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2시 30분쯤 고가 상부 슬라브(다리 상판 콘크리트) 절단 작업 도중 약 2.9cm의 단차가 발생해 공사를 멈췄다. 이후 오후 1시 40분부터 외부 전문가 등 9명이 구조물 위에서 안전 점검에 착수했고, 여기에 시공사 직원 4명도 함께 올라간 상태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들은 안전모와 방진복 정도만 착용한 상태였다.
서울시는 붕괴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보인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지난 27일 사고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거더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교통 통제 필요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점검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감지된 '위험 신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여러 차례 감지된 위험 신호에도 현장의 붕괴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사고 발생 약 12시간 전에 상판이 내려앉는 명백한 붕괴 전조가 확인됐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명기 한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9cm 처짐은 구조공학적으로도 붕괴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면 즉시 인력 접근을 통제하고 드론이나 로봇 등을 활용한 원격 점검과 함께 임시 보강 작업이 우선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붕괴 위험이 감지된 이후에도 별다른 보강 조치 없이 현장 점검이 진행된 점도 논란이다. 서울시가 2025년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공사 공사시방서(기존 교량 철거)’에는 구조물의 변형·침하 또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시 버팀대나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별도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무너진 보에는 철도 시설 보호를 위한 비계 등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어 추가 하중이 작용한 상태였다”며 “붕괴 전조가 확인된 이후 12시간가량이 지나면서 구조물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강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자칫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었다. 사고 구간 바로 아래로는 KTX와 경의중앙선 열차가 수시로 오가고 있으며, 해당 철도 구간의 하루 열차 통과 횟수는 약 300회에 달한다. 실제 사고 현장 인근 CCTV 영상에는 붕괴 직전까지 열차가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모습이 담겼다.
서울시는 “사고 지점이 철로를 횡단하는 구간이어서 버팀대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 물리적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물 설치가 어렵더라도 선로와 도로를 우선 통제하고 크레인 등 장비를 활용해 상판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추가 붕괴 위험을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실시된 정밀안전진단에서 서울 시내 교량 가운데 유일하게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법적으로 즉각 사용을 중지하거나 철거해야 하는 E등급은 아니었지만 준공 후 60년 가까이 지난 노후 교량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이 잇따라 확인됐다. 인근 주민들도 공사 전부터 낙하물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서울시는 보수·보강 공사를 이어왔으나 시설물 노후화로 유지·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5년 9월부터 전면 철거에 착수했다. 그러나 최초 D등급 판정 이후에도 수년 동안 각종 손상과 안전 문제가 반복된 만큼 위험성이 확인된 구조물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지나치게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가차도 철거 사업은 단순 철거가 아니라 향후 재설치 계획까지 포함된 사업”이라며 “관계 기관 협의 등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 추진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쪼개기 작업이 붕괴 위험 키웠나
철거 작업을 여러 날에 걸쳐 나눠 진행한 이른바 ‘쪼개기 공사’가 붕괴 위험을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 아래에는 KTX와 경의중앙선 등이 지나는 철로가 있다. 이 때문에 철거 작업은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새벽에 하루 3시간만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절단 작업과 임시 보강, 공사 재개가 반복되면서 구조물 안정성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시는 당초 철도 횡단 구간을 포함한 전 구간을 24시간 연속 작업 방식으로 신속히 철거하려 했지만, 철도기관과 협의 과정에서 작업 시간이 하루 3시간으로 제한됐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브리핑에서 “시행을 앞두고 (공사 진행) 관련 협의를 했을 때 당초 계획이 24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됐고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새벽 시간에만 작업할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해당 구간을 장시간 차단할 경우 열차 운행의 차질이 불가피하며 서울시도 이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해당 작업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심야에 시행하는 것으로 공사 시행자인 서울시와 세부적인 작업일정에 대해 협의를 시행·확정했다”며 “발주기관인 서울시도 교통량과 작업의 위험성을 고려해 작업 계획 수립 검토 단계부터 야간 차단작업으로 계획을 수립해 국가철도공단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5월 29일 기준 KTX 등 고속열차 운행 횟수는 평시 735회보다 193회 감소했다. 운행률은 73.7% 수준이다. 북쪽 선로가 막히면서 행신역~서울역,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열차와 경의중앙선 서울역~수색역 구간 전동차 운행도 중단됐다. 지하철 2호선 역시 안전 점검 여파로 홍대입구역~을지로입구역 구간 운행이 한때 제한됐지만 곧 정상화됐다.
열차 운행은 이르면 5월 30일부터 정상화될 전망이다. 5월 29일 새벽 철거 공사가 재개됨에 따라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철도당국은 검토를 거쳐 열차 운행 정상화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