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경찰서는 4월 30일 서울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간장을 뿌리고 래커칠 테러를 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 B 씨는 범행 직후 한 대행업체로부터 “돈을 보내면 테러를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받았다.
수사 당국은 두 사건 모두 돈을 받고 제3자가 대신 보복 행위를 수행하는 이른바 보복대행 범죄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고 있다. 보복대행 업체들은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를 통해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겠다”며 △신상정보 파악 △인분 테러 △전단지 살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테러 등 사적복수를 부추기며 의뢰인을 모집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15일 SNS에 사적 보복대행 추정 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게시하면서 “사적 보복대행은 의뢰한 사람도, 이를 실행한 사람도 모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개인 간 분쟁은 법질서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보복대행 범죄는 2025년 8월 대구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올해 5월 14일까지 전국에서 총 69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보안 메신저와 가상자산 등을 이용해 운영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텔레그램으로 의뢰를 받고 상품권 사진이나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받아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외 다른 보안 메신저 사용법까지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의뢰인과 총책, 모집책, 실행자가 서로 신원을 모른 채 분업 구조로 움직이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들은 텔레그램과 가상자산만을 매개로 연결돼 있어 경찰이 현장에서 범행을 저지른 실행자를 검거하더라도 최종 지시자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 또 일부 업체는 실행자 모집 과정에서 신분증 등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하는데, 이 때문에 실행자들이 운영자의 협박이나 보복을 우려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못한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복대행 조직은 최근까지도 텔레그램 등에서 공개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신문i'가 확인한 한 보복대행 계정은 올해 3월 보복대행 범죄 관련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일시적으로 채널 운영을 중단했다가 활동을 재개했다. 해당 계정은 현관문 래커칠과 음식물 투척 같은 직접적인 테러는 물론 통장 묶기(보이스피싱 범죄 자금을 뜻하는 은어인 ‘핑돈’을 피해자의 계좌에 입금해 입출금을 정지시키는 수법) 등 다양한 방식의 보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아울러 이름과 연락처만 있으면 대상자의 주소지와 계좌번호, 가족과 지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월 10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범행 실행조인 이른바 ‘특공대’를 모집하는 글도 게시했다.

기업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범행에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4월 20일 구속 기소된 한 보복대행 일당은 배달의민족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범행에 사용할 개인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다른 업체나 기관을 통해서도 개인정보를 빼낸 정황을 확인하고 추가 유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과 별도로 보복대행 조직의 개인정보 탈취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로부터 관련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양천경찰서는 4월 24일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40여 개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