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아래쪽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를 채택한 실사영화 '백설공주'는 평단과 대중 모두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전 세계 2억 5679만 달러(약 3029억 원)에 머물렀고, 반대로 무난한 평가를 받긴 했으나 흥행엔 실패한 픽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북미 개봉 첫 주말 2084만 달러(약 307억 원)로 역대 픽사 최저 오프닝을 기록했다.
새로운 영웅을 앞세웠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전 세계 4억 1510만 달러(약 6114억 원)로 손익분기점 돌파에는 성공했지만, 첫 편인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3억 7060만 달러)에 이은 시리즈 최저 성적표를 받았다. 인기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는 여전히 강했지만, 어떤 브랜드는 더 이상 이름만으로 예전만큼 관객을 불러 모으지 못한다는 점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났던 셈이다.

이어 6월 '토이 스토리 5', 7월 실사영화 '모아나'에 이어 연말인 12월에는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어벤져스: 둠스데이' 개봉이 예정돼 있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각 작품의 성격은 다르지만 원작이나 전작의 관객층, 세계관,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완성된 '흥행 보증 수표'라는 분명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외 극장업계가 주목하는 건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와 '어벤져스: 둠스데이'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디즈니+에서 이미 검증된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본격 확장하는 첫 사례여서 전통적인 스타워즈 팬덤에 더해 스트리밍 시청층까지 관객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디즈니는 올해 이미 검증된 프랜차이즈를 전면에 배치한 라인업으로 또 한 번 흥행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같은 전략 아래에서도 작품별 성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기대만큼 결과가 단순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대형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작품 완성도와 서사 구성, 캐릭터 매력 등에 따라 관객 반응이 극명하게 갈라지면서 기존의 실패를 단순히 라인업 재편만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여기에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한 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더라도 이전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2026년 라인업은 단순한 흥행 성과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디즈니가 이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신작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요즘은 인기 프랜차이즈라도 완성도와 신선함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흥행 장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즈니처럼 대형 IP를 다수 보유한 스튜디오일수록 개별 작품의 성패가 전체 전략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올해 라인업은 그 부담을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동시에 안고 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