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촬영을 마쳤지만 좀처럼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지난 7월 9일 론칭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하며 촬영 종료 약 5년 만에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미쓰백'(2018)으로 주목받았던 이지원 감독의 차기작이지만, 전작 이후 긴 공백기가 더해져 신작인 동시에 오래 묵은 작품이라는 이중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개봉 대기 기간이 가장 긴 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로'다. 무려 2019년 10월에 촬영을 마친 이 작품은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은 뒤 동행하는 과정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로드무비다. 최민식과 박해일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고 윤여정의 출연 소식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행복의 나라로'는 지난해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2026년 상반기 개봉 예정작으로 소개됐고,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도 올해 공개할 작품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난 7월 현재까지 구체적인 개봉일은 발표되지 않았다. 촬영 종료 후 관객이 국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나기까지 최소 7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정가네 목장'도 비슷한 처지다. 2021년 1월 촬영을 시작해 같은 해 4월 크랭크업한 이 영화는 30년 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목장을 운영해 온 형제 만수와 병수의 뜻밖의 동행을 다룬다. 류승룡과 박해준이 형제로 출연하고 옹성우, 정석용, 이상희, 전석호 등이 함께했다.
'정가네 목장'은 촬영 종료 후 여러 차례 배급사의 예정작 명단에 포함됐지만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개봉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다시 해를 넘겼고, 현재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2026년 하반기 라인업에 올라와 있다.

다만 올해 개봉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예정대로 관객을 만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장기 대기작으로 알려진 작품 가운데 현재까지 개봉일을 확정한 작품은 '비광'뿐이다. 나머지는 개봉 시기뿐 아니라 상영 규모와 홍보비를 두고도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제작 후 수년이 흐른 만큼 현재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관객 규모와 추가 마케팅 비용을 따져 손익 구조를 재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품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장기 대기작의 개봉 전략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작 당시보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한 영화 소비가 보편화됐고 관객이 극장에서 볼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한층 높아졌다. 수년 전 기획된 장르와 소재가 현재 관객의 취향과 맞을지, 제작 당시와 달라진 출연 배우들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홍보에 어떻게 활용할지도 다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장기 대기작은 마냥 더 좋은 시기를 기다린다고 유리해지는 작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작으로서의 주목도가 떨어지고 부가판권 판매나 제작비 회수도 함께 늦어지는 만큼 어느 시점에는 시장에 내놓아야만 한다"며 "다만 제작 당시 기대했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현재의 배우 화제성과 장르 수요, 경쟁작 상황에 맞춰 상영관 수와 마케팅 강도를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