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김준재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 AI(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와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을 만나 현행 대응의 한계와 기술·법률·현장 관점의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
#‘범죄 쇼핑몰’ 된 뉴토끼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사이트를 차단하고 폐쇄하는 현행 방식은 시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 교체만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장은 과거 인터넷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중국 등지에서 사이트를 직접 운영했던 1세대 불법 도박 기획자 출신이다. 현재는 당시 경험을 활용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추적·신고하며 청소년 도박 근절 활동을 하고 있다.
조 교장은 뉴토끼와 같은 상위권 불법 웹툰 사이트를 여러 도박 사이트가 입점한 ‘쇼핑몰’에 비유했다.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상위권 사이트에 배너를 걸면 도박 사이트는 별도의 홍보 없이도 신규 회원을 끌어올 수 있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도박 사이트에 이용자를 공급하는 광고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박 사이트와 불법 웹툰 사이트의 관계도 일반적인 광고주와 매체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했다. 조 교장은 “사람들은 도박 사이트가 갑이고 불법 웹툰 사이트가 광고를 받아주는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라며 “상위권 불법 웹툰 사이트에 배너를 걸기 위해 수십 개의 도박 사이트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박 사이트가 상위권 불법 웹툰 사이트의 광고 자리를 얻기 위해 내는 비용도 수억 원에 이른다. 조 교장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 한 곳이 뉴토끼와 같은 상위권 사이트에 입점하며 내는 보증금은 3억~5억 원 수준이다. 이 보증금은 계약이 끝난 뒤 돌려받는 통상적인 보증금과는 달리 사실상 입점비에 가깝다. 여기에 매달 3000만~5000만 원의 배너 광고비도 뉴토끼 측에 별도로 지급한다고 했다.
불법 웹툰 사이트의 수익은 입점비와 광고비에 그치지 않는다. 배너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의 베팅액과 손실액에 연동해 추가 수수료를 챙긴다. 이용자의 승패와 관계없이 누적 베팅액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롤링’과 이용자가 잃은 금액을 도박 사이트와 나눠 갖는 ‘쉐어’가 대표적이다.
조 교장은 “뉴토끼 같은 상위권 사이트는 쉐어 방식으로 이용자 손실액의 최대 절반까지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도박 사이트가 단순히 광고비만 지급하는 게 아니라 불법 웹툰을 통해 유입된 이용자에게서 벌어들인 돈까지 나눠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토끼의 유사 사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비와 높은 수익성에 있다. 조 교장은 “‘누누티비’ 같은 불법 OTT는 동영상 스트리밍에 막대한 서버 비용이 들지만, 불법 웹툰 사이트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 광고비와 도박 수수료는 큰 반면 유지비는 적어 불법 OTT보다 수익성이 높은 구조”라며 “정부가 뉴토끼 같은 상위권 사이트를 없애면 뒤에서 기다리던 운영자들은 오히려 ‘이제 우리 차례’라며 좋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 역시 불법 웹툰 사이트가 이미 회사와 유사한 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콘텐츠 게시와 서버·도메인 관리, 광고 유치, 자금 정산이 분리돼 있어 운영자 한 명을 검거하더라도 전체 운영망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미 회사 단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수장 한 명을 검거한다고 전체가 멈추지는 않는다”며 “남은 인력이 운영을 이어가거나 다른 이름으로 사이트를 다시 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차단 전부터 대체 주소 준비하는 뉴토끼…재공급 사이클 과부하시켜야

김준재 AI 리서치 엔지니어는 현행 차단 정책의 목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트 폐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새 주소를 만들고 광고망을 다시 연결하는 재공급 사이클을 반복적으로 방해해 운영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재공급 사이클 과부하’라고 표현했다.
김 엔지니어는 “뉴토끼는 주소가 차단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차단에 대비해 다음 주소를 미리 준비해 둔다”며 “사람이 일일이 새 주소를 찾아 신고 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새 주소가 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엔지니어가 소속된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는 새 주소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신고에 필요한 채증 자료를 정리하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수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이되 불법 여부와 차단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리는 방식이다.
핵심은 새 주소 발견부터 신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대체 사이트의 ‘정상 운영 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새 주소가 공개될 때마다 신속한 탐지와 채증·신고가 반복되면 도메인 교체와 서버 운영에 드는 비용과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그는 “운영자가 주소를 바꿔도 곧바로 적발된다는 부담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분쟁 넘어 조직범죄로…부처 칸막이 허물 거버넌스 필요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 웹툰을 단순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조직적 경제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콘텐츠가 불법 도박과 성매매 등 다른 범죄와 결합하는 데다 피해도 개별 창작자의 권리 침해를 넘어 웹툰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법 웹툰은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웹툰 산업 전체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경제범죄의 성격을 갖는다”며 “조직범죄와 경제범죄, 사이버범죄가 결합한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보고 국가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법으로 개별 범죄를 처벌할 수 있더라도 사건 전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작권 침해로만 접근하면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의 업무 범위에 머물기 쉽지만,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 다른 범죄까지 얽혀 있을 경우 경찰과 검찰 등 국가 수사기관이 전체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 주체가 문체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는 점도 문제다. 이 교수는 “문체부에선 저작권 침해 사건으로, 사감위에선 불법 도박의 부수적 통로로, 방심위에선 불법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며 “어느 기관에서도 운영망 전체를 핵심 사건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기관이 소관 업무만 단편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사건 전체의 성격을 판단하고 대응을 총괄할 주체가 없다”며 “다만 모든 일을 정부가 맡기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단체가 수집한 모니터링 정보를 수사기관과 연계하는 상설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설 거버넌스는 단순히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협의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접수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안의 성격을 판단하고,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수사기관에 넘긴 뒤 후속 절차와 피해 구제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수사 시스템이 연동돼야 한다”며 “채증과 수사, 절차 진행과 피해 구제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공동 대응할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자 추적만으론 한계, 자금 통로 압박해야

불법 도박 사이트는 대포통장 중개망 등을 통해 충전계좌를 계속 확보한다. 그러나 불법 웹툰 사이트에 광고한 도박 사이트의 계좌가 반복적으로 지급정지되면 계좌를 공급하는 쪽도 손실을 떠안게 된다.
조 교장은 “불법 웹툰 사이트에 광고한 도박 사이트의 계좌가 계속 정지되면 공급책이 먼저 ‘배너를 내리지 않으면 더 이상 계좌를 줄 수 없다’고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단을 피하는 기술은 돈만 있으면 계속 바꿀 수 있지만 수금 방식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며 “불법 웹툰의 생명줄은 도박 광고이고, 도박 사이트의 생명줄은 계좌다. 괴물을 죽이려면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