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전체 피해의 상당수가 ‘계약해지 및 과도한 위약금 청구’에 집중돼 계약 취소 과정에서 분쟁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의 배경에는 표준약관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 공정위 결혼준비대행업 표준약관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전이라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사업자는 실제 발생한 손해(실비) 외에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특약’, ‘환불 불가’ 등의 자체 조항을 내세워 이 규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소비자 수요가 많은 인기 웨딩홀의 경우 이러한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예비부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식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예비부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웨딩홀뿐 아니라 스튜디오 사진 촬영, 드레스·예복 대여 업체 등과 계약했다가 비슷한 피해를 보고 전자소송이나 소비자원 분쟁 조정을 준비한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일요신문i’의 취재를 종합하면 당일 취소에 수십만 원의 위약금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4월 한 예비부부는 웨딩홀과 계약한 당일, 불과 3시간 만에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웨딩홀은 ‘예약취소 상담비’ 명목으로 30만 원의 위약금을 부과했다. 예비신부 A 씨는 “2시쯤에 계약하고 5시쯤 취소했는데 계약금에서 위약금 30만 원을 빼고 돌려줬다”면서 “(웨딩홀 측이) 계약 취소 관련한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신청을 했고, 해당 건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조위는 합의가 결렬될 시 소비자원 내 최종 결정 기구다. 분조위의 조정 결정은 양측이 모두 수락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한쪽이라도 조정을 거부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다시 위약금 기준을 두고 다퉈야 한다.

B 씨는 날짜 변경이 아닌 계약 취소를 하기로 결정하고, 웨딩홀 측에 “기납부한 계약금 200만 원이 공정위 고시 기준(예식일 60~80일 전 취소 시 총비용의 10%, 약 134만 원 상당)보다 많지만 포기할 테니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웨딩홀 측은 이를 거부했고, B 씨는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1년이 넘는 분쟁 끝에 분조위는 “웨딩홀 약관은 불공정해 무효로 본다”며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웨딩홀 측은 해당 조정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혼한 계약자에게 전체 예식 비용의 절반가량을 위약금으로 요구한 웨딩홀도 있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파혼한 C 씨가 웨딩홀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하자 웨딩홀 측이 계약금 200만 원과 위약금 5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만 원을 요구했다. C 씨가 이를 거부하자 웨딩홀 측은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가 사건이 공론화되자 C 씨에게 ‘공정위 기준에 따라 110만 원의 위약금만 내면 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약금 산정의 기준을 ‘정가’로 할지, ‘최종 할인가’로 할지를 두고도 소비자와 웨딩홀 간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할인 폭이 클수록 두 방식의 위약금 차이는 더 커진다. 예비부부들은 기본 할인이 들어가는 품목까지 정가를 따져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것이 ‘갑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구 한 웨딩홀 관계자는 “정가 기준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비용이 투입된다. 할인은 마케팅 목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지만, 소비자원 분쟁조정 결과를 살펴보면 ‘정가 기준 위약금’ 자체를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무효 처리하고 있다. 정가로 거래될 가능성이 없었던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게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란 취지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민법상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즉, 계약을 해지하게 돼 웨딩홀에 손해가 발생하니 그것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소송으로 갈 경우에도 계약 하루 만에 위약금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경우 재판부에서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으며, 정가 기준 위약금 산정 역시 소비자 측에서 불공정성을 주장해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소비자들이 계약 내용을 사전에 신중하게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예비부부는 ‘최저가’ 등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약관을 업체가 적용하고 있는지, 사진 파일 구입비나 드레스 피팅비 등 필수 서비스에 부당한 별도 비용 청구나 과도한 위약금을 설정하지는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또 업체와 상담이나 계약을 하기 전에 소비자원의 ‘참가격’ 사이트를 방문해 지역별, 항목별 가격 정보를 비교해 보는 게 좋다.
결혼 서비스와 관련해 부당한 위약금을 요구받는다면, 1372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 또는 소비자24(www.consumer.go.kr)를 통해 상담이나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분쟁 조정 실패 시 소액의 경우 전자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 있으며, 액수가 클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