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선택에 따라 낸드(NAND) 메모리 사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상장되면 현재 SK하이닉스가 100% 누리고 있는 낸드 부문의 이익이 외부 지분 비율만큼 밖으로 흘러갈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는 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선택을 하려는 것일까.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플래시 및 스토리지 사업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대금은 두 차례에 걸쳐 총 88억 4400만 달러였다. 중국 다롄의 낸드 생산시설뿐 아니라 낸드·SSD 관련 지식재산권(IP)과 연구개발 인력까지 인수했다. SK는 인수한 사업에서 생산 기능은 중국 다롄에, 연구개발과 판매 기능은 미국법인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 NPS)에 뒀다.
그런데 올해 다시 판을 짰다. NPS는 지난 3월 신설한 솔리다임에 낸드·SSD의 판매 및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된 자산과 계약, 권리, 인력 등을 넘겼다. 양도가액은 약 15조 4000억 원이다. NPS는 현금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솔리다임 신주를 받았다. 솔리다임은 NPS의 100% 자회사가 됐다.
전문기관 가트너(Gartner)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 시장은 2025년 약 680억 달러에서 2027년 3410억 달러로 약 5배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123.7%다. 같은 기간 HBM 시장의 예상 성장률은 60.5%다. 전망대로라면 낸드가 HBM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셈이다.
AI 시대에는 반도체를 싸게 많이 만드는 것만큼 고객의 데이터센터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를 만들면 솔리다임은 이를 기업 고객이 원하는 SSD로 완성해 판매한다. 기업용 SSD(eSSD)는 낸드 칩을 여러 개 모아놓은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니다. 첨단 오류정정 기능과 정전방지 기능, 고성능 컨트롤러(Controller) 등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서 하루 종일 높은 강도의 작업을 처리하면서도 데이터가 훼손되지 않고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야 해서다.
낸드라는 핵심 재료는 SK하이닉스가 만들지만, 이를 기업 고객이 돈을 주고 살 최종 eSSD로 완성하는 과정에는 솔리다임의 기술과 연구개발이 들어간다. 솔리다임에서도 상당한 부가가치가 생기는 구조다.
실제 솔리다임의 실적은 최근 놀라울 정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3년만 해도 낸드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 3조 109억 원, 순손실 4조 343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매출 8조 8488억 원, 순이익 8307억 원으로 반전을 이뤘다. 2025년에는 매출 9조 1751억 원, 순이익 1조 3915억 원으로 더 나아졌다.
올해는 더 좋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합친 SK그룹의 eSSD 매출은 약 32억 6000만 달러로 전분기보다 75% 넘게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30.2%까지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전체 eSSD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삼성전자가 약 70억 5000만 달러, SK하이닉스·솔리다임이 약 46억 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HBM·서버용 DRAM·eSSD를 합친 기업용 메모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6.5%에서 2025년 43.1%로 높아졌고, 2027년에는 51.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스마트폰에 주로 팔던 메모리 산업이 불과 몇 년 새 절반 이상을 AI·클라우드·데이터센터 고객에게 파는 산업으로 바뀌는 셈이다.
#상장 이후 난제…SK하이닉스와 이해 상충
SK하이닉스 주주는 솔리다임에 낸드를 비싸게 팔수록 좋다. 반대로 솔리다임 주주는 SK하이닉스에서 낸드를 싸게 사올수록 좋다. SK하이닉스가 여전히 NPS를 통해 솔리다임을 지배하는 만큼 낸드를 무작정 싸게 팔지는 못하는 것 아닐까. SK그룹에서 SK하이닉스만 NPS 주주라면 그럴 수도 있다.
본업을 솔리다임에 넘긴 NPS는 AI 투자와 관련 솔루션 사업을 위한 법인으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이 법인에 2030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출자하는 계획도 세웠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 외에 (주)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도 NPS 주주가 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유리한 거래를 하면 그 수혜를 (주)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도 누리는 구조다. NPS가 국내법인이라면 공정거래법에 의해 이 같은 구조에 제약이 크지만, 해외법인은 동일한 제한을 받지 않아 가능하다.
솔리다임이 이익을 극대화할수록 SK하이닉스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가령 시장이 SK하이닉스의 이익 1조 원에는 8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AI 스토리지 전문회사인 솔리다임의 같은 1조 원에는 20조 원을 인정하는 경우다.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수년에 걸친 투자계획을 세운다. HBM에서 출발한 장기공급계약(LTA)도 낸드와 eSSD로 넓어지고 있다. 솔리다임이 장기공급계약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추게 되면 실적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 경기에 따라 투자 부담과 제품가격 변동 위험이 큰 범용 반도체 회사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솔리다임이 상장될 곳은 나스닥이다. 미국 등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SK하이닉스보다 솔리다임에 더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 ADR도 미국에서 본주보다 더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SK그룹은 반도체와 텔레콤 정도를 제외하면 경영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사업 영역도 대부분 국내다. 해외사업은 무역 형태가 대부분이다. 급성장하는 AI 시장에서 반도체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사업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솔리다임이라는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한 NPS는 SK그룹에 반도체를 넘어 더 넓은 AI 생태계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
프리IPO가 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솔리다임은 외부자본으로 상당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나 AI 인프라 업체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면 단순히 SSD를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투자→공동개발→장기구매’로 관계를 묶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들어온다면 향후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기업 인수 때 중요한 파트너가 될 만하다.
무엇보다 지배구조상 최태원 회장에게 큰 이익이다. 현재 ‘(주)SK→SK스퀘어→SK하이닉스→NPS’ 구조에서 최 회장의 NPS에 대한 실질지분율은 1.15%다. 하지만 (주)SK가 NPS에 2억 5000만 달러를 출자하는 것만으로 최 회장은 0.4%의 실질지분율을 새로 갖게 된다. 또 ‘(주)SK→SK텔레콤→NPS, (주)SK→SK이노베이션→NPS’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증가하는 실질지분율도 각각 0.32%, 0.13%다. NPS에 대한 실질지분율이 1.15%에서 약 2%로 높아지는 셈이다.
나스닥은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SK그룹이 강행한다면 솔리다임 상장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다만 상장 전까지 SK하이닉스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얼마나 불식시킬지가 관건이다. SK온도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논란에 휘말리며 상장을 연기했다. 솔리다임 상장이 당장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도 여론이 나빠지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열희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