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9월 2일 다원시스가 코레일을 상대로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다원시스는 코레일과 벌이고 있는 계약해지 무효확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코레일의 계약해지 효력을 멈추고 계약상대자 지위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원시스는 2018년부터 코레일과 잇달아 전기동차 공급계약을 맺었다. 2018년 12월 약 2716억 원 규모의 150량 공급계약(1차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19년 11월에는 4004억 원 규모의 208량 공급계약(2차 계약), 2024년 4월에는 2429억 원 규모의 116량 공급계약(3차 계약)을 각각 맺었다.
하지만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2차 계약 물량 208량은 2023년 11월까지 모두 납품됐어야 하지만 올해 3월까지 납품된 전동차는 20량에 그쳤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3월 미납품 물량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고 계약보증금과 선급금 잔액 반환을 요구했다. 납품기한이 2027년부터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3차 계약도 기존 계약의 장기간 납품 지연으로 정상적인 이행이 어렵다고 보고 계약을 해지했다.
다원시스는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맞섰다. 납품 지연이 전적으로 회사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원시스는 화장실·급수·오물탱크 위치와 차체 높이 변경, 추가 요청사항 반영, 시운전 지연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폈다. 3차 계약은 아직 납품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만큼 향후 계약 이행이 어렵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원시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별도의 소송에서 진행된 감정 결과, 다원시스에 책임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 지연 기간은 71일에 그쳤고 이를 감안하더라도 납품기한을 넘겼다는 점을 짚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다원시스에 납품 지연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차 계약 역시 정상적인 이행이 어렵다고 봤다. 다원시스가 코레일에 제출한 3차 계약 이행 계획 자료에 따르면 최종 납품 예정일은 2028년 9월 29일로, 계약상 최종 납품기한인 2028년 1월 31일보다 약 8개월 늦었다. 재판부는 “계약해지가 무효로 판단되더라도 (다원시스는) 손해배상 등의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합리적인 분쟁 해결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다원시스는 서울교통공사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해 지난 9월 3일 항고했다. 코레일과의 가처분 사건에서도 9월 8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계약해지를 둘러싼 민사 분쟁뿐 아니라 형사 수사까지 맞물리면서 계약해지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한층 중요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의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선급금 지급 문제를 두고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 코레일은 지난 1월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교통공사도 2월 다원시스와 박선순 대표를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관련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이 모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에 회생절차까지…M&A로 정상화 모색
1996년 설립된 다원시스는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초 발전기와 산업용 전력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하다가 2015년부터 철도차량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로템 중심이던 철도차량 시장에서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다원시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207억 원이었으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156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매출도 2024년 3015억 원에서 지난해 1121억 원으로 줄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철도차량은 20~30년 단위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꾸준한 교체 수요가 있어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다원시스가 납기를 맞추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볼 듯하다. 최근 철도차량은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을 높이는 경량화가 중요해지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을 갖췄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기존 제재나 입찰 제한 등이 M&A 이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조건도 인수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