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카카오 주가는 3만 4550원으로 마감했다. 연초 6만 2100원에서 44.4% 내린 수치로, 2021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 17만 3000원에 비해 5분의 1토막이 났다. 실적은 나쁘지 않다. 올해 1분기 카카오는 영업이익 2114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또한 2261억 원으로 1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끝없이 추락 중이다.
시장의 외면은 현 실적이 성장 비전의 현실화가 아닌 마른 수건 쥐어짜기의 결과라는 공감대에 기인한다. 카카오는 2023년 12월 정신아 현 대표의 쇄신 태스크포스(TF)장 겸 대표 내정 직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정신아 대표는 취임 후 카카오스페이스, 다음글로벌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을 청산·합병해 140개를 넘어서던 계열사를 90개 수준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임원진 물갈이와 본사 차원의 강도 높은 인건비 감축, 마케팅비 통제, 외부 채용 동결 등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상으로는 정신아 대표의 과감한 군살 빼기가 숫자로 증명된 셈이지만, 시장은 구조조정으로 만든 장부상 이익보다 성장판이 닫힌 카카오 생태계와 플랫폼의 한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삐그덕대는 본업과 콘텐츠…길 잃은 AI 동맹
실제 카카오 1분기 실적에서는 본업과 미래 먹거리 지표 양측에서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캐시카우인 카카오톡 광고 부문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다. 핵심 매출원인 톡비즈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에 그쳤고 고수익 사업인 톡비즈 디스플레이광고(DA) 성장률은 직전 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0%로 떨어졌다.
커머스 분야는 1년 새 매출이 1% 늘어난 데 그쳤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초정밀 타기팅과 페이, 배송 생태계를 결합한 온라인 커머스 기업으로 변신 중인 점을 떠올릴 때 아쉬운 대목이다.
글로벌 진출 첨병으로 꼽히던 콘텐츠 분야도 성장성이 꺾였다. 일본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10% 줄었다. 킬러 신작 부재와 현지 시장 둔화, 엔저 현상까지 겹치며 역성장 늪에 빠졌다는 평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 분야 매출도 같은 기간 20%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마저 핵심 모바일 게임인 ‘오딘’ 수명이 다해가며 1분기 255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22일 김태환·이시우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상태다.
금융계열사 실적은 좋았다. 결제·금융·플랫폼 등 전 서비스 부문에서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분기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했고, 카카오페이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인 32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금융업은 시장이 카카오에 기대하는 ‘테크 고성장주’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루한 사업 분야다.
성장 동력 부재를 타개할 AI 사업은 수년째 표류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오픈AI와 협업을 발표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혁신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취임 후 카카오브레인을 본사에 흡수했고, 당초 호언장담했던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 ‘코지피티 2.0(KoGPT 2.0)’ 출시를 비용과 성능 문제로 거듭 연기하다 사실상 독자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카카오톡에 접목한 AI 기능인 ‘대화 요약’ 등은 타사 대비 차별성이 떨어지는 편의 기능에 머물러 있어 시장 판도를 바꿀 혁신이나 유료화 모델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파트너인 오픈AI의 프론티어 AI 개발사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오픈AI는 ‘클로드’의 기업간거래(B2B), 코딩 시장 내 인기를 앞세운 앤트로픽의 무서운 성장세에 업계 1위 AI 모델 개발사의 지위를 내줬고, IPO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자체 개발 대신 모델 제휴를 택한 카카오로서는 파트너사 위상 하락이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 추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파편화된 거버넌스와 노조 파업…여전한 사법리스크
사업적 난맥상 속 파편화된 조직 문화와 거버넌스 붕괴도 기업 펀더멘털을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는 과거 외형 확장 시절 핵심 계열사들에 재무적 투자자(FI) 자금을 대거 수혈받았다. 대표 사례가 미국 사모펀드 TPG 컨소시엄에 총 6400억 원을 투자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다.
TPG는 2017년 첫 투자 후 수차례 투자금 회수를 추진했으나 지분 매각·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복상장 금지 기조에 사실상 국내 상장 길은 막혔고 일부 지분만 나스닥에 ADR 상장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FI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들이 투자사 입김에 ‘각자도생’을 택해 본사와 엇박자를 내고, 계열사의 수익성 강화 행보가 국민적인 비판으로 이어져 카카오 브랜드에 타격을 주는 일이 반복돼왔다”고 전했다.
카카오 특유의 폐쇄적 인사는 조직 붕괴를 가속화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남궁훈, 조수용, 여민수, 홍은택 등 과거부터 끈끈한 연을 맺어온 최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회전문 인사’를 고집해왔다.

불만은 파업으로 폭발했다. 카카오 노조는 6월 10일 1차 파업에 이어 같은 달 29일 전 사내 업무 시스템 접속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2차 파업을 강행했다. 이번 파업에는 총 21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한 전직 카카오 직원은 “형님 동생 문화로 얽힌 경영진들이 요직을 돌려 맡는 회전문 인사가 역동성을 앗아갔고 문제 임원에 대한 명확한 징계 없이 거액 보수를 챙겨주는 카르텔 속 새로운 피가 돌지 않는 낡은 리더십이 조직원의 분노와 불신을 불렀다”고 말했다.
내우외환이 겹쳤지만, 난국을 타개해야 할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사법리스크 늪에 빠져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 항소에 따라 24일부터 2심 재판이 시작된 상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위기는 그동안 누적된 폐쇄적 거버넌스와 비전 부재가 폭발한 필연적 결과”라며 “오너의 사법리스크로 쇄신마저 지연되며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 목표를 정하고 검토를 하고 있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비전과 관련해서는 “기술력 확보나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실적발표 당시 발표한 카나나 2.5 모델도 이 같은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