 주문이 취소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하는 일이 반복됐다. 구매 의무와 예치금이 붙은 계약이 확대되면 업체도 확인된 수요에 맞춰 투자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
양사의 최대 실적이 일시적인 가격 호황에 그칠지는 다음 투자와 계약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우위와 높은 메모리 가격을 지켜야 한다. 삼성전자는 DS에 집중된 이익을 HBM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는 동시에 MX를 비롯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복원해야 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부 고부가 제품의 출하가 하반기로 이연되면서 관련 실적도 하반기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이연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전망치는 증권사 추정치의 평균값으로, 실제 실적에 부합하는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도 있었던 만큼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칩플레이션(반도체 인플레이션) 문제에 따라 관련 완제품 등 부문의 실적이 악화됐다”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