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김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반클리프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 금거북이 보관함,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상자, 이우환 화백 그림 등의 몰수와 함께 648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날은 사전에 재판부가 중계 신청을 허가하면서 김건희 씨 1심 선고 공판 과정 전체가 공개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두고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에서 다수의 인사 청탁과 사업 청탁이 고가의 금품과 거래된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다"면서 대부분의 혐의를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반 국민이 평생 한 번도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을 피고인(김건희 씨)은 거리낌 없이 타인으로부터 수수해왔다"며 "그 폐해는 단순한 금품 수수 차원을 넘어 공적 의사 결정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건희 씨 측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와 관련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서 주고받은 선물, 내지는 대리 구매를 부탁해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각종 청탁과 이해관계가 집중되는 위치인 만큼 각별히 경계하고 누구보다 절제해야 한다"면서 "김 씨는 영향력을 알선 대상으로 삼아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봉관 회장이 김 씨에게 56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목걸이를 선물한 것과 관련 "친교 표시가 아니라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김 씨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목걸이 선물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2000만 원 상당의 브로치를 받은 것에 대해선 "피고인의 사회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봉관 회장의 접근 동기와 의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배용 전 위원장이 건넨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특정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알선 명목으로 제공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씨 측은 이 전 위원장에게 먼저 화장품 선물을 했고, 이에 대한 답례품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씨가 (금거북이) 제공 취지와 대가 관계를 인식하고 수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로봇개 사업가'로 알려진 서성빈 대표로부터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선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업 추진 시기와 시계 제공 시점이 맞물린다는 점, 시계 자체가 고가인 점, 시계 결제 자금을 서 대표가 마련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업과 전혀 무관한 사교적 선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고가의 미술품 제공 행위는 사회 통념상 대가성 없는 호의 표시로 보기 어렵다"면서 "(김 전 검사가) 향후 정치적 진출 과정에서 김 씨의 조력 또는 영향력 행사를 기대한 동기에서 비롯된 선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그림의 위작 논란과 관련해선 "그림 거래 관련자가 모두 진품으로 인식했다"며 진품으로 인정했다.
김건희 씨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54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단순 친분관계에 따른 호의적 선물로 보기 어렵고, 최 목사가 부탁한 사안들을 보면 모두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 범위에 포섭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건희 씨를 향해 "금품 제공자들이 각자의 청탁을 품고 접근했음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면서 "이 법정에서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 씨는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책무를 외면한 채 이를 그저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김건희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봉관 회장과 서성빈 대표, 최재영 목사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김건희 씨 측은 선고 이후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황을 너무 확대했다"면서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