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코레일 감사실은 최근 물류본부와 차량본부를 대상으로 내부감사에 들어갔다. 사내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 대상에는 신형 컨테이너 화차 결함과 관련한 물류본부·차량본부의 업무 처리 과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일요신문은 코레일이 2020년 발주한 신형 컨테이너 화차 251량 중 상당수가 제동장치 결함 등으로 운행에 투입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차량본부가 특정 부품 사용을 고집하면서 제작·검수·승인 과정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형식승인 등 안전 기준을 충족한 부품과 차량도 코레일 내부 절차를 이유로 차적 편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이번 감사가 차량 조달 체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관련기사 [단독] 대당 1.3억원 코레일 최신형 화차 30% 운행불가 상태).
올해 3월 취임한 김태승 코레일 사장은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와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 코레일 철도발전위원장 등을 지낸 교통·물류 정책 전문가 출신이다. 정치권 낙하산이나 관피아 인사와 거리가 먼 전문가형 사장이라는 평가 속에 조직 내부에서는 신임 사장 체제에서 차량 조달과 물류 사업의 오래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김태승 사장은 조직 안팎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기 소신을 확실히 펴는 스타일이다. 코레일 내부의 고질적 병폐에 대해서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갈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며 “신임 사장이 물류업에 정통한 만큼 작정하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실무진 선에서 문제를 덮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사 내부감사만으로 차량본부와 납품업체 간 유착 의혹이나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원시스 사태 역시 대통령 지적 이후에야 코레일이 계약 해지와 형사 고소를 공식화한 만큼 내부 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류업계에서는 이번 감사가 형식적 책임 추궁에 그치지 않으려면 특정 부품 사용, 검수, 형식승인, 준공검사, 사용승인, 차적 편입 등 차량 조달 전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대석 심플렉스컨설팅 대표는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절차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화차 증차나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어떤 기준과 과정으로 누가 결정했는지 기록을 남기고 실명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에 대한 히스토리가 남으면 말 한마디와 판단 하나에도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철도물류를 살리려면 개별 사안 대응을 넘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이 코레일에 내부 감사 관련 공식 입장을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화차 줄고 수송량 추락…철도물류 만성 적자 심화
코레일 물류사업은 매년 2000억~3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송 실적도 하락세다. 한국철도통계 기준 코레일의 2024년 화물수송실적은 1973만 3931톤(t)에 그쳤다. 2024년 기준 철도화물 수송분담률은 약 1.3% 수준으로 OECD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철도화물 수송의 핵심 자산인 화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동안 내구연한이 도래한 기존 차량의 대체 발주와 신규 도입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앞서 발주한 신형 화차 일부마저 제동장치 결함 등으로 운행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화차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유화차 제도 약화도 화차 부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사유화차는 고객사가 직접 비용을 들여 화차를 제작하고 코레일이 운임 할인 등을 통해 투자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사 화차를 충분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유화차가 수송 자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할인율 축소와 사업성 악화로 고객사들의 신규 투자 유인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구연한이 도래한 사유화차가 폐차되는 동안 대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화차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철도화물은 도로 운송과 경쟁해야 하는 사업이다. 장거리 대량 수송과 탄소 저감 측면에서는 철도의 장점이 크지만 화주 입장에서는 출발지에서 철도역까지 보내고 도착역에서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옮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접근성이 낮아 도로수송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 여기에 화차까지 부족하면 고객사는 결국 도로를 택하게 된다. 고객 이탈은 다시 철도화물 수송량 감소와 물류사업 적자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물량이 있어도 못 싣는 일이 반복되면 고객은 아예 철도를 선택하지 않게 된다”며 “코레일에 우호적이던 고객사들도 화차 부족과 운임 조건 악화가 이어지면 결국 도로 운송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대석 대표는 “화차 교체와 유지·보수와 관련해서는 코레일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했어야 한다”며 “언제 몇 대를 바꾸고 수요 변화에 따라 화차를 얼마나 늘리거나 줄일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국가 물류 인프라라는 관점의 오너십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구교훈 회장은 “여객은 불특정 다수 국민을 상대하지만 물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상대하는 B2B 사업이다. 부서에 물류 전문가를 배치하고 외부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수혈해야 한다”며 “끈질기게 고객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데 적자가 난다고 투자를 줄여버리고 방치하면 고객은 떠나고 철송사업도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