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법원 문을 두드린 배경에는 단기 유동성 압박이 있다. 먼저 JTBC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상장채권 4종, 상장잔액 기준 총 2450억 원 규모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중앙일보 역시 22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 조기 상환 요구에 응하지 못하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다. 채권자들이 만기 전 상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차입금과 보증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조정과 자율구조조정을 모색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메가박스중앙은 영화계가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계열사다.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플러스엠을 통해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해 온 메가박스중앙의 위기는 그룹 차원의 재무 리스크를 넘어 한국 극장과 배급 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지표는 더 나빠졌다. 한국신용평가가 5월 8일 공개한 평가 자료에 따르면 메가박스중앙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3238억 원, 영업손실은 125억 원, 당기순손실은 634억 원이었다. 부채비율은 2023년 533.8%에서 2024년 856.7%, 2025년 2211.9%로 뛰었으며 차입금 의존도도 2025년 말 기준 79.4%까지 올라갔다. 수익성 회복은 더딘데 자본 총계는 손실 누적으로 급격히 줄었고, 차입 부담은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회생절차 신청 전부터 자체 체력만으로는 단기 유동성 충격을 버티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문제는 메가박스중앙의 재무 리스크가 플러스엠의 시장 내 위상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한국 영화 최대 흥행 IP로 꼽히는 '범죄도시 2'의 천만 관객 돌파를 시작으로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메이저 배급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플러스엠은 이듬해 또 다른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등을 앞세워 투자·배급사 관객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영화 흥행 기세가 꺾이며 위기론이 대두됐던 2025년에도 '야당'으로 300만 관객을 넘겼고, 연상호 감독의 초저예산 영화 '얼굴' 역시 100만 관객을 돌파해 주목 받았다. 극장 사업의 부진과는 별개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영화 투자·배급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해 온 만큼 회생절차 이후 플러스엠이 기존의 투자·배급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현 영화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호프'가 회생절차의 단기 영향을 가늠한 첫 사례라면, 이후의 관심은 플러스엠의 운신 폭이 배급사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쏠리게 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쇼박스가 흥행작을 잇달아 내며 존재감을 키운 반면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은 과거만큼 공격적인 투자·배급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러스엠까지 보수적 운영에 들어가면 앞으로 중대형 한국 영화를 안정적으로 받아낼 배급사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계가 메가박스중앙의 회생절차를 단순한 재무 구조조정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회생절차 이후 가장 먼저 확인될 부분은 플러스엠의 개봉 예정작 마케팅과 신규 투자 검토가 이전처럼 진행되느냐의 여부"라며 "팬데믹 시기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도 아직까지 적지 않게 남은 상황에서 주요 투자자배급사가 보수적으로 움직이면 신작 개발보다 기존 라인업 정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7월 중순 전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법원은 채무자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일부터 1개월 이내에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