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은 전국대회인 만큼 목동구장에 KBO 구단 스카우트와 학부모, 미디어 등 경기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또한 관련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1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긴급 개최하고, 배재고에 대해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6개월 내 경기 영상과 증언을 등을 토대로 지도자와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징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로써 7월 2일 열릴 예정이었던 청룡기대회 순천효천고와의 2회전 경기는 몰수패 처리되었다. 배재고는 6개월 출전정지에 따라 하반기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전국체전에 참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선 고교 야구팀 감독들은 이번 배재고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국대회 우승 이력이 있는 A고교 야구팀의 B 감독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전에는 선수들 응원에 낭만이 있었다. 상대 팀이나 선수들을 공격하고 비하하는 응원보다는 소속팀 선수들을 응원하고 교가를 부르는 등 응원가를 통해 힘을 모으고, 단합의 에너지로 삼았다. 때로는 응원가가 상대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변질될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거라 굳이 문제를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끄는 선수들에게는 거듭 강조했다. 절대 상대 팀을 비방하는 내용의 구호나 응원은 하지 말라고. 그건 선수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감독이나 코치들이 가르쳐야 한다. 가르쳐서 안 되면 혼을 내서라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배재고 사태를 보며 그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경기가 진행되는 야구장이고, 보는 눈이 많은 전국대회인데 왜 그 응원을 못 하게 막지 않았는지, 처음 응원구호가 나왔을 때 감독이나 코치라도 나서서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수도권 지역 C고교 야구팀의 D 감독 역시 지도자들의 현장 대응에 아쉬운 목소리를 전했다.
“이 문제는 현장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배재고 감독, 코치들도 그 응원 구호를 들었을 텐데 왜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안타 치고 가야지’는 고교 야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응원 구호다. 그래서 응원 문구를 달리한 내용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나도 선수들을 이끌고 있지만 생각 없이 내뱉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이때 지도자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고교 야구에서는 감독이 베이스 코치로 나가고 코치들이 1루 아니면 3루, 그리고 투수코치는 불펜을 맡는다. 그 경기에서 배재고 감독은 3루 베이스 코치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타자와 투수, 작전에 집중하다 보면 더그아웃 응원 소리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나도 실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배재고 감독도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다 상대 팀 코치가 문제 제기를 하고 심판이 나서면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된 건데 그 과정이 조금 아쉽다. 현장에서 조금 더 빠르게 대응했다면 일이 이 정도로 커졌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교 야구 지도자들은 지난 1일 KBSA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와 다음 경기 몰수패를 결정한 징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B 감독은 선수들이 잘못한 건 분명하지만 6개월 출전정지는 조금 과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선수의 행동으로 선수단 전체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선수들은 이제 열일곱, 열여덟 살의 미성숙한 학생들이다. 잘못은 분명하지만 교육을 통해 바로 잡아야지 선수들의 미래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고교 야구에서 6개월은 선수들의 진로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1,2학년들은 전학을 고려해야 하고, 3학년들은 대학 진학과 신인 드래프트 문제가 걸려 있다. 배재고 야구부가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중징계가 내려졌다.”
D 감독은 스포츠공정위의 징계가 하루 만에 결정이 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이 크게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스포츠공정위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하지만 야구부 선수들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청룡기대회만 몰수패로 정리하고 이후 처리는 학교에 맡긴 채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어떠했을까 싶다. 그게 교육이 존재하는 학생 야구인 것이다. 이미 3학년 선수들은 프로 지명을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아이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하고 반성하고 벌을 받으며 뉘우치면서 앞으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게 교육 현장이다. 경기 중에 벌어진 일이 사회, 정치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선수들이 반성할 기회마저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취재 중에 만난 한 고교 야구 감독은 “처음에는 학생들의 철없는 응원 구호가 어느 순간 어른들의 싸움처럼 변질된 것 같다”면서 “학생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낙인보다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는 계기로 삼고, 교육적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남고 선수가 상대 팀인 휘문고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한강이 바다를 이길 수 있겠나! 부산 함 놀러 온나!”
경남고 야구부가 우승 직후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배경에는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설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설전 내용 중에는 서울 땅값, 부산의 집값 등 야구와 관련 없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휘문고 학생들은 부산에 자리한 경남고 야구부를 기죽이는 차원에서 집값, 땅값을 운운했던 건데 경남고 야구부 선수들은 4-3 극적인 승리로 우승을 거머쥔 후 카메라를 향해 “한강이 바다를 이길 수 있겠나! 부산 함 놀러 온나!”라고 멋지게 대응한 것이다.
이 내용은 배재고 사태 이후 재조명되면서 청춘 만화와 같은 선수들의 열정에 감동을 안겨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KBO리그 팀의 한 스카우트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 나가 환호성만 지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영상을 통해 한 선수가 그렇게 외친 걸 듣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고교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패기가 느껴졌고, 경남고 선수들이 아주 센스 있게 대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스카우트로 숱한 고교 야구 경기를 찾고 있는데 대부분은 순수한 응원 구호가 대부분”이라면서 “배재고 사태가 고교 야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거나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야반도주' 유효상 편집장 "KBO 구단들, 배재고 선수 지명하는 리스크 감수 않을 것"
아마추어 고교 대학 야구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야반도주’ 유효상 편집장은 이번 배재고 사태의 6개월 출전 정지 결과와 관련해 “폐부를 찌르는 수준의 중징계”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배재고에게 내려진 6개월 출전 정지 징계 수위를 가볍게 보는데 고교 야구 특성상 6개월 출전 정지는 엄청난 수준의 징계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선수는 이번 KBO 신인 드래프트에 드래프트 신청서를 낼 3학년들이다. 배재고에는 12명의 3학년 선수들이 있고, 이중 2명 정도가 드래프트 지명 가능성이 있는데 한 명은 전체 5라운드 이후로, 또 한 명은 하위 라운드에서의 지명이 가능하다고 예상된 선수들이다. 그런데 과연 프로 팀들이 이번 드래프트에서 배재고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유효상 편집장은 배재고 야구부 1,2학년들은 타 학교로 전학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만약 1,2학년들이 전학을 가고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배재고 야구부는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KBO 규약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으로 학교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체육회 등으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제재 기간이 끝날 때까지 신인 드래프트 참가와 프로 구단 입단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재고 사태가 학교폭력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만큼 KBO 구단들도 심각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프로팀의 한 스카우트는 “1,2라운드 후보군이라면 고민은 되겠지만 4라운드 이후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라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지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래프트 일정이 2개월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구단들이 사회적 논란이나 이미지 훼손을 부담스러워하는 터라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배재고 선수를 지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유효상 편집장은 배재고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및 사회적 진영 논리 확산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보다 어른들의 싸움으로 인식할 수 있다. 배재고가 재심을 청구해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외부 개입은 최소화하고 그곳에는 교육만 남아야 한다.”
유효상 편집장은 배재고 사태로 인해 “선수들의 인생 난이도가 높아졌다”면서 “중요한 건 남은 기간 동안 교육을 통해 선수들이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