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부검을 하면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구더기가 나온 건 딱 두 번 봤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파주 부사관 아내 방치 사망 사건’ 1심 법정에서 나온 증언들이다. 육군 부사관 김 아무개 씨는 온 몸에 구더기가 생길 때까지 아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 군사법원은 “피해자를 장기간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살인의 고의가 있다”며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대한 법원의 인정 문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 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그보다는 유기치사, 중유기치사, 아동학대치사, 노인복지법 위반, 과실치사 등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군사법원 1심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다만 김 씨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신상이라도 공개해주기를 바랐는데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은 사건의 잔혹성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군 측은 중앙일보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 수집이 충분히 되지 않아 신상정보 공개에 무리가 있었으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유족이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특정중대범죄사건 피의자로 정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특정중대범죄사건 피의자 가운데 범행의 잔인성,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등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2조는 11개 호에 걸쳐 특정중대범죄를 정의하고 있는데 형법 제27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유기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군사경찰이 중유기치사 혐의만 적용해 수사하던 단계에서는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은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는 형법 제250조 살인죄가 적용되는데 이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2조 제6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특정강력범죄’에 해당된다. 육군 측은 ‘유족이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유족은 “유족을 사실상 배제한 채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중유기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을 만큼 살인 혐의 성립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군 검찰이 신상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유족은 “판결이 나온 후에라도 피해자 측이 신상공개를 요청할 창구를 마련해달라”며 “법원 차원에서라도 잔혹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달라”고 밝혔다.
1심 판결이 나왔더라도 항소심 변론종결 전까지 검사가 법원에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법원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피고인 신상정보 공개 제도’인데 김 씨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5조에서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공소제기 시까지 특정중대범죄사건이 아니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특정중대범죄사건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된 사건의 피고인’이다. 김 씨 사건은 국방부 검찰단이 처음 공소를 제기할 때부터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중유기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징역 30년을 받은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설명한다. 과거 군사법원이 군 내부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징역 30년은 상당히 무거운 형량으로 평가된다.
검찰과 피고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따라 항소심은 군사법원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성립돼 살인죄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피고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살인죄 유죄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며 “중유기치사 혐의만 인정될 경우 형량이 징역 10년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1심 재판 기간 동안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다” “아내가 치료를 원치 않았다” 등의 진술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아닌 중유기치사죄만 인정돼 형량이 대폭 낮아지거나 살인과 중유기치사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될 경우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