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와 주진우·나경원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영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콘텐츠와 비교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 여사만 왜곡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주장부터 영화 불매와 상영 중단 요구까지 이어졌다. 더 나아가 허진호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으로 불러 영화 제작 경위와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허 감독의 국감 출석은 불발됐다.
정치권 참전과 함께 영화에 대한 공방은 작품의 내용 자체를 넘어 본격적인 진영 갈등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평점 테러' 논란까지 불거져 화제를 모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개봉 이후 '암살자(들)'에 최저점인 1점 평가가 단기간 동안 대거 쌓였고, 특정 관람평의 공감 수가 100만 건을 훌쩍 넘는 등 비정상적인 수치까지 나타나면서다. 실제 극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와 관람 인증이 필요 없는 평점 사이에도 큰 격차가 나타나면서 조직적인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작품을 비판하는 측의 공격 범위는 배우 개인에게도 옮겨졌다. 유해진과 이민호 등 출연 배우들은 물론, VIP 시사회 참석 후 감상평을 남긴 동료 배우들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신자유연대 측은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다고 예고했고, 출연 배우들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업체에도 일부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유해진을 겨냥해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남겼다가 영화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배우의 외모를 겨냥한 인신공격이라는 지적을 받자 "표현의 자유"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주연배우 이민호의 부산국제영화제 일정도 돌연 취소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의 관심까지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7일 예정돼 있던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행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그의 참석 취소가 '암살자(들)' 논란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이민호의 해외 팬덤에서도 관련 논란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을 주장하는 측의 움직임에 영화계는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0월 1일 입장문을 내고 "영화와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며,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관객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될 수 있고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짚었다.

역사·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2005)은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까지 벌어졌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서울의 봄'(2023)이 흥행했을 때도 일부 보수단체가 영화를 단체 관람한 중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학교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준다며 단체관람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자(들)' 역시 일선 학교와 일부 공공기관의 단체 관람을 두고 항의와 민원, 고발이 이어지는 등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9월 30일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영화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역사 왜곡뿐 아니라 국민 분열을 가져올 요소를 지닌 만큼 신중했어야 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비난하는 측에 맞서 관람을 독려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10월 2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약 182만 명을 기록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한국영화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불매 움직임과 온라인상 저평점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극장을 찾는 관객 흐름까지 크게 꺾인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주연 배우들 역시 예정된 무대인사 등 현장 행사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